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봤던 행정학 카페의 모 회원님이 사회협약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나 또한 사회협약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래 투명사회협약 관련 기사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이전의 문제의식을 되살리는 측면에서 사회협약과 관련된 기사들을 담아온다. 물론 사회협약의 가능성에 대해 이번 경우에서 드러난 것처럼 나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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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협약’ 정부가 깨나 (한겨레, 김성환 기자, 2008-09-30 오후 08:11:21)
실천협에 “2분기부터 분담금 지원 중단” 일방통보
새 정부 들어 집행위도 못 꾸려…유명무실화 위기
2005년 정부와 정치·경제·시민사회 4대 부문이 모두 참여해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로 출범한 ‘투명사회협약’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정부 쪽의 일방적 참여 중단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화할 위기에 놓였다.
투명사회협약은 출범 당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재계 총수들도 대거 참여해 세부적인 부패방지 시스템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등 한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투명성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참여 중단을 두고 민간 부문에선 “새 정부가 반부패 시스템마저 철폐돼야 할 규제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명사회협약의 정부 쪽 창구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29일 실무기구인 투명사회협약 실천협의회(실천협)에 공문을 보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민관 협력 패러다임 정립을 위해 공공부문 분담금 지원을 2분기부터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권근상 권익위 민간협력과장은 “분담금 중단은 잠정적인 결정이며, 출범 때와 환경이 달라진 부분이 있어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투명사회협약에 지원된 지원금 전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천협 내부 구성원들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사회적 협약 자체를 일방적으로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5년 협약 체결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도 정부시도장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투명사회협약문에 서명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과 참여가 중단되면서 각계 대표자 8명으로 구성되는 집행위원회도 꾸려지지 못했고, 재계 쪽 분담금도 끊길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거성 실천협 상임집행위원은 “분담금 중단 이전에 정부가 실천협 기구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집행위원장과 상임집행위원, 사무처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분담금 중단을 통보해 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 격인 ‘한국투명성기구’ 강성구 사무총장도 “현재 실천협이 중도·보수인사를 아우르고 있는 구도인데도, 분담금을 중단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처사일 뿐 아니라 ‘거버넌스’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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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20일 체결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협약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많은 의견들이 있으나,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눈길은 없는 듯하다. 이에 그 주된 내용을 서술한 매일노동뉴스의 기사와 함께 그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프레시안, 참세상, 레디앙의 기고글을 옮겨온다.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 (매일노동뉴스 2006-06-21)
정부, 국공립보육시설 30%까지 확충…노사, 임금체계·정년제도 개선키로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 20일 체결됐다. 지난 1월26일 출범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공동의장 한명숙 국무총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강신호 전경련 회장)는 5개월간의 논의를 마치고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사회협약에 합의하고 2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체결식을 가졌다. 이날 체결식에는 한명숙 국무총리,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김용구 중기협 중앙회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윤영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이선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지관 스님,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최종 체결된 사회협약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 없는 사회 실현’, ‘능력개발과 고용확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 기반구축’, ‘모든 사회 주체의 실질적 역할 분담’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 개선 방안 △연금제도 개선 부분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 저출산 대책 =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보육아동기준 30% 수준으로 확충하고 이를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또한 노사는 직장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키로 했다. 아동양육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대상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보육료 및 교육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으며, 정부는 아동수당제도의 도입 시기, 방안, 재원 등을 검토키로 했다. 노사는 육아휴직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문화와 인사관리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정부는 대체근로의 활성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노사는 남성에게도 출산·양육의 공동책임을 인식하며 휴직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노사정은 부담의 사회화 수준을 높이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비정규직에게도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고령자 대책 = 정부는 고용보험 등을 통해 여성과 고령자의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노사정은 여성고용을 확대하고 고용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계획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사정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고령자 고용확대를 위해 노사는 중고령자 친화적인 인사관리·작업조직의 도입과 직무수행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하며, 정부는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연금제도 개혁 = 연석회의는 △사각지대 해소 △지속가능성 제고 △형평성 제고의 3대 원칙 하에 공적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조속히 합의안 마련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는 퇴직연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키로 했으며 정부는 퇴직금의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 재정 마련 =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확립 △세원 투명성 제고 등 조세의 형평성 제고 △비과세 감면 제도 등 조세지출의 합리적 개선 △국민합의에 기반한 조세·재정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이 장 마련 등 4대 원칙에도 합의했다.
연석회의는 공동 사회협약 이외에도 각 사회 부문별 실천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 경제계 = 출산 및 아동양육에 우호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 정시퇴근 문화 조성, 임신부 노동자를 위한 여성노동자 휴게실 운영 등을 전개하겠다고 합의했다. 또 중소기업 노동자도 대기업 내 직장보육시설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 방안으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로시간제 등 직장과 가장의 양립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파트타임, 원거리,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고 있는 기업의 모델을 수집·개발하겠다고 밝혔다.
