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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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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 명 산 .후기 스크랩 산과 바다를 한눈에 담으며 걸어보는, 태안해안길(‘18.2.18)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411 18.03.05 07: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안면도 해솔길, 6코스(샛별길)

 

여행일 : ‘18. 2. 18()

소재지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일원

트레킹 코스 : 황포항망재쌀썩은여전망대샛별해변병술만곰솔림리솜리조트꽃지해변(소요시간 : 3시간 50)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이번엔 자연을 벗 삼아 즐겨보는 걷기 여행이다. 난이도(難易度)가 코스마다 다르다는 게 트레킹의 특징이니 재미삼아 내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마침 날씨까지 영상으로 돌아왔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태안에도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에서 조성한 태안해변길인데 황홀한 풍광의 낙조(落照)와 안면송(安眠松)이 가득한 해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코스들로 짜여있다고 한다.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곰솔 방풍림과 염전, 사구(모래언덕), 해넘이 등 지역을 대표하는 장관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태안해변길은 총 7개의 코스, 120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안면도를 돌아보는 코스는 다섯 번째 코스인 노을길’(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의 12Km)과 여섯 번째인 샛별길’(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 13Km), 그리고 마지막 코스인 바람길’(황포항에서 영목항까지 17Km)이다. 오늘은 이 가운데 샛별길을 걷게 된다. 낙조의 명소인 꽃지해변과 곰솔길, 그리고 쌀썩은여전망대와 병술만 등 경관 좋은 해안들을 끼고 있다.


들머리는 황포항(태안군 안면읍 신야리 354-4)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를 빠져나와 32번 국도를 타고 태안읍까지 일단 온다. 남문교차로(태안읍 장산리)에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안면도(安眠島)가 나온다. 이어서 안면읍 소재지인 승언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다 장곡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곧이어 황포항에 이르게 된다. 오늘 트레킹의 들머리이다. 원래는 해안길 5구간과 6구간의 경계인 꽃지해변에서 시작하려고 했으나 식사 등의 편의성을 감안해서 반대방향인 이곳 황포항에서 역방향(逆方向)으로 출발하게 됐다. 황포항은 무척 한적한 모습이다. 인기척은 쉬이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햇볕에 말리고 있는 어구들만이 낯선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작은 포구에 닻을 내린 어선 몇 척이 낮잠을 청하고, 그 위를 갈매기 두어 마리가 원을 그리며 활공하고 있다. 마치 샛별길 트레킹의 시작을 환영한다는 듯이 말이다. 오늘 트레킹의 들머리와 날머리가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데, 이런 한적한 곳에서 식당을 찾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정표(병술만/ 영목항 16.5Km/ 버스정류장0.2Km)가 가리키고 있는 병술만 방향으로 향하면서 오늘의 트레킹이 시작된다. 이정표 옆에는 이곳 황포항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황포(黃浦)는 홍수로 인해 개(갯벌)에 누런 물이 흐르고 있어 누런개라고 부르던 것이 황개, 다시 황포로 바뀌면서 마을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해안을 따라 방조제로 설치되었고, 이로 인해 민물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황톳물의 흐름은 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정표는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다 샛별길이라 표기해 놓았다. 오늘 걷게 되는 코스가 태안해안길의 여섯 번째 코스인 샛별길이라는 얘기이다. 이왕에 나온 김에 태안해안길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리아스식 해안과 독특한 해양생태계가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공원의 관리기관인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이러한 이점을 살려 우리나라 서해를 대표하는 트레일 중 하나인 태안해변길을 만들었다. 원유 유출사고로 침체된 태안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적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란다. 태안반도 최북단의 학암포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120를 잇는데, 각 지역 특징에 따라서 바라길과 솔모랫길, 노을길, 바람길 등 7개 코스로 구분된다. 오늘은 그중 여섯 번째 코스인 샛별길(13)’을 걷게 된다. 2013년에 새롭게 개통되었는데, 인적이 뜸해서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왼편으로 널따란 갯벌이 펼쳐진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갯벌에서 노닐고 있는 아이들은 갯벌체험이라도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뒤편 물이 머무르는 곳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돛단배라도 되는 것처럼 둥둥 떠다닌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은 삽시도와 고대도, 장고도 등일 것이고, 그 뒤에 있는 섬들은 아마 호도와 녹도, 추도, 분점도, ··소길산도 등일 것이다.



