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기] 고전이란 무엇인가

[또생또]

[좌담] 우리에게 명저란 무엇인가

신동아 편집부(1985). 『현대 한국의 명저 100권:1945-1984년』. 『신동아』 1월호 별책부록. 12-23쪽.

* 입력 정리: 또물또 통합교육 연구소(2000)

참석자 (가나다순)

김태길(서울대 교수, 서양철학)

변형윤(서울대교수, 경제학)

이광주(전주사범대학장, 서양사학)

차주환(서울대 교수, 중문학)

최재석(고려대 교수, 사회학)

사회: 김윤식(서울대 교수, 국문학)

<제목 차례>

동양에서는 저술을 통해 이름을 남겨                                                     2

서양에서의 古典의 개념                                                                 2

상반된 두 저술이 다 명저가 될 수 있어                                                  3

사회과학에 있어서의 고전                                                               3

철학자의 경우는 主著가 많아                                                            4

經․史․子․集이란                                                                          5

해방 40년간 우리 학계의 동향                                                           6

사회에 대한 자각과 문제의식                                                            7

한국 경제학계의 최근의 흐름                                                            7

󰡔진정한 쟁이 정신󰡕의 결핍                                                              8

독창성 있는 철학이 요구돼                                                              9

학문의 퐁토. 학문의 자유가 문제                                                        9

동양에서는 저술을 통해 이름을 남겨

사회: 우선 이야기를 고전 또는 명저란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동양의 고전 또는 명저에 대해서 차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차:‘古’자는 글자 그대로 오래된 것, 옛날에 나온 것을 의미하고, ‘典’이라는 것은 ‘法’이니까 무슨 표준, 곧 나라 다스리는 표준이라든지 사회공동체의 행위규범의 표준이라든지 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나왔다고만 해서 고전이 아니겠고, 옛날에 나와서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어떠한 법이라고 할까, 표준으로 남는 것을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그러한 기능을 하는 책이라면 고전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治國이나 治人 治家의 기본 되는 책들이 오래 전부터 고전으로 받들어져 왔는데, 이를테면 유교경전같은 것을 얘기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것들은 오해된 것이기 때문에 언어상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해석이 시대에 따라서 각각 다를 수가 있게 되지만,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나온다고 해서 그 고전이 죽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가치와 의의를 갖게 되지요.

사회: 동양에는 ‘述而不作’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짓지 않고 기술한다 하였는데, 그렇다면 고전이라는 것과 저술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릅니까 ?

차: 저술에 대해서 동양에서는 무척 높은 평가를 합니다. 사회나 국가 민족을 위해서 큰 일을 한다거나 남의 사표가 된다든가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때문에 후세에 빛나게 남길 수 있는 것을 저술, 소위 ‘立言’이라고 해서 저술을 굉장히 높이 평가합니다. 그 저술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그냥 베끼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나름으로 깊이 연구해서 사람이 살아 나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또 자기가 거기에서 얻은 어떤 경험을 그런 방향에다가 설명도 하고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야만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지요.

사회: 가령 주자의 저술 같은 것은 고전에 속합니까 ? 주자는 유가경전에 대해서 해설을 한 사람에 불과한데….

차: 그렇지요. 해석이 여러 갈래가 있을 경우 주자의 해석을 정통으로 받든다 하는 방향이 설정되면, 그 때부터는 그것이 원래의 고전에 못지않은 가치를 부여받아요.

그래서 주자의 『大學』이나 『中庸』注는 경전에 육박할 정도의 가치 부여가 됐다고 볼 수 있지요. 주자의 경우는 고전으로 하여금 자기 철학을 설명시키는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어서 주자의 주장을 新儒學이라고까지 명명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의 古典의 개념

사회: 서양에 있어서의 고전의 개념은 어떨까요.

이: 차 선생의 말씀과 많은 점에서 유사한데,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고전은 제l급의 문예작품을 의미하였습니다. 그리스․로마적인 전통에서 대체로 I8세기 계몽주의시대까지는 클래식이라 할 때에는 시문예작품을 말한 것 같아요. 그러나 계몽주의시대 이후에는 사회과학이 성립되고 발전되면서 근대적인 고전의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두 번째로 고전이라 하는 것은 유럽 문화에 있어서의 뿌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호메로스라든가 플라톤의 저작은 전통적으로 유럽사회에 있어서 유럽 문화의 뿌리로 이해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세 번째로 영구적이며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다 하는 것을 들 수 있어요. 또 하나 대단히 아름다운 문체다 하는 것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동양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세련되고 아주 높은 곳을 향하는 문체가 대단히 강조된다….