▲ 노동계 = 양대노총은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단체협약 지침을 통해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사간 협의키로 했다. 또 한국노총은 올해 말까지 1단계로 1만명 규모의 자원봉사운동을 전개하고, 지역사회의 고아원, 양로원, 사회복지시설 등과의 자매결연을 추진키로 했다. 또 양대노총은 각종 제도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도록 적극적 제도개선에 나서고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간 구체적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식에 앞서 오전에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지원단’ 홍영표 부단장은 “사회협약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전략적 과제에 대한 종합적 판단해 정부와 사회주체들이 함께 노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여성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하고 사회문화적 인식을 바꾸고 제고시키는데 이번 사회협약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회협약은 노동계, 경제계, 종교계,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정부 등 사회 각 분야 전 부문이 망라돼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회협약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합의라는 점에서 실천이행 담보에 가장 큰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또한 이 사회협약이 나오기 전에 이미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시안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앞뒤가 바뀐, 사회협약은 ‘정신’만 강조한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날 제기됐다. 이와 관련, 홍영표 부단장은 “연석회의에서 참여 당사자들이 현실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여기서 세부적 합의가 되는 것이 사회협약은 아니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논의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사회협약에 합의하기까지 과정은 쉽지가 않았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무엇이냐, 모호하고 절충적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 자체가 사회협약의 성격이며 정부와 참여 당사자가 고집하지 않고 합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처장은 “앞으로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각계의 자발적 실천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사정이 각각 실천을 약속한 것이 얼마나 이행되느냐가 이번 사회협약의 관건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목받은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합의는 앞으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대표적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한 연석회의가 3대 원칙 하에 공적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조속한 합의안 마련을 위해 노력키로 사회협약을 맺고 있는 동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등을 반영한 국회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하는 등 ‘따로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석 처장은 “복지부가 특정한 모형을 제시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고 연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과연 정부의 입장인지 복지부의 입장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같은 정부의 방식에는 문제가 많으며 정부가 밀어붙이기 이전에 정부는 원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사회협약이 체결됐지만 여전히 정부와의 긴장관계가 전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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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에 대해 (참세상, 2006-06-21)
저출산과 고령화가 우리사회의 미래에 커다란 시련과 위기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양육과 노인부양의 일차적 책임을 가족과 여성에게 지우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소홀히 하는 동안 형성된 제도․문화의 한계와 고용 및 소득불안정 등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데에 공감”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국공립보육시설을 30%로 늘린다라는 내용을 빼놓고는 출산, 양육, 노인부양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진다는 방향이나 지침이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고용 및 소득불안정 등 경제적 요인에 대한 해결의 방향은 오히려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확대하고 심화시키고 있는 기존 정책내용을 언급한 것마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사회협약의 첨부자료에는 각계가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 생명존중사상의 실천, 자원봉사운동, 효문화 실천운동 등 여성인권을 억압하거나 봉건적 가족제도에 기반한 실천, 본질과는 상관없는 부차적인 문제 등이 담겨있다. 기간 정부와 자본이 펼쳐 온 ‘일과 가족의 양립’이라는 전략과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의 과정에서 여성의 고용은 확대되어 왔지만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군다나 정부와 자본은 생리휴가의 무급화, 보건수당의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해 왔으며,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이라는 명분하에 노인요양제도의 시장화, 조세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조세부담의 범위를 저소득계층에게 지우는 조치, 재정안정화라는 미명하에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국민연금개혁 시도, 퇴직연금도입 등 노인소득보장의 금융적 시장화 등의 전략과 정책을 실현 중이며, 이를 관철하려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기간 취해온 신자유주의적인 시장화, 민영화, 유연화 조치에 대한 반성이나 중단없이 체결된 사회협약은 선언 이상을 넘어 실효성을 가지기 힘들며, 정부와 자본이 취하고 있는 전략의 관철에 ‘사회적 합의’라는 외양을 씌워줄 위험이 농후하다.
--> 그렇다면 민중진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비판을 할 수 있을지언정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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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보육시설 30% 확대 등 합의했다지만… (프레시안, 2006-06-20 오후 6:32:13)
'선언'에 그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협약'
한명숙 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협약 체결식에서 "사회 각 분야 전 부문이 망라돼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초유의 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겨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육시설 확충과 관련해 예산 조달 방안 등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국민연금 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하기로 한다"는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구체적 실천은 담보해 내지 못한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육시설 확대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향후 몇 년 안에 30%까지 늘릴 것인지, 또 이에 따른 예산 배분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50% 수준까지 확충할 것을, 또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는 2010년까지 30% 수준으로 확충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 아이들에게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 도입 검토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아동수당제 역시 "도입 시기와 방안, 재원을 검토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만 명시돼 있어 실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남성출산휴가제 신설도 경영계의 반대로 "노사는 휴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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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세력 위한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비판 (김원정, 레디앙, 2006-06-20)
"성장 위한 여성 인력 활용 대책"…진보진영 전략 부재도 문제
사실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됐을 때 사회협약의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미 1월부터 연석회의에서 기본계획 시안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여성계와 재계가 부정적인 입장을 잇달아 개진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을 야기하는 근본원인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미흡(여연)”하며, “출산연령계층과 고령자 고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재고되어야 한다(경제5단체장)”는 견해였다.
그런데 우려 목소리를 내던 각계각층이 며칠 사이 합의에 이르렀다. 주목할 만한 내용도 있다. 국공립보육시설을 보육아동기준 30%로 확충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공공보육시설 보육아동기준 50% 확충 공약이 정책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실현가능성 낮은’공약으로 평가받았는데, 정부가 그 실현가능성을 예견해주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협약의 힘이라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 명칭 그대로 어떤 강제력도 없는 ‘협약’일 뿐이라는 게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결국 이 사회협약으로 이익을 보는 자는 따로 있다는 데 있다.
이번 기본계획 시안에 포함된 총 230여개 사업 중 신규사업은 50개뿐이다. 나머지 180개는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이 확정된 정부 각 부처 사업을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이란 틀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 될 만한 모든 사업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기본계획은 매우 정치적으로 구성된 모자이크에 더 가깝다.
기본계획 시안 중 저출산 원인 진단 부분을 보면 계층별 출산중단 이유의 커다란 차이를 알 수 있다. 전국가구 평균소득 기준 150%이상 가구의 37.7%가 ‘자녀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든 반면 50%미만 가구 38.4%가 ‘소득과 고용 불안정’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의 저출산 원인은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산 등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렇다할 대책은 기본계획의 한 조각을 차지하지 않는다.
사회협약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저출산 ‘NG대책’-참여단체의 반대로 빠진 정책-인 동거 부부 자녀 지원 정책은 종교계의 반대로 포함되지 못했고, 미혼모 자녀 지원도 같은 이유로 빠졌다(머니투데이 2006.6.7일자). 기본계획이 장려하는 출산은 소위 ‘정상가족’에 한정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보육의 공공성, 여성고용 확대와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이 기본계획과 사회협약을 여성친화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의 관심 대상은 저임금 불안정 여성노동자나 생계를 위해 아이와 노인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빈곤 여성이 아니다. 전업주부를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고학력 전문직 여성노동자의 부담과 고용차별을 개선하여 이들의 출산을 늘리는 것이 초점이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는 제목만 가리면 ‘경제성장을 위한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와 다르지 않다.
