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네~
한산한 카페 내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하긴... 다들 회사 가 있을 시간에 동네카페에 사람있는것도 이상하지.
본가로 내려와 몇일 쉬었다고 벌써 엄마에게 눈치가 보인다.
손목이 아파 일을 그만둔 딸에게 차마 잔소리는 못하고 게시지만 남들 다 직장 가는 시간에 집에서 빈둥대는 모습은 보기 싫으신게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다.
낮엔 안 보이는게 엄마한테 더 나을거란 생각이 들어 카페로 패드를 들고 도망나왔다.
역시 이번 주말엔 그냥 서울로 올라가야겠다.
올라갈때 기차를 미리 예매해야지.
귀찮다....
후우...한숨을 쉬며 패브릭 재질의 소파에 몸을 더 파묻었다.
서울은 점점 의자도 딱딱해지고 테이블도 낮아져서 카페 앉아있기가 불편한데
여긴 여유롭게 앉아있기 딱 좋은 인테리어다
마침 창가자리라 밖도 잘 보이고 내부의 은은한 조명이나 귀여운 소품들이 한없이 사람을 늘어지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패드에 넣어온 소설 한줄이 넘어가질 않아 한시간째 그냥 멍때리고 앉아 이런저런 잡생각만 하고있다.
톡톡톡
창문에서 쏟아지던 해가 가려지더니 불쑥 그림자 하나가 눈앞을 가로막으며 창문을 두드린다.
해를 등뒤로 진 실루엣에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하자 손을 흔들며 쑥 자나간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을 두드리던 그 누군가가 출입구로 들어오고
이젠 아는 얼굴이 된 그 아이가 들어온다.
"누나 혼자 여서 뭐하는데?"
"그러는 너는?"
"내는 하교하는 중이다. 집에 가는데 단골 카페에 아는 얼굴이 있어서 들어와봤다아이가.어차피 집에 가도 할일도 딱히 없고"
소파에 널부러진 등을 곧게 세우며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쑥 앉는 녀석에게 가볍게 손인사를 하곤 앞에 놓였던 패드를 접어놓았다.
이상하게 녀석이 들어온 순간 카페 분위기가 활기차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하다.
차가운 바람을 몰고들어와서인지 아니면 햇살만큼 반짝이는 눈웃음때문인지 모르겠다.
단골카페라더니 익숙해서일까.
내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두터운 패딩을 벗고는 옆 의자에 툭 던져놓는 녀석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준이는 집에서도 바쁘던데. 게임도 하고 낮잠도 자고 만화책도 읽고~"
"내는 게임은 오래잡고 있진 못하겠드라"
"준이말론 뭐 운동 이것저것 한다며?"
"수영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그냥 체력 키울라고 조금씩 했다"
몇년씩 못본 사이같지 않게 녀석은 친밀감 넘치는 말투로 잘도 대답한다.
"아...뭐라도 마실래?"
"내 가서 주문하고 올께"
"아냐~내가 사줄께"
지갑을 꺼내려고 옆에 둔 가방을 뒤적이려 하자 녀석이 급하게 손사레를 하며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들어왔다가 인사만 하고는 금새 갈줄 알았는데 아예 메뉴를 시키는 걸 보니 같이 있으려나보다.
아님 내가 먼저 뭐 마실껀지 물어봐서 거절 못하고 앉게 된건가?
거절 잘 못하는 성격인가?
주문하는 녀석의 옆모습을보니 쑥쑥 자란게 더 눈에 띈다.
교복을 정식으로 갖춰입은걸 보니 확실히 모범생 티가 난다.
금마 사이코다
라는 동생의 말이 귓가게 멤돈다.
아니 왜? 저렇게 말쑥하니 세상 참하구만...
"뭐 시켰어? 내가 사줄라 그랬는데 왜?"
"누나 이제 백수라메?준이한테 들었다. 돈 아끼야지"
무언가 메뉴를 주문하곤 자리로 쪼로록 돌아오는 녀석에게 웃으며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내 현실을 자각시키는 단어다.
백수...
자발적 백수가 된거긴 하지만
갑자기 속이 답답해진다.
"일 많이 힘들었나? 그래서 손목도 그런거가?"
"아..그냥 직업이 손목 많이 쓰는거라 ㅎㅎ 어쩔수 없더라고. 치료 받아도 뭐 별루 소용도 없고. 마침 의사가 손목 다 나을려면 무조건 쉬라 그러길래 용기내서 사표냈지 모"
"아프면 쉬어야지. 많이 아프나?"
"그냥 좀 지끈거리고 그래. 쉬다보면 좋아지겠지 뭐"
걱정스런 얼굴로 손목을 쳐다보며 다정한 눈빛을 보내는 녀석의 표정이 참으로 귀엽다.