해안길은 잠시 후 임도(林道)로 올라선다. ’태안해안길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길을 새로 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위에서 얘기했던 태안해안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태안해변길은 오늘 걷고 있는 6코스(샛별길) 외에도 같은 안면도에 있는 노을길(5코스, 백사장항~꽃지해변 12)’바람길(7코스, 황포항~영목항 17Km), 그리고 태안반도에다 바라길(1코스, 학암포신두리 12)‘소원길(2코스, 신두리만리포 22)’, ‘파도길(3코스, 만리포파도리 13)’, ‘솔모랫길(4코스, 몽산포드르니항 13)’을 만들었다. 또한 정식 코스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부 태안 해변길 구간을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1004m8코스(천사길)도 운영되고 있다.



임도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길가에 세워진 안내도 하나가 눈에 띈다. 행여나 국사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도 그려져 있을까봐 살펴보지만 위치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고 길을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삼거리에 세워놓은 이정표(쌀썩은여 뷰포인트 2.4Km/ 황포항 0.6Km)도 역시 마찬가지다. 산자락을 헤집으며 올라볼까도 생각했지만 참기로 한다. 길 찾기가 만만찮다는 누군가의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안내판의 특징에 관한 설명을 깜빡 잊을 뻔했다. 트레킹을 시작했던 황포항에서 안면읍으로 나가는 버스의 시간표를 적어놓은 것이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8천원이 든다는 설명까지 첨언해 두었다.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시설물이라 할 수 있겠다.



임도를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걷자 마을이 나타난다. 신야리를 구성하고 있는 작은 마을 중 하나일 것이다. ‘둘레길은 마을 앞 해안가를 따른다. 왼편으로 바다가 펼쳐지는데 아까 황포항에서 보았던 풍경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이왕에 안면도(安眠島)에 있는 둘레길이니 섬에 대한 내력이라도 좀 알아보자. ’편안할 안()‘잠잘 면()‘자를 쓰는 안면도는 글자 그대로 직역을 할 경우 편하게 잠이 들 수 있는 섬.‘이 된다. 하지만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의미의 범조수지언식(凡鳥獸之偃息)‘이란 말도 전해지고 있다며 안면도가 숲으로 우거져 있는 자연 환경을 나타내는 지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8개 야산의 산림이 우거져 많은 새들이 깃들고 학의 무리가 서식했다는 팔학(八鶴)골의 전설과 조선시대 조정의 건축용재와 조선건조용 홍송(紅松)을 조달하는 봉산(封山)으로 관리되어 온 점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마을을 지난 해안길은 또 다시 임도로 연결된다. 이번에는 15분 정도나 걸릴 정도로 길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임도가 지겨워지기 시작할 즈음이면 사거리가 나타난다. 이정표(쌀썩은여 뷰포인트0.2Km/ 샛별해변0.7Km, 꽃지해변 9.2Km/ 망재0.5Km/ 황포항2.8Km)해변길 안내도외에도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잡다한 안내판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신야2리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유어장(遊漁場, 해상낚시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물론이고, 방문객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을 적어놓은 경고판도 세워두었다. 임도에서 금지되는 행위를 적은 안내판과 긴급구조 및 구조요청 요령을 적어놓은 안내판도 보인다.