장려하는 출산, 시정하고자 하는 저출산 원인은 정치적으로 취사선택된 것이다. 정부와 재계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 기조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고, 결혼과 가족의 정상성은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제한하는 왜곡된 생명존중의 원리가 양성평등의 원리와 나란히 배치되는 모순도 사회협약 안에 있다.
사회협약은 개별 정책의 적합성이 아니라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 담론의 기반을 굳히는 데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 담론의 시작과 끝은 명쾌하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어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인부양에 대한 부담 증가, 성장경제력 저하를 가져와 경제성장과 국가 존속의 재앙이 도래하니 어서 출산율을 회복하고 고령사회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심각한가’ 혹은‘나의 삶과 미래가 정말 위기인가’라는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거스를 수 없는 위기 담론의 통제만이 강력하게 작동할 뿐이다.
여풍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여성은 자신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며, 평생 일 하되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해서 출산율을 낮추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되며, 아이가 생기면 낙태 예방에 힘써 무조건 낳아야 한다. 비혼을 택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려면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분자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정 아이 키우기 부담되면 차라리 ‘다자녀 가정’이 되어 세금 혜택과 주택분양 기회를 노리는 것이 팔자 고치는 길이다. 모든 국민이 초등학생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인생의 가치관, 결혼과 출산, 노후 생활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 의무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출산율·노인인구 비율·혼인율·경제성장률 등의 통계 수치가 자극하는 극도의 위기의식 하에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해 다해야 할 국민의 소임이 된다. 선택과 권리, 다른 대안이 끼어들 틈은 너무 좁다.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가족계획’이라는 출산통제 인구정책이 ‘강제’에 의한 통제였다면 오늘날 저출산·고령사회 인구정책은 ‘합의’에 의한 통제 방식을 택한다.
어차피 저출산·고령화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각계각층의 정치성이 각축을 벌이는 정치투쟁의 장이다. 그렇다면 노동계가 차라리 그 장내에서 자신의 고유한 정치성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저출산은 비정규직과 양극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 때문이라며 노동자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데 유리한 국면으로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그렇지만 노동계의 고민은 그런 수준에도 한참 못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당초 사회양극화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우려를 보내면서 참가를 유보했던 연석회의 참여를 결정하면서, “정부의 진정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책위에 구체적인 내용이 있음을 확인됐고 그 내용에 한정해서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레이버투데이 2006.4.13일자).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데 무게를 두기보다 의제를 가지고 대화하겠다는 것인데, 실제 양대노총이 가장 주력했던 과제는 ‘국공립 보육시설 50% 확충’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이를 뒷받침해 줄 성장주의·국가주의 담론의 국민 통제에 손을 들어주고 대신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얻어낸 것을 과연 실익을 챙긴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몇년간 진보진영 내에서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제기된 바 없다. ...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정치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적 합의라는 틀에 조용히 묻어가고 있는 형국은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전혀 다른 방식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문제들이 엉켜서 드러나는 하나의 현상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배세력과 함께 ‘위기 담론’에 빠져 허우적댈 게 아니라 진보진영은 그 현상을 발생시키는 문제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고유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작 대중들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위기’는 먹고 살기 어려운 것, 직장일·가사일의 이중 부담에 짓눌리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탈출할 수 없는 빈곤이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투명한 일자리다.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은 이 모든 위기의 원인을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탓으로 돌리며 불만을 무마하려 하지만 그만큼 허술하기도 하다.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프로젝트는 늘 부족하고 늘 실효성이 의문스럽고 또 늘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길을 이미 노정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그냥 두고 현상만 나무라면서 5년간 32조를 투자한다고 출산율이 갑자기 뛰어오르길 기대할 수는 없다. 지배세력의 위기 담론이 언제까지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이 점이 균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 김원정 님의 의견에 동감하는 바가 많다. 진보진영은 여성, 생태, 노인문제 등에 있어서 제기되는 위기담론의 모순을 폭로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관심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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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사회위기를 지배세력과 손잡고 해결하겠다? (최예륜, 참세상, 2006-06-23 13:49)
[기고]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이라는 노동자운동의 치명적 과오
한명숙 총리는 사회협약 체결식에서 ”사회 각 분야 전 부문이 망라돼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초유의 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겨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은 일제히 사회적 현안의 해결을 위해 합의와 대화에 나서는 노동계를 칭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협약에서 공공보육시설을 30% 이상으로 확충하기로 한 정책적 성과가 있다며 협약에 동의를 표했다. 또한 시점은 분명치 않으나 아동수당을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도 성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협약은 보육 시설 확충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를 초과하는 위험천만한 요소들로 채워져있다. 협약에 담겨있는 ‘보육의 공공성, 여성고용 확대와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번지르르한 말들은 여성에게 적합한 탄력근로제 도입, 파트타임 일자리 확산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빙자한 비정규직의 전면화계획으로 이어진다. 재계는 ‘옳다쿠나’하고 출산휴가/육아휴직 시 여성노동자의 업무공백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체인력풀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출산과 육아의 선택권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 통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고령화 관련 대응책은 이러한 겉 다르고 속 다른 출산장려책 묻혀 쟁점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노사 공동으로 고령자 일자리 여건 마련/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의 개선방안 논의'하겠다는 방안은 그동안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동계가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연금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연석회의 참여단체들은 연금개혁을 사이좋은 합의를 통해 논의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조세개혁은 물론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시민사회단체들과 합의할 사항이 아니므로 일단은 조세개혁은 없다는 선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협약의 내용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히 남는 점은 성장잠재력을 지탱하는 값싸고 대체 가능한 여성노동인력, 고령인구노동인력의 활용에 더 많은 자유가 보장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분명히 남는 점은 지금의 사회 위기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과 민중이 손 맞잡고!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성립 불가능한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합의에 기반을 둔 정책들이 입안될 때, 혹은 정책의 실패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불만을 표하거나 저항할 민중의 권리는 ‘사회적 합의’라는 틀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6일 32개 노동·시민·여성·종교 단체 등을 총망라한 범국민협의기구인 '연석회의'가 발족했으며 이 사안을 핵심의제로 삼는 정부 직속의 '국민 대통합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이들은 2003년 1.17쇼크 이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5년 1.08명(통계청, 『인구통계』)에 달하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가능 인구 감소, 평균 근로연령 상승 및 저축·소비·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노동·시민단체들 역시 저출산·고령화가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위협요소라는 정부와 학계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포함한 투기의 활성화와 노동유연화라고 했을 때 과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과제가 민중의 요구와 부합될 수 있는 것인가. 정부 조사결과로도 출산을 하지 않는 절대적인 이유가 자녀양육의 경제적 부담과 소득·고용의 불안정 문제로 드러난다. 출산을 기피하고 결혼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고통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다. 남성가구주 빈곤가구 비율의 두 배에 달하는 여성빈곤가구주율과 배우자가 있을 때 100%, 없을 때 136%에 달하는 여성 빈곤율을 보아도 그렇다.
