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 입시철이면 예체능계 지원 판세는 가히 시계제로다. 입시전문업체들조차 인문·자연계열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 예체능계 지원자들은 정보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가와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대학 정시 선발인원 중 예체능계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시모집에서 수능·실기 동시반영으로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계열별, 대학별로 '난수표 전형'이어서 지원자들은 사전에 면밀히 셈법을 따져봐야 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대학들은 예체능계 실기고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정시 예체능계는 수시와 달리 실기와 수능 모두 준비해야 돼 수험생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시 선발인원, 수시의 1.7배 규모
5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수도권대 정시 선발인원(정원내) 5만1715명 중 19.6%인 1만139명이 예체능계열이다.
정시 합격자 5명 중 1명은 예체능 전공이라는 의미로 수시 선발인원(5942명)의 1.7배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456명(53.8%)이고 경기 4191명(41.3%), 인천 492명(4.9%) 순이다.
부문별로는 미술이 43.0%(4357명)를 차지했고 체육 24.9%(2522명), 음악 23.1%(2348명)로 뒤를 이었다. 연극영화계열은 6.5%(658명), 문화예술콘텐츠학과·예술학과 등 기타는 2.5%(254명)로 집계됐다.
음악계열 선발규모는 중앙대(안성)가 190명으로 가장 많고 이화여대 188명, 수원대 170명, 경희대 112명, 성신여대 110명 등이다.
미술계열은 국민대 295명, 중앙대(안성) 249명, 성신여대 215명, 건국대 197명, 수원대 193명 순이다.
체육계열은 한국체대(293명)가 가장 많이 뽑고 용인대 194명, 경기대 150명, 수원대 127명, 경희대(국제) 126명 등이다.
연극, 영화, 공연계열 선발규모는 서경대 107명, 동덕여대 64명, 동국대 44명, 대진대 39명, 단국대 35명 순이다.
◇수능반영 선발비율 97% 달해
예체능계의 경우 수시에서는 실기, 면접, 학생부, 서류 등으로 선발하고 수능은 일부 대학에서 최저학력기준으로만 적용한다. 수시에서 예체능계 수능최저학력 반영 대학은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 한양대(에리카 ) 등이다.
하지만 정시에서는 실기, 학생부 외에 수능 성적을 일정 비율 반영해 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수도권 정시 예체능계에서 수능 반영 선발비율은 97.3%(9864명)에 달한다. 수능성적을 적용하지 않는 비율은 2.7%(275명)에 불과하다.
수능 미반영 대학은 강남대, 그리스도대, 삼육대, 인천가톨릭대, 한국체육대 등으로 음대는 7곳, 미대는 2곳, 체대는 2곳이다.
서울·수도권 정시 예체능계에서 수능 반영 비율이 40% 이상인 학과는 59.1%(5991명)이다.
수능 100%로 선발하는 인원 비율은 4.1%(419명)로 음대는 경희대(국제)이고 미대는 신한대, 한국산업기술대, 삼육대, 안양대, 경희대(국제), 단국대 등이다. 체대는 한국체대, 한양대, 삼육대, 인천대, 경희대(국제) 등이 있다.
이들 대학도 일부 학과만 수능 100%로 선발하는데 주로 디자인학과와 생활체육 관련 학과에 몰려있다.
◇실기 반영비율 91%…학생부 비율은 46%
실기를 반영해 선발하는 인원은 9257명(91.3%)으로 압도적이며, 실기 없이 선발하는 인원은 882명(8.7%) 수준이다.
실기 미반영 대학은 홍익대, 경희대(국제), 단국대, 안양대, 한경대 등으로 음대는 2곳, 미대는 12곳, 체대는 6곳이다. 이들은 주로 학생부와 수능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서울·수도권 정시 예체능계에서 실기 반영비율이 40% 이상인 학과는 75.1%(7611명)이다.
실기 100%로 선발하는 대학은 강남대 일반전형 독일바이마르음악학부 1곳으로 수시 이월인원이 생기면 충원한다.
