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쭈꾸미 묻지마 테마관광 기행문
서해안에 쭈꾸미 및 동백꽂축제 당일 테마관광을 다녀왔다 서울 친구 동호선생 내외가 토요일 밤 늦게 갑자기 대구 우거를 방문하였다 당황스러웠으나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이라 접빈객의 도리를 다하고자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 어디로 가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그냥 번개로 가는 관광을 가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포항의 죽도시장이나 청도한티 미나리로 갈까 하다가 무턱대고 묻지마 관광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갈 때는 잘 몰랐는데 가서 보니 서해안 서천 쭈꾸미 및 동백꽂축제 당일 테마관광이다 운이 좋아서 인지 아니면 생각대로 하면 생각대로 되어서 그런지 선택이 잘 맞아 떠러져 즐겁게 여행하면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알뜰히 담고 돌아 왔다 회비는 1인당 15000원, 반월당 7시 10분 출발이다
사실 그 날은 산 그곳에 가고 싶다(산.가.다) 산악회와 고창 선운산 산행 약속을 미리 해 두었는데 서울 친구의 예고 없는 방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나는 산.가.다 회원들과 지난 2월 눈꽂 피어나는 아름다운 강릉 대관령,선자령을 다녀왔고 선자령 그곳에 가고 싶다는 산행기를 올렸는데 그 바람에 회원들과 다소 친숙해졌다 그 후 레스토랑 거래처에서 곰총무의 완쾌를 축하하는 번개 MT까지 곁 드리고 고창 선운산 산행을 철석같이 약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가지 못하게 되어 무척 죄송하고 뭇내 아쉬었다 밍키, 큰공주, 왕공주, 신델레라, 캔디, 작은공주, 정운, 젬마, 작은곰, 용다발님 등 어여쁜 마음씨의 회원님들이 새벽부터 털보도사가 오시는가 하고 애타게 기다리다 못해 서천 앞바다로 전파를 보내 서해안 섬 그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며 그리워 해 주었다 그래서 당일 여행기라도 카페에 올린다면 서운한 정서가 다소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메모해 온 자료를 참고로 이 글을 올린다 아울러 우리 회원님들께도 묻지마 테마관광의 정보를 드려 여행하심에 참고해 드리기 위함도 있으며 자유 기행문형식으로 썼다
그댄 서천을 무척 좋아 하나요 서천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으며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서천은 서해안의 아담한 해안도시인데 우리는 대경에 살고 동해안이 가까워서 인지 서해안을 잘 모른다 나도 한땐 서해안에 대해 편견과 오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안개 걷히듯 사라져버리고 점차 서해안을 나직히 사랑하게 되었으며 말없이 행복해 하고 있다 아마 그동안의 오류를 유노 받고 잘 보이려는 보상심리도 한몫 끼어 있으리라 황홀한 낙조, 크고 작은 섬들의 밀어, 쉼 없는 밀물과 썰물의 운동과 속삭임, 갯벌의 조개와 어류의 풍성함에 관해 나의 무식과 무지의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서해안에 아름답고 푸른 인연이 더 이상 닿지 않아 더욱 그랬을지 모를 일이다
서해안 그 곳은 과연 어떤 곳 일까 서해안은 중국대륙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갈매기와 섬 그리고 낙조를 벗하며 지내왔고 대륙과 해양문화의 관문이었다 서해안의 지도를 펴 보면 인천에서 남쪽으로 밀물과 썰물이 오고가는 해안선을 따라 안산, 화성, 당진, 태안, 서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부안, 고창, 영광, 함평, 무안, 신안, 목포, 해남, 진도와 같은 풍성하고 윤택한 삶의 도시가 노을 빛 타오르는 해안에서 행복을 꿈꾸며 살고 있다 그리고 또한 그 이름만 불러도 금새 친근감이 닿고 금방이라도 서해안 그 곳에 날아가 쉬고 싶다 외치게 한다 전북의 가장 큰 해수욕장은 변산해수욕장이고 충남의 가장 큰 해수욕장은 대천해수욕장인데 서천은 변산과 대천 사이에 있다 그러니까 서천은 충남의 서남부에 위치하며 동쪽 부여, 남쪽 금강을 경계로 군산과 보령을 접하고 있다.