사회: 동양에서는 道를 싣는 기구라 해서 文을 보는 것과 文 자체의 문학적인 것을 비교한다면 도쪽에 더 비중이 크지 않습니까 ?

차: 그렇게 분리해서 얘기할 수는 있지만, 실제는 詞達意라 해서. 말이라는 것은 자기 뜻을 통달시키기만 할 따름인데, 자기의 뜻을 완전무결하게 통달하게 하려면 거기에 알맞은 글이 이루어져 야 한다고 꼽니다. 다시 말해서 道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소동파같은 사람은 사달의라는 말에는 문장에 대한 깊은 고려가 들어 있다고까지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도를 실을만한 충분히 세련된 말이라야 되겠지요.

사회: 그러면 동서양이 문체의 아름다움이라 하는 것은 같다고 볼 수가 있겠군요.

상반된 두 저술이 다 명저가 될 수 있어

김: 철학에도 고전이란 말이 적합한지 흑은 명저(masterpiece)란 말이 적합한지 모르겠는데, 문학적인 평가를 안 받는 저서 중에도 고전 또는 명저로 일컫는 것들이 있어요. 그것들의 공통된 점으로는 창의성 내지는 독창성이 가장 큰 특색이고, 또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철학은 앞의 사람 것을 이어받아서 발전시키게 되는데, 이런 철학적인 사조의 뿌리 구실을 한 저술이 명저 내지는 고전으로 일컬어졌고, 따라서 반드시 객관적으로 진리에 해당하는 학설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왜 그런고 하니 서로 정반대 되는 두 저술이 다 같이 명저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볼 때는 그것이 진리다 진리가 아니다 하는 것보다는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 그러한 저술이 중요하지요.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상의 씨 혹은 뿌리가 거기에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사회: 철학뿐이 아니겠지요. 빈틈이 없다 하는 것보다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폭제를 담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김: 철학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빈틈없이 잘 정리된 것보다 거기에 여러 가지 비판 받을 수 있는 틈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발전할 수 있는….

사회: 다시 말해서 진리가 아니다라기보다도 진리가 여러 가지 있다는 뜻으로….

김: 철학에서는 진리다 아니다 하고 해답이 반드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자꾸 또 논의되고 하니까 어떠한 새로운 논의의 시발을 이루었다든지 이렇게 보아야 되겠지요.

이: 서양의 지성사를 보면 대개 I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시대까지와 그 이후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예컨대 볼테르나 루소, 백과전서파들을 보면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희곡도 쓰고 또 철학적 논문도 쓰고 미술비평도 했어요. 말하자면 모든 것을 했는데, l9세기에 들어오면서 분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문학과 사상이 하나가 된 철학이 아니라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

변: 경제학의 경우는 고전이라고 할 때에는 대체로 아담 스미드에서부터 얘기가 되지요. 즉 근대적인 학문의 체계를 갖춘 때부터 말해지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아까 김태길 선생이 영향을 많이 미친 점을 말씀하셨는데, 그 점은 틀림없겠지요. 그것을 우리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는,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의 학파를 창립하거나 독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의 주저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그 나름대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어떤 새로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 책을 읽음으로 해서 무엇인가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사를 많이 주는 것을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문장과 사상과의 관계를 말씀했는데 저는 그것을 지성과 감정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와 닿아야 하거든요. 아주 논리적이고 체계적 이면서도 우리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사회과학에 있어서의 고전

