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의 신행과 심신치유 사례 분석 연구
결론
불교의 신행은 '나'로부터 출발하여 현재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자각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내가 바라보는 삶의 방식에 따라 행복은 결정된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깨달음이지만 깨달음은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심신의 건강과 더불어 사회의 안녕까지 건강의 범주에 두고 있다. 이런 의미의 건강은 종교적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종교와 영적 활동이 건강 유지와 질병 치료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종교적 믿음은 질병의 호전과 심적 안정을 가져오기도 한다.
본 연구는 『법화경』의 믿음과 수행의 결과로 일어나는 심신치유를 문헌 사례로 분석한 논문이다. 『법화경』은 초대승불교(超大乘佛敎)로서 불교사적인 과정의 난제, 즉 삼승을 포용해서 일승으로 회귀시킨 해결은 중생에게 편재해 있는 불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심신치유와 무관하지 않다. 불성사상은 긍정적 심리로 개인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불교적 믿음에서 초기불교는 삼귀의를 강조하며 지혜를 획득하는 데 믿음이 기본 바탕이 된다. 부파불교에서 믿음은 청정과 정화의 마음 자세를 의미하며, 마니주가 물을 맑게 하듯이 믿음이 우리의 마음을 청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초기대승경전에서는 경전의 교설을 드러내는데 필수적 요소로 믿음이 작용한다.
『법화경』 성립과 구조로 파악한 결과 성립시기 1류에 속하는 품들에서 믿음이 강조된다. 『법화경』의 전체 28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품은 제2 「방편품」과 제16 「여래수량품」이다. 「방편품」에서 여래는 사리불에게 법설시(法說時)을 하기 전에 대중을 제지하기도 하며, 주저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교설에 대해 믿음의 전제의 가장 먼저 언급한다. 삼보를 믿음의 대상으로 논의한 결과 여래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과 법에 대한 구체적 분석, 성문승이 보살로 회귀하여 보살도를 길을 열어 보이는 승보의 개념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맹목적인 경전에 대한 믿음이 아닌 『법화경』 믿음의 대상과 역할에 따른 공능으로서 분석은 믿음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법화경』은 법사의 행위를 보살의 지위와 동등한 위치에 둔다. 법사행의 행법은 아함류의 풍송, 광설 등에서 이미 행해오던 행법이다. 법화신행과 관련된 5종법사행은 『법화문구』의 제10 「법사품」 해석 가운데 나오는 용어지만, 여기서는 여러 행법을 법화신행으로 표현하였다. 법화신행은 수지‧독‧송‧해설‧서사‧공양‧사유‧수습 등 다양한 행법으로 경전에 언급되고 있어서 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였다. 법사행의 행위로 나타나는 치유의 면모와 보살의 행적을 통한 보살의 서원과 수호 등으로 일어나는 효능을 심신치유라 이름하였다.
법화신행의 근거를 영험전의 사례로 분석하는 작업은 영험전의 시대 순서인 『법화전기(法華傳記)』, 『금석물어집(今昔物語集)』, 『법화영험전(法華靈驗傳)』으로 진행하였다. 영험전의 찬집의도에 따라 영험전 전개 방식에 차이가 났다. 『법화전기』의 영험사례는 강사들의 감응이 19편이고, 풍송이 92편, 전독은 16편이며, 서사가 34편, 청문은 22편, 공양은 17편으로 집계된다. 강사들의 감응편은 전체 19편으로 치유사례는 10편이 해당된다. 풍송은 총 92편이 게재되어 있는데 치유와 관련된 내용은 16편이다. 전독은 총 15편이 게재되어 있으며, 심신치유는 6편이다. 서사는 34편 가운데 심신치유 사례는 총 22편이다. 청문은 22편의 영험사례 중 치유사례는 총 16편이다. 공양(供養)은 17편의 영험사례 중 심신치유는 6편에 해당한다. 풍송은 경전을 외우는 것이지만, 독송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서사는 생천‧천도‧극락세계와 관련된 치유사례가 유독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서사는 죽은 사람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런 신행을 했을 때 망자가 안락한 곳으로 천도되는데 효과가 있는 행법이다.
