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11 (화) DMZ에 BTS의 노래… ‘삼성 스마트폰 1위’ 홍보도
북한의 연이은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우리 정부가 6월 9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8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내용에도 관심이 모인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을 비롯한 접경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자유의 소리’ 방송이 시작됐다.
자유의 소리는 우리 군이 제작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이다. 방송은 첫 소식으로 대통령실이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한 일을 전하며 “정부가 해당 결정을 북한에 통보하면 합의 효력은 즉시 정지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소식으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끊이지 않는 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휴대폰)가 전세계 38개 국가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나운서는 “지난 6월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인 74개 국가 가운데 38개국 지능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10개국 증가한 수치”라며 한국의 발전상을 홍보했다.
마지막 소식은 ‘외부 영상물 시청과 유포에 관한 단속과 검열이 돌연 강화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약 30분 분량의 1부 ‘보도 광장’ 코너가 끝난 뒤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후 방송 2부에서는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를 해설하는 내용 등의 방송과 함께 중간중간 국내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도 소개한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접경지 주민들은 긴장감을 토로했다.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DMZ) 마을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김동구 이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북한이 대남방송을 재개하면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 주민들은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해5도 주민들 사이에선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며 “과감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김남명 이장은 “주민들이 민간인통제구역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대북확성기 재개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생업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북 확성기 방송… "전략적·작전적으로 융통성 있게"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6월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만에 중단한 이유에 대해 "장비의 휴무·휴동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하고 있다"라면서 이처럼 밝혔다.
이성준 실장은 "1차적으로는 방호가 되는 곳에서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또 필요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다"라며 "공격을 받았을 때는 즉·강·끝(즉각·강력하게·끝까지)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도발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2015년 8월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은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한 바 있다.
우리 군은 전날(6월 9일) 밤 9시 40분부터 6월 10일 오전 8시 30분까지 310여개의 4차 북한 오물풍선을 식별했다. 그중 다수는 북한 쪽으로 날아갔으며, 남한에 떨어진 건 50여 개라고 이 실장은 설명했다. 북한 오물풍선 안엔 폐지와 비닐, 거름 등 쓰레기와 오물이 들어있었으며, 현재까지 안전 위해물질이나 전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성준 실장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에 대해 "작전 시행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드릴 수 없다"라며 "현장에서 작전을 시행하는 장병들의 안전과 관련이 있으므로 혹시 아시게 되더라도 보안을 유지해 주시기 바라겠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남한 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한단 이유로 지난달 5월 28~29일과 이달 6월 1~2일, 6월 8~9일 오물풍선 130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에 우리 군은 전날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은 같은 날 4차 오물풍선 살포에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4차 오물풍선 살포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할 경우 '새로운 대응'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이성준 실장은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이라는 것도 우리 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제 얼굴에 쓰레기'… "다수 오물풍선 북한 쪽으로 낙하"
북한이 지난 6월 9일 저녁부터 오물풍선 4차 살포에 나선 가운데, 군 당국은 "다수가 북한 쪽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 살포는 기상 여건에 따라 '효과성'이 좌우되지만, 맞대응만 강조하다보니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월 1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어제는 서풍이 주로 불었다"며 "(북한이) 310여 개를 부양했지만 다수는 북한 쪽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전날 오후 9시 40분께부터 이날 오전 8시 반까지 집계한 상황이라며 오물풍선 310여 개를 식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풍선 내용물은 폐지·비닐 등 쓰레기로 파악됐다. 이성준 실장은 "(310여 개 오물풍선 가운데) 남하해서 낙하한 것은 50여 개까지 확인했다"며 "그 이후 계속 신고가 들어와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남측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 △지난달 5월 28~29일 △지난 6월 1~2일 △지난 6월 8~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130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정부는 오물풍선 맞대응 차원에서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면서도 추가 방송은 북측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당일 저녁 오물풍선 4차 살포를 감행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4차 오물풍선 살포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이성준 실장은 '오물풍선이 북쪽에 떨어져 발생한 피해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알고 있는 게 없다"며 "실제로 (북한 지역에) 떨어진 것을 북한군이 치우는 것은 주 관심사항이 아니다. 설명드릴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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