오른편 산자락에 또 다른 이정표(샛별해수욕장0.4Km/ 국사봉 정상1.2Km/ 황포항 가는 길2Km)가 세워져 있다. 생김새로 보아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설치한 시설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선지 국사봉이라는 지명이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곳이 국사봉의 들머리라는 것이다. 다녀와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발길을 돌리고 만다. 1.2Km쯤 되는 거리야 대수겠는가 마는 똑 같은 길을 왕복한다는 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적해두고 싶은 것은 있다. 나와 다른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면 이곳에서 산길을 타고 국사봉으로 갔다가 황포마을로 내려가라는 것이다. 황포에서 이곳까지는 임도가 대부분이라서 특별히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조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국사봉을 들렀다가 황포항으로 곧장 내려가는 코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서이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망재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 직진하면 만나게 되는 쌀썩은여 뷰포인트(전망대)’에서도 망재를 조망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망재로 방향을 잡는 게 옳다. 망재를 둘러본 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필요도 없다. 산자락을 헤집으며 난 오솔길이 쌀썩은여 전망대까지 이어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망재쌀썩은여전망대를 둘러보는 데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잠시 후 진행방향 저만큼에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난다. 보통 때는 섬이지만 썰물로 물이 빠져나가면 육지로 변하는 양면성(兩面性)을 가진 무인도, ’망재란다. ()의 초소였다가 최근에 개방되었다는데, 해안절벽이 높은 곳은 40미터 이상이나 된단다. 해식동굴도 있다고 하지만 다가가보는 건 사양하기로 한다. 아무리 봐도 가슴에 담아둘만한 경관은 아닐 것 같아서이다.



망재의 오른편으로는 끝없이 너른 바다가 펼쳐진다. 그 바다 위에는 외도와 내파수도, 나치도 등 크고 작은 섬들 몇 개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너른 바다 때문인지 한가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작은 봉우리처럼 생긴 섬, 망재를 구경한 뒤에는 쌀썩은여 전망대로 가야한다. 망재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지점에 세워진 이정표(쌀썩은여 뷰포인트0.2Km/ 망재0.2Km)를 따르면 된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무장공비가 출몰하던 시기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참호를 따라 오솔길이 나있다.



잠시 후 쌀썩은여 전망대에 이른다. ‘쌀썩은여는 태안군 안면읍 신야리의 바닷물 속에 잠겨있는 암초인데 여()는 썰물 때에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고 밀물 때에는 바다에 잠기는 바위를 말한다. ‘쌀섞은여란 이름은 호남 지방의 세곡을 바닷길로 운송하던 시절, 배가 암초에 부딪혀 파선되자 싣고 있던 쌀이 물속에 유출되고 쌓여 썩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튼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이곳 안면도, 즉 안면곶(安眠串)이 우리나라 해운(海運)의 중요한 항로였다고 기록한 문헌들을 증명하는 곳이라 할 수도 있겠다.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삼남(三南)지방에서 거둔 세곡(稅穀)을 서해안의 해로를 이용해 서울로 운송하던 조운(漕運)상 거점항(據點港)으로써 중요한 위치였다는 기록 말이다. 그러다가 조운의 편의를 위해 인조 때(1645~1647년경) 판목(창기리와 남면 신온리 접경)을 굴착하여 운하를 만든 뒤로 안면곶이 섬으로 변하면서 안면도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도선(渡船)에 의해 태안 및 서산의 육지와 교통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으나, 대신 육지로부터 고립됨으로써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되기도 했음을 참조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멀리 고대도와 장고도, 삽시도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가까이에는 작은 봉우리 같은 망재와 암초가 보인다. 그런데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암초(暗礁)의 크기가 왜소하다. 아무래도 쌀썩은여라는 이름에 얽힌 또 다른 주장이 옳은 모양이다. 세곡을 운송하던 감독관들이 쌀을 빼내 착복했는데 남은 양이 부족하자 이곳에서 일부러 배를 파선시키고 보고했다는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 말이다.