결국 정시 예체능계는 수시와 달리 실기와 수능 모두 준비해야 돼 수험생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학생부를 반영해 선발하는 인원은 4709명(46.4%), 반영하지 않는 인원은 5430명(53.6%)으로 학생부를 평가해 뽑는 규모가 상당하다.
한편 지난해 전국 예체능계에서 정시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학과는 한양대(에리카) 실용음악과(보컬)로 4명 모집에 867명이 지원해 216.8대 1을 기록했다. 또 경쟁률 톱 20 학과는 모두 실용음악, 연기관련 분야였다.
◇지원학과 수능 반영비율 따져봐야
서울·수도권 정시 예체능계 선발인원의 97.3%가 수능점수를 보는 만큼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 학과의 수능 반영비율을 반드시 따져봐야한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최상위권 예체능계열의 경우 수능반영비율이 최소 20%에서 60%나 되기 때문에 지원시 실기는 물론 수능 반영비율도 체크해 유리한 대학을 찾아야 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수능 80%와 실기 20%로 평가한다. 서울대 음대·미대는 수시에서 100% 선발한다.
연세대 예체능계열의 경우 스포츠레저학과(수능 55%), 체육교육학과(수능 40%)를 제외하면 학생부 10%, 수능 20%, 실기 70%로 뽑는다.
홍익대 미술계열은 1단계(3배수)에서 수능 100%로 거른 뒤 2단계에서 학생부 20%, 수능 60%, 서류 20%로 충원한다.
임성호 대표는 "수시지원 경향을 보면 소위 'SKY' 체육계열 지원자는 대개 3등급 중하위권으로 백분위로는 80점(상위 20%) 수준"이라며 "이들 대학은 국·영·수·탐구영역을 모두 반영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연세대, 홍익대 등 상위권대 음악·미술계열은 국어와 영어를 집중 반영하는데 특히 영어 비중이 높다"면서 "수능성적은 2등급~3등급 초반이면 안정권이고 3등급 중후반이라도 실기에서 고득점을 받으면 합격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수능 반영 낮은 대학은 실기비중 높아
수능성적이 높다면 중앙대, 동국대, 한국체육대 등 수능 100%를 반영하거나 수능 반영비율이 70~80%인 성균관대, 중앙대, 건국대, 서울여대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
주로 디자인학부, 연극, 영화, 공연연출 학과는 실기를 반영하지 않고 수능으로 선발하기에 수능이 유리한 경우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중앙대 영화과,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건국대 영화학과 연출제작 등이 해당된다.
반대로 수능 성적이 낮은 경우 수능반영비율이 5~10%의 국민대, 추계예술대, 서울기독대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들 대학은 실기 반영비율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단계별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경우 1단계에서 수능 또는 수능·학생부로만 선발하기에 수능점수가 낮으면 2단계 실기조차 못 볼 수 도 있다. 수능점수가 낮을 경우 지원을 피해야 한다.
홍익대(미대), 서울시립대(산업디자인과·스포츠과학과), 서울과기대(디자인학과·금속공예학과) 등은 1단계 수능 점수로만 3~4배수를 추리기에 수능 점수가 낮으면 실기를 볼 기회조차 박탈된다.
반면 국민대(음악학부), 연세대(교회음악·성악·관현악·피아노 등) 등은 실기 100%로 1차를 치른 뒤 2차 때 실기·수능 점수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이들 대학은 실기로 1차 관문을 넘어야 하기에 실기가 수능보다 중요하다.
실적 반영이 가장 높은 대학은 한국체육대의 체육특기자전형(체육학과)으로 경기입상실적을 90% 인정한다.
서울기독대 경시대회입상자전형 무용학과가 수상실적 및 성적 70%를, 경희대(국제) 일반전형 태권도학과가 실적 60%와 수능 40%를 반영한다.
서울지역 주요대학은 정시 예체능계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화여대, 홍익대의 경우 농어촌전형 등 일부 정원외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을 적용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