여암 신경준이 산경표를 발표한 이래 우리나라는 전국의 산줄기를 1백두대간, 1장백정간, 13정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서천은 백두대간 금북정맥의 산경권역으로 차령산맥의 말단 여맥이 뻗어 내려와서 일부 지역은 높지만 대부분이 준 평원화 된 서천평야를 이룬다 서천평야는 호남평야에 연결되고 보령, 부여의 경계에 장태산 367M, 원진산 271M, 희리산 329M, 월면산 298M 등 해발300M 내외의 산들이 포진한다 비산비야(非山非野)로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것이 마치 초원의 언덕처럼 편안하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서천 중앙을 관통하면서 서천 JC, 춘장대 IC, 서천 IC 라고 하는 관문이 열려 교통이 편리해졌다 해안선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간만의 차가 4M이상이며 간석지가 발달되어 있다 서천은 백제시대 부터 한산 세모시가 유명해 지금도 모시의 고장으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으며 대부분이 전통 농어촌지역이다 서천에도 8경이 있는데 이름하여 서천팔경이라 한다 마량동백나무숲과 해돋이, 금강하구철새도래지, 한산모시관, 신성리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문헌서원, 희리산 자연휴양림, 천방산풍광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 아침, 대구시내 반월당 앞에서 푸른색 동진관광호를 탔다 두류네거리를 경유하더니 성서홈프러스를 그냥 통과하고 서대구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조인트첸지로 진입하여 추풍령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는데 추풍령휴게소가 예전보다 한산하고 작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가이드가 나누어 주는 김밥과 따뜻한 백설기 떡으로 버스 안에서 해결하였다 우리 버스는 추풍령을 넘어 대전판암 조인트체인지로 진입하더니 대진고속도로 진주 방향 하행성으로 달려가다가 금산IC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를 달렸다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 쇼핑관광을 하기위해 금산, 추부 두 군데를 먼저 갔다 1차 쇼핑은 금산의 개삼터마을 홍삼제조업체이다 세일즈여성들이 인삼사포닌의 영양가를 강조하였지만 대구의 신사숙녀들에게 전혀 먹혀 들지 않아 쇼핑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가이드 보기가 민망하지만 값비싼 인삼과 홍삼을 필요 없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상품을 팔아 주지 못해 미안스런 마음은 들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오늘 관광은 묻지마 중 점잖은 편인데 동남아관광처럼 쇼핑코스는 필수다 가이드 Y씨(주,크린투어 영업홍부 010-6362-1589)가 난감해 하고 비즈니스맨으로 도와 달라 하지만 그게 말 같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가이드 왈, 오늘 앞바퀴 바람은 헛탕이지만 뒷바퀴 바람 넣을 때는 꼭 도와 달라는데 참 코믹스러운 말이다
우리는 2차 쇼핑을 하기위해 다시 금산 IC로 들어가 대진고속도로 하행선 추부IC, 톨게이트를 빠져나왔고 그 길로 국도를 달려 녹용보약 제조업체에 갔다 추부지방은 금산 아래쪽에 있는데 여기도 인삼수확 후 지력이 딸려 다른 작물은 잘 안 되었으나 우연히 들깨를 심었더니 아마 인삼효과가 나서 인지 들깨농사가 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추부들깨가 브랜드상품으로 힛트를 치고 전국에 택배를 할 만큼 유명해졌다고 한다 영양가있는 추부들깨의 맛을 언제 한번 볼 날이 오려나
