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이 대대적으로 LED TV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LED TV는 LCD TV의 광원으로 LED 칩을 사용한 TV를 말한다. 기존 LCD TV는 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amp, 냉음극형광램프)이라 불리는 형광등 타입의 발광체를 사용했는데, LED(Light Emitting Diode)는 CCFL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수명이 더 긴데다 크기까지 작아 LCD TV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혁신적인 기술로 여겨지게 되었다.
삼성은 이러한 LED 타입 LCD TV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LED TV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소비자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TV가 등장한 듯 여길 수 있으나 LCD TV의 근간을 이루는 액정(Liquid Crystal Display)은 동일하므로 실상 LED TV는 LCD TV의 하위 카테고리라 할 수 있다.
삼성은 LED를 사용함으로써 패널의 두께를 현격히 줄일 수 있게 되었고 더욱 깊은 흑색 표현이 가능해져 명암비가 비약적으로 향상됨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또한 LED는 수은을 사용하는 CCFL과 달리 무수은이므로 친환경적이다. 이처럼 LED TV는 기존 LCD TV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어 삼성에서는 아예 ‘새로운 종(種)의 탄생’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내걸고 있다.
삼성은 이미 2006년도에 RGB LED를 사용한 LE40N91BD 모델을 유럽에 선보였으며 이듬해인 2007년 10월에는 파브 LN52F91BD LED TV를 국내 출시했다(당시 70인치 제품이 약 3천만원, 57인치 제품이 약 1천2백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높은 가격으로 인해 당시 제품은 시장성이 전혀 없었지만 삼성이 향후 발매할 TV의 방향을 LED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프로토 타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이 F91BD 시리즈 이후 3년이 지나서야 LED를 내세우는 까닭은 지나치게 높아진 소비자 가격 탓이다. 화질이 조금 개선되는 것만 가지고 두 배, 세 배 이상 비싼 가격표가 달린 TV를 선뜻 구입할 소매자들이 많지 않다. 처음 LED BLU를 사용한 TV 출시 이후 3년 동안 삼성은 LCD TV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LED 백라이트 유닛을 결합시키자 색 영역과 명암비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두께가 크게 줄어들었고(29.9mm), 전력 소모량도 기존 CCFL LCD TV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추는 등 화질을 포함한 전 부문에 걸쳐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CCFL에 쓰였던 중금속 수은이 LED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은데다 삼성의 2중 사출 방식은 스프레이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에도 부합되는 제품이 되었다. 삼성은 이를 좀 더 부각시킬 필요를 느꼈고 식상한 LCD TV라는 말 대신 LED TV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며 ‘LED TV는 진화한 새로운 종의 TV’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삼성은 일찌감치 로컬 디밍, 직시형 LED, 백라이트 스캐닝을 사용했으나 과감히 제작 방식을 변경해 엣지형 LED, 글로벌 디밍, 신형 크리스탈 엔진, 크리스탈 블랙 패널, 오토모션 플러스 240Hz 기술을 내세웠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직하형 방식보다 엣지형이 두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적은 수의 LED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밝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직하형 방식은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 백라이트 유닛을 LCD 뒤 전체에 고루 삽입하는 방식이고 엣지형 방식은 좌우 모서리에 LED를 사용하고 이를 도광판에 반사시켜 화면을 고루 밝히는 방식이다.
이에 LG는 홈페이지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LG는 "적은 수의 LED를 사용하는 엣지형은 분명 두께를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화면 전체에서 LED 빛을 내뿜는 직하형이 빛을 균일하게 퍼져 한결 나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며, "엣지형은 좌우에 몰려 있는 LED로 인해 빛의 균일성(유니포미티, Uniformity)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를 동조하듯 DVDPrime 등 AV 관련 커뮤니티 사용자들 중 일부는 삼성 LED TV 좌우 모서리가 더 밝은 ‘빛샘현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보다 나은 컬러 표현과 우수한 명암비 표현을 위한 삼성과 LG의 노력 또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LG의 경우 로컬 디밍(Local Dimming) 기술을 적용해 느린 LED TV의 잔상을 없애고 있다. 로컬 디밍은 화면이 어두운 부분을 재생할 때 아예 백라이트 유닛을 끄는 기능이다. 이로 인해 소비전력 감소, 더 깊은 블랙 명암비, 동영상 잔상 개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기술 특성상 로컬 디밍은 기다란 막대 모양의 CCFL에선 사용하지 않으며 작은 LED 소자를 사용한 LCD TV에서만 사용한다.
