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경북 영천에는 시금장이 있다.
나 어릴때 즐겨 먹던 시금장
지금도 그맛은 변하지 않고 자손 대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색깔이 검고해서 싫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 고향 마을엔 매년 시금장을 만들어 추운 이맘때쯤이면 꺼어내어
밥 반찬으로 매일 먹는다.
속에는 오구락찌(무우말랭이)와 콩이나 콩잎등을 넣어서 담은
시금장은 먹고나면 소화가 잘되는것은 물론이지만 장수하는데는
최고의 건강식인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동네 마을 어른들은 대부분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신다...
보리를 찍을때 등겨(껍질)가 날라 가는데 보리쌀과 제일가까운
곱고 흰 등겨만 골라서 물로 반죽을하여 접시만한 크기로
덩어리를 만든 다음 시골 황토 마당에 왕겨(벼 껍질)를 쌓아두고
그속에 반죽된 보리등겨를 넣어서 겉에서 불을 붙이면 시간이
흐르면서 불은 안으로 타 들어가는데 이때 반죽된 보리등겨는
크랙커 과자처럼 겉은 딱딱하고 속에는 알맞게 익는다.
물론 겉에는 타기도 하지만 그렇게 못먹을 정도로 많이 타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리등겨로 만든것은 깨주메기라고 부르는데
이 깨주메기는 그냥 먹으면 연기 냄새도 나지만 고소하고 맛이
있어 간식거리가 없는 시골아이에겐 간식거리로 그저그만이다.
나 어릴때 시골에서 엄마께서는 맨 처음 만든 깨주메기를
우리들에게 먹어보라고 나누어 주었는데 허기지고 배고픈 시골
아이들에겐 그맛은 그야말로 꿀에 꿀맛이었다.
좀 더 먹고 싶어서 좀 더 달라고 하면 엄마께서는 시금장
못담는다고 주시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구운 깨주메기를 아버지께서는 가운데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서 새끼줄에 5~10개정도씩 꿰어서 초가집 처마밑 석가레에
메어 달아 두신 기억이 난다.
이과정은 띄운다고 하는데 요즘 말하는 숙성과정이다.
물론 그늘에서 띄워야 속까지 잘띄워 진다.
일단 숙성된 깨주메기는 그냥 먹지못한다 왜냐하면 콤콤한
곰팡이 냄새때문이다.
최소한 20일 이상 처마그늘에 띄워야 시금장이 제맛을 내는데
잘 띄울려고 처마밑에 20일정도 걸어두면 쥐들이 달라들어
제일 바깟쪽 깨주메기는 다 갈아먹고 1/3도 안 남는다.
나 어릴때 그시절 시골에는 우째 그렇게 쥐들이 많은지
밤만되면 쥐들이 나타나서 여기저기 우굴 우굴거리면서 먹을것만
있으면 아무거다 다 먹어 치웠다.
사람 먹을것도 없어 굶기가 일수 였는데 쥐까지 설치고 다녔으니
그때는 너무나 어려운 시절이었다.
정부에선 쥐잡는날을 정하여 집집마다 동장을 통하여 쥐약을
무료로 나누어 주었고 라디오방송에선 "오늘은 전국쥐잡는
날입니다, 집집마다 미리 나누어 드린 쥐약을 쥐들이 좋아하는
먹이에 골고루 버무려 쥐가 잘다니는 곳에 놓아둡시다.
저녁 7시에 일제히 놓고 아침일찍 놓은자리를 확인하고 남은
쥐약은 동물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부 수거하여 변소나
부억에 넣으면 됩니다" 하고 들었던 라디오 방송이 생각난다.
자기집에 쥐가 있다고 자기집 쥐만 잡으면 소용없는데 왜 냐 하면
쥐들이 이집 저집 돌아다니기 때문에 집집마다 동시에 잡지 않으면
좀 처럼 박멸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잡은 쥐들을 거름모데기(퇴비더미)에 거름이
되어라고 버린다.
내가 다니던 시골학교에선 쥐를 잡아오면 공책이나 연필을 주었다.
