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08.6.6.

[서초]

지리산 천왕봉 산행

08.6.6(금),

현충일 연휴를 맞아 모처럼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올랐다.

지리산 산행은 몇년전 성삼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뱀사골계곡-반선 코스로 약 11시간 산행 후 두번째이다. 이번에는 중산리-로타리대피소-법계사-개선문-천왕샘-천왕봉-제석봉-장터목 대피소-참샘-백무동 코스로 쉬엄 쉬엄 약10시간이 소요됐다.

6월 5일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원지-진주행 버스에 탑승, 약 4시간만에 원지 도착, 원지에서 중산리행 버스로 갈아타고 45분 정도 걸려 중산리에 도착했다. 중산리 버스 종점에서 1.2km 오르면 중산리탐방지원센타에 이른다. 그곳에서 하루 밤 민박하고 새벽 6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최근에 법계사에서 신도들을 위해 순두류까지 약 3km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절약을 위해 우리일행도 이 셔틀버스를 탔다. 이 버스를 이용하면 천왕봉오르는 길을 약 1시간  가량 절약할 수 있다.

순두류에서 하차하니 등산객을 구조하다 헬기추락사고로 숨진 119소방대원들 8명의 위령비가 있고, 왼쪽에 법계사 가는 등산로표시가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법계사까지는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오를 수 있다.

아침숲길은 정말 한적하고 신선하다. 비가 온뒤의 산행길은 더욱 맑아서 좋다. 녹색 나무잎 위에 앉아있는 물방울들이 영롱한 구슬같다. 새들의 아침인사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한데 어울려 자연의 대교향악이 연주되고 있다.

중산리에서 오르는 코스는 천왕봉에 이르는 최단코스이다.그래도 오르는 시간만  약 4시간 정도는 잡는 게 좋다. 우리일행은  중간 로타리대피소 및 법계사를 여유있게 둘러보다 보니 천왕봉까지  4시간 반이 걸렸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는 넓은 주차장도 있고 민박도 있다. 하루 숙박료 3만원, 새벽에 아침밥도 먹을 수 있고 ,부탁하면 도시락으로 김밥도 싸준다. 지리산은 전에는 두류산이라고고 불렀다 한다.주차장 입구에 두류동이라고 표시해 놓은 돌비석이 서 있다. 이곳 동네가 두류동인가 보다.

새벽 6시에 산행길에 나섰다. 천왕봉을 오른 후 제일 가까운 코스인 백무동으로 내려가도 8시간(오름길 4시간, 장터목능선길 1시간, 내림길 3시간) 에서 여유있게 쉬고 걸을 경우 10시간 정도까지  걸릴 수 있으니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안전을 위해 일출 2시간 이전과 일몰 2시간 전 이후에는 등산로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약 2시간 정도 올라 로타리대피소(1335m)에 도착했다. 이곳은 중산리와 천왕봉 정상의 중간지점으로 중산리에서 2.8km, 천왕봉까지는 아직 2km남아 있다. 이곳에서 천왕봉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하루 숙박 후 정상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2주전쯤  예약해놓은 대피소 예약을 취소했다. 출발전에 다시 예약을 시도하니 이미 만석이다.

로타리대피소 바로 위에 법계사가 자리하고 있다.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50m 높이에 위치한 절이다.

서기 544년(신라 진흥왕 5년) 인도에서 건너 온 연기조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서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법계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에 대웅보전에 불상이 없다.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향해 예배드,리는 법당을 적멸보궁이라 일컫는다.

법계사에서부터 등산로가 조금 가파르기 시작한다.

나무계단과 숲길을 1.2km 정도 오르면 큰 바위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개선문(1700m)이라 한다. 이름 자체가 힘겹게 올라 온 산행길에 다소나마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전쟁에 이긴 군사들이 개선문을 통과하듯 어려운 산행길을 잘 올라왔다고 환영해 주는 듯... 이곳에서 천왕봉까지는 800m 남짓  남아 있다. 이제 거의 다 올랐구나 하는 기분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개선문을 지나 200m 가량 가면 기둥바위가 나오고 숲길을 조금 더 지나면 앞이 탁 트인 곳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웅장한 능선이 보이고 운무가 하늘을 덮고 있다. 운무 사이로 지리산 능선과 봉우리들이 보인다. 제석봉 방향 능선이다. 제석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산비탈에 선 소나무 한 그루와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감탄사를 뒤로 하고 철쭉밭길을 조금 오르면 곧 천왕봉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바위에 이른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온통 봉우리를 덮고 있어 천왕봉 정상을 좀처럼 보여주질 않는다. 신비로운 기운이 산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 하다. 한참 기다려서야 겨우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를 살짝 볼 수 있었다.