이에 대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운운하며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은 이미 소득수준이 하락하고 있는 가정을 지탱하고 지극히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여성들을 남김없이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위기 담론은 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 역대 정권의 억압적 출산억제정책과 의료 기술의 발전, 평균 수명 연장 등이 원인이 된 고령화 문제는 이를 해결할 사회정책의 부재와 공백을 드러내는 요소일 따름이다. 또한 고령화의 진정한 문제는 노인의 빈곤이다. 젊은 시절의 노동을 통해 스스로 혹은 공동체가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고령화 문제의 본질일 것이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창출과 출산 장려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 문제를 가중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지만 출산율 제고를 통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가부장적 통제 전략이며 심화되는 빈곤을 개별가족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위기 담론은 민중적 의제일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가부장적 인구통제전략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 협약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적 위기를 모면할 길 없던 정부여당에 대단히 긍정적 효과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협약체결식이 진행된 20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석회의 참석위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내뱉은 말들이 주목된다. "민생문제로 국민들께 송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통합 약속했지만 성과 내지 못했다."라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단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가운데 이해찬 (전) 총리께서 2005년 국회에서 제안해 연석회의가 만들어져서 사회적 대화가 지금 시작되고 있다"고 이번 협약 체결의 의의를 거듭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위기선동과 대응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사회통합의 효과적인 기제가 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위기 선동은 미래 사회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해결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사회 위기를 파편화·분절화하고 각각의 지원 대책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개인들은 권리의 주체가 아니며 자율적인 운동의 주체가 아닌 사회 위기 공동 극복을 위한 과제에 종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동적 ‘국민 대통합’ 구상 하에 추진되는 저출산·고령사회 위기 선동은 그만큼 커다란 정치적 의의를 띄는 것이었다.
정부가 펼치는 사회 양극화·저출산 고령화 대응은 민중을 빈곤과 불안정 노동에 밀어 넣는 포괄적인 정책인데 반해,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등 운동진영의 인식은 파편화되어 있다. 이미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피크제 시행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출산장려책이 구상, 실현 단계에 있는데도 성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다. 또한, 여연, 여협 등 여성운동은 여전히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심리적 여건의 마련 즉, 양성평등 문화의 수립을 위한 기업문화의 혁신이 병행된다면 연석회의는 의의를 살려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대책위는 로드맵 등 노동문제와 직결된 것이 아닌, 전사회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인력활용방안과 노동인구통제전략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동참하는 것이 과연 노동문제와 무관하며 한정해서 대응할 사안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 기본계획’이 담고 있는 영유아 보육·교육비 지원을 평균소득 130%까지 확대 지원하겠다는 방침이 700만 빈곤층의 현실을 개선하고, 이들이 출산을 하건 말건 도무지 선택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고 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병행되어야 하는 보육교사에 대한 직접고용,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방기, 민간 육아지원시설 서비스 개선을 명분으로 한 평가인증제 실시 등으로 이루어질 보육노동자 위계화가 결국은 불안정한 삶을 지속해야 하는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접근도 부족하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위기담론의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빈곤 심화, 불안정노동 확산이 오늘의 사회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자본주의 위기 해소의 편의주의적 공간이 되어온 ‘가족’의 지속 불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노(老)-노 케어’, ‘출산장려를 위한 여성 친화적 일자리 창출’ 등 정부가 제시하는 사회 위기 극복의 길이란 아랫돌 빼내 윗돌 괴듯 노동자민중의 삶의 위기를 제도화, 보편화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포스터와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기 이전에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지원하고 연금 개악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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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기본협약 문제점 지적과 관련된 논란 2006/07/07 13:04
이재영 님이 656호 <시민의 신문> 4면 칼럼 '이재영의 시야비야'에는 '시민단체 사회협약 참여와 코포라티즘'이라는 제목으로, 레디앙에는 '사회협약 끼겠다는 주제넘은 시민단체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더니, 이에 대해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657호 <시민의 신문>과 레디앙에 반론을 써왔다. 재미있는 논쟁거리이다. 이를 가지고 한번 제대로 싸워봤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이재영 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물론 이재영 님의 글 중에서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긴 하다. 신기섭 님이 블로그에서 지적하였듯이 "정리해고만 관철된 게 사회협약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건 궤변"이며, "이는 도리어 사회적 코포라티즘(사회적 교섭주의)이 노동운동의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독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코포라티즘은 노사가 나눠먹을만큼 넉넉하던 시절이 1960년대 이후 끝나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일부 옹호론자들의) '이상향'이다."
참고: 독일 노동운동 살아남을까?
쟁점이 몇 가지 보인다. 우선 사회협약 자체에 대한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도 그렇지만, 사회적 합의, 사회적 교섭 문제는 노동운동 내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대화채널로서 필요한 것인가의 여부와 함께...
