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871 --- 혼자가 아니라서 자랑스럽다
양파를 낱개가 아닌 자루로 사다 보면 절반도 먹지 못하여 싹이 돋고 빈 쭉정이가 되어 쓰레기로 나간다. 많이 사면 도맷값으로 싸다고 덥석 산다. 그러나 미처 소비를 못 하고 중간에 버리는 것이 많아 결국은 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싼 것이 된다. 감자는 중간에 싹이 트고 시들시들해져서 버리게 된다. 수박은 냉장고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구박받다 폐기처분을 한다. 비로소 다시 아차 한다. 그러면서 우스운 사람 실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헛똑똑이가 된 것이다. 구매만 생각하였지 소비를 잠깐 깜박하여 균형을 잃은 것이다. 소비능력과 어느 정도는 맞추어야 한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에 훌륭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도 너무 짜거나 싱거워서 간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식성이나 취향이 달라서 똑같지 않다. 매운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소 싱겁거나 심심한 국물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음식은 혼자가 아닌 여럿을 상대로 하다 보면 기본바탕은 있어야 한다. 갖출 것은 갖추어야 한다. 음식은 마음만으로 만족하게 되지 않는다. 솜씨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의무감보다 자진해서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할까 말까 하는 마음처럼 오락가락할 때는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할 일을 두고도 하지 않는 것처럼 얄미운 것도 드물다. 할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데 할 일을 두고도 외면을 하는 것을 보면 탐이 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차라리 내가 할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를 불러준다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나를 기억하고 인정한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상대방이 있어 함께 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도 나를 기억하고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누군가 나를 지켜봐 줄 사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