뒤에 뾰죽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가 천왕봉 정상. 등산객들의 모습이 흐미하게 나타나고 오른 쪽으로는 정상으로 가는 바위계곡이 보인다.

정상 직전 오르는 길목에 마지막 샘이 하나 있다. 천왕샘이라고 부른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이 서부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의 발원지라 한다. 이 샘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경호강과 남강댐에서 합류하여 남강을 이루고 낙동강으로 흐른다.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지리산의 정기를 마셔본다. 시원하기도 하려니와 1900m  높이에서 나오는 샘물이라 느끼는 맛이 더욱 색다르다.

드디어 천왕봉 1915m 정상.

정상은 온통 바위봉우리로 되어 있다. 내가 올라온 중산리까지 거리가 5.4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가면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향하고, 오른 쪽은 대원사 가는 코스이다.

어느 새 먼저 올라왔는지 정상에는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겨우 틈을 찾아 1915m 천왕봉 표지석 옆에 서서  증명사진 한장 찍어 본다.

천왕봉 정상 사방은 온통 운해로 둘러쌓여 있다. 구름모양이 계속 변하면서 산 허리와 능선을 어루만지고 있다. 천왕봉은 구름바다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산봉우리를 휘감고 도는 운해의 파도가 장관이다. 쓰나미처럼 하늘로 치솟았는가 하면 어느 새 잠자는 공주처럼 잠잠해지기도 한다.

멀리 제석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구름속에서 보이다 말다 한다. 행여 오랫동안 운해속으로 숨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마져 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모양에 취하다 보니 정상에서 거의 한시간 가량 머물렀다. 아예 내려가지않고  이곳 정상에서 영원히 한조각 바위로 남아있고 싶다.

정면에 큰 계곡이 보인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중의 하나인 칠선계곡 같다.  지도를 보면 천왕봉 바로 아래가 칠선계곡이다. 마천의 추성동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9.7km구간이다. 칠선계곡은 지난 5월 5일부터 10년만에 개방됐다고 한다. 아직은 정비가 덜 돼 있고 험한 곳이 많아 사전 예약제로 제한적으로 안내를 받아 오를 수 있다. 5-6월, 9-10월간 1년에 4개월만  개방하되 1주일에 4회(월,목-올라가기, 화, 금-내려오기만), 하루에 40명만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올라 온 방향으로 내려다 보이는 암봉이 운해속에서 돋보인다.

오를 때 정상 조금 못미쳐 전망바위에서 보였던 천왕봉 바로 앞 봉우리가 이 암봉인가 보다.

천왕봉 정상 바로 아래에는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어 날씨가 좋으면 등산객들이 편히 쉴 수도 있고 식사도 하면서 지리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등산객들 수백명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도 하고 담소도 즐기고 있다. 사방조망이 너무 좋으니 내려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천왕봉 왼쪽으로는 거대한 능선이 공룡처럼 누워 있다. 이 능선이 제석봉-장터목-벽소령-임걸령-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다.

천왕봉에서 충분히 쉰 후 장터목가는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천왕봉에서 제일 가까운 봉우리인 제석봉(1808m)가는 길 옆의 고사목이 예술품이다.

가지 가지 마다 오랜 세월 정상능선에서 모진 비바람을 이기고 버텨온 기상이 훈장처럼 서려 있다.

제석봉을 넘어오는 등산객들의 행렬이 보인다. 순례자들의 모습처럼 장엄하고 대견스럽다.

제석봉에 도착, 이곳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천왕봉과 중산리방향, 연하봉 방향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지나 온 천왕봉 정상능선이 장관이다. 정상은 아직 피지않은 한송이 꽃 봉오리같다.

오후 1시경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천왕봉에서 약 1시간 걸렸다. 이곳 높이도 해발 1653m이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인 이곳 장터목에서 하루 밤 자고 새벽에 정상에 오르는 것이 가장 좋다.

장터목이란 명칭은 '산청군 사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팔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장터목대피소는 1971년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지리산 산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986년 80명, 1997년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150명이라 해도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다.

이정표를 보니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 5.8km, 중산리 5.3km의 거리이다.

장터목에서 10분 정도 쉰 후 백무동으로 출발했다.

장터목에 붙여진 시간표시 이정표에는 백무동까지 4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직접 내려와 보니 3시간이 걸렸다. 4시간은 오르는 시간 기준인 것 같다. 지리산 자체가 깊은 산이라 안전산행을 위해 여유로운 일정 기준으로 잡다보니 4시간으로 표기해 놓았는지도 모른다.