그리고 모든 사회적 합의나 사회협약이 가진 이데올로기적 함의로서, 현재 자본과 지배계급에게 닥친 위기를 민중과 각계각층의 노력이 부재해서 생기는 문제로 포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즉 책임회피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이번 사회협약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따른 빈곤과 양극화의 사회위기를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로 호도하는 데 아주 좋은 근거를 만들어 준 셈"이다.
둘째, 코포라티즘 논의의 연상선상에서, 시민운동단체의 위상에 관한 것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또는 그 소속의 교수, 전문가들이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하여 활약하면서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거기에 사회협약의 주체 중의 하나로서 시민운동단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 노동운동이 일반적인 사회정책의 진전에 있어서 가진 책임성과 대표성의 문제이다. 이를 노동운동에게 왜 떠넘기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넷째, 이번 사회협약과 정부 정책과의 관련성 여부이다. 박원석 님은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고 하였고, 사회협약에는 대체로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보다 일부 진전된 내용(국공립보육시설 보육아동대비 30% 확충 등)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계획의 틀과 정책과제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역할과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아동수당제 도입 '검토'는 정부 정책에도 나와 있는 것이며, 이것이 성과인지는 의문이고...
나아가 시민사회단체들이 말하는 공공성, 사회의 공익이 중립적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효도는 나라의 근본 운동’, ‘결혼 장려 운동’, ‘출산 서약 운동’과 같이 문제가 있는 내용들은 각 단체들의 실천계획으로 언급된 것일 뿐이라고 하였지만, 사회협약의 본질이 그게 아닌가. 각 단체가 표방하는 비전이나 정책의 계급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다섯째, 사회협약을 통해 정부의 보육 정책등에서 시장화 기조가 바뀌었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보자. 김원정님이 제기했듯이 국공립보육시설 수만 늘인다고 공보육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며, 시설만 국가가 지을 뿐 운영은 계속 아동수에 따른 보육료 지원으로 충당하는데 이걸 공보육 기조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래에서는 레디앙에 실린 이재영, 박원석 님의 글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주간 정치 & 이슈 제42호에서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비판'이라는 글을 담아왔다. 정책위원회의 글은 아마 김원정 정책연구원이 썼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참세상에 실린 강동진 님의 ''계륵(鷄肋)'과 사회적 일자리, 사회협약'이라는 글을 다시 올린다. 2004년에도 이라크 파병문제 말고도 사회협약 내지 노사정위원회와 관련된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강동진 님의 글은 당시 '유연하고 합리적이며, 사회정책의 진전에 책임성과 대표성을 느꼈다고 알려진'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명칭과 형식, 포괄하는 의제가 어떤 식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결국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전략과 세계화 전략을 관철시켜나가기 위한 '관리기제'의 하나일 뿐이다.
기본생활의 보장이나 안정적 일자리는 '주고받는' 거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야 하는 협상물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 의식'에 기반하여 정부에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행동과 실천을 통해 불안정노동자와 빈민들의 독립적인 주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 합의와 교섭은 대다수 불안정노동자에게 유의미한 틀로서 다가올 수 있다.
사회협약 끼겠다는 주제넘은 시민단체들에게 (레디앙, 2006년 06월 26일 (월) 18:23:42 이재영 기획위원)
[시민단체 정책비평] 계급투쟁 없는 계급타협 불가…저출산고령화 기본협약 문제점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긴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인내를 갖고 이견을 하나하나 좁혀나갈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협약을 이끌어낸 연석회의 관계자의 이 말은 거짓이다. 인내를 가지겠다는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전제는 완벽한 거짓이다. 2005년에는 ‘투명사회협약’이 있었고, 2004년에는 ‘일자리 사회협약’이 있었고, 1998년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 있었다.
그리고, 2004년의 일자리 사회협약 내용이었던 ‘해고 회피’, ‘비정규직 처우 개선’ 같은 정책이 조금이라도 실천되었다면, 출산 중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소득과 고용 불안정(50% 미만 하위 소득 가구)’이나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150% 이상 상위 소득 가구)’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8일,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발상의 전환 없는 짜깁기 대책”이라고 비판했었다. 불과 12일 후 참여연대는 이번 협약에 참가하는데, 참여연대의 양대 요구 중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계획은 10%P 확대로 수용된 반면 아동수당제 도입은 여전히 빠져 있다. 이럴 때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여연대로서는 곤혹스럽겠지만, 참여연대 주장이 옳은 줄 알았던 시민으로서는 당혹스럽다.
이번 협약에는 ‘효도는 나라의 근본 운동’, ‘결혼 장려 운동’, ‘출산 서약 운동’과 같이 실로 놀라운 계획이 포함돼 있다. 반면 여성운동의 요구였던 동거 부부나 미혼모 자녀에 대한 공공 지원은 제외되었지만, 여성단체들은 꿋꿋이 참여했다. 하긴, 시부모 잘 섬기는 효부들 출산율이 높기는 하다.
종교단체나 여성단체, 노인단체, 또는 시민단체라 칭해지는 단체들은 사회협약(Social Dialogue, Social Corporatism)의 주체일 수 없다. 한국의 노인단체는 노령인구 대변자보다는 극우 정치조직으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여성단체가 출산의 주역이라는 발상은 ‘대동아 전쟁’ 때에나 통용되던 것이다. 노조 쪽 주장을 물타기 하려는 정부와 재계의 전략 전술, 그럴듯한 자리에는 꼭 끼고 싶어 하는 사회단체들의 관변 콤플렉스, ‘손잡고 사진 찍기’ 전통이 사회협약을 알맹이 빠진 넝마로 만들고 말았다.
어느 나라에서든 노동자․자본가․정부라는 삼자주의(Tripartism)가 관철되는 것은 그 삼자가 자본주의 사회정책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고 투쟁과 타협, 협약 이행 강제력을 가진 주체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헌법과 노동관계법, 공직선거법에서 준국가 기구로서의 특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노동조합을 흉내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사회협약에 한 자리 끼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주제 넘는 짓이다.
