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 물속에서 자유로워지다 수중호흡기 아콸렁을 만든 자크 이브 쿠스토(19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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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4. 17:07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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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물속에서 자유로워지다
수중호흡기 아콸렁을 만든 자크 이브 쿠스토(1943년)
요약 자크 이브 쿠스토는 수중호흡기 아콸렁을 짊어지고 수심 10m까지 내려가 마치 물고기같이 헤엄을 쳤다. 그는 두 팔을 다 쓰지 않고도 20m까지 내려가 1시간가량 머물렀고, 물속에서 〈수중 18m〉라는 기록 영화를 찍기도 했다. 아콸렁의 발명으로 물속 세계 탐험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1943년 6월 어느날 아침 나는 리비에라의 반돌 역으로 달려가 파리에서 부친 화물 상자를 찾았다. 거기에는 수년에 걸친 투쟁과 꿈의 결실이 들어 있었다. 어떤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열어도 내가 그 상자를 뜯을 때처럼 흥분하지는 않으리라.'
자크 이브 쿠스토는 그의 저서 〈침묵의 세계〉에서 아콸렁을 처음 손에 넣을 때의 감격을 이렇게 적었다.
상자에서는 대기압의 150분의 1로 압축한 공기를 채운 통(실린더) 3개가 나왔다. 그것들은 서로 이어서 조립되어 있었는데, 탁상 시계만한 호흡조절기가 달려 있었다. 호흡조절기 양쪽에 접속된 두 가닥 고무 호스는 가운데 있는 마우스피스에서 합쳐졌다.
바닷가에는 쿠스토와 오랫동안 함께 잠수해온 필리프 타예즈 · 프레데리크 뒤마와 아내 시몬 멜시오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뒤마는 위급한 사태에 대비해 박사장에서 대기하고, 시몬은 수면에 떠서 대롱을 물고 숨을 쉬면서 물안경을 쓰고 물속의 남편을 살피기로 했다.
쿠스토는 23kg짜리 아콸렁을 짊어졌다. 호흡조절기는 목 뒷덜미에, 고무 호스는 얼굴 앞쪽에 자리잡았다. 그는 마우스피스의 고무 혹 2개를 이로 꽉 물고 3kg짜리 납덩이를 매단 벨트를 허리에 찼다.
'내 몸은 부드럽게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자 신선한 공기가 힘들이지 않고 빨려들어 왔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가벼운 휘파람 소리가 나고, 내쉴 때는 물거품 소리가 났다. 호흡조절기가 수압을 정확히 조절해주어 숨쉬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바다 속을 둘러보니 저 아래 계곡 검푸른 해초 사이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조용히 삶을 즐기고 있었다.'
쿠스토는 수심 10m까지 유연하게 헤엄쳐 내려갔다. 물속 10m라면 지상 대기압의 2배나 되는데도 그는 수압이 늘어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호흡조절기가 수압이 높아질 때마다 자동으로 압축 공기를 더 많이 보내 주었다. 허파 내벽에 들어간 압축 공기는 혈관에 대응 압력을 만들어 몸 전체에 파급시킴으로써 몸의 조직이 수압에 압축되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공기보다 800배나 높은 밀도인 물속에서 인간이 물고기처럼 헤엄친다는 것은 이론으로나 가능했다. 그런데 이 날 쿠스토의 몸은 중력과 부력에서 놓여나 물고기와 똑같았다. 헬멧식 잠수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납이 달린 신을 신고, 몸에는 수면 위로 연결된 공기 호스가 탯줄같이 붙어 있고, 머리가 무거운 구리통 속에 갇혀서 움직이는 다이버라면, 그 정도 수심에서는 다리 쪽에 무게가 쏠려 한 발짝을 옮기려 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어기적어기적 '탯줄'의 길이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쿠스토는 두 팔을 다 쓰지 않고도 시속 2노트(3.7km)로 전진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내쉰 공기 거품이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빠르게 솟구쳐 보기도 하면서 20m까지 내려갔다. 그는 예전에 보아 두었던 바위굴을 탐사하기로 했다.
'나의 몸은 자꾸 떠오르면서 굴 천장에 부딪혔다. 공기를 써버린 만큼 부력이 커지고 있었다. 공기 호스가 찢길까 봐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로 들어갔다. 천장에는 바다가재가 무더기로 붙어 있었다. 찬 물에서는 수백 칼로리의 열을 빼앗긴다는 사실이 생각나 얼른 500g쯤 됨 직한 바다가재 2마리를 잡아 가지고 동굴을 벗어났다.'
이 날 쿠스토가 20m 물속에서 머무른 시간은 1시간 가량이었다. 바다가재 요리를 먹으면서 네 사람은 흠뻑 행복감에 젖었다. 타예즈는 한참 계산해 보더니 "우리가 수심 1야드를 정복할 때마다 인류에게 활동 가능한 공간이 30만km2씩 열린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물안경만 쓰고 8년을 바다에서 살아 왔다. 이제 그들의 앞에, 아니 인류의 앞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려 하고 있었다.