버스안에서도 저런 눈빛으러 쳐다봤었던것 같은데
어릴때 알던 남을 잘 챙기고 이쁜말만 하던 그 모습 그대로 큰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이런 남자라도 있어야 세상이 좀 더 괜찮아지겠지.
다 거지같은 놈들만 득실대는건 너무 억울하잖아.
"넌? 수시 붙었어?아님 정시? 대학교는 어딘데?"
"내 학교 궁금하긴하나?"
"당연하지~공부 잘한다며?"
"그냥 뭐.. 조금 하는 정도다. 중학교때 공부 좀 안해서 그런지 원하는 대학은 못들어갈것 같다"
"아 진짜? 아쉽겠다"
"그래도 인서울하는것만으로도 내는 감지덕지다"
"아.서울로 오는거야?"
"아마?"
"와~대구 촌놈 성공했네 ㅎㅎ 준이는 성적 애매해서 결국 대구 눌러앉겠던데"
‘내 서울가면 연락해도 되나?"
"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잠깐 넋을 놓은 사이 녀석이 패딩점퍼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며 비밀번호를 풀고 내게 쑥 내민다.
"누나 번호"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핸드폰을 받아서 번호를 바로 입력했다.
"너 되게 자연스럽다? 자주 해본 솜씬데?"
"뭐 모르는 사이도 아이고 번호 받는게 어때서"
아 그건 그렇지.
놀리려고 쓸데없는 농담을 던졌건만 너무나 무덤덤한 반응.
어릴때부터 동네 아는 사이고 동생친구녀석인데 번호 주는게 뭐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괜한 소릴했다.
"야 그래도 나는 너 초등학교때 보고 지금 보는거라 좀 낯설다~ 내 키 반만하던 아가 지금은 키가 이만해가지고 대학간다니 완전 이상한데 니는 전혀 안 그런가보네?"
민망함게 괜시리 톡 쏘듯 한마디 던져본다.
"누나가 못본거지 난 누나 자주 봤는데?"
"? 언제 ?"
"누나 명절때 집에 오는거랑 두세달에 한번 들를때 봤었다. 그냥 아는척 안했던거지"
"왜?"
막힘없이 술술 대답만 잘하던 녀석이 아무말 없이 내 번호를 입력해놓은 핸드폰을 처다보며 번호를 연락처에 저장한다.
타이밍 좋게 주문벨이 울려 동윤이가 일어난다.
녀석의 인사성이면 충분히 날 보고 인사했을텐데 몇년동안 아는척을 안했다고?
왜?
"내 연락하믄 같이 밥 먹어주는기가?"
따뜻한 레몬차를 주문한건지 녀석이 들고온 귀여운 노란 땡땡이 머그컵에서 새콤달콤한 향이 새어나온다.
자리 돌아오자마자 아는척을 하지않는 이유를 물어려했건만 녀석이 먼저 타이밍을 가로채버려 과거에서 현재로 주제가 돌아왔다.
"그럼~서울에서 고향 아는 사람 만나 친분유지하는거 생각보다 어렵다?"
"맞나...내는 안 그럴것 같은데"
"대학교 들어가서 새친구들 사귀고 동아리 활동하고 여행다니고...그러다보면 금새 과거 사람들은 잊혀져. 그러다 군대도 가고 취직준비 시작하면 의외로 되게 바쁘다?"
"내는 그래도 연락 할낀데?"
"뭐 종종 안부나 물어보며 지내면 좋지"
다정한 녀석 같으니라고
주변사람 두루두루 챙길 스타일이다.
대학교를 가든 직장을 가든 이쁨받을 타입이네.
"누나"
"응?"
" 내도 이제 곧 합법적으로 성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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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니 숙부님 여기서 끊으시는 게 어딨냐긔ㅠㅠㅠㅠㅠ쟈니난 쑥뿌ㅠㅠㅠㅠㅠ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성인되서너무좋다동윤아
합법적 성인......!동유나!!!!!!!!!너무 좋내
성인되면 모요! ㅠㅜㅜㅜㅜ나는 도내ㅜㅜ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인 카운팅 며칠기준으로 세면 됩니까?
어머..상큼하긔
세상에....
여기 눕겠긔......
성인 되면 뭐할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 빨리싸주세여ㅠㅠㅠㅠㅠ
이거 뭐죠 단숨에 다 읽었긔. 승차이 말투 생각나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나는 도냄 ㅠㅠㅠㅠㅠㅠㅠㅠ
합법적 성인 완전 심쿵이긔 ㅠㅠㅠㅠㅠㅠㅠ
하 느무 조킈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합법적 성인...ㅠ
성인되믄 머할라꼬!!!! ㅠㅠㅠㅠ
광대 어쩔낀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