이번 협약의 모태가 된 정부 계획안의 80% 가까이는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 예정된 정책이다. 크게 이루어진 게 없으니, 끼어도 그만 안 끼어도 그만이거나, 괜스레 끼어들어 발목 잡히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두 노총은 협약에 참여했다.
협약 참여의 성과는 만족스럽기는커녕 불안하기 그지 없다. ‘탄력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파트타임 근무 등을 기업 지침으로 제공’과 같은 언급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어떤 피해를 낳을지 너무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의 몇몇 거대 산별연맹들이 산업정책 개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산별연맹 이해의 산술합이 민주노총의 사회협약으로 자연스레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총노동 또는 대자계급의 이익은 이러저러한 산업정책보다는 한미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거시정책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정책 협약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현 시기에 더 적합한 태도일 수 있다.
사회적 코포라티즘 노선은 한국 노동운동의 바람직한 중기 전략이다. 하지만, 몇 차례의 사회협약 시도 중 유일하게 실천된 것이 정리해고 뿐이라는 사실은 그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한국 노동운동이 사회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 더 근원적으로는 사회협약의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모든 사회협약은 계급타협이고, 모든 계급타협의 전제는 계급투쟁이다. 그렇다면 짚어 보자. 한국에서 계급투쟁이라 일컬을만한 게 언제 있기나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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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은 짓 아니다. 교조적 비판 그만 둬야 (레디앙/[시민의 신문] 657허, 2006년 07월 06일 (목) 10:25:31 박원석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재영 기획위원 칼럼 비판]노동운동 신뢰상실 고민해야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가 여러 갈래로 제기되고 있다. ‘협약이 정부 기본계획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적 평가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구체적 성과와 진전을 보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상반된 양측면의 평가 모두 일부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다소는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도 있다. 지난주 시민의 신문 칼럼을 통해 <레디앙> 이재영 기획위원이 주장한 일부 문제가 그러하다. 참여연대의 실무대표로 협약 전 과정에 참여한 필자로서는 해명과 반론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재영 위원은 정부의 저출산 기본계획을 비판했던 참여연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협약에 참여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가지 사실은 이 위원도 짐작한 바처럼 참여연대 내적으로는 협약 참여 여부가 최종 순간까지 논란거리였다는 점이다.
협약 내용과 그 절차가 흔쾌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한 성과조차 과소평가될 이유는 없다. 국공립 보육인프라 확충이 지난 10년간 언명 수준으로 표류하고 정부 기본계획 조차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소한 3조원 이상 재원이 투여될 보육시설 확충목표를 확고히 한 것은 이번 협약의 최대 성과의 하나이다.
아동수당제도 도입도 그렇다. ‘아동수당제도 도입 시기를 검토한다’는 협약 문구가 다소 불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나 더 이상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지루한 논란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전히 경제계 등에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협약의 결론은 아동수당제도 도입 필요성 논란을 넘어선 것이다. 이 위원이 지적한 ‘효도는 나라의 근본 운동’, ‘결혼 장려운동’, ‘출산서약’등의 우려스러운 단어들은 일부 단체가 각자 실천계획으로 언급한 것일 뿐 협약의 본 내용과는 상관없는 것들이다.
이 위원은 협약의 모태가 정부의 기본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다 지은 집에 벽돌 한 장 더 얹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문제제기다. 이 같은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 기존 정책과의 완전한 단절만이 협약의 순수성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큰 방향을 돌려놓고 핵심요소를 플러스하는 것으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나 아동수당제도만이 협약의 성과는 아니다. 근래까지 정부 기본계획상 언급되어 오던 ‘보육료 상한규제 예외시설 허용’ 일명 ‘보육료 자율화’라는 시장화 방침은 협약 과정에서 사실상 철회되었다. 정부 기본계획에 보육의 시장화가 포함된다면, 노동계와 여성계 그리고 시민단체가 협약체제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일관된 방침이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필수 조건의 하나인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의 비정규직 확대를 협약에 명시한 것도 작지 않은 성과다.
더 중요하게는 출산과 양육이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화의 영역이며 남녀가 동등하게 일과 돌봄을 분담하는 것이 문제해결 방향이라는 전환의 계기를 만든 것이 이번 협약을 그간의 정부 정책과 동일시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위원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사회협약의 주체일 수 없으며, 협약 참여를 ‘주제넘은’ 행동으로 평가했다. 임금, 성장, 고용, 복지 등에 대한 노사정 3자간의 거시적 협의와 교환의 틀인 사회적 대화체제에 헌법적 시민권이나 대표성이 없는 시민단체가 노동조합을 흉내 내며 개입해 협약을 누더기로 만들고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비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적 대화체제가 역사적으로 3자주의(Tripartism)에 기초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선험한 나라들의 사회경제 구조와 사회적 대표성에 근거한 것일 뿐 교조(Dogma)가 될 수 없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0%에 머물러 있고, 기업별 교섭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최소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강력한 산별체제와 중앙교섭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처럼 노사정 3자만이 사회적 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가?
이 같은 주장은 또한 사회적 협의와 협약의 추세가 나라별로 사안별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간과한 원론일 뿐이다. 이 위원이 3자주의의 근거로 제기한 ‘대표성’의 논리 즉 노사정이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정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며, 협약이행의 강제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교과서적 일반론이다. 오히려 한국의 노동운동이 그동안 복지와 조세, 여성, 가족과 같은 일반적인 사회정책의 진전에 어떤 책임성과 대표성을 보였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사회협약 또는 사회적 대화가 ‘시기상조’임을 지적했다. 노동운동 입장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유의미한 중기전략이지만, 현재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계급타협의 이니셔티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것인가?