최: 저는 좁은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학문을 떠나서 고전이라고 할 때에는 문학 작품을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회학의 고전이라고 하면 I9세기의 오귀스트 꽁트부터 따지게 되지요. 물론 학문의 줄기는 어느 학문이나 희랍부터 따지는 것 같습니다만 근대적 의미의 사회학에서는 꽁트의 『실증철학』부터 따지지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초기의 사회학 저서는 상당히 사상적인 면, 철학적인 면이 있었어요. 사실 실증주의자 입장에서는 이런 것을 상당히 비판하지요. 그래서 빈정대는 말로 사변적이라고 하는데, 하여튼 초기의 학문은 사상적인 것 철학적인 것이었고, 그런 전통은 베버에게 강하게 남아 있지요. 그 뒤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견해, 새로운 주장이 나왔는데, 학파에 따라서 진화론을 강조한다, 구조기능론을 강조한다, 베버처럼 사회행동을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학파가 될 수 있는 최초의 학설 주창자를 고전이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사회학의 전체적인 경향으로는 철학적이고 사상적인 것으로부터 실증적인 것으로, 다시 말해서 사회과학이 순수한 자연과학이 될 수 있나 없나는 차치하더라도 어느 정도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서 이해될 수 있고 설득될 수 있는 그런 경향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40～50년 전의 책은 잘 써도 고전이라고 안해요. 역시 연륜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 현대철학에서 명저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반드시 고전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현대 것은 고전이 아니지요. 후세에는 고전이 될지 모르지만.

차: 동양에서는 고전이라고 하면 굉장히 엄격한 한계가 있었는데, 先秦시대 이전 것만이 고전이고 그 후로는 다 명저입니다. 그러니까 현재를 기준으로 할 때에 시대가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지요. 前漢시대 後漢시대로 내려와서는 고전을 해석하고 또 고전의 정신을 받아 새로운 저술을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해왔어요. 이를테면 사마천의 『史記』같은 것도 지금은 고전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역사 서술이 『尙書』나 『春秋』처럼 경전 가운데 있거든요. 그러나 요즈음은 몇 천 년의 역사가 흘렀으니까 그냥 좀 오래된 과거의 저술, 그리고 문화유산이라는 의미로서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많이 생겼지요.

김: 현대의 철학서적 중에서는 거기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찬동하는 사람이 많은 학설을 낸 저술이 반드시 명저라기보다도 반대론이 많이 나온 것도 명저가 돼요. 다시 말하면 문제작이라고 할까, 굉장히 많은 철학적인 문제를 일으켜 거기서 또 다른 많은 저술이 파생돼 나오는, 이처럼 문제성이 강한 것이 명저로서 평가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요.

변: 경제학의 경우에는 고전이라고 하는 것이 대게 정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학파 창립자의 주저, 그 다음에 그것을 보충하는 것이 고전이 되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아담 스미드의 『국부론』은 그야 고전이지요.

사회: 그러면 틀림없는 고전이군요(웃음). 그리고 감성적인 요소도 꽤 있습니까?

변: 네, 있지요. 그 다음에 마르크스의 『資本論』은 무척 어렵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니까 고전에 들어가지요. 그 다음에는 사람에 따라 좀 다른데, 자본주의가 죽는다고 하는 쪽을 내세운 것이 마르크스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곧 수정자본주의의 길을 택하면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주장이 있지요. 여기에서 마르크스냐 케인즈냐 하거든요. 그러니까 케인즈의 『일반이론』은 역사는 불과 얼마 안 되지만 일단 한번은 읽어야 될 책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새뮤엘슨은 아담 스미드의 『국부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그리고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고전으로 들었어요. 그 외에 학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책들은 많은데, 그것은 명저라고 해도 좋고요.

사회: 그 세 가지는 틀림없이 고전이고 나머지는 명저다.(일동 웃음)

변: 그 외에도 고전이 있지만 고전과 명저를 구별하여 몇 개만 고르라 할 때에는 구별이 되지요.

철학자의 경우는 主著가 많아

최: 사회학 쪽에서는 프랑스의 오귀스트 꽁트의 『실증철학』이 최초의 사회학적이고 과학적인 책이었고, 그 다음에는 영국의 하워드 스펜서의 『第一原理』라는 책이 있고, 독일에 건너와서는 아다시피 막스 베버의 『경제와 사회』를 꼽을 수 있겠지요. 또 퇴니스의 『공동사회와 이익사회』가 있겠고, 에밀 뒤르껭의 『자살론』 등이 대개 고전이라고 얘기되는 것들이지요.

