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고수 3인의 Pick
연말, 뭔가 인생 여행을 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래서 요청했다. 여행계 날고 기는 여행 고수들에게 올 한 해 그들의 `핫`했던 여행지를 찍어달라고. 그렇게 정리한 여행 포인트다. 내년, 아니 평생의 버킷리스트(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로 삼아보시길.
◆ 걸어다니는 음유시인 최갑수
지난 11월 춘천에 다녀왔다.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었고 오래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고 더 오래된 빵집에서 달콤한 크림이 가득한 크림빵을 크게 베어 물었다. 가을 햇빛이 부서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춘천은 서울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 한국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풍경을 가진 도시다. 더 신기한 건 이 도시가 내가 사는 곳에서 고작 2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소양강의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년에는 이 도시를 더 자주 찾아야지. 인생을 조금 더 즐겨야지. 우린 하루에 하루만큼 사라지고 있으니까. 춘천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곳은 인도 북동부 지역이다. 나갈랜드주라는 곳으로 아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도인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간다. 오히려 우리와 닮았다. 문화도 음식도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와는 많이 다르다. 아직 개발이 덜된 지역이라 찾는 여행자들도 드물다. 인도의 배낭여행자들이 드문드문 들어온다. 당연히 여행 인프라스트럭처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130㎞를 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었지만 나갈랜드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내가 가본 곳 가운데 가장 순수한 풍경과 표정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지역을 좀 더 오래 여행하고 싶다.
◆ 여행계 `빨강 머리 앤` 백영옥 작가
지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강원도 양양이나 속초 등은 2시간 안팎으로 갈 수 있어서인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느 지역에 가든지 핵심은 빵이 되어야 한다. 맛있는 빵집 순례가 나의 모토니깐. 예를 들어 전형적인 독일 스타일의 딱딱한 빵을 만드는 빵집이 양양의 어느 시골 마을 어귀에 있다는 상상, 재밌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 밑에는 산채비빔밥이나 순두부, 추어탕 이런 것만 팔아야 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색다른 카페나 빵집 등이 속속 생겨나 그런 곳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게 요즘 여행이다.
굳이 올해 핫했던 한 곳을 꼽는다면 수안보온천이 있는 충주다. 워낙 온천, 찜질방 문화를 좋아해서 여유가 생길 때면 수안보를 찾고는 한다. 게다가 충주에는 카페거리가 있다. 이곳이 좀 다른 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카페거리 같은 것을 만들면 벽화를 그리는 등 정형화된 틀이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의 빵집 앞에서 인증샷 한 장, 이런 게 소소한 인생샷이다.
해외는 미국 데스밸리다. 미국 국립공원 공단에 밤하늘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 있다. 어둠을 나타내는 세기를 1부터 9등급까지 나눠놨는데 대부분의 대도시는 9등급이다. 그만큼 많은 별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별을 봤다는 기준도 엄격하다. 그 기준이 한 번에 450개를 봐야 한다는 것. 우리 한국은 어떨까. 밤하늘을 올려다보시라. 많아야 3~4개 남짓이다. 그래서 찍어드리는 곳이 미국 데스밸리다. 흔히 데스밸리 여행을 화성이나 달 표면처럼 특이한 풍광을 보려 낮에 많이들 간다. 하지만 데스밸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골든타임은 나에게 있어선 밤이다.
눈발 날리듯 쏟아지는 별 무리라니. 데스밸리에서 무수한 별을 보고 있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물리학적으로 굉장히 미미하고, 먼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밤하늘 별을 보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가령 이런 것. 만약에 내가 북한의 김정은이라면 북한은 개방을 안 한 곳이 많아 완벽한 어둠에 싸인 곳 또한 많을 것인 만큼 별 보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는 것이다. 설사 데스밸리를 못 가는 상황이라도 누구나 하늘은 볼 수 있지 않은가.
◆ 김기남 트래비 편집장-경남 거제
연말연초 여행은 특별해야 한다. 오롯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여행, 그런 게 필요한 시점이다.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큰 섬이다. 김영삼과 문재인, 2명의 대통령을 낳은 섬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가 있고 당연히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해금강, 외도, 몽돌해변, 지심도, 바람의 언덕 등 하루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 내륙에서는 드문 맹종죽도 볼 수 있다. 맹종죽 사이의 산책로는 무협영화의 세트장처럼 새롭다. 거가대교를 이용할 때는 입구의 휴게소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국내 휴게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백령도 역시 뜨고 있다.
이곳에 가면 끝과 끝의 경계에서 자신을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은 어촌마을. 아무 말 없는 아침 바다의 풍경 위로 절묘하게 푸른 배경을 막는 해무가 안개처럼 피어난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그 공간. 거기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해변가에 바로 비행기가 내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천연 비행장도 볼거리. 애잔하기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유로운 풍경을 간직한 섬, 그곳이 백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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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42E283453D0509A13)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잘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