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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2종 소형 면허 따기
나는 자동차 면허도 있는데 그까짓 오토바이 면허야 식은 죽 먹기로 딸 줄 알았다.
그래서 나의 여행에 있어 오토바이 면허는 그저 사소한 준비물의 일부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는 몰아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학원을 먼저 알아보았다. 세상에 30여만 원이나 든다.
나는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로 세계 일주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110cc 오토바이로 여행을 할 것이기에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외국 오토바이 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면허를 따야만 인정을 해 준다기에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따야만 한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검색한 끝에 구리 역 근처에서 2시간에 7만 원을 받고 운전을 가르쳐 주는 곳을 알아내고 그분을 만났다.
때마침 날씨는 살을 에는 추위를 동반했다. 그분은 나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한강 둔치까지 데려갔다. 헬멧도 쓰지 않고 뒤에 타고 가려니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아저씨! 손이 시리면 제 주머니에 넣으세요.”
나는 운전을 하는 그분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두 시간동안 운전연습을 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그분의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분을 안았다. 갑자기 그분이 소리쳤다.
“아이고 왜 그러세요. 저를 꼭 안지 마세요.”
“헉?”
‘아니 나는 그런 남자 아니거든요......’
살다보니 이런 오해를 받는 일도 다 생긴다.
그길로 용인 운전면허 시험장에 등록을 했다. 다음 날 시험을 보러 오란다.
용인 운전면허 학원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시험을 보러 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굴절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채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가슴이 쿵쿵거린다.
“김덕길 씨!”
나는 카메라 앞에 서서 손을 들고 사진속의 내가 정말 내가 맞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출발하세요!”
나는 250cc의 미라쥬 오토바이를 몰고 굴절코스에 진입했다.
굴절을 하려는 찰나 속도가 빠른 듯해서 풋브레이크를 눌렀다. 바로 그때였다.
“덜커덩”
“어어!”
오토바이는 넘어졌고 시동은 꺼져버렸다.
“한 발만 짚고 다시 시동 걸어서 가보세요!”
말이 쉽지 그 육중한 오토바이를 어떻게 한발만 짚고 일으켜 세울 수 있단 말인가? “
나는 두 발을 땅에 디디고 말았다.
“불합격입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서럽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최초 나는 2종 소형 면허를 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젊을 때 5년간 시티100 오토바이를 운전한 경험이 있었기에 쉽게 면허를 딸 줄 알았다.
‘어떡하지? 친구들에게 시험 본다고 소문을 다 내 놓았는데 창피해서 어쩌나?’
자랑을 한 게 잘못 이다.
나는 일단 다시 시험 날짜를 받아놓고 집으로 향했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합격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학원을 이용하지 않고 시험장에서 면허를 따기는 정말 사법고시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투자해서 수원 현대 자동차 학원에 등록했다.
나는 학원 선생님 에게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보겠습니다. 하루에 다섯 시간도 좋으니 수업을 마칠 수 있게 해 주세요.”
학원은 학과 수업 3시간에 실기 수업 10시간을 이수해야만 시험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4월 중 세계 일주를 출발 하려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토바이 운전 연습에 올인 했다.
‘사법고시를 이렇게 준비 했으면 지금쯤 판사가 되지 않았을까?’
바람이 자맥질 했다. 운전학원을 휘돌아 봄을 시샘하는 바람의 현란함이 어둠속에서 아득했다. 코스를 돌면서 많은 생각이 스쳤다. 반복되는 코스를 나는 돌고 강사는 우두커니 사무실에서 상념에 잠겼다. 강사 한 명과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학원생인 나 한 사람, 그리고 깊어가는 어둠.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추운 운전 연습장 야외에서 나는 바람을 가르며 고독한 코스 주행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연습하고서야 집으로 향했다.
무리한 탓일까? 목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급기야 어깨까지 이상이 왔다.
둘째 날도 셋째 날도 운전 연습은 이어졌다. 희한한 것은 연습할 때 꼭 오십 번 주행 중 한 번은 불합격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더는 실력이 늘지 않았다.
‘혹시 50번 연습에서 한 번 나오는 이 불합격이 시험 당일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연습생 중에는 아주 어리고 여린 아가씨들도 오토바이 운전을 배우고자 나왔다.
확실히 남성 보다는 여성이 큰 오토바이에 앉으니 멋스럽다.
마침내 시험 당일이다. 시험 등록을 했는데 내가 1번이다.
긴장이 엄습한다. 대학 수능시험도 이렇게 떨리지 않았고 중학교 제자들과의 첫 강연도 이렇게 떨리지 않았다.
텔레비전 생방송 여성시대에 출연 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출발하세요!”
주사위는 굴렀다.
나는 시동을 건다.
‘그래 배운 대로 하자!'
가슴이 쿵쿵 방망이질을 해 댄다.
멀리서 구경꾼과 수험생들이 나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처음 진입은 험로 코스다. 폭30cm의 길을 30여m 질주 하는데 가장자리를 밟으면 불합격이다.
나는 먼 곳을 응시한다. 그리고 스로틀을 당긴다.
“부릉 부릉 부르르릉.”
오토바이는 좁은 길을 하염없이 달린다. 그 좁은 길을 달리면서 나는 나를 잊는다. 무사통과다.
두 번째 코스는 가장 많이 떨어지는 굴절코스다.
최저 속도로 기역자와 역 기역자 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불안하다.
‘어어!’
“탈선입니다.”
두 번 탈선이면 불합격이다. 다시 중심을 잡고 굴절코스를 통과 하는데 바퀴가 접지선을 물고 말았다.
바로 그때다.
‘.......’
탈선입니다 라고 방송할 줄 알았던 방송의 여성 멘트는 나오지 않는다.
‘때론 침묵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구나!’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남은 코스를 정성껏 운행한다.
“합격입니다.”
“와!”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고 모두 떨어진 줄 알았다며 나를 격려한다.
시험을 본 7명 중 여성 1명을 제외한 모든 수험생이 합격한다. 학원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을 합격률이다. 떨어진 여성은 시험만 벌써 6번째란다. 그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구나.
“오빠! 달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ㅎㅎ
저도 학원은 안다녔지만 3번쩨 ㅡ마에 굴절코스죠 ㅎ ㅡㅡ
오~ 오토바이 면허도 어렵군요~
뭐든지 정석으로 배워야 할듯.. ㅎㅎ
합격추카드려요~~
저는 10년전 2종소형을 한번에 땃지만 대형면허 딴것보단 10배는 기분좋았던걸로 알고있습니다~ 본론이야기가 전개 되겠군요^^
여기 2종소형 한번에 딴사람 추가요..^^
4번의 쓰잔을마시고 따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만하고있습니다
소형오토바이로 세계일주 축하드립니다
학원 다니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겁니다.
ㅎㅎ축하합니다^^
한번에 따신 님들 축하합니다. ㅎ
어떤 일이든 밖에서 보는것과 들어가서 보는것은 천양지차란 말이 딱들어 맞는 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