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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어(黃魚) 대낚시로 겨울을 녹인다 11~3월 동ㆍ남해 기수역에서 입질 만발! □전영근<경기 포천ㆍ일동낚시회 회장> 골수 붕어꾼인 필자가 엉뚱하게 황어낚시를 다니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부터다. 경기도는 물론 충청권 대부분 지역에서 붕어낚시가 마감된 12월 어느 날, 바람을 쐬러 동해안을 찾아 양양 남대천을 지나는데, 넘실거리는 강물을 보는 순간, ‘이곳에 낚싯대를 담그면 무슨 고기가 낚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 겨울 동해안 나들이 나섰다가 시작 겨울이면 남대천ㆍ마읍천ㆍ오십천 찾아 손맛 즐겨 내륙에선 추위가 제법이었지만 영동지역이라선지 기온도 따스하고 강물은 결빙은커녕 바람에 살랑살랑 물결이 일고 있었다. 수심도 2m는 거뜬히 나갈 만치 깊어 보였다. 내친 김에 마땅한 자리를 잡아 트렁크에 실려 있는 붕어낚싯대를 폈다. 떡밥을 개어 붕어채비에 달면서도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꾼의 호기심으로 눌러버리고 몇 차례 떡밥을 갈아주는데, 아니 거짓말처럼 찌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영락없이 붕어 찌올림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하는 맘으로 대를 채는데, 강렬한 몸부림과 함께 대가 활처럼 휘었다. 끌어올려보니 붕어가 아닌, 40cm급 황어였다. 매끈한 몸매며 우당탕 몸부림치는 동작이 영락없이 잉어나 누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질은 계속됐다. 30~40cm급 황어와 숭어가 섞여 올라왔다. 뒤늦게 편 살림망 속에는 두어 시간 만에 20여 마리가 들어찼다. 새로운 겨울 손맛 어종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로 낚시회 회원들과 틈만 나면 양양 남대천엘 드나들기 시작했다. 한창 붕어낚시 제철일 때보다 출조 횟수가 많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10여년을 다니면서 낚시터도 양양 남대천에서 삼척 마읍천과 영덕 오십천으로 늘어났다. 남대천은 초반에 많이 다녔지만 마읍천과 오십천을 알게 되면서 발길이 뜸해졌다. 남대천은 낚시구간이 1.5km 정도로 가장 넓지만 백두대간이 가까운 때문인지 바람이 잦은 게 흠이다. 겨울철 바람만큼 낚시를 번거롭게 하는 게 없다. 이에 비해 마읍천과 오십천은 낚시구간이 각각 200여m로 남대천에 비해 짧지만(물론 인기 낚시구간을 말함), 비교적 바람이 적고 수심도 2~3m로 보다 깊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황어 대낚시 요령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시즌과 요령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철 기존의 황어낚시는 대개 백사장이나 방파제에서 던질낚시(릴원투)나 찌흘림낚시, 또는 훌치기낚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기수역 황어 대낚시’는 강이나 하천이 바다로 합류하는 기수역에서 이뤄진다. 기수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다. 민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닷물도 아니지만 거꾸로 민물의 특성과 바닷물의 특성을 함께 가지는 곳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황어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회유성 어종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천에서 부화한 뒤 연어나 은어처럼 바다로 내려가 자라는데, 번식기가 되면 다시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 강해성(降海性) 어종이다. 