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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는 보호자의 입실이 허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 온몸을 떨면서 서있는 그녀에게 앉기를 권했다. 그녀의 학원원장 이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전화로 뭔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싶었고 즉시 학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부탁했고 금방 달려온 원장은 분명 릴리아나의 교통사고를 확인 했고 그녀를 데리고 대전까지 새벽을 달려 이곳에 왔던 것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영어도 한국말도 모두 막혔었다. 그리고 그녀는 빌었다. 부디 한국말을 못 알아들은 대서 일어난 착오이기를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사고는 사실이었고 릴리아나의 머리엔 붕대를 칭칭 감고는 간신히 산소 마스크로 호흡을 하는 상태였고 얼굴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지만 지극히 편안한 모습이 자는 듯 했다. 그녀는 그런 그녀의 얼굴에 조금전에 꿈에서 연지 곤지 찍고 수줍은 듯 웃는 그녀의 모습이 멎어져 몸서리가 쳐졌다. 어쩜 이처럼 비참한 그녀의 모습위로 그런 생각이 스쳐지는 것인지…… “남편한테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장은 백지장 같이 굳어버린 그녀를 부축하면서 교통경찰관에게 말해야 할 것인지 그녀에게 말해야 하는지 애매해했다. “한국인 남편입니까? 아니 국제 결혼한 여자 입니까?” 호기심 어린 교통 경찰관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학원원장에게 하는 듯 했고 그녀에게는 아무래도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원장만을 붙들고 진술서를 꾸미는 듯한 질문을 해댔다. 그러자 원장은 무거운 고개를 저었고 릴리아나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녀는 난감했다. 어떻게 릴리아나 남편에게 무엇을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릴리아나가 술 마시는 것을 얼마나 싫어했던 그녀의 남편인가? 릴리아나에게 알코올중독자라며 모든 이야기를 술주정으로만 흘리던 남편이 아닌가? 그녀의 남편은 릴리아나의 교통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제 그녀가 서울에 가려고 했을 때 릴리아나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녀의 남편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 결정이 무엇이 길래 그녀는 잔뜩 술을 먹은 채 운전을 했을까? 언젠가 릴리아나는 음주운전을 한 채 과속으로 나에게 온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죽으려고 했는데 죽지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녀가 다시 일어나 ‘이번에도 죽지 못했다’며 아무일 없는 듯 일어나 주기를 바랬다. 그녀는 병원 복도 구석 편에 있는 공중전화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전화벨 소리가 떨어지기 바쁘게 릴리아나 남편은 전화를 들었다. 아마도 릴리아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여기 대전ㅇㅇ병원 응급실입니다.” 그리고 급하게 전화가 끊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모든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는듯 준비된 준비된 사람마냥 전화를 끊었다. 적어도 릴리아나의 상태는 어떤가를 물어 볼 줄 알았는데 그녀는 믿고 싶었다. 릴리아나의 남편이 경황이 없어서 부랴부랴 서두르느라고 전화를 빨리 끊었고 그녀의 상태도 물어볼 정신 조차 없었다는 것을 적어도 그녀는 믿고 싶었다. 시간이 몇 시간 흘렀을까? 어줍잡은 새벽은 밝은 햇살로 세상은 그렇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바쁘게 하루를 향해 배고픈 이리의 아가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끼워졌던 호흡기 대신 릴리아나는 코에 고무관을 끼우고, 입술이 약간 벌어진 채로 심장박동과 혈압을 체크하는 모니터에 살아있다는 신호만 ‘뚜-뚜-뚜-뚜’ 간신히 규칙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고무관에 끼워진 4~5개의 액체의 흐름만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막막하고 갑갑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급하게 전화를 끊어 금방이라도 달려 올 것 같았던 그녀의 남편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나타났고 학원원장과 교통경찰관이 기다리다 다들 오후에 다시 오마 하고 돌아간 다음에야 나른한 고양이인 모양 나타났다. 그 얼굴이 너무도 미워 그녀는 트럭운전수 마냥 침을 뱉고 싶었다. 