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엄마표로 학습 시키고 계신 맘들 많으시죠? 저도 엄마표로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학교 들어가고 주변에서 엄마표 했던 분들이 하나 둘씩 학원으로 돌리실 때마다 좀 흔들렸던게
사실입니다. 계속된 유혹?에 결국 제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모 어학원에 상담을 갔다가 느낀 제 솔직한
마음을 블로그에 올린건데.. 이 곳에도 올려봅니다. 블로그에 올린 일기형식의 글이라 존대가 아닌점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제가 아이 입학 전에 모 어학원 상담을 갔다가 적어 놓은 일기입니다. ^^
엄마표 하고 계신 님들~ 절대 흔들리지 마시고, 기운내셔서 엄마표 꼭! 성공하시라는 바램으로 올립니다.
힘들게 엄마표 영어 실천하고 계신 님들 모두 화이팅 하시고 절대로 용기 잃지 마시기를...
2011년 2월11일 목요일
자꾸만 마음이 흔들려 결국 아이를 데리고 모 프랜차이즈 어학원으로 향했다.
이제 예비 초 1학년인 아들. 처음인데 뭘 아는지.. 학원이란 말에 풀이 죽어 발걸음도 천근만근...
나름 지금까지 엄마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영어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 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차이가 난다고 하는 말에 고민고민 하다가 원어민을 이젠 접해줘야 할 때인것 같아 어학원을 찾았던 것인데 발걸음 무거운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 온다. 그놈의 영어가 뭐길래...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새삼 또 들고...
그렇게 심지 굳은 주관을 갖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 못난 나를 자책하며 결국 어학원의 문을 두드렸는데...
매우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테스트지를 들고 오는 상담선생님.. 몇 가지 간단한 영어 질문을 던지고는 시험을 보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학원을 접고 다시 엄마표를 다짐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 테스트 덕?분이다^^
우리 아이, 그래도 그동안 엄마표로 영어에 노출이 꽤 됐었는지, 간단한 영어 인터뷰나 리스닝 문제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잘 통과해 주었다. 그런데...
영어 인터뷰와 리스닝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면서 엄마표로 이만큼 만들어 놓았다는 뿌듯함도 잠시...
읽기, 쓰기??? 헐...............
100 점 만점으로 치자면 10 점 정도 될까나.............ㅠㅠ
한글 떼던 방법과 비슷하게 일단 들려주고 좋아하는 DVD보고, 책 읽어 주고.. 통글자 카드로 게임하는 등의 방법들을 사용하며 영어환경에 노출을 많이 시키려 노력하였고, 영어도 우리말처럼 최대한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해 주기 위해서 쓰기 연습과 혼자 읽기는 배제해 두었었다. 쓰기와 혼자읽기는 아이가 많이 부담스러워 하고 흥미를 잃기 쉬운 파트라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했던 것인데.. 그런데... 너무 철저히, 너무 오래 기다리기만 했나보다...ㅠㅠ
그렇게 대실망에 급 근심이 늘어나던 순간, 아들이 쓰기의 마지막 세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그 문제들로 인해 엄마표 영어의 보람을 느꼈으며 희망을 보았고, 다시 도전할 힘도 충전할 수 있었는데...
그 마지막 쓰기 세 가지는 단어들의 순서가 엉망으로 뒤죽박죽 되어 있고 그것을 맞는 문장이 되도록 어순에 맞춰 쓰는 문제들이었다.
선생님도 나도 유난히 길게 걸렸던 쓰기 테스트 시간과 그 실력을 가늠해 볼 때, 이건 아이한테 많이 힘들겠다 생각하고 그냥 테스트를 마치자 했다.
그러나 잠시 후
"much,... do,.. how,.. have,... money, you....."
혼자 읽기가 능숙치 않은 아들, 떠듬떠듬 힘들게 힘들게 그 단어들을 읽었는데 일단 한 번 단어들을 읽고 나서는 바로 1~2초 만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이거 How much money do you have.. 같은데요"
그렇게 writing에서 마지막 세 문제를 다 맞추었다.
다소 놀란 선생님께서 앞에서 거의 빵점을 맞은 라이팅 문제로 돌아가 문제를 읽어주셨다.
