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이뤄진 실험이다.
약 80명이 근무하는 회사 출입문 손잡이에 형광물질을 붙인 바이러스를 발라놨다.
생존력이 감기와 비슷한 바이러스였다.
이후 형광검색기로 회사를 살펴보니, 불과 4시간 만에 거의 모든
직원의 컴퓨터 자판과 전화기,
화장실 손잡이 등 손 닿은 곳마다
'형광 바이러스'가 관찰됐다.
바이러스를 커피잔 손잡이에 묻힌 실험에서는, 커피 마신 이의 절반에서 바이러스가 호흡기에서 발견됐다.
▶사람은 손으로 한 시간에 평균 16번 입·코·눈 등 얼굴을 만진다.
'손 바이러스'가 폐로 들어가는 경로다.
그러기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시속
160㎞로 날아가는 재채기 침방울보다
손이 더 빠르다고 말한다.
손은 병원균의 매개체이자 숙주다.
▶10년 전쯤 당시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은 손을 열심히 씻자는
깨끗한 손 '하이 파이브!' 캠페인을 벌였다.
원장이 "쩨쩨하게 손 씻기나 시킨다"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캠페인 후 장내세균 병원 내 감염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요즘 종합병원에는 손 씻기 감찰반이나 위반자를 '엄벌'하는 암행어사를 둔 곳이 많다.
출입자가 중환자실 입구서 알코올 소독제로 손을 닦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 장치도 운영한다.
병원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 보호기는 죄다 손 씻기 강조 화면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공항·터미널·백화점 공중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손 씻기를 잘하는지 살펴본 적이 있다.
조사요원들이 화장실 먼발치서 숨어 있다가 일일이 손 씻기를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남자는 55%, 여자는 72%가 손을 씻었다.
30초 이상 제대로 씻은 비율은 아니다.
세면대 주위에 누군가 있는 경우 손 씻는 비율이 아무도 없을때보다 3.2배 더 높았다.
손 씻기도 전염된다는 얘기다.
식당 화장실에서 누가 손을 안 씻고 그냥 나가더니 조리실로 들어가더라고 한다.
이를 본 손님은 입맛이 떨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손 씻기를 잘하면
인플루엔자·A형간염·유행성결막염·
식중독 등 10여 가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지 논문으로는
제대로 손만 씻어도 폐렴과 설사
질환 40~50%가 준다.
지난 2009년 신종 플루가 막 번지면서 국민이 불안에 휩싸였을 때
대책위원회 박승철(전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위원장이
"30초만 투자하면 전염병 70%를
막을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들 귀를 쫑긋했다.
그는 "물만 보이면 손을 씻으라"고 했다.
지금이 그럴 때다.
손 씻기는 생명 구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