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가을여행
집사람의 회갑기념으로 의미를 담아
2박3일 일정으로 서해안 길로 나섰다
올해는 11월의 반짝추위도 빗겨간 듯 하여
늦은 단풍색에 마음을 물들이며 함께 가는 길
여행일정을 서쪽으로 잡으면서
수학여행처럼 바쁘게 다니는 일정을 줄이고
집사람의 체력이나 취향을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추사 김정희 고택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심하게 붐비지 않은 서해대교를 지나노라니
행담도 휴게소는 스믈스믈 옛생각이 떠오른다
꼭 10년전 남해 여행갈 때 이 곳에서 집사람이
여행 시작이라면서 1만원으로 마음을 담아 준
햇빛가리개 모자를 받아들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요즈음도 그 모자를 낚시 갈때면 꼭 챙겨 가고 있다
추사 선생님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교과서 뿐만이 아니고 검색만 하면 넘쳐나고
과거사와 현재의 그 분의 면면을 들여다보는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또한 기쁨이 크다
넉넉하게 자리한 고택과 좌편에 모신 추사의 묘소와 기념관
우측으로는 선대의 묘소와 희귀한 백송 그리고 백송공원이 있다
집 뒤로 등산로를 만들어 마을과 고택을 내려다 볼 수 있게했으며
편안한 걸음걸이로 두어시간 걸린다하는데 다음으로 미루었다
담장안 진홍색 감은 가을하늘을 농락하고 있는 모습인데
올 겨울 까치밥은 넉넉하고도 남는다, 한가지 꺽고 싶은데
방안에서 선생님의 헛기침 소리가 들릴듯 하기도 하고
해맑은 가을 바람은 웃으며 지나가라고 귀뜸해 준다
집기둥마다 추사체 주렴은 설명과 함께 가지런하고
좌우 공간이 넉넉한 고택은 정갈한데다 쓰시던 유품은
선생님의 품격을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집사람도 말없이 이곳저곳을 내 집 처럼 살핀다
아마도 친정인 유성의 큰대문집이 생각났을까
잘 정리하고 관리해 놓은 잔디를 걷노라니
또 다래마을 생각이 스믈스믈 가슴을 때린다
복원이라지만 집 두채 짓고 겨우 길만 다듬은
아쉬움이 크고 해야할 일도 더 많아진 고향 모습
생각을 할 때 마다 가슴이 아리고 답답해진다
추사 고택 오른편에 있는
백송의 고귀함과 백송공원을 둘러보고
선생님의 기념관까지 관람하고 돌아나오니
어느새 선생님이 갔던 그 길을 슬그머니 따라가고 있다
70세에 새상을 하직하기 까지 벼루 10개를 다 갈았으며
1000자루의 붓을 몽당붓이 되도록 글씨를 쓰신 후에야
추사체라는 서체를 남겨주신 평생작품에 숙연해진다
어찌 한 자의 뜻이라도 쉬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며칠 뒤 모친 기일에
선생님의 글씨 병풍을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