녹용쇼핑 역시 녹용의 효용광고로 지루하였다 재보만고(財寶滿庫)이나 건실무용(健失無用)이란 문구가 크게 붙어 있는데 재물보화가 창고에 가득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 건강을 챙기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녹용보약 한제에 40만원이면 비싸다고 볼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쇼핑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진짜녹용을 썰어 보약으로 조제해 주는데 약제는 작약, 복분자, 황기, 당귀, 백출, 천궁, 하수오, 두충지 등 8가지 필수약제를 넣고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인진쑥, 감초, 대추, 갈근, 두지, 상지 등의 선택약제는 돈을 더 내면 추가로 원하는 만큼 더 넣어주고 거기에다 생 달팽이 한 바가지씩을 보너스로 더 넣어준다 그리고 나서 고객이 보는 앞에서 약탕을 제조하는 압력 솟에 넣고 달인 후 마시기 좋게 팩에 담아 집으로 택백해 준다 녹용쇼핑은 인연이 닿았는지 관광객 중 6명이나 구입했다 쇼핑해 주는 사람이 있어 퍽 다행이었다 이 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야 세상이 공평하지 않겠는가
뒷바퀴 바람을 잘 넣었서 그런지 가이드의 얼굴표정이 매우 밝다 여기서 호응이 없었다면 자기는 사표를 써야 했다나 그러니까 가이드도 살고 우리도 살았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요즘 불경기로 관광상품이 저가경쟁 시대에 돌입하였는데 이렇게 되면 관광객의 쇼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관광버스는 하루에 최하 100만원 소요되지만 오늘처럼 1인당 15000원을 받고 20명을 모시면 이 돈으로는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쇼핑관광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아도 지나친 덤핑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오늘 점심으로 쭈꾸미전골을 제공해 준다는데 말이다 장사 원리란 지극히 단순한가 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구나 ㅎㅎㅎ
이윽고 우리 버스는 추부에서 나와 국도로 논산, 강경, 보령, 서천으로 달렸다 도로 표지판에 낯 설은 충청도 지명이 보이지만 차창 밖에는 농어촌 풍경이 그림 같아 여행길이 포근하고 정겹다 우리 버스는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넘나들더니 어느 듯 서천 군청 소재지로 들어왔다 교통표지판에 장항읍, 한산면, 서면, 비인면이라는 지명이 보이 길래 이제 양반고을 서천에 다 왔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서천 앞바다 마량포구 해돋이 회센터 식당 앞에 훌쩍 주차한다 (041-951-1659, 041-951-9803, 010-3033-9803)
지금 시각은 오후2시, 쇼핑을 하느라 시간이 다소 지체되어 시장끼가 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12000원 상당의 쭈꾸미전골을 무료제공 받는 모양이다 가이드가 안내한 해돋이식당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으며 손님도 많은 일류식당이었다 한 테이블에 4인이 둘러앉아 4인용 쭈꾸미전골 대자 한 냄비에 밥이 나오는데 젓갈이 든 쯔끼다시 밑반찬이 정갈하여 그것으로도 능히 식사를 하겠더라 우리 부부팀은 소주 1병을 시켜놓고 넷이 오붓하게 오찬을 나누었다 메뉴판을 보니 낙지,멍게,해삼 20,000원, 회모듬 30,000원, 우럭탕,대하탕 10,000원이다 다음여행의 편의를 위해 참고로 메모해 둔다