그런데 부화 후 잠깐 치어기 동안 하천에서 보내긴 했지만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성장한 황어가 갑작스레 다시 민물로 거슬러 오르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황어는 번식기가 되면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역에서 어느 정도 적응기간을 가진 다음 하천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이러한 황어의 습성을 이해하면 기수역에서의 황어 대낚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황어가 기수역에 오르는 시기라야 이 낚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황어의 소상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동해 하천의 경우 늦가을이면 벌써 올라붙는 개체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간 출조 했던 양양과 삼척, 영덕 지역을 기준하면, 11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가 시즌이라 할 수 있다. 시즌 초반인 11월엔 20~30cm급의 비교적 잔 씨알의 황어가 낚인다. 이때는 20~30cm급 숭어도 함께 낚인다. 하지만 12월이 되면서부터 숭어가 주는 대신 황어의 비율이 높아지고 씨알도 점차 굵어진다. 특히 2~3월이면 50cm급의 대형급 황어가 낚이기 시작한다. 3월 이후로도 황어 자원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이때면 이미 붕어낚시가 시작되는 데다, 황어 또한 본격 산란기에 돌입하는 만큼 자원보호 차원에서라도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장비와 채비 붕어낚시용 장비, 채비 사용 기존의 백사장이나 방파제에서의 황어낚시는 던질낚시(릴원투)나 찌흘림낚시, 훌치기낚시로 이뤄진다. 하지만 기수역에서의 황어 대낚시는 붕어용 대낚시 장비와 채비를 그대로 쓴다. 또 붕어낚시처럼 낚시의자를 펴고 한 자리에 앉아 낚시를 한다. 우선 낚싯대와 낚싯줄ㆍ바늘ㆍ찌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낚싯대는 굳이 많이 펼 필요가 없다. 대개 2대 정도면 충분한 손맛을 볼 수 있다. 낚싯대 길이는 3칸(5.4m) 이상 긴 대가 필요하다. 황어 자체가 2급수 이상 물이 맑은 곳이 아니면 오르지 않는 데다, 낚시터가 되는 기수역의 동절기 물색이 더욱 맑아진다. 때문에 고기의 경계심 극복엔 아무래도 짧은 대가 불리하게 된다. 필자를 비롯, 단골꾼들은 3.0~3.5칸대를 즐겨 사용한다. 구체적으로 양양 오십천과 마읍천은 3.0칸, 영덕 오십천은 3.2~3.3칸대를 즐겨 쓴다. 채비는 다소 강하게 써주는 게 좋다. 시즌이 깊어갈 수록 대물 출몰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가 되면 40~50cm급을 넘는 개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원줄은 3호, 목줄은 합사를 주로 쓰며 바늘은 붕어바늘 10~12호면 무난하다. 목줄의 경우 현지꾼들은 나일론사를 이용, 30cm 이상 길게 쓰기도 하지만, 필자와 포천, 홍천 등지의 단골 외지꾼들은 합사를 이용한 붕어용 두바늘채비를 애용한다. 조과 면에서도 두바늘채비가 오히려 앞서지 않나 싶다. ■낚시 요령 유속 적은 2m 이상 수심 모래밭이 포인트 황어도 포인트가 있다. 유독 입질이 잦거나, 굵은 씨알이 연신 올라오는 자리가 있다. 그런데 황어낚시가 이뤄지는 곳이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이다 보니 바닥에 수초나 감탕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모래와 자갈이 자연스레 쌓이거나, 인위적으로 하천 하상 정리를 한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인지 단골꾼들도 붕어처럼 물속 바닥 지형 등을 꼬집어 ‘이러이런 곳이 황어 포인트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바람을 맞받지 않는 곳, 유속이 완만하면서 수심이 2m 이상 유지되는 곳, 주위가 소란하지 않는 곳을 꼽을 수 있다. 