그 해답은 사회연대적 실천에 있다. 주제넘은 얘기겠지만 이 위원이 언급한 ‘계급투쟁’의 현재적 핵심은 노동운동이 ‘양극화해소’와 같은 당면한 사회경제 개혁의 요구를 정치적, 정책적으로 내재화하고 사회연대적 실천을 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문적 사회협약에 참여하는 것이 유의미한가는 의제와 사안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 그다지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정작 문제는 주체의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수년째 표방하고 있는 ‘사회개혁투쟁’은 손쉽게 ‘합의주의’로 매도되고 소모적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중운동은 이 현실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돌이키기 싫은 장면이지만 지난해 거듭된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의 파탄은 노동운동 내부만이 아닌 이를 지켜본 건강한 시민들의 신뢰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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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비판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1.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수립 경과
ㅇ 2005년 4월‘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12개 부처 장관, 12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족한지 9개월여 만인 지난 7일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됨.
ㅇ 이어 20일 체결된 사회협약은 기본계획의 중점 과제 실현을 위한 정부·재계·노동계·시민사회단체·종교계·여성계 등 각계각층의 역할을 명시한 것으로, 지난 1월 [국민대통합연석회의]의 전단계로 구성된 ‘저출산 고령화대책 연석회의’의 성과이기도 함.
ㅇ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첫 공식적인 대책인 기본계획 수립에서, 남은 절차는 위원회에서 기본계획 최종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보고하는 것임.
2. 기본계획의 주요내용
ㅇ 기본계획은 1차 계획이 추진되는 2006-2010년 사이 ‘출산율 하락추세 반전과 고령사회 적응기반 구축’을 목표로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저출산대책) △고령사회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고령사회 대책)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이상 3대 중점추진분야 70개 이행과제 230여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됨.
ㅇ 5년간 기본계획 시행에 투자될 예산은 총 32조 746억원(국비 35.1%, 지방비 40.5%, 기금 등 24.4%)이며, 분야별로는 저출산 대책에 18조 9,998억원, 노령사회 대책에 7조 1,802억원, 성장동력 확충에 5조 9,600억원임.
ㅇ 소요재원은 [06-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매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할 예정으로, 우선 세출 구조조정과 과세기반 확충(비과세·감면제도 신설 억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제고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보다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목적세 신설 등)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함.
3. 주요 쟁점과 문제점 : 여성 관련 쟁점을 중심으로
ㅇ 기본계획 230개 사업 중 신규사업은 50개뿐이며, 나머지는 각 부처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이 확정된 사업을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이라는 틀로 묶은 것임. 세부사업을 일일이 평가하기가 곤란하기도 할뿐더러 포함된 사업들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아닌가를 평가 잣대로 삼는 것은 한계적임. 기본계획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정책의 묶음을 통해 정부가 얻고자 하는 바와 그 정치적 효과를 예측하는 것, 여기서는 여성의 삶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함.
① 여성의 일·가정 이중 부담 고착화
- 기본계획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으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꼽았음. 저출산 문제를 떠나서라도 여성의 일과 출산·양육·가사노동 이중 부담 해소는 성평등 전략에서 중요한 과제임. 그 방향은 남성=생계부양자 / 여성=가사전담자라는 성별분업에 기초한 사회 구조의 변화, 즉 개인과 사회, 남성과 여성이 생산-재생산노동을 분배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정책의 재구조화에 있음.
- 그러나 기본계획의 전략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일부 확대하되 생산-재생산노동의 분배와 조정을 여전히 여성만의, 여성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여성노동자들만 사용가능한 출산·육아휴직제도와 양질의 파트타임 근로 등 유연한 일자리가 그 대안인데, 이는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 확산과 계층에 따른 양극화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큼.
② 돌봄의 시장화·돌봄 노동자의 주변화
- 저출산 고령사회로의 변화는 그동안 개별 가족과 여성에게 맡겨져 있던 양육, 노인부양 등 돌봄노동 사회분담화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고, 기본계획도 그러한 기조를 일정하게 반영하여 보육·방과후학교 지원,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 등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음.
- 그러나 정작 ‘사회화 된’ 돌봄노동을 수행할 인력(대체로 여성인 간병인, 보육교사, 가사도우미 등)에 대한 정책은 빠져있으며, 돌봄서비스를 공적체계로 흡수하기보다 민간보육시설 지원,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을 통해 시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
- 결국 가족 내 여성의 무급노동으로 충당되던 돌봄노동이 주변화 된 여성들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대체되고, 돌봄서비스 상품화가 구매 가능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양극화를 심화하여 다시 저소득층 여성의 가족 내 돌봄노동 부담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큼.
③ 결혼과 가족, 출산을 둘러싼 정상/비정상의 경계 강화
- 기본계획 중 저출산 대책에서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함. 다자녀가정에 유리한 조세 및 사회보험 혜택 확대, 주택 공급이나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시 인센티브 도입 등이 그 내용임. 입양아 지원을 제외하면 이른바 정상가족이라는 이성애 핵가족, 그 중에서도 아이를 많이 낳는 가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상적인 결혼과 가족, 출산과 그렇지 않은 경우 간의 경계와 차이를 확대할 가능성이 큼.
◆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하 사회협약)’의 의의와 한계
○ 지난 7일 공개된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 시점부터 ‘새로울 것이 없다’,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 ‘실효성이 의문이다’ 등의 이유로 언론의 모진 비판을 받고 있던 와중에 체결된 사회협약은 그나마 기본계획의 실현가능성에 약간의 무게를 더해 주었음. 사회협약에는 기본계획 보다 일부 진전된 내용(국공립보육시설 보육아동대비 30% 확충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로 기본계획의 틀과 정책과제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역할과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내용임.
○ 사실 사회협약은 저출산 고령화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동원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음.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은 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정부의 정책 실천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 스스로 심각성을 깨닫고 가치관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회협약은 이처럼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국민 개인의 책임으로 정치적 효과를 겨냥했다고 할 수 있음.
○ ‘저출산·고령화가 국가경쟁력·경제성장의 위험요소’라는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의 틀 안에서는 모든 국민이 결혼도 빨리 하고 아이도 많이 낳고 부지런히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을 피할 수 없음. 그런 측면에서 보면 70년대 ‘경제발전을 위한 출산통제’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가족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담론 구조를 띄고 있음. 당시에는 거의 물리적인 강제가 인구정책을 실현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그 강제력을 대신하게 된 것.