우리는 쭈꾸미 원조 충청도 본고장에 와서 쭈꾸미 해물전골을 시식하였는데 맛있게 실컨 잘 먹었다 완전멋짐이다 쭈꾸미 해물전골은 서해안 충청도식 요리라 국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다소 빽뻭한듯 하였지만 봄철에 입맛을 돋구어 주는 최상의 별미였다 불현듯 집에 있는 학발자친 옥여사 생각이 났다 누가 무어라 한 것도 아닌데 맛있는 음식을 보면 그냥 그리움이 솟는다 새 음식을 맛 드리고 싶은 막연한 생각이 솟아 난 게다 암만 생각해도 모자인연이란 묘한 사이가 아닌가 싶다
그대는 쭈꾸미를 무척 좋아 하나요 쭈꾸미 요리는 서천의 자랑이다 쭈꾸미샤브샤브, 쭈꾸미회무침, 쭈꾸미전골, 쭈꾸미철판은 이곳 서천 마량포구의 단골 명품메뉴다 서천바다는 봄쭈꾸미, 가을전어의 본 고장인데 서천의 홍헌항 수산시장에서는 봄쭈꾸미를 맛 볼 수 있고 택배도 된다 쭈꾸미 샤브샤브 요리에 조심할게 하나 있다 쭈꾸미를 끓는 육수에 살짝 넣으면 발이 쫄깃, 탱탱해지고 머리도 동그랗게 탱탱해지는데 이때 살짝 데워진 상태에서 발과 머리를 자른다 머리에 먹물이 터지지 않게 여유롭게 짜르고 통째로 입에 넣어 우물우물 잡숫는다 저 먼 팔공 산자락에서 날아와 서해안의 넘실대는 바다냄새를 맡으며 토속 명품 쭈꾸미 대접을 호사스럽게 받는다는 것은 그 야말로 추억에 오래 남을 일이 아니겠는가
서천은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나는 서천과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서천은 서해안의 아름다운 해안도시로 천연 해송림과 마량포구의 동백숲 동백정자가 자랑거리이다 그리고 희리산(329m)의 자연휴양림과 해송 천연림을 1998년 개장하여 1일 1000명의 관광객이 찾아 온다 그 밖에도 전통 문화재로 비인 5층석탑, 이하복 전통가옥, 한산이씨 목은 이색의 문집과 판각을 보관한 문헌서원의 장판각과 신도비, 서재필과 독립운동을 함께 한 월남 이상재선생 생가가 있다 그리고 백제시대 부터 전해오는 한산면 월산리 달고개 한산모시 마을과 한산소곡주는 한산면의 문화특산품인데 이들은 고색창연한 전통의 빛을 내내 발휘하며 자연의 풍광과 조화를 이루어 서천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서천에는 해양문화축제도 다양하다 서천군 비인면 마량리 마량포구는 새해 해돋이축제로 유명하다 여름 춘장대해수욕축제, 3월 봄동백과 봄쭈꾸미축제, 5월 자연산광어도미축제 및 장항송림욕장모래찜질과 대합잔치, 갯벌체험장으로 유명한 송석리, 월하성, 선도리 마을축제가 있다 그리고 서해낙조축제(오력도, 띠섬, 쌍도, 슴길목, 마목섬, 매바위, 대죽도, 아소래섬, 유자도, 유부도) 가 서천을 서해안의 살아있는 해안도시로 빗질하고 있다
특히 한산소곡주는 백제 때의 궁중술로서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고 하며 한산지방의 이름난 술로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전형적인 수제 술인데 밝고 맑은 옐로 빛깔에 은은한 향기가 청포도향의 화이트 와인처럼 풍미가 난다 소곡주를 만드는 방법은 찹쌀을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킨다 가격은 18도 1.5L들이 26,500원이고 13% 375ml는 3,500원이라고 한다. 너무나 겸손한 가격이다. 민속주 기능보유자 우희열씨 그리고 한산면 지혜리에 한산소곡주회사가 있다 (041- 951- 0290)
나는 여기서 잠깐 나의 5대 조모 한산이씨 정부인에 대한 인연을 짧게 기략하고 서천을 소중히 하려 한다 나의 5대 조모님은 한산이씨 목은 이색의 후예이며 구미시 산동 백현리에 제실이 있는 한산이씨 백현정 소문중의 여성이다 조모님의 묘소는 오로리 묵방진답곡 유좌에 상석이 있다 나는 문집과 보책을 통해 정부인 한산이씨의 내력을 알게 되었고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금은 박성양의 선비정신이 한산이씨 목은 이색 선생으로 부터 면면히 이어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함양인인 내가 고려시대 유교전래지. 발상지의 원조 서천 한산을 여행 온 것은 사뭇 감회가 깊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아마도 나의 적혈구 속에는 한산의 맑고 고운 정취가 녹아 있는게 아닐까 한다