황어는 후각이 유난히 발달돼 있다. 단골꾼들이 냄새가 고약하기로 유명한 일명 ‘오징어똥’을 미끼로 즐겨 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겠다. 오징어똥은 생오징어에서 나온 내장을 삭힌 것으로, 냄새가 역겹고 걸쭉한 상태이다. 여기에 깻묵을 적당량 넣어 반죽한 다음 바늘에 꿰어 황어 미끼로 쓰는 것이다. 반죽 크기는 입질 상황에 따라 콩알 1~2개 크기로 가감한다. 일부 꾼들은 크릴을 미끼로 쓰기도 하는데, 크릴과 오징어똥에 반죽한 깻묵떡밥을 하나씩 꿰는 짝밥 스타일로 운용하기도 한다. 이밖에 콩가루나 글루텐, 구더기, 갯지렁이를 쓰는 꾼들도 있다. 입질은 케미라이트를 끼울 무렵부터 아침나절까지 활발하다. 물색이 맑지만 낚시가 이뤄지는 대부분 기수역 구간의 수심이 2~3m 정도로 깊은 편이어서 한낮에도 입질이 온다. ■기타 참고사항 텐트ㆍ난로 챙겨 밤낚시 집중할 것 방한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영동지역이 영서나 내륙보다 겨울철 기온이 따스한 것은 사실이지만, 낚시 자체가 밤낚시 비중이 높고, 특히 밤이면 백두대간에서 내려오는 산바람이 생각 이상으로 차갑다. 지난해 만났던 현지 낚시인 한 분은 아예 연탄화로를 싣고 와 쬐면서 밤을 새우는 모습을 봤다. 두터운 방한복과 방한화, 난로는 필수적이고, 되도록 텐트를 갖추는 게 좋다. 이밖에 받침틀을 갖추길 권한다. 삼척 마읍천을 비롯, 대부분 하천의 기수역 구간은 하천 정지작업을 거친 곳이 많다. 때문에 호안은 석축이나 블록인 곳이 많고 특히 바닥도 돌로 다져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뒤꽂이와 받침대 꽂기가 곤란한 곳이 많다. 마지막으로 올 겨울 유난스레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므로 출조 전 미리 아래의 문의처로 결빙여부나 기상 상태 등 현지 상황을 숙지하고 떠날 필요가 있다. ■문의 : ①삼척 마읍천권 - 홍천 서석낚시(033-433-4115), 해변민박(033-572-7687, 숙박 및 결빙 문의). ②영덕 오십천권 - 강구 대구낚시(054-733-9612). <어류도감-황어> 동ㆍ남해로 흐르는 강ㆍ하천에 서식 몸에 기름기 오르는 겨울철 맛 좋아 황어는 생김새부터가 잉어나 누치를 닮았다. 분류상으로도 붕어ㆍ잉어와 같은 잉엇과 어종이다(잉어목 잉엇과). 때문에 처음 접하는 민물꾼들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곤 한다. 바다에서 성장한 친어(성어)는 수온 11~17℃(3~6월)가 되는 산란기가 되면 동ㆍ남해로 흘러드는 2급수 정도의 맑은 강ㆍ하천으로 올라온다. 알을 낳는 곳은 물 흐름이 완만하고 20~50cm 정도로 수심이 얕은 하류~중류의 모래나 자갈이 평탄하게 깔린 곳이다. 수정란은 수온 15℃ 기준, 약 5일 정도면 부화하는데, 대부분 치어는 바다로 내려가고 일부는 하천에 남아 성장하기도 한다. 바다에서는 내만이나 하구 부근의 조류 영향을 받는 수역에 주로 서식하며, 특히 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거의 사철 릴 원투낚시로 황어낚시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맛으로 치면 몸에 기름기가 올라 살이 쫀득쫀득해지는 겨울철을 최고로 친다. 현재 황어는 동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강ㆍ하천 유역에서만 발견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서해에서도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경기도ㆍ충청도ㆍ강원도ㆍ황해도ㆍ평안도 등, 동서남해에 걸쳐 널리 서식하는 토산어종으로 기록돼 있다. 서해에 속하는 경기도가 기록되어 있는 게 다소 뜻밖이다. 하지만 현재 황어의 소상이 이뤄지는 하천으로는 섬진강, 낙동강, 하동 진교천, 마산 진동천, 울산 회야강과 태화강, 포항 곡강천, 영덕 오십천과 축산천ㆍ송천천(영덕), 울진 왕피천, 삼척 가곡천과 마읍천, 양양 남대천, 속초 쌍천ㆍ고성 북천과 명파천ㆍ송현천 등으로 20여개 안팎에 이르고 있다. 한편 황어는 우리나라 이외에도 사할린ㆍ시베리아 연해, 만주 수계와 일본 홋카이도 이남에 분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