김: 엄밀한 의미로는 클래식이라 하면 희랍 것을 의미해서 마치 ‘先奏 이전’이라는 것과도 유사한 얘기인데, 희랍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쌍벽이지요. 그 다음에 중세기에 와서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근세와 들어와서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쯔, 칸트, 헤겔로 쭉 내려오는 것이지요. 또 철학에 있어서는 한 사람의 저술이 많습니다. 그것이 다 연결되어서 큰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권만 가지고 고전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칸트만 하더라도 주저가 세 가지가 있고 헤겔도 여러 개고, 특히 플라톤의 저서는 수십 편인데, 그 중에서 플라톤의 주저가 어떤 것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회: 그런 면이 있겠네요. 다른 영역과 달라서 철학은 복잡하겠어요.

김: 다른 과학을 하는 분들의 주저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있겠지만, 철학자의 저서는 다 철학적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철학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러 개가 아니겠나 생각해요.

이: 역사학에서는 희랍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저서가 고전에 틀림없지요.

사회: 호메로스의 저작들은 역사 쪽에서 취급합니까?

이: 역사라기보다는 문학 쪽이라는 것이 낫겠지요.

사회: 서양에서는 호메로스를 통해서 역사를 가르친다고 하는데요.

이: 호메로스는 역시 폴리스 이전의 역사에서 중요하겠지요. 근대 역사학에서는 랑케를 꼽을 수가 있지요.

사회: 그 특징도 설명해 주시지요.

經․史․子․集이란 

이: 랑케사학은 대단히 과학적인 고증과 역사기술의 객관성을 중요시합니다. 랑케 이전에는 역사학이 문학과 별로 구별이 안 되었읍니다. 그것이 랑케에 이르러서 철저하게 과학적인 고증, 역사의 객관성을 강조한 사학으로 성립하여 그를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근대 역사학의 체계를 세웠다는 획기적인 뜻이 있겠고, 또 하나는 랑케의 역사학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유럽에 있어서의 내셔널리즘과 관계가 있습니다. 유럽에 있어서의 국민국가의 형성을 말하자면 학문적으로 사상적으로 뒷받침했다는 것이지요. 시대적인 의미가 강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오늘날 그의 역사학이 비판을 받는 원인도 됩니다.

그 다음에 영국의 기본의 저서도 중요시해야 하겠지요. 기본의 저서는 문학하는 사람도 많이 읽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고전의 성격이 강하지요. 말하자면 전문적인 역사학뿐 아니리 문예물로서 교양서적으로 읽혀지는 것이지요. 제 취향으로는 l9세기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에 있어서의 르네상스』같은 저서도 오늘날 대단히 높이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문화사가인 네덜란드의 요한 호이징거도 중요하지요. 호이징거의 저술은 어떤 의미에서 현대적인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그의 『중세의 가을』같은 것을 보면 이것은 하나의 시적인 작품 같아요.

사회: 호이징거의 『중세의 가을』은 번역이 되어 있습니까?

이: 아직 안되어 있어요. 그 다음에 토크빌을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 토크빌은 유럽의 몰락을 예언하면서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미국의 데모크라시에서 구했어요.

차: 근래에 들어와 중국은 서양 것을 받아들이는데 몰두하다 보니까 문학은 그렇지 않지만 철학 면에서는 명저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요.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經․史․子․集이라고 해서 고전과 명저를 네 가지로 구분했어요. 經이라는 것은 순전히 유가경전이지요. 문학적 성격을 갖든 철학적이든 역사적이든 유가경전이면 전부 다 경에다 집어 넣습니다. 史는 그 경을 빼놓은 다른 역사서지요. 선진시대에도 많지요. 『國語』라든지 『전국책』이라든지. 또 『사기』로 시작해서 25史라고 하는 것이 있고, 통치자들을 위한 10通이 있어요.

老子 莊子 管子 商子같은 사상가들의 저작은 다 子에다 포괄하지요. 그리고 후세에도 독특한 지기 주장을 한 것은 전부 子에다 넣고 있어요.  集이라는 것은 시와 문장이지요. 말하자면 문화활동인데, 옛날에는 그때그때 느낀 것을 시로 쓰고 문장으로 썼기 때문에 평생에 쓴 것을 다 모아 가지고 일대의 문필활동이라는 의미에서 集 자를 붙인 것이지요. 따라서 모두 다 集이 있게 되는데, 여기에는 시와 문장 등 창작성이 있는 것 외에 문학비평 문학이론도 포괄시키고, 또 종래에는 시와 문장 등 창작성이 있는 것 외에 문학 비평 문학이론도 포괄시키고, 또 종래에 별로 평가를 안해 주던 詞曲이라고 민간 중심으로 하는 문학도 集에다 넣습니다.

