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 시대의 4대 리스크(risk)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간직한 소망입니다.
이는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과 여섯 가지 불행을 일컫는
‘오복육극(五福六極)’이라는 말이 ‘서경(書經) 홍범편
(洪範篇)’에서 볼 수 있는데,
오복(五福) 중 첫째가 장수(長壽)이고 육극(六極) 중
첫 번째는 단명(短命)을 의미하는 흉단절(凶短折)입니다.
‘오복(五福)’은 수(壽-오래 삶), 부(富-풍요로움), 강령
(康寧-건강), 유호덕(攸好德-덕을 베풂), 고종명(考終命-
천수를 누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침)을 말하며,
‘육극(六極)은 여섯 가지 큰 불길(不吉)을 말하며
흉단절, 곧 변사(變死), 요사(夭死)를 비롯하여,
질(疾-신병으로 고생), 우(憂-근심, 걱정), 빈(貧-가난).
악(惡-모질고 추악함), 약(弱-심신 허약)을 말합니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이 널리
회자하고 있습니다.
한편 얼마 전 UN에서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람의 평생 나이를 5단계로 나누어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에 따르면 0세~17세 ‘미성년자’, 18세~65세 ‘청년’,
66세~79세 ‘중년’, 80세~99세 ‘노년’ 그리고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이라는 것입니다.
소득 수준 향상과 의료 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이 빠르게 늘어
나고 사망률은 많이 낮아지고 있지만, 노후에 대한 준비를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할 때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이
따르게 되는데 이를 ‘장수 리스크(risk)‘라고 부릅니다.
‘리스크’란 상해나 손실 등 부정적이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가리킵니다.
장수 시대’에 맞이하여 100세를 산다는 것을 마냥
기뻐만 할 일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100세 장수 리스크를 살펴보면
은퇴 전에 마련해 둔 생활자금이 부족하여 돈 없이
오래 살 때, 무전장수(無錢長壽),
각종 질병으로 활동이 힘들며 병원비가 큰 부담으로
아프며 오래 살 때, 유병장수(有病長壽),
특별하게 할 일 없이 오래 살 때,
무업장수(無業長壽),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 혼자되어 오래 살 때,
독거장수(獨居長壽) 등 네 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인간다운 삶의 품위를 상실한 채
은퇴 후 마지막 세월을
돈 없고 아프며 일없이 혼자되어
살아간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분명 재앙이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를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돈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는 결코 행복한 삶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일상의 3대 요소인 의식주는
모두 돈이 있어야 해결이 가능한 과제이지만,
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고
단호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 앞에서 비굴하게 행동해서는 안 되며,
돈이 많다고 자만하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흔히 하는 이야기이지만 생활자금 저축이 가능한
시절 여생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무전 장수에서 벗어나는 해법입니다.
병치레하며 오래 사는 ‘유병장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프며 오래 살 때 못 움직이고 명줄로만 유지한다면
은퇴 후 자산 부족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 들며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몸이
건강하면 노년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체적 건강은 반쪽 건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마음이 병들고 영혼이 갈잎처럼 바스락거리면 아무리
돈이 많고 육신이 건강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강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반드시 병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정하게 하는 일 없이 오래 사는 ‘무업장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 할 일들이 많기는 하지만 적극 찾아
나서지 않으면 절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노년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작은 소품을 만드는 것도, 집안 내
파손된 부분을 가볍게 수리해 보거나 하는 것도 노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속합니다.
천지에 널린 것이 일이지만 찾아 나서지 않으면
일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세월에 따라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 늘기 마련입니다.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것이 자연 섭리인
삶의 여정에서 세월이 흐르며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 홀로 남게 되는 ‘독거장수’
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홀로 남아 매년 한 살씩 늘어가는 나이에도 혼자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며 산책도 혼자, 음악회도 혼자, 식당에도
혼밥 등을 즐기기도 하며 혼자에 익숙해지면
외로울 시간은 줄어듭니다.
홀로 지내는 일상에 익숙해지면 ‘몸은 마음의 언어’
라는 말에서처럼 마음이 즐거워지면 몸은 자연스레
즐거움으로 빠져들며 외로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몸은 마음의 언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기뻐지면 몸도 기뻐집니다.
세월이 흐르고 거듭 해가 바뀌면서
주위의 자별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는 오지 못
할 길로 홀연히 떠나갑니다.
누구나 종국에서는
혼자 되는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가장 좋은 친구로 만들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즐길 줄 아는 것이 노년의 단조로움과 외로움,
고독에서 벗어나는 좋은 노후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는 먹겠지만 혼자를 즐길 줄 아는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적응을 잘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말을
‘적자, 건강한 생존을 위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실천해야 합니다.
'장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삶을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자신의 건강 유지와 함께
배우자와 자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과
‘배려’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새로운 배움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며
일상을 당당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아닐는지요,
그동안 살아온 삶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서
지나온 삶의 여정에서 저지른 실수나 잘못을 만회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제3의 인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전략도 세워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 옮겨 加筆한 글 2024년 7월 4일(木요일) 金福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