쥐는 통마리 대신 쥐 꼬리만 잘라가면 되는데 사리소쿠리에 죽은
쥐를 주워 담아서 바위돌에 가서 꼬리를 한손으로 잡고 다른
한손엔 돌을 잡고 몇번 내리치면 쥐꼬리가 몸통에서 분리 되는데
이렇게 자른 쥐꼬리를 비료 포대나 신문지에 싸서 학교에 들고
가면 되는데 쥐 꼬리 자르는것은 머시마(남학생)들은 식은 죽먹기
로 쉬운 일이지만 시골 딸아들(여학생들)에겐 그야말로 힘든일이
었다.
공책 타는것도 타는것이지만 한사람에게 몇개씩 갖고 오라고
선생님이 숙제를 내기때문에 기본으로 머시마, 딸아들은 몇개씩
들고 가야 된다.
선생님께서는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에게 손바닦이나 종아리
에 매초리로 때리곤 하셨는데 요즘같으면 학생에게 채벌이 우짜고
저짜고 학부모나 언론 방송에서 난리가 날껀데 그때 맞은 매는
사랑과 눈물과 추억의 매였다.
나는 언제나 쥐꼬리를 두봉지에 나누어 담아서 한봉지는 얌전하고
수줍음을 많이타는 예쁜 내짝찌가 불쌍해서 주곤 했는데 아마 그게
지금 생각하면 짝사랑이었던것 같다.
나에게 쥐꼬리를 얻던 그친구는 지금 어디에선가 좋은 남편
구해서 아들딸놓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 나갈 것이고 선생님께선
아마 지금쯤 고인이 되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던 정든학교는 영천군 북안면 명주초등학교...
지금은 폐교가되어 우리가 뛰어놀던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그때의 추억을 말해주는데 가끔 그 학교를 찾을땐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한다...
나는 공책을 한권이라도 더타기 위해서 온동네를 죽은쥐를
주워로 다녔던 기억도 나는데 학생이 없는집
거름모데기(퇴비더미)에 가면 횡재를 하기도 한다.
♡...................................
이렇게 숙성된 깨주메기는 빗자루로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포대나 자루에 담에서 갓방(시골에가면 거처하지않은방)에
두었다가 시금장을 담을때 꺼내어 시골 디딜방앗간에서 빵아
가루를 내는데 그 가루는 채에 곱게 쳐서 굵은것은 다시 빵아서
완전히 가루를 내는데 이때 곱게 가루를 내어서 만들지 않으면
시금장이 곱지않게 된다...
나 어릴때 즐겨 먹던 시금장 그시절엔 겨울 반찬이라고는
배추김치 와 동치미 그리고 시금장이 고작이었는데 그리 짜지
않게 담은 시금장은 보리밥을 비벼서 먹어도 꿀맛이고 그냥
밥한숫갈에 시금장 한숫갈을 떠서 먹어도 꿀맛이다.
시금장 속에 든 오구락찌를 젖가락으로 빼먹어도 너무 맛있다.
탁주(막걸리) 한사발마시고 시금장 한숫가락 떠서 먹으면 천하제일
그것보다 더 좋은 막걸리 안주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막내였기에 늘 아버지와 같이 밥상을 같이 하니까
아버지께서는 반주로 한잔 마시는 탁주를 조금 남구어서 나에게
주곤 하셨는데 나는 그때 배운 탁주를 지금도 즐겨 마신다.
탁주는 희석식 소주나 독한 양주보다 백배 천배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나 건강에 그리고 허기진 배고픔을 달랠때는 탁주보다
더 좋은게 어디있으랴.
..........................♡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100%의 보리등겨의
원료로만든 시금장을 권장하고싶다 ...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고 다이어트하는 분들이나 성인병에
고민하는분들께 꼬옥한번 권장하고 싶다.
깨주메기를 싸서 집에서 담아 먹어도 되지만 이는 너무 번거럽고
시장에 가면 시골할머니께서 시금장을 담아 팔기 때문에 그냥
조금씩 싸서 먹는게 더 편리 하다고 본다...
시금장...
우리 산악회 회원님들은 시금장을 많이 먹고 건강하길 바란다.
우리집 식탁에가면 오늘 아침에도 시금장이 온라온다.
시금장 생각하니 배도 고프고 군침이 돈다......♡
첫댓글 태어나신곳이어디에요 전 북안면 당동이란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