해방 40년간 우리 학계의 동향

사회: 이제 우리나라의 저술에 대해서 얘기하지요. 제일 어려운 것 같은데….

차: 요즈음 민족문화추진위원회 같은 곳에서 고전을 번역한다고 그러는데, 그것은 대부분이 한문으로 기록된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에요. 조선시대까지는 대체로 공적인 문필활동을 한문으로 했거든요. 그런데 과거 우리 선열들이 한문으로 문필활동을 했다 해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자기 자신을 왜소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회: 국문학에서는 그 문제가 근래에 해소됐습니다. 과거에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는 우리 국문으로 표기된 것을 표준으로 많이 해 왔는데, 근래에 와서 표기는 무엇이 됐든 지간에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의 사상이나 생각을 쓴 것은 전부 고전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사의 폭이 대단히 넓어졌어요.

차:󰡔신동아󰡕의 한국 현대의 명저 1백선 속에는 해방 이전부터 노력하던 것이 해방 후에 정리되어 발표된 것이 꽤 많아요. 요즈음 한국학이라든가 혹은 한국의 학문이 그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처녀지라고 할 수 있는 미개척 학문분야가 너무 많아요. 이를테면 여기에 많이 들어와야 할 것으로서 아직도 학자들이 손을 대지 않은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국엔 학자의 층이 얇아서 어떤 한 곳을 연구하게 되면 그 부분을 동시대에서나 후속해서 깊이 연구하는 것이 적기 때문에, 처음에 개척하는 사람의 것이 나온 다음에 그것을 다시 시정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 약한 것 같아요. 여기에 제 책이 하나 들어가 있지만 더욱 진지하게 연구하면 그러한 책은 바로 극복할 수 있어요. 이와 대학도 학자도 많이 생겼으니까 학자의 벽을 두텁게 해서 힘찬 저력이 있는 좋은 저술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한국의 철학은 처음에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독일철학이 한국 철학계를 장악했다고 할까, 거의 압도적이었습니다. 해방 40년으로 보더라도 50년대까지 한국 철학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의 사상을 연구한다. 예컨대, 그 사람은 󰡔칸트󰡕 연구가다, 그 사람은 󰡔하이데거󰡕연구가다 이랬었는데, 사실 누구를 연구한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역사가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철학자의 할 일은 어떤 철학적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 겠지요. 그러나 초창기에는 외국 것을 우선 받아들여야 할 단계니까 처음에 누구 연구가다 하는 개인연구의 단계가 있다가, 그 다음에는 묶어서 가령 실존철학을 연구한다든지 프래그머티즘 연구라든지 하는 폭넓은 思潮연구가 좀 있었어요. 그리고 70년대 후반기부터는 상당히 문제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그 사람 누구 연구가다 하면 아마 화낼 거예요. 형이상학적인 문제라든지 윤리학적인 문제라든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금 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는 발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것은 어떤 체계적인 저술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때문에 어떤 원전이라고 할까 이런 것들의 해설 속에 자기의 비판같은 것이 섞인 저술들이 많을 거예요. 좀 더 독창성 있는 저술이 기대되는 것은 단행본보다는 우선 논문일 것입니다. 논문에서 먼저 독창성이 나오고 그 다음에 그것이 오래 가야 독창성 있는 단행본이 나오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고, 약간 독창성 있는 논문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되고 앞으로는 지금 한국 현대의 명저 1백 권에 열거된 것보다 나은 보다 새로운 사상이 담긴 철학 저술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50대 초반, 40대 후반, 또는 30대 후반, 이런 소장 층에서 좋은 책을 낼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자각과 문제의식