나는 또 우연히 한산소곡주와 얽힌 사연이 있다 내가 속초에 있을 때 속초 동명항 근처에 있는 한산회집이 단골 거래처였는데 그때 마침 서울서 오신 한산 출신 어른을 모시고 만찬을 할 때 만찬주로 여기 한산소곡주를 쓰게 된 사연이 있다 마치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 벡스코의 공식만찬주로 천년약속을 쓰듯, 그때 나는 동해안 속초에서 서해안 서천으로 전화를 걸어 한산소곡주를 주문하고 택백를 받아 쓴 기억이 오롯하다 오늘 서천에 오니 마음 한구석에 저장되어 있었던 한산소곡주가 꿈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구나
우리는 마량리 마량포구에 있는 수령 오백년 되는 봄 동백나무숲과 동백정을 보러 갔다 서천 앞바다의 고즈넉한 정경. 선글라스의 채색된 렌즈를 통과해 들어오는 서천의 풍광은 눈이 시리도록 정겹고 아름답다 그리움에 지쳐 빨갛게 멍든 동백 꽂망울이 동백정에 빨갛게 피어 올라 양볼에 연지 찍고 꽂가마 타고 오는 봄처녀를 연상케 한다 쭈꾸미전골에 소삼맥칠로 제조한 폭탄주를 마신 나는 숙성된 폭탄주의 다이나믹한 위력으로 멍하니 뜬 기분이 되어 동백정에 올라 역동적인 해안의 풍경에 도취되었다 사진도 찍고 요즘에 와서 나의 심금을 울려 주는“당신은 나의 운명”을 애잔하게 한곡 불러 넘실대는 푸른 파도위에 깔았다 “지이금 내 마아음 소옥엔 하아나 에서 여얼까지 오온통 다앙신 생각으로 가드윽 하암니다 다앙시인의 모오두우를 사아라앙하는 내 이인새앵 해앵보옥을 꾸움꾸우며 사알고 이써요”
동백정자 앞에는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섬이 있다 환상적인 낙조로 소문난 곳인데 늙은 해송 가지사이로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며 그리움을 싣고 꿈틀꿈틀 살아 돌아 온다 나는 정자난간에 살짝 기대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그대곁에서를 외롭게 읊었다 “그대 곁으로 다가가도 그대는 너무도 거대하여 나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듯 그대는 너무 어두워 내 초라한 밝음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대는 파도와도 같아 하루하루의 세상은 그 속에 빠져 죽고 오직 그리움만이 그 아래에 까지 치솟아 고귀한 천사들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나의 도사 같은 털보수염은 이러한 자유여행과 풍광에 그지없이 딱 어울리니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 맛으로 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다시 서해안의 바람 그리고 갯벌냄새가 풍기는 홍원항에 갔다 홍원항은 서천군 서면 마량리에 있다 홍원항 수산센터에는 서천의 특산물인 서천김, 서천쌀, 자하젓, 공작선이 있고 해물칼국수, 전어 참숯구이, 조개구이, 쭈꾸미철판을 실컨 맛볼 수 있다 홍원항 해안에는 갯벌, 먹거리장터, 해돋이휴게소, 마량포구회집 민박(041- 952- 8998)과 콘도식 팬션도 있고 바닷가 나루터에 가면 왕조개를 만날 수 있다( 041- 951- 3103), 더원조개구이(010- 3116- 6812), 불타는조개천국 (041- 952- 4389)은 결코 빼놓을 수가 없다 홍원항구에는 홍원회센터(041-952- 3311), 어민휴계소(041- 952 2340), 박스얼음판매포장집도 있어 나그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그리고 인심 좋은 조개쇼핑점 재형이내 집 (011- 402- 9617 )도 만날 수 있다
효심에 젖어 있는 나는(?) 홍원항에서 쭈꾸미, 새조개, 대합조개, 대나무조개를 조금씩 맛 베기로 샀다 그리고 서해미역, 다시마, 멸치를 조금씩 더 사서 서울 친구에게 나누어 주었다 시간이 없는 나는 무조건 첫번째 집을 선택했는데 그 집이 바로 엄마와 청년 아들이 장사하는 재형이네 집이다 대구에서 왔다 했더니 재형이 엄마가 먼데서 오셨는디~이 한번 더 찾아 주셔 유 ~우하며 덤으로 조개를 한 바가지씩이나 더 담아 준다 인심 좋은 충청도 아줌마 한사코 길을 막는다 더니 인심하면 충청도, 최고는 홍원항의 재형이네 집 인심이다 영영 못잊겠다 ㅎㅎ
