다리가 넷이나 둘은 내 해인데 둘은 누구 핸고?
문학의 영역은 어찌 보면 무한한 것 같다. 어제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재미난 발언을 들었다. 고전 문학을 연구하는데 그리 유명하지는 않아도 자기 나름대로 연구 방향을 잡고 독특한 해석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다. 고전 문학에 대하여 전통적인 해석 방식을 고수하는 기존 학계에서는 이 사람의 이단적인 해석방식에 관심조차 없음에도 골방에 틀어박혀서 오랜 세월 자기 세계에 갇혀 살고 있다. 얼마 전에 ‘아리랑 역사와 한국어의 기원’이라는 책을 출간한 일이 있었는데 한국어의 기원을 남아프리카 원주민이 사용하는 세소토어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요즘 연구하는 분야는 신라의 향가라고 한다. 향가에 사용되는 언어는 고대 이집트 언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면서 풍요(風謠) 에 대한 독특한 풀이를 했다. 향가라고 하면 깊은 지식은 없지만 신라 시대의 서동요나 고려 시대의 처용가 정도는 알고 있어서 관심 있게 듣게 되었다.
향가는 설화이므로 그 어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이 있는데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서정적인 노래라고 이해하고 있다. 서동요는 백제사람인 마를 캐는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 공주가 절세 미인라는 소문을 듣고 신라로 건너와서 아이들을 시켜서 불순한 노래를 퍼뜨렸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방문을) 열어두고 맛 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로 인해 선화공주는 멀리 쫒겨나고 서동은 그의 작전대로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는 설화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들어와서는 처용가라고 유명한 향가가 있다.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
둘은 내 해 였고 둘은 누구 핸고/ 본디 내해다마는 빼앗은 것을 어찌 하리오.”
이 향가도 신라시대 헌강왕때 바다의 용왕 아들인 처용이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처용이 집에 들어와 보니 딴 놈이 자기 아내를 범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분노하지 않고 노래와 춤을 추며 체념하고 관용으로 용서한다는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향가다
그런데 향가 풍요는 일명 바람의 노래라고 하며 공덕가(덕을 쌓는 노래) 라고 하는 노동요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게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 오늘 소개 한 사람의 주장이다.
“래여(來如) 래여 래여/ 래여 애반다라/ 애반다의 도랑/ 공덕수질여래랑.
이를 국내학자들이 해석한 내용은
오라 오라 오라/ 서럽다 서럽다 우리들이여 / 공덕 닦으러 오라. 라고 해석하고 있다는데 이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신라의 향가중 지금까지 유실되지 않고 전해 내려오는 향가는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 해서 25수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듯 찬란한 문화를 지녀온 신라에서 살아서 전해 내려오는 귀한 향가가 굳이 일해서 공덕이나 쌓는 노래라고 해석 하는 것은 너무 초라하고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픙요는 바람의 노래인데 바람이라는 것은 신라시대에 개방된 성문화를 연상하면 남녀 간의 사랑의 행위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죽은 후 그 영혼또한 바람을 따라 다니다가 성관계하는 장면을 들여다 보다가 여인의 자궁속으로 영혼이 들어가서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바람으로 인한 환생의 공덕을 쌓는다는 노래라는 주장이다.
오라. 오라. 오라.고 해석 하는 것도 남녀간의 쾌락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떠도는 영혼을 구제하고자 환생의 공덕을 쌓게 담장 넘어 어서 오라는 여인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노래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름도 없는 무명학자의 괴팍한 논리일망정 한동안 흥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2024. 6. 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