 이: 한국의 서양사학도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셈입니다. 일제 때 일본에서 서양사를 한 분들이 광복 이후 50년대까지 대체로 계몽적인 역할을 했어요. 그 분들은 따로 전문 분야가 없이 금년에는 독일사학을 하다가 다음해에는 영국사를 강의하는 식이었습니다(웃음). 그러면서 l950년대 후반부터 어느 정도 전문적인 분야로 간 것 같고, 70년대 이후부터는 주목할 만한 논문이 전문분야별로 나올 수 있었어요. 다만 중세사를 본격적으로 전공한 분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와 함께 서양사연구에서 특기할 것은 l970년대 후반부터 이제까지의 정치사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점차 사회사에 눈을 뜨고 또 본격적으로 사회사 방면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l970년대 후반기에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정치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사회를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와 사회과학󰡕이라는 저서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한국서양사학회를 짊어지고 있다고 할까, 그런 분들 열 분이 유럽과 미국에 있어서의 사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학의 새로운 동향을 이 땅에 처음으로 소개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철학에서 말하는 문제의식하고 비슷한…….

이: 비슷하겠지요. 이러한 포괄적인 사회사적 인식은 다분히 한국사를 하는 분들한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역사 이외에 문학을 한다든가 사회학을 하는 많은 사람들한테도 역사적인 인식이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양사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단히 적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서양사부분은 4권밖에 안돼요. 하옇튼 서양사학이 어떤 면에서는 빈곤이라 할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독자적인 과제로서 사회발견이라 하는 문제, 사회사를 통한 사회발견을 우리 지식사회 혹은 독자층에 어떻게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해결에 더욱 노력하고, 또 새로운 세계사적인 인식에 한국의 서양사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한국 경제학계의 최근의 흐름

변: 實學思想家들의 주요 저서, 예컨대 丁茶山 󰡔經世遺表󰡕 같은 책은 한국경제사에서는 고전이라 볼 수 있겠지요. 戰後에 일본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조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독일 나찌스하의 전체주의적인 경제학으로 이것이 한때 일본을 풍미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경제학인데 일본 같은 데에서는 대단하거든요. 英美계통은 뒷전으로 몰려 수리경제학이라고 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대개 그런 식으로 교육받은 분들이 해방되어서 강단에 서게 되었는데, 한때는 마르크스 경제학 하는 사람들이 거의 주류를 이루다시피 하였지요. 거기다 원조다 무어다 해서 미국 사람 들어오니까 영미 계통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6․25동란 나면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뒷전으로 몰리게 된 것이지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는 마르크스경제학 하는 사람들이 경제사와 농업경제를 많이 했어요. 한국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60년대 7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경제학에도 많은 변화가 생갑니다. 외국 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는 없지 않느냐, 소위 한국적인 경제학, 한국에 뿌리를 둔 그런 것을 찾아야 되지 않느냐 하는 반성이 일어난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동안에 외국 것을 상당히 소화도 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기 것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보아야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서 또 한편으로 50년대의 원조경제에서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외채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점차 한국경제가 외국에 크게 의존하는 식으로 되다보니까 이게 또 이상하지 않느냐 하는 자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굉장한 정도로 경제자립문제를 다루는 한국적인 경제학, 예컨대 민족경제론이나 인간의 문제나 분배와 형평을 중시하는 경제학이 한구석에서 싹틉니다. 물론 지배적인 주류는 아직도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는 경제학, 다시 말하면 영미식의 경제학인데, 거기에 대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지요. 지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 축적이 되었는데 영미식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아주 실증적이고 분석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한 것을 뒷받침해서 한국경제에 관한 연구 논문들이 자꾸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서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공부한 우수한 학생들이 앞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수한 글을 많이 쓸 것 같습니다.

 󰡔진정한 쟁이 정신󰡕의 결핍

최: 얻어맞을 소리를 해야 되겠는데요. 제가 보건대는 이게 편견이기를 바랍니다만, 사회학을 포함해서 진실로 학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공부하는 사람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사회와 담을 쌓아라. 이 말은 돈 감투 명예를 포함한 것입니다. 두 번째 겸손하라. 세 번째 한 분야만 일평생 파라.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저는 어디에선가 󰡔진정한 쟁이(匠人)정신󰡕의 소유자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너무 적지 않느냐, 40년대부터 50년대, 60년대,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40년간을 보아도 이런 사람이 많이 늘지 않은 것 같아요. 적어도 사회과학 쪽에는, 그리고 교수에게는 두 부분이 있어요. 강의나 강연, 세미나를 하는 경우와, 연구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크게 혼동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쉽게 생물학을 예를 들면, 전공이 메뚜기의 똥구멍만 일평생 연구하는 것이라면, 곤충학이라 해서 메뚜기도 가르치고 나비도 가르치고 잠자리도 가르치고 젖먹이 동물도 가르치는 것이 강의고 교양이란 말이에요. 전자는 좁게 깊게 들어가는 것이고 후자는 넓게 얕게 들어가는데, 한국의 학문이 발달을 못했다면 좁게 깊게 메뚜기의 똥구멍을 파고들 듯이 연구한 것은 거의 없고, 강의나 강연에 적합하고, 오만 가지 다 가르치는 데에 너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과도 수십 개고 교수도 수천 명인데 제대로 연구문헌목록을 제시할 수 있는 학과나 교수는 많지 않아요.