나는 분명 릴리아나가 죽어 있었다면 그녀의 남편에게 침을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은 릴리아나를 보기 보다는 아침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는 구구한 변명을 느긋하게 늘어 놓았다. “지금 마침 오후 면회 시간이니깐 들어가 보세요” 릴리아나는 얼마나 저 무심한 남편을 보고 싶어 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녀는 이제야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같이 들어가지요” “아니에요, 저는 아침 면회 시간에 릴리아나와 같이 있었으니깐 혼자 들어가세요” 저 남자는 릴리아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왜 두려운 것일까? 릴리아나의 거침없는 사랑이 두려운 것인가? 언젠가 시어머니는 한국에 남자들은 여자가 너무 남자를 좋아해 하면 남자들이 싫어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가 좋아해서 남자와 결혼하면 남자는 십중팔구 바람을 피운다고 했다. 처음 결혼해서 남편을 너무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걱정스럽게 시어머니는 핀잔을 주곤 했었다. 그때 그녀는 정말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그녀의 문화권에서는 감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한 문화를 이해하는 대는 시간이 걸렸다. 그랬을 것이다. 릴리아나는 자신이 자란 문화에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남편을 사랑하는데 숨김이 없고 솔직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그것이 부담스럽고 동양의 관습 속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쌍한 릴리아나!” 늘 안타깝게 자신의 남편을 사랑했던 순한 여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가 얼마나 막막 한 시간을 보냈고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녀의 그런 아픔은 안타깝게 외면 할 수 밖에 없었던 똑 같은 이방인들이었다. 그녀에게 한 없이 미안해서 눈물만 났다. 면회 시간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응급실에서 나온 릴리아나의 남편은 담당의사를 만난다면서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밤새 못 잤기 때문에 온몸은 연체동물처럼 축축처져 있었고 머릿속의 신경세포는 비 맞은 솜처럼 뭉클 대로 뭉크러진 채 무겁기만 해져 있었다. 그러고 낯설고 이 삭막한 병원 응급실에 사경을 헤 메는 외로운 그녀를 두고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릴리아나의 고통에 그녀가 위로이고 싶었다.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을 했을까? 좀더 일찍, 좀 더 일찍……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고 그녀는 응급실 의자에 그대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깊은 잠 속에서 그녀의 머리 맡에 그가 와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어주며 아무 말없이 눈물을 닦아 주었다. 꿈속이라도 그녀는 모처럼 만에 참 행복했었다. 그러다 웅성거리는 소리, 의사와 간호사의 빠른 발걸음 소리에 눈을 떴다. 응급실 안에서는 릴리아나의 힘 없는 사랑이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냈던 모니터의 규칙 음은 이미 ‘뚜’ 소리와 함께 멈춰져 있었다. 의사의 형식적은 인공 호흡만이 시도 되는 것이 응급실 창 너머로 그녀의 물기 어린 눈에 비춰질 뿐이였다. 삶의 온기가 사라진 릴리아나의 얼굴은 낯설었다. ‘인간의 육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 었구나!” 그녀가 이방인으로 간신히 지탱한 사랑이 너무나 허망해 기다리던 남편을 보고 나서 세상을 끝내버렸구나! 누가 ‘사랑은 위대하다’ 했는가. 이다지 허망한 사랑 앞에 누가 ‘위대하다’고 했을까? 중환자실에 단 하루도 못 산채 릴리아나는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그렇게 사랑하던 남편이라는 사람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간호사가 내미는 사망서에 사인을 하고 병원 영안실로 사라졌다. 꼭 장례절차를 미리 기다렸던 사람 같았다. 그리고 흰 천으로 덮어진 릴리아나의 시체는 쓸쓸히 장례수순을 밟기 위해 영안실로 사라지고 있었다. 영안실에는 병풍이 쳐지고 그녀가 좋아하지도 않은 흰 국화 꽃이 놓이게 되겠지. 릴리아나의 장례는 그녀가 가졌던 쓸쓸한 사랑마냥 쓸쓸하게 치러졌다. 이 나라의 옛 법도상 밖에서 죽은 상여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며 그녀 남편의 집안 문중에 묻히지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화장을 해야 집안에 후안이 없다며 그녀의 시어머니는 극구 화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릴리아나의 영구차는 열 사람도 안된 조문객을 싣고 화장터로 향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 외로운 이방인의 죽음이 슬퍼 하늘에서 눈물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자 이 같은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러는 그녀의 눈물을 로라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닦아 주었다. 