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야만 한다. 애리조나 김병현(24)이 선발 전환을 앞두고 미국 진출 이전의 투구폼으로 돌아간다.
김병현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선발에 걸맞은 투구폼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 경기에서 많아야 3이닝을 던지는 릴리프의 폼으로는 완투까지 고려해야 하는 선발 임무를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병현의 '롤 모델'은 바로 자신.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중국을 상대로 9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던 투구폼이 바로 '모범 답안'이다. 김병현은 "그때 투구 장면을 담은 녹화 테이프를 보니 그렇게 날카롭고 부드러울 수 없었다"고 말했며 스스로 자신의 투구폼에 도취된 듯 감탄사까지 섞어가며 당시의 폼을 설명했다.
현재의 김병현이 부러워하는 '98년 김병현'의 포인트는 유연성이다. 상·하체가 물 흐르듯 움직여 자연스레 온몸의 힘이 공에 전달되는 과정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현은 "미국에 온 뒤 구원만 하다 보니 힘으로만 던지는 습관이 몸에 뱄다. 선발이 된 다음에도 계속 그렇게 던진다면 도저히 한시즌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전면 재조정했다. "헬스 기구 선정에서부터 스트레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초점을 유연성에 맞췄다"고 말했다. 체력 훈련 중 스트레칭의 비중을 절반 정도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기아 이강철에게 받은 '개인 교습' 역시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훈련이 착착 진행된다면 올해부터는 마운드에서 힘차게 키킹하는 박력있는 김병현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흐르는 강에 물수제비를 뜨듯 공을 던지는 달라진 김병현을 보는 일만 남았다.
김병현은 21일 현재 뱅크원볼파크에서 팀동료들과 함께 스프링캠프 준비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