아콸렁으로는 얼마나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은 1948년 쿠스토와 뒤마가 프로방스에서 해저 동구로가 연결된 자연 우물인 퐁텐드보클뤼즈를 탐험하면서 밝혀졌다.
지형이 복잡해서 두 사람은 로프로 연결하고 잠수했는데, 65m 지점에서 뒤마가 반사신경이 기능을 잃는 질소 혼수 상태에 빠졌다.1) 쿠스토도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그는 로프를 세 번 잡아 당겼다. 그것은 줄을 더 풀라는 신호였다. 그가 착각했던 것이다. 지상에서 로프를 잡고 있던 사람은 계속 줄을 풀었다.
쿠스토마저 위험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뒤마를 놓고 혼자 올라가려던 순간 줄을 당기라고 할 때 쓰기로 한 신호가 생각났다. 그가 줄을 여섯 번 잡아당기자 줄이 끌어올려져, 의식을 잃은 뒤마를 가까스로 살릴 수 있었다.
1910년 프랑스 생탕드레드큅자크에서 태어난 쿠스토는 해군 소속 조종사이던 스물여섯 살 때 자동차 사고를 당하자 전함으로 전속되었다. 거기서 만난 타예즈 소령으로부터 물안경을 빌려 쓰고 물속을 구경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쿠스토는 늘 타예즈 · 뒤마와 함께 잠수했는데, 방수 상자 속에 카메라를 넣고 〈수중 18m〉라는 기록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숨을 오래 참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작고 가벼운 통에 공기를 넣어 몸에 지니고 잠수할 수 있을까'. 이것은 쿠스토와 뒤마가 수면 위에서 펌프로 파이프를 통해 공기를 보내주는 잠수 장비를 실험하다가 파이프가 끊어져 죽을 뻔한 뒤로 그들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화두(話頭)였다.
다이버가 신경쓰지 않아도 비행기 조종사의 산소 마스크처럼 자동으로 작동되는 호흡조절기가 필요했다. 쿠스토는 그같은 구상을 이해할 기술자를 찾으러 1942년 12월 파리로 갔다. 거기서 사업용 가스용기 전문가인 에밀 가냥을 만났다. 가냥은 쿠스토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이런 것을 말하는 겁니까?'하면서 작은 물건을 내밀었다.
"이건 내가 자동차 엔진에 가스를 공급하려고 만든 자동 압력감소기요."
당시에는 전쟁 중이어서 가솔린이 모자라 자동차에 목탄을 때거나 가스를 쓰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었다.
몇 주일 뒤 두 사람은 물속에서 쓸 자동 호흡조절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실험해 보니 수평에서는 공기 흐름이 자동 조절되었으나 수직일 때는 호스가 막혔다. 그 해답은 돌아오는 길에 기적처럼 떠올랐다.
'물속에서 똑바로 서면 공기 빠져 나가는 통로가 들어오는 통로보다 높아진다. 그 차이는 약 15cm이다. 이 때 생기는 수압의 차이가 공기를 저절로 흐르게 하는데, 물속에서 거꾸로 서면 배기 구멍이 반대로 15cm 아래에 있게 되어 공기의 흐름을 차단했던 것이다. 따라서 배기구와 흡입구를 가까이 있게 하면 압력의 차이가 공기 흐름을 막지 않으리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물속에서 인간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준 대혁명이 된 세계 최초의 완벽한 잠수 장비 '쿠스토-가냥 아콸렁'(스쿠버)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2)
쿠스토는 통상 '캡틴 쿠스토'라고 불린다. 이름 앞에 '선장'이라는 말이 붙는 사람은 역사에서 캡틴 쿡(제임스 쿡)과 캡틴 쿠스토뿐이다. 그는 또 1992년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 여론조사기관 IFOP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뽑혔으며, 프랑스 최초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원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쿠스토는 아콸렁과 텔레비전을 수중에서 사용하는 장치를 발명하고, 해저 2,970m에서 장기간 생존 실험에 성공했으며(1970년), 총천연색 수중 기록 영화를 최초로 찍은(1951년) 수중 탐험의 선구자이다. 또 칼립소호를 몰고 4년간 세계를 일주하며 해양 탐험 기록 영화를 찍었고, 해양 환경 보존을 위해 힘썼다. 캡틴이라는 칭호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원장 자리는 이 모든 공로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바치는 애정과 존경의 표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물속에서 자유로워지다 - 수중호흡기 아콸렁을 만든 자크 이브 쿠스토(1943년) (세계 탐험사 100장면, 2002.7.18.,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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