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네 할머니 분들과
오랫만에 고스톱 한 판을 때렸다.
언제부터 인가
은퇴해서 무료한 칠순을 넘긴
할머니 몇 분이 고스톱치며
놀아 달라고 애걸 복걸 하셔서
시간 날 때 가끔씩 고스톱 봉사?를 한다.
"어머 나 몰라잉 싸고 지랄이야"
ㅋㅋㅋ 지랄이요?
"그래 지랄이지이잉"ㅋㅋㅋ
두어 번 잘 먹는가 싶더니
이내 또 한 번 쌌다.
이 번엔 내가 재빠르게 선수를 쳤다
어떡해요 또 지랄을 하셨네요 ㅋㅋㅋ
"글쎄 왜 자꾸 먼 지랄이야 미쳤나 봐 시이이 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님들의 진지하지만 귀여운 리액션과
경상도 전라도 억양의 걸죽한 입답이
넘 재밌고 체력 또한 아직은 대단히 좋으시다.
꼿꼿한 자세로 10시간은 기본이라서
나는 죽을 맛이지만 그래도 그 분들이
그만 하잘 때까지 끝까지 버틴다.
어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꼭 함께 오신다.
고스톱은 할머니가 치시고
옆에서 소심한 잔소리와 훈수는 할아버지께서 하신다.
그 할머니가 패를 싸면 할아비지께서 왜 그걸 먹냐고 퉁명하게 잔소리 하신다.
할머니가 옆에 계신 할아버지를 찌릿한 눈으로 휙 돌아 보며
"뭣도 모르면서 가만 있어요 안그래도 짜증나 죽겠구만"
할머니 짜증 났어요?
"그럼요 저양반까지 지랄이네요 ㅋㅋㅎㅎ%&ㅋㅋㅋ 나 참"
할아버지 왜 지랄 하셨어요? ㅋㅋㅋㅎㅎㅎ
"아니 나는 그것이 아니고 음 에ㅓㅏㅎ%&@"
"아-됐어요 그냥 조용히 계쇼 마 기리도 안되구 승질나구만서......더 짜증나게시리"닝기리~ㅋㅋ
마님이라고 거들려다가 호되게 타박만 맞는다 ㅋㅋㅋㅋㅋ
그러다가도 쌍피를 줏거나
싸논 것을 떠서 먹기라도 하면 금새
어쩔 줄 모르고 활짝 웃으시면서
"니들은 다 주거써" 목청 높여 의기양양 겁박을 한다
얼마나 죽일려고요?
"암튼 다 주거써"
아이고 무셔라
"그럼 내가 쪼매 무섭징"ㅋ
이 분들하고 고스톱 치면서
놀면 너무 재밌고 배꼽이
수 십번은 배 밖으로 들락거린다.
또 상대가 잘 못 내리거나 싸기라도 하면
눈을 흘기고 째리면서 상대에게도 대뜸
"왜 그걸 질 질 싸고 지랄이야 피박이구만" 하고 싸울 기세다.
그럼 나는, 상황을 보니 그렇게 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는 둥
어쩔 수없는 선택이라는 둥 할머니가 까면 먹을 수 있다는 둥
부랴 부랴 서로에게 이로운 쪽으로 재빠르게 중재를 하면
"그래 미스터리가 그렇다면, 까서 내가 나야지 ㅎㅎㅎ"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신다.
타국에서 소일 없고 마땅히 갈 곳 없는
무료하신 노인 분들이 모여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가끔씩 치는 고스톱
처음에는 내가 왜 이분들과
고스톱을 치면서 시간을 낭비하나 했지만
지금은 나도 같이 웃고 즐기면서 함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중간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일과 빵도 먹고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인생 애기 자녀들 애기도 나누면서 웃고 다투고 위로하고
음식도 나누고 하면서 서로의 소소한 삶의 애환을 공유도 하며
더불어 사는 맛이 약간은 뿌듯하고 즐겁기도 하다.
그 분들이 무료한 생활에 스트레스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오래 사시기를 언제나 소망한다.
첫댓글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을 잘 그려 주셨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자유세님~
이렇게
게시글로
뵈니
또좋습니다~^^
재미있고
생동감있는표현들이
살아있는글
잘읽었습니다
자주뵈어요~^^
안녕하세요
좋은 주말되세요.
안녕하세요 자유세님.
어르신들과 놀아드리고 오셨군요.
70세를 넘기신 분들이시니
금기어들도 찰지게 소화하시고
너무너무 재미있으셨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네 제가 더 즐거웠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ㅎㅎ제대로 봉사 잘하셨네요.
고스톱으 치매도 예방 한다고 하니 열심히 치세요.
음...어르신들하고 어울리는 모습이 상상은 안되지만
뭐..어떻든 효도하시는거니까요.ㅋ
효도까지는 아니고요.
어르신들 심심타는 성화에 불려가기는 합니다.
치매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