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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상식과 에티켓 스크랩 와인 스펙테이터 90점 받은 8달러짜리 와인, `찰스 앤 찰스`
권종상 추천 0 조회 100 14.03.18 13:53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와인쟁이'들에게 와인스펙테이터(WS) 잡지의 점수는 당연히 '바잉 가이드 Buying Guide'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수가 와인을 아는 이들에게나, 혹은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나 구매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는데서 이들의 실제 와인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구조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잠재적 폭력일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기사 한 꼭지에 휘청되는 시장은 어떻게 보면 취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이들의 말 한마디면, 와인의 절대적 가치가 변할리 없건만 가격은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몇년 전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리저브 카버네 소비뇽 2005년 산이 '세계 최고 와인'으로 등극했을 때, 병당 30달러 가량이면 구할 수 있었던 이 와인은 느닷없이 1백달러를 훌쩍 넘기더니, 지금은 150달러 선에 매매되고 있습니다. 2005년산 샤또 딸보를 코스트코에서 40달러 정도에 구해 놓았는데 이게 지금 1백달러 선으로 거래되니 이보다 훨씬 상승비가 높은 거지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의 배경엔 WS의 평가가 있는 거지요. 

 

물론 이 잡지가 전문가들의 전문적 의견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잡지의 영향력은 특정 와인의 판매고나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게 극적으로 드러난 몇몇 사건들이 콜럼비아 크레스트 2005년 리저브 카버네 소비뇽 등에서 나타나는거고. 물론, 이 잡지가 '망하게'만든 와이너리도 여럿 있다고 봐도 되고. 

 

그런데, WS의 평가가 어쨌든 간에 자기들의 원래 모습을 그냥 지키려는 와이너리들도 여럿 됩니다. 그리고 특별히 '지멋에 산다'고 하는, 그런 뜻밖의 와인이나 와이너리를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건 와인메이커와 와이너리의 소유주가 일치하는 경우, 즉 와이너리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경우에 볼 수 있는 장인정신 혹은 똥배짱(?)인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와인메이커 찰스 스미스는 왈라왈라의 K 빈트너의 와인메이커로도 유명하고, 원래 그의 삶 역시 꽤 재밌고, 그가 만든 와인들은 특히 그 레이블의 개성으로 유명합니다. '쿵푸 걸 리즐링'이나 '붐붐 시라'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얼핏 보기에 그룹 '블랙 사바스'를 이끌었던 오지 오스본을 연상케 하는 찰스 스미스는 프랑스 와인메이커인 샤를 빌레르(영어로는 찰스 빌러)와 함께 '찰스 앤 찰스'라는 프로젝트 와인을 출범시킵니다. 그리고 이들은 레드, 화이트, 로제 등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2014년 3월 WS는 '찰스 앤 찰스'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와인 하나에 무려 90점의 점수를 매깁니다. 

 

레이블에 개성이 넘치는 그의 와인은 이 와인에서도 드러나는데 샤를 빌레르와 찰스가 함께 찍은 사진을 놓고 그 뒤에 성조기를 배치해 놓은, 얼핏 보면 미국 와인임을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듯한 모습인데, 아마 이건 그가 애국주의적 성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식의 와인을 드러내놓고 만들 수 있는 미국 와인계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프랑스에서 만일 그 지역의 아펠라시옹 AOC 의 규정을 무시한 와인을 만든다면 그것은 '규제'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어떤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와인메이커들에게 보장되지요. 샤를 빌레르도 매우 '영혼이 자유로운 와인메이커'로 알려져 있는데, 이 레이블에도 그런 뜻이 함축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은 권장소비자가격이 $11.95. 그러나 코스트코에서는 $7.99 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카버네 소비뇽 58%, 시라 42%의 극히 볼드하고 탄탄한 와인입니다. WS 에서는 이 와인을 지금부터 2018년 사이에 마시라고 하고는 있지만, 제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보관만 잘 한다면 20년은 너끈히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저렴한 와인이어서 마감재가 그만큼의 세월을 보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러나 와인 자체로 볼 때는 이만한 산도에 이만한 무게라면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할듯도 합니다. 아내와는 코스트코 갈 때마다 한두병씩 사 오겠다고 말했는데, 화이트는 비교적 가벼운 걸 선호해도 - 리즐링은 빼고 - 레드는 시라, 카버네등을 선호하는 아내의 반응은 당연히 환영입니다. 

 

알코올 13.6%, 다시 말하면 그것은 밸런스를 어느정도 지키려 했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미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알코올 14% 가 훌쩍 넘어가는 이른바 폭탄급과는 약간의 차별화를 꾀했다는 이야긴 되겠지요. 이들은 로제와 화이트도 만드는데, 기회가 되는 대로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워싱턴주에 새로 AVA로 추가된 왈루크 슬로프 지역의 포도가 많이 쓰였지만, 콜럼비아 밸리 전체에서 포도를 가져와 만들었다고 해도 될 겁니다. 어쨌든 매우 무거우면서도 균형잡힌 재밌는 와인. 게다가 가격도 이리 저렴하니 제게 박스떼기의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드는 그런 와인입니다. 

 

아내가 구워 준 프렌치 스타일 플랫브레드에 맞춰 봤는데, 사실은 당연히 스테이크 같은 무거운 음식에 잘 어울릴 와인이고, 이 와인은 어쨌든 팔리기 전까지는 코스트코 갈 때마다 어느정도씩 구입해 재 놓아야 할 와인 리스트 1호여서 아마 언젠가는 스테이크와 맞춰 볼 기회도 있겠지요. 요즘 들어 의식적으로 고기 섭취량을 줄이다보니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할 수도 있네요. 

 

근본적으로 이같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선 2012년 워싱턴주의 포도가 꽤 풍작이었던 것에 근거하고, 역시 양조기술 자체의 발달을 손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 불황으로 인해 닷컴 열풍과 부동산 과열 현상이 있었던 서브프라임 이전의 과거와 같은 와인 열풍이 조금 수그러들은 상황이 와인가격과 포도밭의 가격을 낮췄고, 이런 상황이 이 정도의 품질을 가진 와인을 '밸류 와인' 급으로 만들어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훌륭한 와인이 나온다는 '워싱턴 주'라는 사실이야말로 간과하면 안 되겠죠.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투바인 쉬라즈가 과거 5달러짜리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90점을 기록했었던 그런 때를 돌아본다면 그것은 더욱 명확해지겠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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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3.19 19:16

    첫댓글 맛나겠네요..

  • 작성자 14.03.20 21:03

    개성있고 무겁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4.03.20 21:03

    한국에도 들어갔단 이야길 들었습니다. 디캔팅은 필수니 미리 생각해두시구요.

  • 14.03.23 22:10

    잘 계시죠? 한번 찾아서 만나보겠습니다. 시애틀에서 한번 뵈야할텐데. ㅋ.ㅋ

  • 작성자 14.03.24 01:16

    글쎄말입니다. 에스쁘레소 매냐라고 스스로를 지칭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시애틀에 방문하셔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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