아들은 답을 스스로 쓰지는 못했지만 입으로는 정답을 금방 말해 주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이 아이는 어머니께서 영어 책을 굉장히 많이 읽어주셨거나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영어 듣기에 노출 된 아이네요. 어순 관련 문제는 단기간의 연습이나 외워서 되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사실 영어책을 그렇게 자주 읽어주지는 않았다. 생각나면 가끔 한 번씩... - -; 대신 듣기는 4살 때부터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좋아하는 DVD나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리고 잠잘 때 CD를 통해서...
학원 문을 나서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단어들을 읽자마자 긴 문장들도 금방 어순에 맞게 배열했어?"
"그냥~"
그..냥...
JUST...
이 대답에서 난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엄마 혼자 오버하고 있다고 손가락질 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난 믿는다. 아들의 이 대답이 진정한 정.답.임을... 우리 엄마들 세대가 이런 문제를 접하고서 주어, 동사, 목적어 등의 순서를 따지며 단어 해석을 하고 있을 때, 영어를 모국어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인 아이들은 단번에 이건 그냥 이거! 라며 단어의 뜻을 모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우리 반에 있던 한 친구가 생각난다. 다른 성적은 별로인데 영어 성적만은 거의 전국 1등을 놓치지 않던... 영어를 공부하다 막히는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그 친구에게 묻곤 했는데...
그 때마다 그 친구의 대답은 늘 같았다.
"이 문제 정답은 당연히 이거지.."
"왜 그게 정답인데?" 하고 물으면
"그냥.. 나도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암튼 그냥 이거야."
그 때 당시엔 그 친구가 자기 혼자만 점수 잘 받으려고 그러나.. 잘하면 좀 알려주지 무슨 대답이 저런가..원망도 많이 했었다. 그 친구가 했던 '그냥...'이란 대답이 언어에선 너무도 자연스러운, 너무도 당연한 대답이겠구나..라고 깨닫기 까지는 그 후로도 십 여년이 더 걸렸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이미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배우기엔 내가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이 드는 그 때, 내 아이만은 나처럼 영어공부를 힘들게 시켜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영어도 모국어처럼 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전제 하에 엄마표를 실천하는 동안 비바람, 풍파도 많이 만났다. 흔들리고 게을러 지는 적도 많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2011년 2월 10일, 오늘, 울아이의 그 대답이 나로하여금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심지를 굳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냥....."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지치고 힘든 맘들께, 그리고 엄마표를 새로 시작하시려는 맘들께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용기를 내어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 보면 아이와 함께 올라온 수많은 계단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부모와 아이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그 계단들은 뒤를 든든히 받쳐 줄 백그라운드가 될 것이고, 그러면서 부모는 순간 순간 뭐라 말 할 수 없는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뿌듯한 행복이 다시 뛰어오를 발판이 되어.. 결국 정상에 오를 날이 언젠간 옵니다.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보며, 저걸 다 언제 올라가나 한숨짓지도 말고, 금방 지칠 게 뻔한데 빨리 올라간다고 급하게 두 계단씩 뛰어 오르지도 말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 혹 잠시 쉴지라도,, 올라갈 계단이 더 많으니 차라리 그냥 내려가자 포기해 버리지도 말고, 주변 상황이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너무 신경쓰지도 말고, 천천히 천천히 그냥 한 계단씩 올라보아요. 엄마표 영어는 긴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라지요. 아이가 하는 싸움이 아니라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하는 싸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엄마의 심지가 굳어야 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겠지요. 엄마가 쓰러지면 아이도 쓰러집니다. 중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의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언정 결국 언젠가는 정상에 오를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엄마표 영어 하시는 분들~ 다시 한 번 기운내시고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꼭 승리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아자아자!!!" ^^
첫댓글 대단한 정성이시네요~ **^^**
그저 부럽기만 하고..
저도 1학년 학부형인데 학원은 커녕 엄마표도 제대로 못해주고 있어 반성하게 되네요...
직장맘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님같은 맘들 보면 부럽기만 해요~ *^^*
대단한 후기 잘보고 갑니다 저도 이제 엄마로 첫발을 떼려고 하는데 너무 어려운게 많네요 '나는 엄마로 너는 하나의 사람으로'이 CM이 생각나요 힘내서 영어 공부해봐야겠어요
좋을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