1000화(話)가 넘는 설화를 수록한 『금석물어집』은 방대한 화수(話數)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묘사되어 있는 세계의 다양함과 정연한 조직‧ 구성의 면에서도 발군의 작품으로 꼽힌다. 그 중 『금석물어집』 제12권에서 제16권 사이에 『법화경』에 대한 영험이다수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다. 『금석물어집』 제12권은 40화 가운데 『법화경』과 연관된 심신치유 사례가 8화이고, 제13권은 총 44화 가운데 29화가 연관되었다. 제14권은 총 45화 가운데 『법화경』 관련 심신치유 사례는 11화이다. 제15권 54화는 주로 '왕생한 이야기'로 42편에 해당하는 사례가 염불과 아미타불 염불로 인해 정토에 태어나는 사례들이다. 제16권은 관음의 영험과 도움에 관한 심신치유 사례들로 4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치병의 사례 2편, 고통에서 벗어나는 사례 1편, 극락왕생 1편, 관음의 구원 2편, 법화신행자 비방죄보 1편이 소개된다.
『법화영험전』은 상하 2권으로 총 11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법화경』의 내용과 영험사례를 조화롭게 배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다양한 출전에서 영험담을 발췌한 것은 영험을 최대한 수집하여 널리 전하고자 한 의도로 해석된다. 영험전은 『법화경』의 28품을 총 17단으로 배대해 영험편수를 편집하고 있다. 제23 「약왕보살본사품」에는 총 10편을 배대시키고 있고, 치병(治病)과 관련된 편수는 8편이 수록되었다. 이것은 약왕보살의 서원과 무관하지 않다. 제25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관음보살의 응신과 관련한 구제 내용이 총 11편 가운데 9편을 차지하고 있다.
본 연구는 심신치유의 원리는 6가지로 논의하였다. 첫째, 신행자의 『법화경』에 대한 굳은 신념이다. 『법화경』은 여래의 전신이라고 경설되는 만큼 예경해야 할 공덕의 대상이기 때문에 직접 수행을 했을 때 선행공덕이 있다. 둘째, 여래의 일체종지는 전지한 능력으로 중생의 근기와 욕구와 성품에 따라 법을 설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셋째, 중생에게 편재된 불성은 중생들에게 긍정의 마음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불성은 무지로 인해 자각하지 못할 뿐 수행을 통해 불성을 회복하면 저절로 번뇌가 제거되는 심리치료와 연관성이 있다. 넷째, 공덕과 감응이다. 법화신행자의 수행은 그 자체로 수행을 하면 공능이 있어서 공덕이 생기며 불보살의 감응으로 치유가 생긴다. 중생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행위를 하는 것은 감(感)이라 하고, 이에 대해 불보살이 응답하는 것을 응(應)이라 한다. 이런 감응은 중생의 욕구가 있을 때 불보살이 응하는 것이다. 다섯째, 삼매에 들어가게 되면 수행력이 깊어진다. 깊은 수행력은 집중력을 기르고 삼매의 효능은 번뇌를 다스린다. 여섯째, 다라니를 얻게 되면 지혜가 증장되는 되어 깨달음에 이르게 되며 결국 번뇌 제거가 가능해진다는 원리이다. 『법화경』의 인연으로부터 시작해서 신행자가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오종법사의 신행을 하면 삼업 청정을 이루고 결국 육근이 청정해져 깨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번뇌가 제거되어 자리이타행을 하는 경지가 궁극적 치유이고, 심신치유는 신행의 과정에서 선행 공덕과 불보살의 감응으로 일어난다.
『법화경』은 여래의 일체 모든 법(如來一切 所有之法), 여래의 일체 자재한 신력(如來一切 自在神力), 여래의 일체 비밀되고 요긴한 것(如來一切 秘要之藏), 여래의 일체 심히 깊은 불사(如來一切 甚深之事)가 모두 이 경전에 포함되어 있고, 중생의 근기, 욕망, 성품에 따른 법이 설시되며, 보살과 법사의 수호와 보호가 다짐 등이 심신치유로 이어진 것이다. 믿음은 실체가 없지만 경문과 최근 연구 자료를 통해서 믿음의 중요성 부각된다. 현대 사회는 바른 믿음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이 더 선호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바른 믿음이 없으면 사실 사회의 존속도 어렵다. 심리치유에서 믿음적 요소가 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법화경의 신행과 심신치유 사례 분석 연구/ 김청진(청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