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면 스물아홉씩이나 먹을 대학원생이 어젯밤부터 계속 이렇게 걸핏하면 울 것 같은 상태로 있는 게 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뭐라도 쓰고 있습니다. 제 얘기이니 안 읽고 그냥 뒤로가기 하셔도 돼요.
사실 저는 오빛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에요. 아이돌 덕질 자체를 작년에 처음 시작했고, 이달소는 두 번째로 좋아하게 된 그룹입니다. 퀸덤 영향도 컸고, 친구의 영업도 컸고요. 팹 구독은 8월 말에 시작했으니 정말 덕질이라고 할 만한 걸 한 지는 얼마 안 되었네요.
그 와중에 앨범 많이 사면 환경 파괴된다고 개봉 앨범들을 중고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어차피 이젠 못 구하는 예전 앨범들도 있고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앨범을 안 살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중고로 앨범들을 구하다가, 솔로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 고르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츄의 하트 어택 때문에 츄 솔로 앨범도 샀어요. 근데 분명 개봉 앨범인데 안에 포카까지 있더라구요. 저는 포카를 모으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서, 츄 솔로 포카는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포카 중 하나가 되었어요.
솔로 뮤비들이 좋았던 이유가 뭐냐면, 물론 완전체 곡들에서도 달소는 모두 멋지지만, 유독 솔로에서 각 멤버가 너무 빛나서 그랬나봐요. 정말이지 너무 예쁘고, 빛나고, 그래서 계속 보다가 오빛이 되고.. 최애는 고원이지만 하트어택 뮤직비디오를 너무 좋아해요. 지우가 너무 빛나서.
진짜 슬픈 게 뭐냐면, 돈도 안 주고 결국 이렇게 아티스트 매장하겠다고 달려드는 회사인데도, 이곳에서 경험했던 찬란함들이, 여기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결코 지울 수도 없고 지우고 싶지도 않을 기억들이 존재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하필 이곳에서 펼쳤던 꿈과 열망이 있고, 이곳에서 쌓아온 사랑이 있는 거고요. 그걸 이용하고 짓밟았다는 게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워요.
덕질의 시간성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이들의 몇 달을, 몇 년을 따라잡게 되잖아요? 그 시간을 그대로 함께한 만큼은 못 되더라도, 내가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다른 이들이 남긴 기록과 함께, 다른 이들이 봤을 영상과 함께 압축적으로 경험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팬이라는 궤도에 함께하게 되고요.
덕질의 시간이란 압축적일 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그래서 아주 짙은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본 것을 보고 또 보게 되며, 어떤 순간들이 언제 무엇을 하다가 나온 것인지 기억하게 되고, 어느 순간에 누가 어떤 감정을 왜 느꼈는지를 기억하게 되고요.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하나하나의 순간이 소중하고.
멤버들이 태어난 년도를 다 기억하진 못하는데도 누가 누구를 언니라고 부르는지, 누가 막내인지를 통해 나이를 추측할 수 있게 되기도 했어요. 현진이는 지우를 언니라고 불렀고 현진이는 막내가 아니며, 이 그룹에는 98년생이 없고, 그렇다고 지우가 언니 라인은 아니니 지우는 99년생이고 현진이는 00년생이며 현진이와 동갑일 희진이 또한 00년생이라고 추측할 수 있게 되며 찾아보면 그게 맞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저에게는 팬이라는 궤도 안에서의 경험이었어요.
고작 몇 달 동안 오빛이지만 감자는 아니었던 저는 이제 오빛이자 감자가 되기로 했어요. 사실 하트 어택 뮤직비디오는 이클립스와 함께 솔로 뮤비 중 가장 좋아하는 투 톱이거든요. 이차프레임과 대조, 세계관 속 상징, 시각적 유사성들로 지독한 짝사랑을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그려낸 저 아름다운 작품을 볼 때마다 이제는 마음이 아프겠지만요.
