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일.
난 데 없이, 아닌 밤에 홍두깨 맞은 날로 두고두고 기억될 날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희생하며, 몇 번의 이런저런 부상과 질환을 극복하면서
뜨거운 태양아래 힘들게 몸을 만들어 왔는데,
뜬금없는 신종풀루 때문에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각자 나름대로 희생이나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절박한 취소사유가 아닌데도
며칠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니 너무 화가 났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있는데,
10월 25일로 연기해서 개최한다는 소식을 다시 들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1년에 한 번 육지에서 열리는 장거리 태안대회인데다
늦가을에 하는 대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출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시 준비하려고 하니까 흥은 나지 않고,
그나마 착착 준비해서 9월에 쟁여놓았던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연습해야 된다는 부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내 마음대로 어쩔 수 없는 주변여건들과 앉은뱅이처럼 용만 쓰는 씨름이지만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랑하는 진철 회원들이 있어
그럭저럭 준비하는 사이에 출전 날짜가 목전에 다가왔다.
나는 올림픽 코스보다 아이언맨 코스가 훨씬 좋다.
오랜 기간 준비하는 것, 오고 가는 것, 회원들과 같이 부대끼며 지내는 것,
시합 전의 팽팽한 긴장감,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힘든 여정,
그 여정을 이겨내는 끈기와 의지 등도 좋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나 자신과 만날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명상하는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생겨나는 온갖 잡념들을 하나씩 흘려보내고 나면
나중에는 온 우주에 자기만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힘들게 숨쉬고, 페달 돌리고, 달리며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으면
평상시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온갖 생각들이 지워지면서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다.
탄트라, 수피교, 요가, 오체투지순례 등과도 조금은 일맥상통하는 건 아닌지
감히 추측해본다.
일상의 잡념과 평상시 나를 잘 감싸주던 방어막들이 걷혀져버리면
그동안 나도 모르게 감춰져 있던 깊은 곳의 나와 잠깐 대면을 한다.
첫 제주 아이언맨대회 때 따가운 오후 햇볕, 맞바람,
연이은 고개들과 힘들게 싸우면서도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힘들게 3년을 병마와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이라
막상 장례치를 때는 이제 고생 안하시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다.
가끔 생각나도 내 살기 바빠 슬쩍 혹은 얼른 머리 뒤편으로 던져버리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뒤에도 가끔씩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그때마다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2009년 10월 25일 오전 7시 30분.
어스름 새벽 공기를 들이쉬며 차가운 서해바다에 몸을 던지는 순간부터
집에서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찬새미와 태윤이,
곧 있을 시험 무게에 잔뜩 눌려있을 고3 하은이, 형제자매들
이곳 진행사항을 억수로 궁금해 할 진철가족들을 생각하며
모두에게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하며 열심히 달리고 완주하자.
그동안 쌓였던 잡념, 불만, 아쉬움, 걱정거리, 여러 가지 티끌들도
태안에 다 털어버리고 좀 더 깨끗해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첫댓글 헐~ 원장님, 어울리지 않게 너무 진지해서 울뻔 했잖아요~ 암튼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그래도 원장님이 느린 제 싸이클의 동반자였는데....ㅋㅋㅋㅋㅋㅋ
복부님의 동반자 영광입니다. 흑흑......
음 어울리지 않케 진지하구만~~~ 암튼 멋찌게 아름답게 우아하게 판타스틱하게 불타스틱하게 꺙생쓰틱하게 걍쌰 스틱하게 폼생폼샤스틱하게 모든걸 그곳에 던져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오시길~~ 힘~~
ㅎㅎㅎ 천천히 즐기면서 완주해야죠.
몸은 만진창이가 되어있겠지만 맑은 정신으로 출발한 그곳에서 다시 섭시다....우뚝~~~~
가만 생각하니까 힘들 것 같은데... 그 고생을 뭐하러.... 가지말까요?ㅎㅎㅎ
음잘어울리는 만큼 진지하시군요.......그나마 깨끗한 마음이 더 정화된다면,,,,도인이 되신다는건데,,,꼭 이루시길,,그동안의 스트레스 받으면 훈련하신거 대회에선 스트레스 받지마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치루고 자신있게 돌아오세요
태안 바다에 퐁당! 으~~ 기대 된다.ㅎㅎ
원장님... 태안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목포 박광운... 불타 형님이 와야되는데 ^ ^
ㅋㅋ 광운 동생 오랜만이네~~ 내가 가야 한판 뜻낀데~~ 광운이도 최선을 다하여 멋찐 한판 승 기대한다 힘~~~~
오랫만에 보겠네.... 반갑겠다. 목포에서 맛있는 것 많이 싸가지고 와서 불쌍한 우리 좀 먹여도
무심으로 돌아가는데는 철인경기가 최고인듯합니다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은 무슨 ..그래도 존경해주시면 고맙고요.
형님 신나게 함판 하시고 오이소~~~화이팅~~~
내년에는 같이.....ㅎㅎㅎㅎ
알것십니다~~
앗! 실시간으로....
그레이트맨 싸나이형님의 멋진 모습이 자못 기대가 되네요!!! 무사완주를 기원합니다!! 화이팅
이젠 슬슬 같이 해보자...니 안되면 빵개라도 집안대표로 출전시켜라... 팽아...
무조껀 완주는 하실꺼고(일곱산때 필 받음)... 무사히 완주하시고... 즐겁게 완주하시고... 돌아 오이소^^ 아자 아자 힘!!!
인젠 슬슬 다리가 풀리네...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