릴리아나가 가는 길이 너무 외로울까 봐 원장에게 부탁해 로라를 그녀의 영정 사진이라도 들게 하기 위해 데리고 왔다. 그녀의 시선이 릴리아나 남편에게 옮겨졌다. 뚜렷한 윤곽을 가진 얼굴이었다. 꽉 다문 입술이 뭔가 고집스럽게 보였다. 그런 남편을 릴리아나는 항시 고집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몹시 차가운 남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차가운 남자가 딱 한번 우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기한 듯 말한 적이 있었다. ‘퐁퐁’ 이라고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있었거든 그런데 그 강아지가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가는 거야 그래서 동물 병원 여기저기 데려가 보고 입원도 시키고 별별 방법을 다 써 봐도 암세포가 점점 더 번져 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암으로 죽을 때는 냄새가 많이 났다. ‘퐁퐁’ 도 많이 고통스러울 거라며 병원에서는 안락사를 시키자고 했지만 남편은 끝까지 해보자고 하면서 온 정성을 다 기울였어 하지만 ‘퐁퐁’ 은 결국 힘들게 죽고 말았어 그런데 그 냄새 나는 ‘퐁퐁’ 을 껴안고 남편은 눈물을 뻥뻥 흘리는 거였어 그것도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그때 난 생각했지 저렇게 정이 많은 남자가 왜 아이를 갖길 원하지 않는지 무슨 놈의 문화적인 관습이 저 이를 몰아내고 있는지. 혼혈아가 뭐 어떻다는 걸까? 이 사회에서의 문제가 뭐 길래 저러는 걸까? 지난날 어려운 전쟁을 겪으면서 양공주가 있었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을 구하기 위해 그들의 딸들은, 누나들은 미국인과의 관계를 맺어야 했고 본의 아니게 순진한 그들은 혼혈아를 낳았고 사회의 냉대 속에 멍애 마냥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는데 그것이 왜 여태껏 저들의 정신 속에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며 릴리아나는 흥분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퐁퐁’ 이라는 조그마한 강아지를 안고 우는 모습이 그녀에게서 아주 특별한 느낌이 더란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더 갖고 싶었다고 그리고 아이만 낳으면 그는 아주 좋은 아빠 일거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아직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단지 조각상 같은 표정으로 창 밖만 내려가는 길에 그가 그렇게 사랑하는 남편의 슬픔이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 아닐지라도 지금 내리는 빗물 만큼의 슬픔이 함께 내려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녀의 죽음이 어쩜 ‘퐁퐁’ 보다 더 못한 외로운 사랑으로 끝나버릴 것 같아 그러면 그녀가 너무 불쌍해서 자꾸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빗줄기는 여름 장맛비 답게 제법 찻장을 때리고 흘러 내렸다. “어 희-희……” 북 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영혼을 부르는 인디언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얼키설키 집들이 보여 있었고 그곳에 릴리아나가 있었다. 그리고 릴리아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아늑해 보이는 통나무 집을 가리키며 여기가 그녀의 집이라고 했다. 바쁘게 집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외롭게 보였다, 로라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주의는 허허 벌판이었다. 멀리서 산등성이 보일 뿐이 었다. 그곳에 잘 만들어진 현대식 건물이 병원이나 요양 원인 듯 빨간 벽돌로 스산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추적추적 영구차가 멈췄다. 지어지지 알마 되지 않은 건물이 아우슈비츠의 화장터를 연상했던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왜 아우슈비츠의 화장터를 연상했을까? 장례문화가 달라서 였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이 죽었는데 또 불에 태워 재로 만든다는 것을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이란 나라의 특성상 그것도 좋은 방법일거라 생각했다. 빗줄기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릴리아나의 영정사진을 로라가 들고 화장터 안으로 들어갔고 간단한 제사상이 차려 진 듯 했다. 그것도 릴리아나의 남편이 준비한 것이 아니라 장례 절차에 따른 수순인 듯 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났다. 화장하는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릴리아나가 누워 있는 운구가 건물입구에서 비를 피해 다른 쪽 건물로 옮겨 졌다. 그곳이 아마 화구 인 듯 했다.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에고 에고” 하는 곡 소리가 통곡을 넘어 세찬 빗 소리와 함께 아우성 처럼 들렸다. 