아까 망재로 들어가던 길에 만났던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샛별해변으로 향한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잘 지어진 펜션들이 늘어서있는 샛별해변으로 들어선다. 이정표(꽃지해변 8.7Km/ 황포항 3.3Km)와 함께 세워진 입구의 안내판에는 해변에서의 주의사항을 적어 놓았다. 밀물시 해수에 잠기는 곳이니 반드시 물때를 확인한 후 통행하라고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물때를 확인할 수 있는 ARS 전화번호까지 적어놓았다. 아무래도 아까 지나왔던 망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태안해안길6코스인 샛별길이란 이름은 이곳에서 나왔다. ’샛별해안일대는 자연방파제로 바다를 막아 형성된 간척지라고 한다. 그래서 새벌‘, ’샛벌로 불리다 지금의 샛별이 되었단다. 다른 주장도 있다. 과거 이 일대가 자염(煮鹽,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소금)의 생산지로 새벗이라 불렸는데 새뻘이 되었고 다시 샛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란 염전에 가마를 걸고 소금을 굽는 시설을 해놓은 집인 벗집의 준말이란다. 그러니 새벗새롭게 형성된 염전이 됨은 당연하다.



그 유래야 어찌됐든 해안 풍경은 예쁘다. 샛별해수욕장의 길이는 1.5km, 모래와 자갈이 혼합된 지역으로 푸른 바닷물은 마치 동해의 해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바다 건너편에는 섬() 속의 섬인 외도가 자리 잡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꽤나 긴 제방을 걷다보면 해안길은 또 다시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태안해안길을 만들면서 새로 낸 오솔길로 보이지만 또렷하게 잘 나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거기다 더해 오솔길 곳곳에는 이정표를 겸한 표지판까지 매달아 놓았다. 전신주에 매달아놓은 이정표나 팻말처럼 땅에다 꽂아놓은 이정표 등 이번 트레킹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이정표들 가운데 하나이다.




바닷가를 따라 난 비탈길은 가끔은 경관 좋은 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펜션들이 자리 잡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로 코앞이니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붐빌게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금은 정물화의 한 부분처럼 정적 속에 잠겨있을 따름이다. 그래 아직은 추위가 물러가지 않았다.



해안을 지났다싶으면 또 다른 산자락, 이곳도 역시 길은 또렷하다.



이어서 또 다른 펜션지역이 나타난다. 이곳 역시 조망이 시원스럽다. 그래선지 외도가 바라보이는 전경이라는 안내판까지 세워놓았다. 바다풍경을 담은 사진을 첨부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외도와 내파수도를 파도 위에 띄우고 있는 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로 나타나는 멋진 조망처이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으로 말이다. 참고로 외도(外島)라는 이름은 (장고도) 밖의 외딴 섬이라는 뜻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샛별해변에서 이곳까지는 25분이 걸렸다.



또 다시 길을 나선다. 8분쯤 더 걷자 병술만에서 조금 못 미치는 곳에 전망대 하나가 마련되어 있다. 이정표(신야1리 회관 2.0Km/ 샛별해수욕장 2.4Km)에다 연방죽이라는 문패를 걸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그 옆에다 연방죽에 대한 설명을 적은 안내판까지 세워두었다. 죽밭머리 끝자락을 돌아서면,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에 갯골 사이로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사리 때만 물이 들어오고 조금 때는 물이 들어오지 않아 자연 연못이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그 연못에 연꽃이 많이 피자 방죽을 쌓게 되었는데 그것이 기원이 되어 마을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죽은 없어지고 그 이름을 딴 마을만 남은 셈이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병술만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고려원종 11년인 1279년에 고려정부가 몽고와 화해하고 개경으로 수도를 옮기자 삼별초의 지휘관이었던 배중손은 개경 환도를 거부하고 왕족인 승화후 온을 왕으로 추대하여 몽고에 반하는 무인정권을 수립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아산만의 영흥도를 거쳐 이곳 병술만에 잠시 주둔하였다는 것이다. 둔두리 일대는 삼별초군이 둔을 치고 군사훈련을 실시했던 곳이란다. 그런 연유로 이곳을 병술만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가설(假說)이다. 그동안 강화도에서 진도로 옮겨갔다는 얘기만 들어왔기에 그 스토리가 낯설지만 어쩌겠는가. 얘기는 그저 얘기일 따름이 것을 말이다. 아무튼 삼별초가 왕족인 승화후 온을 왕으로 옹립하고 중장1리에 주둔했기 때문에 안면도 주민들은 그를 왕으로 생각하고 유왕맞이로 불렀다고 한다. 주변에는 검을 뽑았다는 발검배, 말을 기르는 계곡인 목축곡, 망을 보던 언덕 망재, 부대의 진을 친 곳이라는 둔두리, 군사훈련장인 별술안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단다. 사람들이 삼별초와 연관시키는 근거들이다.



