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과 호렙산 두 산은 같은가, 다른가?
답변 김경열교수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강의 시간에도 질문이 나오구요. 최근에는 김승학의 "떨기나무"의 야메 주장까지...
1. 성경을 보면 시내산이 분명 호렙산입니다. 출애굽기 3장에서 미디안 광야에서 지내던 모세를 하나님이 호렙산으로 이끄시고 거기서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를 부릅니다.
2. 이 산은 누구든지 시내산으로 보고, 나중에 호렙산과 시내산은 계속 같은 산으로 등장합니다.
3. 그런데 사실은 문제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적어도 한군데서는 호렙산이 시내산 도착 전에 거쳐가는 시내산과 별개의 산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4. 시내산에 앞서 신 광야를 지나 르비딤 지역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식수난을 겪으며 불평하죠(출 17장).
5. 모세가 그 지역의 호렙산 바위를 지팡이로 치니 반석에서 물이 터져 나옵니다.
6. 이어서 아말렉 족속과의 전쟁을 한번 치른 다음 곧 도착한 곳이 "시내 광야"입니다(출 19장). 시내산 지역이죠.
7. 말하자면, 시내 광야(산)에 도착 전에 르비딤 지역의 호렙산에서 반석의 물 기적이 발생했으니 분명히 별개의 산인 것으로 보입니다.
8. 그래서인지 송병현 교수님도 자신의 책과 강의에서 이 두 산이 분명히 같으면서도 별개의 산으로 등장하니 어려움을 준다고 토로합니다.
9. 비평학자들은 너무 간단합니다. 호렙산 전승과 시내산 전승이 별개이기에 두 산은 원래 다른 산이었다고 간단히 처리합니다. 그래서 본문 내에서 모순과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죠.
10. "떨기나무"의 저자 김승학 님은 너무나도 용감하게 사진까지 걸어 두면서 시내산의 바로 옆 봉우리 하나가 호렙산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사진 보시는대로)
11. 야메 주장입니다. 거기 있다는 거대한 두쪽난 바윗 덩어리가 반석이 터진 장소라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어이없게도 바로 옆봉우리면 이미 도착했으니 거기 텐트치면 되는데, 왜 한참을 길을 가서 드디어 시내 광야(시내산)에 도착한답니까?
12. 이것은 법궤와 방주를 발견하고 골리앗의 검을 찾았다 말하고, 노아의 포도원까지도 발굴했다고 떠들어댄 론 와이어트(Ron Wyatt)라는 사이비 고고학자의 주장입니다. 김승학님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렇게 단정지어 확신할 뿐입니다. 제발 "떨기나무" 책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13. 항상 이상한 주장들은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성경의 고고학자들과 주석가들은 대체로 이렇게 설명합니다.
14. 카수토(Cassuto)는 유대 랍비 주석가로 출애굽기 주석으로 너무나 유명한 사람입니다. 오래되었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출애굽기 주석이죠. 그는 유대 랍비로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배경에 정통하기에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15. 카수토는 너무 당연하게 두 산은 같은 산이라고 단정짓습니다. (참고로 카수토는 동시대의 유대 랍비인 카우프만을 지지하면서 문서설에 대단히 비판적인 학자였죠. 이스라엘 계열의 학자들은 대체로 카우프만-카수토 전통에 서서 전통적 문서설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16. 카수토는 왜 시내 광야 도착 전에 호렙산 경험이 발생했느냐에 대해 별다른 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두 산은 당연히 같다. 이렇게 넘어갑니다. 그는 호렙-시내광야를 그 지역 산악지대로 간주하는 느낌입니다.
17. 비평학의 호렙산-시내산 자료의 차이라는 견해를 거부하는 다른 주석가들은 대안적 견해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18. 르비딤 지역 바로 다음 행선지가 말씀드린 대로 "시내광야"(시내산)으로서 두 지역은 붙어 있습니다. 학자들은 르비딤의 호렙산 위치를 정확히 적시할 수 없으나 "추정되는 곳"을 기준으로 시내산까지 20km정도로 말합니다.
19. 그래서 키친(Kitchen)처럼 이집트학에 정통한 커리드(J. D. Currid)는 출애굽기 주석에서 두 산은 같은 산이거나, 여러 학자들의 견해라 말하면서 "호렙산은 시내산을 포함한 넓은 산악지역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0. 출애굽기 주석으로 유명한 해밀턴 또한 두 산은 같은 지역과 산에 대한 두 가지 이름일 뿐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결론적으로 두 자료의 차이로 설명하는 비평학자들을 제외하고 본문의 통일성을 수용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호렙산과 시내산은 같은 산이거나 동일한 넓은 지역의 산악지대에 속해 있는 이름들로 봅니다.
21. 실제 호렙과 인근의 시내가 곧장 이어져 있는 것을 볼 때, 저는 이 학자들의 견해를 따라 두 지역이 고대에 한 지역군으로 묶여 있었다고 봅니다.
22. 따라서 호렙산이라 일컫는 넓은 산악지대 일대에 시내산 봉우리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듯 합니다. 이것이 시내산을 동시에 호렙산이라 부른 이유라 생각합니다.
23. 이것은 지리산의 천왕봉과 노고산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은 3개군 15개면을 포괄하는 광활한 산악지대를 함께 지칭합니다. 가장 높은 천왕봉 꼭대기에서 지리산 노고단까지 거리는 직선거리 약 20km입니다.
24. 저는 시내산과 호렙산이 이와 비슷한 관계라 생각합니다. 전체는 호렙산이라 불렀고, 호렙산 수많은 봉우리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가 시내산이었다는 생각입니다.
25. 이스라엘 백성은 호렙산(지리산)의 노고단에 도착해서 물 부족을 겪었고, 이어서 계속 여행해서 다음 행선지인 시내산(지리산 천왕봉)에 도착했다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천왕봉(시내산)은 지리산(호렙산)으로도 호칭되듯, 시내산이 호렙산으로 호칭된다는 뜻입니다. |
첫댓글 아하
이해갑니다
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