홍원항에서 쇼핑을 해온 생 쭈꾸미와 새조개, 대나무조개, 대합조개는 그 다음날 대구에서 쑥, 낫생이, 미나리, 야채를 넣고 샤브샤브 요리에 들어갔다 연금술 같이 우아한 기량을 뽐내는 아내의 요리솜씨는 맛과 향 그리고 서해바다의 추억을 담아 아파트 거실을 상큼하게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팔순노모는 부글부글 끓는 국물을 후룩후룩 소리 내어 드시고 쫄깃쫄깃한 쭈꾸미와 꼬둘꼬둘한 새 모양의 새조개를 와사비장에 찍어 꼭꼭 씹어 드시면서 아무렴 북망산천 보다야 여기가 훨씬 더 좋다며 익살을 섞는다 순간 노모의 주름살이 죽죽 펴지는 옆 모습을 보니 짧은 찰라이지만 서해안의 추억이 되살아나 미워도 다시 한번 서천을 못잊겠더라
나는 이번 서천 쭈꾸미여행에서 미나리와 미역 그리고 법성포 굴비에 대한 재미있는 지식을 얻었다 그대는 혹시 미나리와 미역을 좋아 하나요 나는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미나리와 미역을 무척 선호 한다 둘 다 수중 식물로 육지엔 파아란 미니리, 바다엔 파릇한 미역인데 영양가가 많아 고마운 존재다 미자는 물이란 뜻이고, 나리는 꽂 이름, 미역의 역자도 역기라는 꽂 이름이다 그래서 미역과 미나리는 물속에 피는 나리꽃으로 상상 된다 고증된 자료는 아니지만 서해어부들이 그렇게 말하니 수긍이 간다 미나리와 미역이 얼마나 좋은가는 청도한재 미나리의 즐거움이 그리고 미역은 양양수산의 춘각이나 삼척 황영조마을의 돌미역이 그러함을 입증한다
그대는 법성포 굴비를 아시나요 법성포에서 연평도까지는 조기가 사는 천혜의 어장인데 법성포에서 알 낳기 전에 잡은 조기를 특히 굴비라 부르고 맛이나 값을 최고로 쳐 준다 굴비의 어원은 조선시대 어느 충신이 역적으로 몰려 법성포에 귀양을 갔는데 무고한 사실을 안 임금이 다시 벼슬을 내리고 조정에 출사를 권했으나 자기는 굴비처럼 살지언정 굴복하거나 비겁하게 살지는 않겠다며 초지일관 출사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로써 굴비가 유명해지고 맛이나 값에서 최고 우대를 받게 되었다 ㅎㅎㅎ
우리의 녹색 관광버스 동진호는 홍헌항에서도 특히 해돋이로 유명한 팬션 해오름가든과 그리고 홍원항 오포리의 도깨비팬션(041-952- 7123)을 뒤로 하고 서면수협, 남촌어촌계, 춘장대해수욕장을 주마간산하면서 젓갈의 고장 강경을 향하여 달렸다 이제 대구 귀환 길에 오른 것이다 저만치 오리 저수지가 보이는데 노송의 가지 위에 왜가리 무리가 하얗케 앉아 휴식하는 모습이 유유자적하다
잘있거라 정든서천! 다시보마 서해안아! 서천 비인면사무소를 지나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니 장동리, 칠지리, 탑산리 등 서천의 마을이름이 마지막으로 나온다 그리고 나그네에게 노스탈지어의 손수건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보낸다 날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고 잘 가오 사랑하는 님이여 ㅅㅅㅅ 그 순간 나는 멀어져가는 서천을 뒤 돌아보며 흐느끼듯 소근거렸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아요 ㅎㅎㅎ
우리 동진호는 탑산리를 지나 젓갈로 유명한 강경으로 달렸다 강경에 들어서니 강경젓갈 간판이 나그네를 반기는데 온통 환영일색이다 강경의 동양젓갈집(041- 745 - 6100, 5156 )에 도착하니 육젓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육젓은 특별히 강경의 6월 새우젓을 말하는데 명품젓갈로 유명하고 그 맛이 젓갈중 으뜸이라 값도 곱빼기로 친다 우리는 새우육젓. 조개젓갈을 조금씩 샀고 동양젓갈상점에서 제공하는 땃끈한 미역국으로 석식을 했다