주책입니다. 학교 다니기 힘들어서 휴학해놓고 매일같이 덕질이나 하다가 이렇게 징징대는 거 참 주책입니다. 별 생각 없이 유튜브를 틀어놓으면 자동으로 이달소 영상들이 나와요. 하도 봐서. Star 뮤비가 나오는데 새삼 지우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울고 싶었어요. 너무 예뻐서.
인간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소속사 사장 포함 이 일에 책임 있는 인간이면 누구든 전부 다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해요. 당신들은 그냥 돈을 안 준 게 아니에요. 그냥 퇴출시킨 것도 아니에요. 이토록 찬란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엿을 날린 거예요. 행복했던 순간들마저 부정하고 싶어질 만큼 커다란 고통을 안겨 준 거예요. 당신들 밑에서 일하는 순간들 중에, 그 부당하고 착취적인 시간 안에, 우리 멤버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도 있다는 게, 정말이지 가장 잔인한 일인 거예요.
시즌그리팅에는 열두 명이 있을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런 생각 하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희진이 생일 브이앱에서 “다음에 보여줄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은이 브이앱에서 “다음 콘서트” 같은 말을 들으면, 애들이 연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 너무 안심되고 기뻤어요. 하지만 아마 지난 서울콘은 제 처음이자 마지막 이달소 콘서트가 되겠죠. 예림이도 지우도 없는 콘서트요.
또 쓸 일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또 쓸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콘서트날 응원봉을 샀어요. 대학원생이 들고 다니기에 과도하게 귀여워서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때요. 플로어석이면 응원봉은 들어야지.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제게 응원봉은 다음 콘서트가 있으리라는 부적 같은 거였어요. 이제는 정말 모르겠지만요.
덕질 초보라 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시작되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함께 싸울 거예요. 주절주절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첫댓글 너무나 공감됩니다 ㅜ.ㅜ 함께 힘내요!
감사합니다.. 잘 버텨봐요 우리
잘 읽었습니다. 저는 퀸덤으로 늦덕한 오빛인데 많은 감동도 얻고, 씁쓸함도 느낍니다.
훗날 같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용기 얻고 갑니다.
말은 안 해도 많은 분들이 함께 목소리 내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해요..
솔로 앨범때 멤버별로 특색이나 특징이 진짜 빛이났는데 이제는 씁쓸함만이 남았네요….
제 소원이 솔로 무대들 콘서트에서 보는 거였는데.. 결국 절반 본 걸로 끝나게 될 것 같아 너무 씁쓸합니다..
너무나 저랑 같은 상황이고 같은 감정이고 같은 생각 이시네요... 저도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싸워야한다면 물불 안가리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동참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그때까지 계속 열두 명의 달소 곁 함께 지켜요
제 마음을 대변했을 정도로 공감가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후회없습니다...
소속사가 아니라 이달소 12명을 위해 한 덕질이기에 앞으로 지우와 멤버들이 어떤 자리, 어떤 모습이라해도 계속 옆에서 응원할겁니다.
그리고 오늘까지만 슬퍼하세요.
우리 지우는 강한 아이라서 이 상황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테니까요.
우리 모두와 함께요...
지우 믿고 있는 만큼 저도 얼른 정신 차려야죠.. 함께 12명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요 감사해요 ㅠㅠ
🙂
대학원 화이팅입니다
에고 감사합니다.. ㅋㅋㅠㅠ
저도 군대에서 so what듣고 그렇게 군생활 마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입덕까지 해서 4기오빛이 되었는데 올해 초에 지우 못봐서 다음에는 볼줄알았어요 이번 콘서트도 그랬고요 지우 목소리가 없어도 루미너스 노래도 많이 들었어요 당연히 나중에 부를거라고 믿고 근데 진짜 너무하네요ㅠㅠ
저는 오빛 4기 가입 기간도 놓쳐서 내년에 가입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숨만 나옵니다.. 지우가 어떻게 대응할지 기다리면서 지우랑 달소에게 힘이 될 방법을 고민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