이런 말을 왜 하는가 하면, 우리가 너무나 명예와 돈에 관심가진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일본에서는 학위를 안 따진대요. 연륜과 성과를 보면 아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짜 학위사건, 즉 사기학위사건이 종종 신문을 요란하게 했습니다. 학위로 모든 것을 평가하니까 수단 방법 다 해서 학위를 따낸다 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전부 다 학위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안 따지게.

 제가 과분한 탓인지 모릅니다만 저는 학문적인 측면에서 사회를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선진 국가와 중진국가과 후진국가 그것인데, 자기 나라 것도 자기 나라가 모르는 경우가 후진국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해방 전까지는 일본인이 제일 앞서고 있었고, 지금도 어떤 분야는 일본인이 앞서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기 나라는 자기 나라가 제일 잘 안다, 이것이 중진국입니다. 선진 국가는 자기 나라도 제일 잘 알 뿐 아니라 남의 나라도 제일 잘 아는 국가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국은 이제 중진국가의 단계가 아닌가, 학문은 두 가지 양립하는 문제, 좁게 깊게 들어가는 문제와 넓게 얕게 하는 것 두 가지를 다 해야 되겠는데, 대다수가 얕게 넓게 하는 쪽에 치중하는 것 같아요.

사회: 국문학 쪽은 趙潤濟씨에 의해서 식민지 시대의 문제점이 극복됩니다. 그것을 보통 우리가 신민족주의라고 하는데, 신민족주의는 南滄 孫晋舊와 陶南 超潤舊씨 등이 주창하였지요. 해방되고 조윤제씨가 낸 󰡔국문학사󰡕를 능가할 저술이 현재까지 국문학에는 없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문학사󰡕는 민족의 생존권에 관련된 理念史라고 볼 수가 있어요. 손진태씨는 민족의 균등한 행복을 중시했는데, 조윤제씨는 일제시대 생존이 문제가 될 때에 이미 책을 완성했기 때문에 민족의 균등한 행복론보다는 생존문제를 기점으로 해서 우리 국문학사가 어떻게 외세와 대결해 나갔느냐 하는 그러한 방향제시를 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그 후에 60년대 70년대를 넘어오면서 이러한 민족의 균등한 행복론과 민족의 생존권 문제가 국문학 등 여러 분야에 퍼져서 우람한 저서가 나온 것 같지는 않고, 평론 분야에 70년대에 상당히 성과들이 나왔습니다. 白樂隋씨 등의 평론활동이 민중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제시해서 그것이 다른 사회과학으로 확산하게 한 것 같아요.

 이제 해방 40년간의 학문 경향에 대한 말씀은 이 정도로 하고 각 영역에 대해서 앞으로의 학문 전망을 말씀해 주시지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독창성 있는 철학이 요구돼