○ 결과적으로 사회협약은 경제위기를 국민(특히 여성)과 각계각층의 노력이 부재해서 생기는 문제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따른 빈곤과 양극화의 사회위기를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로 호도하는 데 아주 좋은 근거를 만들어 준 셈. 그런 점에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여성계의 사회협약 참여는 당장 몇 가지 주장을 정책으로 관철시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운동의 기반을 축소시키는 위험이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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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과 사회적 일자리, 사회협약 (참세상, 강동진의 [복지는 죽었다] / 2004년07월30일 10:31:02)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뼈로 먹을 것은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다는 뜻에서, 무엇을 취해 보아도 이렇다 할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불안정노동의 증가 및 이에 따른 사회적 빈곤의 확대와 불평등 심화, 실업의 증가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삶이 점점 고단해 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 및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사회협약, 그리고 각종 빈곤구제운동 등을 목도하면서 떠올려지는 말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기업의 투자가 부진하면서 지속적인 실업의 증가 특히 청년실업이 10%에 육박하는 현실을 보면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 및 자본을 비롯하여,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소위 NGO의 움직임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노사정 3주체의 합의로 체결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사회협약의 일 주체로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실업자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 세력이 책임있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며 한 시민단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분배구조개혁'을 위해 정부와 재계, 노동진영 뿐만 아니라 여야당, 시민단체까지 아우르는 '(가칭)경제사회협의회'구성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안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8월까지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노사정위원회의 성격과 위상, 의제의 범위, 구성, 역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이다. 그에 따라 민중운동진영도 이에 대하여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대중 정부시절 '노사정위원회'가 정리해고제, 변형시간근로제, 근로자파견법 등 노동시장유연화를 위한 전략을 관철시키고, 경제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하나의 메카니즘으로 작동했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명칭과 형식, 포괄하는 의제가 어떤 식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결국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전략과 세계화 전략을 관철시켜나가기 위한 '관리기제'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이러한 체제에 '사회적 교섭'이라는 명분 하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점점 위계화, 분절화되고 있는 노동자 내부의 계급적 단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협약(체제)'은 이해당사자간에 이른바 '주고 받기'를 통해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과정보다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투쟁과 쟁취' 그리고 정부와 자본의 입장에서는 '당근과 채찍'의 역사적 경험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 왔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의 외양을 띠었던 김영삼정부 시절의 '신노사관계위원회'나 그 당시 임단협투쟁 시마다 나왔던 '노 경총 합의', 1998년도의 '노사정위원회'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상을 보면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만 강요하는 틀과 내용으로 점철되어 왔다. 최근 얘기되는 '사회협약'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라는 외양을 띨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경험과 다르지 않다면 혹자가 얘기하는 바대로 '사회적 살인체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IMF 이후 각종 '생계형 자살'이라고 부르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과연 노동자 민중에게 '사회협약'을 통해 주어지는 이익이 과연 있을 것인가? 지금 사회적 빈곤의 탈출 및 삶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지점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그리고 '최저생계 및 임금보장'이다. 그런데 각각에 대하여 이미 나왔거나 수립 중에 있는 대책을 살펴보면 불안정노동자와 대다수 빈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알아보자.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은 그 일자리 수가 1만 개든 5만 개든 10만 개든 상관없이 그 내용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에 1인당 월 58-68만원 한도로 9-10개월간 지원한다는 것이 그 내용의 골자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 빈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부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것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빈곤에서 탈출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빈곤은 확대 심화될 뿐이다.
'비정규직 대책'관련해서도 '차별 철폐'를 공언하고 있지만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차별의 원인을 정규직 노동자에게 돌리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5월에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은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항을 발표했거나, 공공서비스 업무를 '핵심업무' '보조업무'등으로 나누면서 비정규직 고용을 '합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동운동진영에게서 받은 것은 냉소와 비판 뿐이었다. 최근 궤도연대파업과 지금도 진행되는 LG정유파업에서도 '고임금 정규직노동자의 파업은 안 된다'라면서 이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철폐요구에 대해서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파업파괴'를 위한 직권중재 및 여론조작에 앞장섰다.
'최저생계(임금)보장'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올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는 유례없는(?) 인상률로 최저임금을 57만원에서 64만원을 13.1% 인상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노동자 평균임금 50%를 최저임금으로 법제화한다는 주장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으며, 합의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주40시간 노동제 실시를 빌미로 결정된 최저임금 64만원을 주40시간과 임금결정방식인 시급에 맞춰 59만원으로 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정부와 자본은 철면피처럼 내놓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과연 '사회적협약기구'의 구성을 통해 과연 정부와 자본,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 그리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교섭' 확보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노동운동 지도부는 노동자민중에게 과연 무엇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사회적 일자리가 당장 일자리가 없어서 힘든 처지에 있는 빈곤한 이들의 절박함이나 시급성에 비추어보면 '없는 것보다는 그마저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우선 드는 것처럼, '사회협약'도 어찌 보면 특정하게 하소연할 데가 없는 대다수 불안정노동자의 처지에서 볼 때 자신의 문제를 책임(?)있게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의 틀이라도 생기는 것이 '썩은 동아줄' 잡는 심정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에 놓여 있는 수백만의 여성 및 불안정 노동자에게 13.1%의 최저임금 인상은 '가뭄에 만난 단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서두에서 이를 '계륵'에 비유한 것이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별로 얻을 것 없이 중요하지 않는 땅을 과감히 버리고 후퇴를 결정했듯이 우리에게는 이를 과감히 버리는 지혜가 필요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기본생활의 보장이나 안정적 일자리는 '주고받는' 거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야 하는 협상물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리 의식'에 기반하여 정부에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행동과 실천을 통해 불안정노동자와 빈민들의 독립적인 주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 합의와 교섭은 대다수 불안정노동자에게 유의미한 틀로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주간 민중복지'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