그리고 검은 한복을 입은 여인이 실신을 했는지 누군가가 업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방금 전 절규에 가까운 그 여인의 곡 소리가 그녀에 통곡을 넘어 기계음처럼 귀에 윙윙거렸다. 속살 도려내듯 가슴이 아파왔다. 거무례하고 우중충한 사람들의 모습들은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인지, 작당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비가 와서 인지 화장터 주위는 칙칙하고 음산하여 기분이 산득하였다. 비가 더 심해지는지 화장터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옷의 물기를 닦으며 하필이면 이런 악천 후 속에서 일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장례절차들이 더 귀찮은 것 같았다. 죽어가는 것이 고통이지 죽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슬픔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닌 산 자의 몫인 것이다. 화부인 듯한 사람이 릴리아나의 잔해를 쓸어 분골실로 갔다. 그리고 잘게 잘 갈아진 릴리아나의 분골을 한지에 담았다. 릴리아나의 따뜻함이 그래도 그녀에게 전해져 왔다. 축축해졌던 그녀에게 온기가 느껴졌다. 릴리아나 남편의 친구인 듯 한 사람이 화장터 안 매점에서 소주 몇 병을 사왔다.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한 잔씩 나누더니 누군가 어색하게 술잔을 권했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손에 쥔 술잔을 재 빨리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얼싸하고 훈훈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화장터 안에서 로라의 모습은 눈에 띠었을 것이고 거기다 소주까지 거침없이 받아 마시는 모습이 생소한 듯 호기심 어리게 쳐다 보았다. 알코올 기운의 마취가 온몸 안에 퍼지면서 참았던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멀리서 찬송가 소리와 목탁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다른 무리의 장의 차(버스)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두 대정도의 버스일거라 그녀는 여겼다. 로라는 검은 원피스를 단정히 입고 앙징 맞은 모습으로 화장터의 이곳 저곳을 약간은 두려운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부지런히 쫓아 다녔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이번 영구차에서는 내렸는지 “에고” ‘에고’ 곡하는 소리가 때리는 빗줄기와 반복적으로 똑같이 울렸다. 로라는 그녀의 귓속에 대고 “엄마! 얼굴이 빨간 사과 같아” 그녀는 왠지 수줍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 무안한 표정으로 로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조금은 두려운 듯한 그녀의 작은 천사를 꼭 껴안았다. 그때 또 다른 시신을 철제 들 것 나무 위에 나무 관을 건물 안쪽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낮이 선듯한 모습이 스쳤다.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유난히 흰 와이셔츠 위로 검은 양복을 말끔하게 입고 슬픔을 넘어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의 그가 누군가의 영정 사진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디디며 화장터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하나 같은 모습의 슬프고 지친 사람들의 무리가 따랐다. 유난히 나무 관을 붙잡고 목메어 우는 나이든 여인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영정사진 역시 낯익었다. 그녀의 시아버지였다. 그리고 목메어 우는 나이든 여인은 그녀의 시어머니였다. 그녀가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날 아침 눈을 뜨면 하루 같이 함께 했던 어른들이 아니었던가? 고운 정 보다 미운 정이 더 쌓였지만 이제와 그것이 문화의 차이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아니였지만 로라 만큼은 유난히 사랑했던 어른이었는데…… 그래서 캐나다까지 로라를 찾아왔지만 그녀는 뽀루둥하게 형식적은 며칠을 보내게 하고는 떠나 보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와 무엇 때문에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영정 속에 시아버지에게 로라를 보여 줘야 한단 말인가? 온몸은 돌처럼 굳어졌고 다리는 한발 자국도 움직 일수가 없었다.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로라의 걱정 어린 소리에 망연자실 했던 정신이 들었다. 그리도 메몰차게 떨어지던 빗줄기가 조금은 멈춘 듯 했다. 그녀는 로라의 손을 잡고 조용히 화구실 안으로 들어가는 영정 뒤를 따랐다. 그런 모녀의 다른 모습은 쉽게 그들의 눈에 띠었다.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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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