차: 저는 중국문학이 전공이니까 중국문학 얘기를 하겠습니다. 아직도 중국문학에서는 중요한 작품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얼핏 보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서양사회에서 증국문학이 소개된 만큼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소화해 우리 사회에 소개하는 작업이 더욱 착실하게 추진되어야 되겠어요. 또 종래에는 중국 사람이 보는 중국문학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많이 끌려갔지만, 이제는 한국 사람으로서 외국문학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면에서 연구가 진척되어야겠어요. 그리고 아까 崔선생님 말씀처럼 국부적인 연구에 힘을 기울여 충분한 기초 아래 세계 학계에 문제를 던지고, 또 세계 학계에서 지금 해결하려고 하는 중국문학의 문제에도 도전해서 해결해 나갔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한국철학이 앞으로 크게 발전하려면 어떤 철학자를 지칭해서 그 사람은 영미철학 하는 사람이다 독일철학 하는 사람이다 하는 말이 없어져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한국철학 하는 사람은 退溪 票谷 茶山과 같은 옛날 학자를 연구하는 것을 가리키고 있어요. 한국인이 우리 문제, 영국 것도 아니고 미국 것도 아니고 또 한국의 과거의 철학연구로 끝나는 것도 아닌, 보편적인 문제든지 한국에 국한된 문제든지, 어떤 하나의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독창성 있는 철학이 나올 때 그 때에 진정한 한국철학이 크게 발전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결국 우리가 역사학을 통해서 역사적인 지식의 폭을 넓힌다든가 이런 문제가 아니라, 사물을 역사적으로 인식한다, 그러한 눈을 기른다, 그러자면 여기에 문제의식이 대두되겠지요. 문제의식을 가져야 됩니다. 이런 말은 역사의식이란 말로 흔히 표현되는데, 이 새로운 역사의식을 지닌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새로운 방법론이 요청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방법론을 역사학은 어디에서 구하느냐 ? 여기에서 사회 제과학과의 유대가 문제되겠습니다. 그 다음 새로운 역사의식 흑은 문제의식, 또는 새로운 방법론을 기르자면 학문의 자유라고 하는 문제와 부딪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역사학이나 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문과학도 얼마나 빈곤한가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는데, 왜 빈곤한가 하는 문제를 깊이 따져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역사학의 경우에는 󰡔막스 베버󰡕와 동시에 󰡔마르크스󰡕도 공부해야 되지 않겠느냐…….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떠나서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적어도 지적인 면에서는 개방된 사회가 되어야겠다는 것,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풍토에서 진정한 사회과학 흑은 인문과학이 발전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학문의 퐁토. 학문의 자유가 문제

변: 한 마디로 말해서 경제학의 경우는 상당히 전망이 밝습니다. 미국 일변도에서 이제는 일본 유럽에서 제대로 갖춘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많이 크고 있어요.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인력이 꽤 많아지고 있고, 열심히들 공부하지요. 그러나 정말 한국경제학이 확립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말로는 한국경제학이라고 얘기하지만 한국경제학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에요. 하여튼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래도 그것을 위해서 굉장히 애들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과 명저의 번역이 잘 되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한테 읽혀져야지요. 그리고 너무 큰 주제, 일반적인 주제에 매달리는 것도 지양해서 특수연구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되겠다, 다시 말하면 세분화 되어야겠다, 그래서 협업화의 분업이든 분업 위의 협업이든 이런 것이 행해져 야겠어요. 이렇게만 되면 우리의 경우에는 인력도 상당히 많아졌고, 지금 경제학박사들이 한국에 못 들어오고 외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고 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 이 선생님 말씀대로 학문의 자유가 중요하지요. 사회문제는 정치문제와 관련이 되고 하기 때문에, 가령 현재 정치사회학 같은 것은 손을 못 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학문의 자유가 좀 더 있어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실증적인 연구는 그래도 좀 있지만 이론적인 연구는 거의 없는데, 후진국가에 있어서의 이론적인 연구라는 것을 저는 당분간은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이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세계수준이 나오겠지만 현 단계로서는 그냥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체계적이면서 자기 생각을 넣은 비판이 들어간 비판적인 소개가 많이 나와야 되겠어요. 이것은 동시에 번역도 많이 되어야겠다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연구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우선 외국의 학자 한 사람을 상대로 물고 늘어졌다가, 이것이 축적이 되면 연대별로, 가령 20년대 50년대 혹은 70년대, 이런 식으로 연대별로 포괄적으로 연구 수준을 올리면서 더 나아가서는 학파별로 종합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사회: 오랫동안 고맙습니다.

[**짱 정인순]

언제나 좋은 자료에 감탄만합니다. 감사합니다.

[논지(노성우)]

감사합니다.

[영지곰지]

좋은자료 새겨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총숙]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 공감이 갑니다. 자기 나라도 잘 알고 남의 나라도 잘 아는 국가가 선진 국가라는 것이지요. 아무쪼록 훗날 우리 학자들의 저술이 고전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막대]

잘 읽었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