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 內篇
1. 《逍遙遊(소요유)》 : 편안하고 한가하게 노닐다.
1-1
北冥有魚(북명유어), 其名爲鯤(기명유곤). 鯤之大(곤지대), 不知其幾千里也(부지기기천리야). 化而爲鳥(화이위조), 其名爲鵬(기명위붕). 鵬之背(붕지배), 不知其幾千里也(부지기기천리야). 怒而飛(노이비), 其翼若垂天之雲(기익약수천지운). 是鳥也(시조야), 海運則將徙於南冥(해운즉장사어남명). 南冥者(남명자), 天池也(천지야).
후쿠나가 미츠지(福永光司) : 북쪽 바다(北冥)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背)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힘을 떨쳐(怒) 날아오르면 그 구름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 바다로 옮겨 가려고 한다. 남쪽 바다란 천연의 못(天池)이다.
묵점 기세춘(墨店 奇世春) : 북해에 한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 넓이도 알 수 없다. 한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았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명으로 이사를 간다. 남명이란 ‘천지天池’다.
오강남(吳剛男) :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하였습니다.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붕(鵬)이라 하였습니다. 그 등 길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하늘 못(天池)’이라 하였습니다.
이기동(李基東) :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가 둔갑을 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넓이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요동하면 남쪽 바다로 옮겨간다. 남쪽 바다는 하늘 못이다.
김정탁(金正鐸) : 북쪽 바다(北冥)에 물고기가 사는데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다. 곤이 변해 새가 되는데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 길이도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매우 길다.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양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큰바람이 일면 그 바람을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남쪽 바다(南冥)가 곧 하늘의 호수(天池)이다.
여운 이준호(餘韻 李俊虎) : 북쪽 바다에(北冥)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有魚), 그 이름을(其名) 곤이라고 부른다(爲鯤). 곤의 모습은(鯤之) 거대하여(大), 그 크기가 몇천 리가 되는지(其幾千里) 알 수가 없구나(不知也). 변화하여(化而) 새가 되는데(爲鳥), 그 이름을(其名) 붕이라 부른다(爲鵬). 붕의(鵬之) 배는(背), 그 길이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不知其幾千里也). 거세게 날아오르면(怒而飛), 그 날개가(其翼) 하늘의 구름이(天之雲) 드리운 것 같구나(若垂). 이 새로 말할 거 같으면(是鳥也), 바다가 요동치자마자(海運) 곧바로(則將) 남쪽 바다로 옮겨간다(徙於南冥). 남쪽 바다라는 곳은(南冥者), 하늘의 못이로다(天池也).
逍(노닐 소) - 노닐다, 거닐다, 배회하다, 편안하고 한가롭다.
遙(멀 요) - 멀다, 아득하다, 거닐다, 떠돌다, 소요하다, 흔들거리다, 멀리, 흔들거리는 모양.
遊(놀 유) - 놀다, 즐기다, 떠돌다, 여행하다, 사귀다, 배우다, 유세하다, 놀이.
北(북녘 북/배) - 북녘, 북쪽, 북쪽으로 가다, 달아나다, 도망치다, 패하다, 등지다, 나누다.
冥(어두울 명/면) - 어둡다, 어리석다, 어리다, 그윽하다, 아득하다, 잠기다, 깊숙하다.
魚(물고기 어) - 물고기, 고기잡이.
爲(위할 위) - 하다, 이루다, 만들다, 위하다, 다스리다, 되다, 바꾸다, 길들이다, 삼다, 속하다.
鯤(곤이 곤) - 곤이(물고기 배속의 알), 곤어(상상 속의 큰 물고기), 물고기의 새끼.
幾(몇 기) - 몇, 얼마, 그, 거의, 어찌, 자주, 조용히, 바라건대, 언저리, 낌새, 기틀, 기회.
千(일천 천) - 일천, 밭두둑, 밭두렁, 초목이 무성한 모양, 아름다운 모양, 반드시, 기필코.
里(마을 리) - 마을, 고향, 이웃, 인근, 거리, 행정구역, 속, 안쪽, 이미, 헤아리다, 근심하다.
也(어조사 야) - 잇기, 어조사, ~이다,~느냐?,~도다,~구나. 발어사 또한, 역시, 다른, 대야.
化(될 화) - 되다, 화하다, 교화하다, 가르치다, 따르다, 본받다, 죽다, 바꾸다, 가르침, 변화.
而(말 이을 이) - 말을 잇다, 같다, 너, 자네, 만약, 따름, 그리고.
鳥(새 조/작/도) - 새, 봉황, 땅의 이름, 섬.
