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부터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야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순환하는 자연의 순리니 시간이 약이다. 어릴 적부터 겨울이 매서우면 그해 농사는 풍년 든다는 이야기로 스스로 위무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네 가슴 속 시린 근심은 무엇으로 풀 수 있을 런지? 기해년 새해에는 모두들 가슴에 맺힌 고드름을 녹일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 치유할 방도나 묘안은 뾰쪽이 없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우리민속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우 상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위안을 삼을 수밖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불황이라지만 지난해 미술시장은 화랑이나 미술관, 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연 곳이 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40여 곳이 넘는다니 고무적다. 그것도 서울과 그 외, 지역을 비교할 때 서울이 35%, 기타지역이 65%로 모처럼 서울 집중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대략적이지만 공간 용도별로 화랑이 가장 많은 70여개, 미술관이 30여개, 미술과 공연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 30여개 박물관ㆍ전시장 10여개 등으로 알려졌다. 가나아트, 아라리오 갤러리, 국제갤러리 등 국내 유명 화랑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분점형태로 개관한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무엇보다 화랑이 젊은 층이 밀집한 곳으로 찾아갔다는 점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에 이은 네 번째 분관을 충북 청주에다 열었다. 이곳은 잘 알려진 바대로 버려진 담배공장을 미술 보물창고로 대 변신시켜, 폐건물을 활용한 국내 최초 수장고형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청주관 개관은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해 만들어졌다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 문화재생의 상생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울산에도 장생포 아트스테이가 문을 열면서 도시재생에 문화를 접목한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차원에서 미술관을 직접운영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단발적인 메세나 문화예술 활동 후원 또는 지원을 넘어 기업이 직접 미술관을 운영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사례이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월드타워 7층에 롯데뮤지엄을 타워내부 약 400여 평 규모로 개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용산구에 새롭게 지은 사옥 지하1층에 미술관을 꾸며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개관 전부터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달항아리를 재해석해 설계를 주도했다고 알려지며 완공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모국 사람이 아님에도 우리의 문화콘텐츠를 살려 사각의 달을 빚어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도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등 다양한 지원이 추진되는 등 긍정적이다. 최근 `한국심리학회`와 협약을 맺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심리치료, 상담, 교육지원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는 의미 있는 소식도 있다.
어려운 예술인들의 삶의 질에 사회가 관심을 보이는 반증이다. 그동안 순수 예술은 덤이라는 서비스(?) 개념이 있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 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가난한 예술품만은 하나 얻을 수 없을까 빈정대는 질문을 심심찮게 접한다. 그것도 예술 문외한 이라면서 말이다. 온갖 공짜표가 그렇고, 농담 삼아 하는 말이라도 "팔고 남은 그릇이나 빚다가 조금 하자가 생긴 것 있으면 하나 달라"는 말은 심심찮게 듣는다. 여전히 다수의 예술인들은 국내 미술시장을 살얼음판으로 여기는 정서다. 그동안 미술시장과 실물경제와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특징을 보여 왔다. 경기가 좋다고 미술품 거래가 활발하거나 나쁘다고 거래가 끊기는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매년 미술품이 거래되는 규모에서 드러난다. 13년 국내 화랑의 총매출은 4700억 원을 넘었다.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등 세 네 곳의 화랑이 80% 정도를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지방이나 골목작가 들은 한파 수준이다. 유명한 작가나 컬렉터(collector)들이 선호하는 안전한 작품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글머리에서 고무적이란 말을 했듯이 문화예술 면적이 늘어나는 것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화랑이나 미술관 숫자가 늘어난 소식에 고무될 작가들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소규모 개인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들이 다수인 국내 미술, 공예 예술시장을 감안한다면, 올해도 각자도생의 길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경기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팍팍할 때 일수록 영혼을 치유해줄 다양한 예술의 숲이 더욱 절실한데 말이다. 그래서 새해엔 삶을 위한 예술이 뿌리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은 공공의 영역이다. 그동안 작가들의 수고를 아우르는 응당한 선물이 준비되는 한해가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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