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나이가 드니 섬이 된다
나이 들면 외롭다 하지만
자연스레 블라인드 섬 속에서 살아가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동서남북 바닷물 울타리 속 섬마을
칠흑 밤 되면 반짝이는 별을 헤아리고
밤바다의 휘황찬란한 어화 횃불 보며
푸른 꿈 싣는다
한낮이면 촉수 높은 백열등으로 사물을 보던 눈이
어느덧 형광등 눈이 되어 모두를 예쁘게 보는
무지개 눈이 되어야 한다
담 넘어 수역
바닷길로 들어온 고깃배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듣고
바닷물에 발 담그니 무병장수할 테고
해변에 낚시 드리우니 강태공도 부럽지 않다
맑은 숲속 공기 푸른 하늘 보며
호연지기 늘려가니
내 나이 늘어나는 것 잊은 채
남의 나이테를 헤아리는 여유도 있게 된다
섬 둘레 산책길 오르내리기도 하고
가끔 통영시 사량도 등산로 같은 곳도
오를 수 있으니 섬 속의 낙원이다
이웃 섬과 연결된 다리 따라 걸으며
벗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바닷바람 소맷자락 속으로 스며드니
겨드랑이에 날개 달 듯
훨훨 날아가는 상쾌함도 있으리라
거미줄에 걸린 참매미
낚아채는 왕거미 모습도
뭍에서만 봤지만
섬 속 자연인은
가끔 자연과 샅바 싸움은 하겠지만
전쟁은 없을 것이다
섬 속 자연인이 되어가기에
정직성에 물들어가고
솔직한 심성이 쌓이니
자유인의 둥근 얼굴 모습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속세에서 피곤에 찌들고 멍든 것이 아니라
삶의 언저리에 붙어살다 섬으로 들어왔기에
부담도 적다
가는 귀로 뭍에서 들려오는 소음
허틀게 짖는 멍멍이 소리도 풍문으로 듣지만
섬 속에서는
앙칼진 소리가 아니라 자연의 울림에
메아리로 스쳐 갈 뿐이다
외로운 섬마을이지만 마음 열게 되니
가슴이 활짝 펴진다
여기 긴 여정으로 살아온 숨소리
제격으로 듣게 되니
잘 살아온 삶이라 생각되지 않겠나
----경남 통영시 사량도에서(2024.03.28.)----
현법 / 유 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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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섬이 된다<수필>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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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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