백무동 코스는 중간까지는 능선, 하단은 계곡코스로 되어 있는데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고 오붓한 숲길이라 걷는 맛도 있었다. 다만 돌길이 많아 계속 발을 조심해야 된다.

약 1시간쯤 내려오니 망바위 쉼터(1460m)에 이른다. 장터목에서 1.5km거리이다.

이곳에서 소나무 사이로  지리산 주능선의 경관이 한눈에 보인다. 마치 바다위의 수평선같다.

다시 1시간쯤 더 내려오면 참샘쉼터가 있다. 이곳 높이도 해발 1125m이다.

이곳 참샘쉼터는 백무동-장터목의 중간지점으로 이정표를 보니 장터목까지 3.2km, 백무동까지 2.6km이다.

백무동코스는 돌길이 많다. 거칠게 놓여진 돌길도 있고 가지런하게 다져진 돌길도 있다. 발을 잘못 디디면 삐거나 다칠수 있기 때문에 산행길 내내 발을 조심해야 된다.

참샘샘터 아래에서부터는 왼쪽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다. 숲의 정기를 받고 새소리, 물소리에 취하다 보니  온종일 걸린 산행인데도 피로한 줄을 모르겠다. 오후 4시경에 백무동야영장에 도착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정상을 넘어 이곳까지 여유있게 오다보니 천왕봉에서 쉰 1시간을 포함해서 총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백무동 야영장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가면 동서울 터미널, 인월, 함양으로 가는 버스도 출발하는  버스터미널이 있다. 백무동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되며, 1시간 반, 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지리산은 역시 우리민족의 영산이요. 어머니의 품같은 산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져 있는 천왕봉 정상의 표지석 글 처럼, 백두대간이 마무리되는 거대한 산줄기에서 우리가 걸어 온 굴곡의 역사와 세월을 본다.

아름다워라

세석고원 구릉에 파도치는 철쭉꽃

...중략...

나는 다시 구불거리고 힘겨운 길을 따라

저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고요하게 엎드린 죽음의 산맥들을

온몸으로 밟으며 넘어가야 한다

이 세상으로부터 칼을 품고, 그러나

서천으로 물들이는 그리움으로

저 절망의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정직하고 줄기차게 자유를 향한 이념을 불태우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급류에 휩쓸려  1991년 불과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감한 여류시인 고정희는 그렇게 노래했다. 아름다운 철쭉이 파도치는 지리산을 울음을 참으며 그리움을 품고 절망의 능선을 넘어가는 시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민족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함께 읽는다.

운해속에 힐끗 힐끗  보이는 신기루같은 봉우리들, 그 희망과 그리움을 찾아 나 역시 오늘도 힘겨운 능선을 넘고 또 넘는다. 나약해져가는 육신과 영혼에 매서운 채칙을 가하고    온몸으로 산등을  밟으며 천왕봉을 넘는다.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무처럼 가슴속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불꽃을 맘껏 품어낸다. (글,사진/서초)

[흥재]

서초고문님~~~ 천황봉정상.세번이나 올랐었지만 고문님의 후기글 보고서야 이제지대루 보고.느끼며.실감납니다 좋은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

[산천]

소중한 후기 잘 읽고 갑니다. _()_

[희망봉]

후기가 멋지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현대]

즐감하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

[팔당대교]

형님 좋은 데 다녀 오셨군요... 즐감하고 갑니다.. 담엔 나도 같이 좀....산악인대교

[문향]

멋진 곳에 다녀 오셨네여^^

[송파]

후기 잘읽구갑니다....앞으로는 번개쳐서 산우님들 델구가세요..............

[각시탈]

성님~ 같이한번 가시죠...

[불사화]

멋진산행을하고 오셨군요.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지리산인데, 수고하셨습니다. 후기 잘 보고 갑니다. ^^*

[궁터]

멋지단 말만 생각납니다....사진,,,글,,,잘 보고,,,많이 느끼고 갑니다....^^

[와송]

천왕봉 오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글구 얼렁 책내세요.출판기념회에 꼭 참석하겠습니다...

[메아리]

지리산 산행기,종주기는 누가 써도 누가 읽어도 좋은거 갔슴니다.수고하셨슴니다.

[마가렛]

와우!~~ 지리산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생생한 사진과 글~~ 감동입니다.

[알로에]

지리산 산행기 잘 보았어요.생생한.사진과 글 훌륭합니다 날씨가 좋았군요 지리산 아직 못가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