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 정찰풍선 과거 3차례 침범”… 韓정부 “국내 침범 없어”
日 “2019~2021년 미확인 비행체
분석 결과 中서 날린 정찰用 추정”
中, 韓美日 비판에 예민한 반응
“시비곡직 가리길… 반격조치 할 것”
일본 정부가 15일 과거 자국 영공에서 발견된 미확인 비행체를 중국의 정찰풍선으로 판단하고 중국에 사실 확인 및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일본은 중국이 또다시 비행체를 띄울 경우 미국처럼 격추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영공으로 들어온 중국 풍선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미일 외교차관이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서자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라” “미국을 따라 소란스럽게 하지 말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동아시아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 日 “中, 과거 일본에도 정찰풍선 띄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중국 정찰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과거 일본에 날아왔던 것에 대해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 정부에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거 일본 영공에서 확인됐던 풍선 비행물체를 추가 분석한 결과 중국이 날린 무인 정찰용 기구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영공 침범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9년 11월 가고시마현, 2020년 6월 센다이, 2021년 9월 하치노헤 등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발견됐다. 센다이시 소속 광역 지자체인 미야기현은 당시 “풍선 모양의 물체가 동쪽으로 이동해 태평양으로 사라졌다. 십자형 부품과 프로펠러 2기가 장착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국 정찰풍선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영공을 침범한 비행체에 대한 무기 사용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NHK 등이 이날 보도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타국 비행체가 영공을 침입하면 자위대 전투기가 미사일 등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도 비판 동참… 中 “시비곡직 가리길”
한미일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통해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중국 위협에 대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측이 (정찰풍선 문제에 대해)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한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에 대해선 “미국을 따라 소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의 불만 표출에 대해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느 나라도 그런 행위(영토 침해)를 하면 비판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정찰풍선이 40여 개국을 정찰했다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영토를 넘어온 풍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정찰풍선 개발과 관련된 중국 5개 기업과 1개 연구소에 대한 수출 제재에 ‘맞불’ 조치도 예고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해친 미국의 관련 실체(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 법에 따라 반격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의 주권과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