병술만 전망대로 가는 길,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다. 모래언덕 사이를 휘돌며 만들어진 물길은 자연이 만들어 낸 천혜의 포구가 되었다. 바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태풍이 불어와도 끄떡없겠다.



잠시 후 줄밭머리라는 지명에 대해 설명해 놓은 안내판(이정표 : 병술만전망대 1.0Km/ 샛별해변 2.7Km)이 보인다. 옛날 간척 등 농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야생 줄(부추의 충청도 사투리)이 많이 돋아나면서 돌밭에 줄이 지천으로 널리자, ’줄밭이 좋은 바닷가 머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줄밭머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곳에서 돌칼과 돌도끼 등 신석기시대의 유물들이 많이 출토되었다는 얘기도 적혀있다. 그 유물들은 지금 이웃마을이랄 수 있는 고남리의 패총박물관(古南貝塚博物館, 2002년 개관)‘에 전시·보관되고 있단다. 패총이란 석기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질이 쌓여 만들어진 유적으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그런 패총(貝塚)‘들이 고남 인근에 분포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발굴된 토기와 석기, 뼈 연모, 조가비 장신구, 야외 화덕자리 등의 유적과 유물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 패총박물관인 것이다. 이는 그만큼 가치 있는 유물들이 이 부근에서 많이 출토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곳 신야리(新野里)‘ 또한 그 유적지 무리() 가운데 하나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줄밭머리안내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 해변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파고든다. 숲으로 들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안면송들로 가득 차 있다. 안면읍 승언리와 중장리 일대에 천혜의 적송군락이 분포되어 있다고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아무튼 내딛는 걸음마다 솔향기와 함께 바닷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최상의 산책코스라 할 수 있겠다.



솔숲을 지나는데 바닷가에 세워진 안내판 하나가 눈에 띈다. ‘자연이 선물해 준 화려한 꽃밭, 해당화 군락지라고 적혀있다. 이 근처 모래밭에서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데, 5~7월이면 붉은 색의 화사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이다. 해당화가 만개하는 지역이 꽃지해변만이 아니었나보다. 그렇다면 이곳 병술만의 해변도 꽃지라는 이름을 얻어야 하는 게 아닐까? ‘꽃지가 본디 해변에 해당화가 많이 피어 마치 못을 이룬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까 말이다. 그런 연유로 화지(花池)’로 불리어오다가 언제부턴가 자가 우리말 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병술만으로 들어서니 울창한 솔숲 아래에 캠핑장이 자리했다. 캠프사이트는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서해에서 이처럼 운치 있는 캠핑장도 드물 것 같다. 이곳은 어촌체험마을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캠핑족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한다. 참고로 병술만은 만() 지형 안쪽에 있던 병술안마을이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병술(兵戌)’()’라는 뜻 외에도 지키다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따라서 병사가 수자리(나라의 변방을 지킴) 한다는 병수( 兵守)‘에서 한자가 동화된 말로 추정해볼 수도 있다. 그래선지 안내판에다 고려시대 이곳에서 삼별초가 몽고군에게 항거했던 역사를 가진 호국영령의 혼이 깃든 군사요충지라고 적어놓았다.



