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며 피는 인생 꽃 -
느림보 거북이/글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하였다
물론 삶과 인생을 빗대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작 꽃이 흔들리며
피는 것을 체험해 보니
그 고통과 인고가 얼마나 위대한지
비로소 알 것 같다
4월 중순에 씨앗을 심어
5월 어린이날쯤에 피겠거니 했던
보랏빛 ''수레국화'' 가
7월 첫날이 되어서야
마침내 딱 한송이 폈다.
실내에서 키우다가
볕과 바람 드는 곳인 베란다로
옮기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기어코 꽃 틔움을 본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듯
결실을 얻기 위해 얼마나
몸과 마음의 인내를 감내해야 하는가
고진감래 없이 그냥
나이를 먹은 사람이 있겠는가
실내의 화분에서
꽃을 틔운다는 것 만만한 게 아니다
자양분의 핵심인
토양이 빈곤하다 보니
꽃대가 뒤틀어지고
1미터나 되는 높이의
줄기다 보니 애초부터 야생에서
커야 할 꽃을 집에서
가꾼다는 게 넌센스였었다
그래서 달랑 한송이 핀
이 ''수레국화''를 지칭하길
자수성가 한 꽃이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활짝 핀 꽃을 보여 준다는 야심 찬 꿈은
모두 사라졌지만
온갖 악조건에서
틔어 준 꽃이
어쩐지 고맙기만 하다.
장장 76일 만에 핀
이 첫 꽃의 향기를
맡기 위해 코를 하루에도 몇 번씩
대 보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반추하건대 행여
그대 주변에 노쇄한 사람이 보거든
기꺼이 꽃처럼
대하기를 청해본다
제 멋대로 늙음이 아니고
척박한 사회의 중심에서 피고 지고를
수없이 반복하며
인생의 꽃
그쯤의 나이가 된것이 아닌가
겉보기는 초라할지라도
내심은 고목의 뿌리와 다를 바 없으니
그 깊을 심연의 향기를
공감하고 존중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꽃과 사람은 그냥 피지 않는다.
흔들리며 피는 인생과 꽃이다.
커피를 마시며
비록 초라할 지라도
꽃을 바라 보며
그 어떤 시인의 시를 떠올려 본다
그도 나와 어쩌면
마음이 같았으리..
''꽃은 흔들리며 핀다''
- 거북이 -
첫댓글 반갑습니다.
좋은 글과 영상 감사드립니다
다습하고 더운 날씨인 듯 합니다.
밤낮 기온 차에 건강유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