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한 경남銀 직원, 서울 집 '2000만 월세 호화생활','자녀 모두 외국유학'...
'4월 업무배제' 후 '7월 잠적'까지 횡령금 은닉 시간 충분...?
금융사고 과정 지켜본 지역 은행권, "'배경' 없이,'혼자'서 가능할까...?"
BNK경남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BNK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등 562억원을 횡령한 이모(50)씨가 잠적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씨의 추가 횡령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20일 무단결근 이후 현재까지 연락을 끊고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일 이씨의 자택·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이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소재를 파악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씨의 신병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 검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피의자가 없어도 여러 방법을 통해 범행을 추적할 수 있다.
이씨가 횡령한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라면서 횡령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씨가 부동산 PF 상환금 158억원을 다른 PF 대출 상환금을 돌려막기하는 데 썼다는 점에 주목하고 추가 횡령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감독원은 오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내부통제 강화 등을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을 논의한다.
은행감독국과 검사국장들과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농협 및 수협 등 17개은행 은행장이 만날 예정이다.
BNK경남은행 거액 횡령 사고, KB국민은행 증권범죄, DGB대구은행 불법 증권계좌 개설로 이어지는 은행권의 '모럴해저드'와 '시스템 오류' 등 금융감독원이 은행장들을 만나 강력 경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순환근무나 명령휴가제 등 내부통제방안의 구체적인 이행이 적당한지, 금융사고가 생겼을 때 보고체계가 잘 짜여 있는지, 자체점검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며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결과를 당국에 신속·정확하게 보고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NK경남은행의 경우, 부산지역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같다"며 "은행에서 고위험 거래로 판단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액수가 움직이면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돼 실무진에게 연락이 가 입출내역에 대해 곧바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순환근무대상 직원을 전체 5%로 이하로 관리하는 등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체계 마련 △고위험 직무자에 대한 명령휴가 의무화 및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 △직무분리 대상 고위험 거래 범위 확대 및 상시모니터링 실시 △자금인출 시스템 단계별 검증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말까지 명령휴가·직무분리 제도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7월부터 사고예방대책 직무분석·수기문서 전산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해, 이를 이행 시기에 맞게 실시했는지 살펴보고 보완할 사안은 또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인출 시스템 등 내부통제 혁신방안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이번 횡령 사고는 시스템 문제라기 보다 모럴해저드가 외부 환경과 결탁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사실 이번 경남은행 대형 횡령 사고는 밖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예금보험공사가 한 저축은행의 부실책임조사 과정에서 작은 PF자금 1건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인 것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 트리거가 된 셈이다.
검찰이 PF 시행사와 이씨가 불법행위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올해 4월 검찰이 은행에 이씨의 금융거래 정보 조회를 요청하자 은행의 준법감시부에서 이씨를 직무배제하고 조사에 나섰지만, 은행이 이씨의 법률 대리인과 사실 관계 확인에 난항을 겪자, 금감원에 이를 보고 하고 6월21일부터 은행 자체 검사에 나서면서 대형 횡령 혐의까지 포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7월20일, 이씨가 홀연히 사라졌다.
검찰은 지난 2일 이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금감원도 지난달 31일부터 경남은행 본점의 검사반을 확대 투입했다.
8월15일 현재 이씨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씨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건 실체 규명과 함께 횡령액 회수도 불확실해 오리무중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본지 기자에게 "이씨는 서울에서 월세 2000만원짜리 호화저택에서 살았다", "은행 부장 월급으로 자녀들 모두 외국 유학 보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라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500억대가 넘은 액수를 부장 '혼자'서 동원할 수 있였겠느냐"며 반문했다.
게다가 이씨가 돈을 빼돌리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직무에서 배제돼 경남은행의 자체 조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잠적한 7월20일까지 이씨가 횡령한 자금 등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말 이씨와 그의 가족 등이 보유한 예금,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은행측이 채권 보전 조치한 금액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점에서,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이나 '방관자적 태도'로 이씨를 '행방불명'의 탈출구를 제공하지 않았겠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이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중은행 횡령액 870억 8100만원 가운데 회수된 돈은 61억 3100만원에 그쳐 회수율 7.04%였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사건의 회수율은 1.12%로 더 낮았다. 당시 회수금은 8억 2000만원에 불과했다.
우리은행 횡령 피의자가 자수했던 것과 달리 경남은행 이씨가 잠적한 지 한 달이 다돼 회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경남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가 숨거나, 숨기거나 해야 하는 K-금융 환경 전반을 재부팅할 때가 되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