해안가에는 이층으로 전망대를 지어놓았다. 수족관과 식탁 등의 시설이 갖춰진 걸로 보아 여름철엔 횟집으로 이용되고 있지 않나 싶다. 해안의 모래사장은 규사(硅砂)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모래이다. ‘개발지상주의가 만능이던 시절 저 모래는 채취가 허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가 우선이 되었다. 채취의 금지는 물론이고 해수의 침식작용으로 모래가 유실되는 것까지 신경을 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전망대 뒤에 설치해놓은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가 아닐까 싶다. 파도에 휩쓸려나가는 모래를 집적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바다 저 멀리에 있는 섬 밖의 외딴 섬외도(外島)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어렴풋하지만 수평선까지 드러나고 있으니 오늘은 무척 운이 좋은 날이라 할 수 있겠다.



해안길은 병술만을 왼편에 끼고 도는 모양새이다. 바닷물이 치고 들어와 육지 사이에 갯벌을 만든 지형을 감싸듯이 도는 것이다. 아무튼 군사요충지라는 흔적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과거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얘기이다. 물 빠진 그곳엔 그저 때 묻지 않은 갯벌이 이어지고 있을 따름이다.



다소 지루한 해변길이 끝나면 꽃지로 향하는 넓으면서도 긴 제방(堤防)이 이어진다. 제방 왼편은 물이 빠져나간 너른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편은 담수(潭水)가 잔잔하다. 담수 지역은 습지(濕地)처럼 변해 억새와 풀이 겨울빛을 품어 낸다. 그렇다면 바다는 무슨 빛일까? 물 빠진 바다 역시 누런 것이 겨울빛이 완연하다. 아무튼 제방에서 보면 병술만의 지형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천혜의 군사요충지라는 말이 실감난다. 조수가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만() 특유의 지형을 가진 이곳에다 군대를 숨겨두고 훈련시키기 좋았을 것이니 병술만(兵戌灣)이란 지명이 그럴 듯하다.



제방의 왼편으로 널따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아니 높낮이가 제법 크니 사구(砂丘)라고 불러도 되겠다. 물론 같은 태안군(원북면)에 위치한 신두리 사구(천연기념물 제431)’나 신안군 우이도의 풍성 사구(風成砂丘)’에는 못 미치겠지만 말이다. ‘버기카(buggy car)’를 타고 모래사장을 달리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유명 사구가 아닌 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의 놀이터가 되었나 보다.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유명 사구들이었다면 어찌 꿈이나 꿔볼 수 있었겠는가.



제방을 통과한 후, 해안가를 따라 조금 더 걷자 길은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들머리에는 아치(arch)형 문()을 만들고 이곳이 샛별길임을 알리는 문패를 걸어 놓았다. 이정표(꽃지해변 2.9Km/ 병술만 전망대 1.9Km, 황포항 9.1Km)와 안내도를 따로 세워 이곳이 어디쯤인지까지도 알려준다. 지도에 녹색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숲으로 들어선다는 얘기일 게다. 그렇다면 이곳 태안해안길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곰솔 숲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면송(安眠松)이 가득한 능선으로 들어선다. 중간쯤에 소사나무 군락지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잠깐일 뿐이고, 대부분은 해송(海松)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에서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멋진 길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잠시 후면 널따란 꽃지해안에 내려설 수 있으니 무엇이 대수이겠는가. 아무튼 산길은 두텁게 쌓인 솔잎이 노랗게 변하며 푹신한 바닥을 만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은 그 모양새가 왜 이리도 예쁜지 모르겠다. 걷는 내내 소나무 사이로 펼쳐진 바다도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한다.



그렇게 12분 정도를 솔향에 취하다보면 곰솔 숲을 벗어나게 된다. 인근 리조트 중 다연 으뜸인 리솜오션캐슬의 맞은편인 이곳에도 아치형 문을 세워놓았다. 이정표(꽃지해변 1.6Km/ 황포항 10.4Km)와 안내도도 빼먹지 않았다. 이제부터 길은 꽃지해변을 따라 나있다.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고 해서 '꽃지'라는 지명을 가졌다고 전해지는 해변이다.