背(등 배) - 등, 뒤, 햇무리, 등지다, 배반하다, 물러나다, 외우다, 위반하다, 버리다, 죽다.
怒(성낼 노) - 성내다, 화내다, 꾸짖다, 나무라다, 기세가 오르다, 힘쓰다, 성, 화, 기세.
飛(날 비) - 날다, 떨어지다, 지다, 빠르다, 떠돌다, 튀다, 넘다, 날리다, 높다, 새, 날짐승.
其(그 기) - 그, 그것, 아마도, 만약, 어찌, 장차, 이미, 마땅히, 이에, 그래서.
翼(날개 익) - 날개, 지느러미, 이튿날, 솥귀, 도움, 처마, 배, 법칙, 법도, 정치파벌, 돕다.
若(같을 약) - 같다, 어리다, 이와 같다, 허락하다, 좇다, 너, 만약, 및.
垂(드리울 수) - 드리우다, 기울다, 베풀다, 전하다, 물려주다, 가장자리, 변방, 항아리.
天(하늘 천) - 하늘, 천자, 임금, 천체, 하느님, 천성, 운명, 의지, 아버지, 남편.
之(갈지) - 가다, 끼치다, 쓰다, 사용하다, 이르다, ~의, 에, 와, ~과, 이에, 을, 그리고, 만일.
雲(구름운) - 구름, 습기, 높음의 비유, 많음의 비유, 멂의 비유, 덩이짐의 비유, 남녀의 사랑.
海(바다 해) - 바다, 바닷물, 많이 모인 곳, 널리, 해외.
運(옮길 운) - 옮기다, 움직이다, 돌다, 나르다, 궁리하다, 쓰다, 운용하다, 휘두르다, 궤도.
則(곧 즉/칙) - 법칙, 준칙, 이치, 본보기로 삼다, 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곧, ~하면.
將(장수 장) - 장수, 인솔자, 장차, 문득, 거느리다, 기르다, 나아가다, 받들다.
徙(옮길 사) - 옮기다, 이사하다, 교화되다, 옮기다, 넘기다, 넘어서다, 잡다, 취하다, 귀양보내다.
於(어조사 어) - ~에, ~에서, 어조사, 기대다, 따르다, 가다, 있다, 탄식하다.
南(남녘 남) - 남녘, 남쪽, 남쪽 나라, 임금, 가다, 나무.
池(못 지) - 못, 연못, 해자, 도랑, 수로, 연지, 물받이, 제거하다.
1-2
齊諧者(제해자), 志怪者也(지괴자야). 諧之言曰(해지언왈) : 「鵬之徙於南冥也(붕지사어남명야), 水擊三千里(수격삼천리), 摶扶搖而上者九萬里(단부요이상자구만리), 去以六月息者也(거이육월식자야).」
후 : 제해(齊諧)라는 사람은 괴이한 것을 알고 있는 자이다. 제해의 말에 일렀다. “붕(鵬)이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는, 물을 치는 것이 3천 리이고, 회오리바람(扶搖)에 날갯짓하여(搏=搏) 오르는 것이 9만 리이며, 6월의 바람(息)을 타고 날아간다.”
기 : 제해齊諧는 뜻이 괴이한 사람이다. 제해의 말에 의하면 대붕이 남명으로 날아갈 때는 물결이 삼천리이며 폭풍을 타고 구만리 상공까지 올라 여섯 달이 되어야 쉰다.
오 : 이상한 일을 다룬 제해(齊諧)라는 책에도 이 새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 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이 : 제해라는 것은 괴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해의 말에 이르기를, “붕새가 남쪽으로 옮겨 갈 때는 물결치는 것이 삼천리나 되며, 회오리바람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구만리나 된다. 그리고 한 번에 여섯 달을 날아가서 쉰다.”라고 했다.
김 : 『제해(齊諧)』는 괴이한 것을 기록한 책인데 그 책에서 말하길 ‘붕(鵬)이 하늘로 올라 남쪽 바다로 날아 움직일 때 날갯짓을 하면 바닷물이 튀길 삼천 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에 오르길 구만 리이다. 길고 반년을 날아서야 비로소 하늘의 호수에 이르러 쉰다.’
여 : 제해라는(齊諧者), 기괴한 것들을(怪者) 기록한 책이 있도다(志也). 제해의(諧之) 기록에 의하기를(言曰) :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옮겨 갈 때(鵬之徙於南冥也), 물을 때려(水擊) 흩어지는 것이 삼천 리에 이르고(三千里), 날개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니(摶扶搖而) 하늘로 솟구쳐서(上者) 구만리를 날아오르며(九萬里), 그리 움직이는 까닭에(去以) 6개월(六月)이 지나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한다(息者也).”」
齊(가지런할 제) - 가지런하다, 단전하다, 질서 정연하다, 재빠르다, 오르다, 같다, 다스리다.