LG의 LED TV는 55인치 제품의 경우 화면을 90개의 블록으로 나눠 각 블록의 명암을 분석해 밝은 영상이 위치하는 블록은 LED를 밝히고 완전히 어두운 장면에서는 그 블록의 LED 불빛을 점멸시킨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로컬 디밍은 어두운 장면에서 그 블록에 해당하는 LED를 아예 끔으로써 한결 어두운 블랙 컬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밝은 장면과 어두운 장면이 맞닿는 부분의 블록에서 영상을 표현하기 위해 블록을 끌 수는 없으니, 밝은 장면이 그 블록 전체에 영향을 줘 헤일로(Halo)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풀 HDTV의 1920*1080 해상도는 약 200만 개의 픽셀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로컬 디밍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픽셀을 하나의 블록으로 미세하게 나누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블록 수를 늘려가다간 도저히 양산할 수 없는 가격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로컬 디밍을 사용하는 대신 패널 내 입자를 더욱 작고 균일하게 해 내부의 빛을 보다 세밀하게 투과시켜주는 크리스탈 블랙 패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외광 반사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자체 명암비를 개선하는 데도 일조해 로컬 디밍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LG와 삼성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좋은지 헛갈릴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기술이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진화하고 있는 기술인 만큼 어느 것이 좋다/나쁘다를 논할 수 없는 입장에서 두 기업이 자존심을 걸고 상대 기업을 헐뜯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숱한 논쟁이 있었던 헤르츠 개선 방식에서도 또 한 차례 삼성과 LG의 맞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50Hz 상용 전기를 사용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60Hz 전기를 사용한다. 이는 1초에 60번 전기 신호가 전송되는 것으로, TV는 1초에 60장의 화면을 전송한다. 이를 120Hz로 만들어 전송한다는 것은 1초에 60장의 화면을 120장으로 늘려 재생하는 것이다. 당연히 동 시간 대비 프레임 수가 2배 많아지니 잔상이 줄어들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진다. 삼성과 LG는 여기에 240Hz 기술을 선보이며 서로의 기술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40Hz 구현 방식은 백라이트 스캐닝(Backlight Scanning)과 MEMC(Motion Estimation/Motion Compensation)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LG는 백라이트 스캐닝 방식을, 삼성은 MEMC 방식을 각각 사용하고 있다. 우선 삼성의 MEMC 방식은 60Hz의 영상 신호를 4배수인 240Hz로 늘리는 것으로, 1장의 오리지널 이미지에 가상으로 생성한 3장의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영상 엔진의 성능에 따라 화질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는데, 원본 이미지 A와 B 사이에 A1, A2, A3의 가상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배치하기 위해서는 영상 엔진으로 A에서 B로의 변화하는 동선에 맞춰 A1, A2, A3을 예상해 중간 이미지로 삽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MEMC 방식은 가상의 이미지라도 생성되고 난 후에는 240Hz, 즉 초당 240장의 실제 이미지 상을 만드므로 매우 자연스러운 영상과 잔상을 상당히 줄인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영상 엔진이 이런 이미지 변환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정확한 위치에 상을 맺지 못하거나 중복되거나 해서 실제 동영상의 이미지가 멈칫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저더 노이즈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에 LG가 택한 방식은 삼성의 MEMC처럼 가상의 이미지를 원본 1장 사이에 삽입해 120Hz를 구현한 후 그래도 남아 있는 잔상(Image Blur) 사이사이에 블랙 띠를 끼워 넣어 잔상을 가려주는 백라이트 스캐닝 방법이다. 120Hz로 프레임을 늘린 뒤 잔상이 생기는 구간을 전부 블랙 화면으로 처리하거나 흰색 화면으로 처리할 경우엔 화면에 깜박거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LED 백라이트 유닛을 사용해 화면을 순차적으로 스캐닝해 프레임 수를 2배로 늘려준다. 이렇듯 삼성과 LG의 영상 제어 방식이 다른 것은 LCD 액정을 삼성은 PVA 방식을, LG는 IPS 방식을 사용하는 데 따른 특성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렇게 삼성과 LG는 모두 LED TV를 새로운 LCD TV로 적극 내세우면서 PDP와 비교 시 단점으로 지적되던 점들을 상당 부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삼성은 LED 백라이트 유닛을 채용했을 뿐인 LCD TV를 LED TV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마치 LED 패널을 사용한 듯한 혼동을 안겨주고 있다. LG는 이를 비난하면서도 삼성의 LED TV 파브 6000/7000/8000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으며 LED TV 카테고리를 신설, 삼성 LED TV보다 화질 면에서 한결 우수한 방식임을 주장하고 있다.
일전에도 메가 명암비(100만대 1의 명암비)를 구현했다는 삼성과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LG가 팽팽히 맞서 싸운 적이 있다. 하지만 LG는 삼성의 마케팅 용어인 '메가 명암비'와 'LED TV'를 따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증거다. LG는 더 적은 LED 백라이트 유닛을 사용하는 엣지형 대신 직하형을 사용해 화질이 한결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엣지형을 출시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또 다시 이전 주장을 뒤엎고 있다. 물론 자세한 사항은 올 하반기에 LG에서 출시할 24.9mm LED TV를 봐야 삼성과 LG의 본격적인 비교가 가능할 테지만 현재로서는 LG가 삼성을 뒤쫓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삼성과 LG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타사 제품을 겨냥한 비난과 험담이 심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사가 신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서로를 헐뜯고 있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LED TV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 마지않는 꿈의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패널 각각의 화소를 LED로 사용한 TV는 두 장의 글라스와 액정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더 얇고 더 밝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무지막지한 가격 탓에 아직은 요원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삼성과 LG가 내세우고 있는 LED TV는 LCD 패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광원만을 LED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LED TV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고 'LCD TV with LED Backlighting'라 해야 맞다. 만약 차후에 진정한 LED TV가 발매된다면 어떻게 부를까? HDTV라 광고하다가 1920×1080 해상도를 지원하는 TV가 등장하자 이미 써먹은 'HD' 대신 'Full HD'라고 광고했던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백라이트 유닛을 LED로 바꾼 것만으로 LED TV라 부를 수 있다면 리모컨으로 TV를 킬 때 점등되는 붉은색의 LED 조명도 LED TV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10여년 전부터 LED TV를 사용해온 셈이다. 분명 더 얇고 더 우수한 화질을 제공하지만 그릇된 상술 마케팅을 사용하고, 이를 경쟁하며 타사를 비난하는 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다나와 이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