서울 친구 내외는 서울로 바로 올라 가기위해 서천역에서 내렸고 우리는 그냥 버스를 타고 대구로 왔다 오는 도중 피곤하여 차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 듯 경부고속도로 칠곡 휴게소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 알고 보니 조용히 잠만 자고 왔더라 갈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올 때도 그 흥이 나는 관광트롯트 한번 틀지 않았으니 얼마나 심심 하였겠는가 우리 일행은 은백신사가 반 이고 게다가 남성이 더 많았다 그래서 뒤 좌석의 중년 여성들은 심심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겠지만 오늘의 운세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하니 이런 음악없는 관광여행도 때로는 추억에 남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이는 오히려 조용해서 좋다고 한다 이러한 묻지마관광 분위기는 나도 처음이라 그래서 가이드에게 은근슬쩍 물어 보았다 이렇게 조용히 관광 다니면 재미가 없어 손님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니 가이드가 말하기를 오늘만은 특별히 진고개 신사가 많아 그러 했다며 다른 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정하나준것이, 저하늘별을찾아, 당신이원하신다면, 나도한땐날린남자야, 당신은똑똑한여자, 너는내남자 등등 제목만 들어도 신명이 나는, 그래서 고달픈 우리 인생의 말초신경을 건드려 줄 트롯트가 여행에는 또 제 맛이 아니겠는가
아내와 함께 편안한 여행이 되어서 그러한지 아니면 재미가 없고 피곤해서 그러한지 버스안에서 내내 잠만 자고 깨어 보니 칠곡휴게소다 어느 군자가 말 하던데 아내와 여행하면 돈은 배로 들고 재미는 반으로 준다고 ㅎㅎㅎ 우리의 푸른색 동진호는 대구에 들어와 홈프러스에 잠깐 쉬고 반월당에 정차 하였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쇼핑한 수산물을 찾아 배낭에 담고 지하철로 집에 오니 밤 10시더라
아! 우리내 인생은 늘 분주하지만 그래도 즐겁고 유익했던 까닭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선물, 바로 당신, 바로 여행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거야, 안녕~! 공주님!! 다시 만날 그날까지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아요 ㅎㅎ
라 비따 에 벨라, 본 죠르노 프린시페사, 아디오스 아미고, 아모레 미오 2009. 3. 15 설 송 박 종 열 씀 |
첫댓글 아모레미오까지 긴글 잘읽었습니다 ㅎㅎ 묻지마 관광에도 그런 상품 관광이있군요 서천까지 멀기만 하던데... 요즘 쭈꾸미철이긴 한가봅니다 어디서나 쭈꾸미구이 하자고 하던데 ^^
서해안 일주를 하셨네요. 즐겁고 보람찬 테마여행기, 읽는 것만도 벅찹니다. 그런데 누가 그래요? 아내랑 여행하면 돈은 배로 들고 재미는 반으로 준다고? ㅎㅎ 그 반대이지 싶은데요.ㅎㅎ
돈은 적게 들고 재미는 없지싶어요 ㅋㅋㅋㅋ^^
글카마 쥑심더~~ 내일 하동 십리 벚꽃길 걸어 쌍계사 불일폭포까지 가서 맛있는 참게탕도 한그릇~`ㅎㅎ 내일 물어봐야 겠네요? 팔 쪼매 걷어 붙이고 갈꺼나?ㅎㅎ
박종열님 여행태마 기행문 감사합니다 ......지난달 동촌에서 만났지요 좋은 여행도 하시고 즐거워보이십니다 ^^*
신경준의 산경표,,산은 물길을 열고 강은 산을 자르지 못한다..고등학교 지리책에서..^^....도로도 무식하게 일자로만 내지말고 산따라 물따라 예쁘게 냈음 좋겠습니다..좁은 국토.. 가는데 몇분 차이 난다고 마구 뚫고 짜르고.ㅠㅠ..외국엔 이리 구불 저리 구불...관광객이 몰린다카던데..^^
묻지마 관광 얄궂은 상상부터 했었는데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저 정도 위험수위()라면 묻지마 관광 따라나서도 괜찮겠습니다요.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조용한 묻지마 여행, 그것도 아내와 함께... 잘~보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