諧(화할 해) - 화하다, 어울리다, 화동하다, 맞다, 조화되다, 고르다, 이루다, 농담하다, 해학.
志(뜻 지) - 뜻, 마음, 본심, 사사로운 생각, 감정, 기록, 표지, 살촉, 뜻하다.
怪(괴이할 괴) - 괴이하다, 기이하다, 괴상하다, 의심하다, 힘쓰다, 도깨비, 유령, 과연, 어쩐지.
言(말씀 언) - 말씀, 말, 견해, 의견.
曰(가로 왈) - 가로되, 말하기를, 일컫다, 부르다, 이르다, ~하다.
水(물 수) - 물, 강물, 액체, 홍수, 수재, 적시다, 긷다, 헤험치다, 공격하다, 평평하다.
擊(칠 격) - 치다, 부딪히다, 공격하다, 마주치다, 보다, 두드리다, 지탱하다, 죽이다.
摶(뭉칠 단) - 뭉치다, 둥글다, 둥글게 하다 후려치다, 엉기다, 모이다.
扶(도울 부/포) - 돕다, 지원하다, 떠받치다, 붙들다, 더위잡고 오르다, 부축하다, 다스리다.
搖(흔들 요) - 흔들다, 움직이다, 오르다, 올라가다, 멀다, 요원하다, 어지럽히다, 빠르다.
去(갈 거) - 가다, 버리다, 내몰다, 물리치다, 풀다, 죽이다, 과거.
以(써 이) - ~써, ~로, ~를 가지고, ~따라, ~ 때문에, 까닭, 연유.
息(쉴 식) - 숨을 쉬다, 호흡하다, 생존하다, 살다, 생활하다, 번식하다, 자라다, 키우다, 그치다.
장자 내편 비교역주 저자 소개
후쿠나가 미츠지(福永光司, 1918-2001) 일본 도교연구의 선구자이다. 원래 유교 연구를 하였으나 1942년 태평양 전쟁으로 군대 징집 등 생사의 문제에 맞닥뜨림에 따라 노장사상과 도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오이타현(大分縣) 출신으로, 쿄오토대학에서 중국철학사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토쿄 대학 교수, 쿄토 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소장, 칸사이 대학 교수, 키타큐우슈우 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에 《장자-고대중국의 실존주의》, 《장자》, 《노자》, 《열자》, 《도교사상사연구》, 《중국의 철학·종교·예술》, 《위진 사상사 연구》 등이 있다. 도올 김용옥 스승이기도 하다.
『후쿠나가 미츠지의 장자 내편』 - 번역 정우봉, 박상영 : 문진 2020
후쿠나가 미츠지는 일본 내에서 노장철학이 현대적 학술체계 내에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저작은 일본·한국·중국을 넘어 서양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그의 『장자』는 국내 『장자』 번역 및 연구에서는 어김없이 인용되는 주요 저작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안동림의 『장자』 번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마천 연구자로 잘 알려진 버튼 왓슨(Burton Watson)의 『The Complete Works of Chuang-Tzu』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후쿠나가 미츠지가 이룩한 큰 족적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걸음에 불과하지만 그의 걸음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하게 해줄 한걸음이 될 것이다.
기세춘(奇世春, 1933~2022) 재야운동가이자 한학자이다. 본관은 행주고, 호는 묵점(墨店)이다. 그는 제자백가 중 한 명인 묵자(墨子)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한 학자로, 동양사상과 민주화·통일 운동을 접목시켜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일으켰다.
193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조선 선조 때 성균관 대사성을 역임한 고봉 기대승의 15대손이며, 조부는 의병활동을, 부친은 항일운동을 했다. 일본학교에 다니는 대신 서당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수업을 받다가 나중에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하였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으나, 4.19혁명에 적극가담하고, 5.16이 일어나자 입산했다.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창립, 후진국개발론, 통일문제를 연구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신영복 교수 등과 함께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로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이후 대전에서 작은 기계공장을 운영하며 사출기, 자동포장기 등을 설계, 제작하며, '평화통일연구회' '사월혁명연구회' '전북민주동우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 등에서 사회운동을 했다.
동서양의 철학에 몰입하여 다수의 번역서, 해설서를 냈다. 기모란 교수의 부친이다.
저서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장자』 바이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