드디어 트레킹이 끝나가는 모양이다. 오늘 트레킹의 날머리가 꽃지해변에 위치한 방포항이기 때문이다. 이곳 리솜오션캐슬에서 방포항까지는 1.6Km, 해안도로를 따라도 되고, 만일 아스팔트 도로가 삭막하다고 생각된다면 모래사장을 걸으면 될 일이다. 마침 모래사장이 단단하니 걷는데 아무런 불편도 없다. 이 모래사장은 여름철엔 해수욕장으로 변한다. 그것도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다.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꽃지해수욕장은 예쁜 이름만큼이나 주변 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3.2, 400m에 달하는 넓은 해변의 백사장은 규사(硅砂)로 되어 있으며, 해변의 경사가 완만하고 물빛이 깨끗하여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해안가에 나란히 서있는 할미·할아비 바위가 가장 우세한 경관요소를 이룬다. 바닷물이 빠져 할미·할아비 바위와 육지가 연결되는 때에는 멋진 산책코스가 되기도 하는데, 내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모래사장 위를 17분 정도 걷자 할미·할아비 바위앞에 이른다. 충남 태안 하면 안면도, 안면도 하면 '꽃지해변'을 먼저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그만큼 즐길거리와 볼거리, 편의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꽃지해변이란 예쁜 이름도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꽃지가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해변에 우뚝 솟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때문이다. 두 바위의 사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이 바위들에는 애달픈 설화(說話) 하나가 전해져 내려온다. 신라 흥덕왕 때인 838년 해상왕 장보고는 안면도에도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아내 미도는 부부 금실이 유난히 좋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승언장군이 출정을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가 죽어서 할미바위가 되었단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할미바위 옆에 솟아오른 바위가 할아비바위로 불리게 됐음은 물론이다.



할미·할아비 바위2009년에 명승 제69호로 지정되었다. 이 바위는 만조 시에는 섬이 되고, 간조 시에는 육지와 연결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경관을 보여준다. 이곳은 태안팔경 중의 하나이며, 변산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꼽히는 명소이다.



할미바위의 위에는 키 작은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다. 누군가 예술작품을 만들려고 일부러 심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묘한 곳에 자리 잡았다. 언젠가 들렀던 분재전시장(盆栽展示場)에서 만났던 어느 작품을 쏙 빼다 닮았다. 그만큼 기이하게 생겼다는 얘기이다.



할아비바위는 흙으로 이루진 것이 바위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다. 그래선지 섬에는 소나무와 곰솔들이 자라고 있다.



썰물 때면 두 바위까지 바닷길이 열려 산책이 가능하다. 게나 조개, 해초 등을 직접 잡거나 채취해 볼 수 있는 멋진 코스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들면 모두가 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손길과 발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할미·할아비 바위주변 갯바위는 굴 껍질들이 다닥다닥 들어붙어 있다. 바위에 빈틈없이 들러붙은 모습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다. 어쩌면 굴이 쌓이고 쌓여 화석이 되고 바위를 형성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 굴 껍질을 모아 누군가는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까지 했다. ‘할아비바위의 비탈에다 끈에 뀌거나 고사목(枯死木)의 가지에 꽂아놓았는데 그게 숫제 예술작품에 못지않아 보이는 것이다.



트레킹의 날머리는 방포항(안면읍 승언리)

할미·할아비 바위를 둘러보고 난 다음, ‘꽃다리를 건너면서 오늘 트레킹이 종료된다. 이 다리는 꽃지해안과 방포항 사이를 잇고 있는데 꽃지해변의 일몰(日沒)을 구경할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오늘 트레킹은 총 3시간 50분을 걸었다. 사진을 찍느라 멈칫거린 것 외에는 쉬지 않고 걸었으니 오롯이 걷는 데만 걸린 시간이다. 물론 할미·할아비 바위를 둘러보는 시간은 뺐으니 참조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바닷가까지 물이 들어와 있다. 내륙의 산처럼 보이던 할미·할아비 바위는 이제 외딴 섬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 자태가 참으로 아름답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나라의 3대 낙조로 손꼽히는 할미·할아비 바위의 일몰(日沒)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이젠 돌아갈 시간이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에 맞춰 서울에 도착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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