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본 카페가 속한 교회의 학생이 교회의 게시판에 올린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오봉의 영국생활기 (둘째편 : ‘물’이 영어로 뭐지?)
<‘물’이 영어로 뭐지?>
처음 들어가는 하숙집이라서 보통 연수생들이 가질법한 기대 이상의 기대를 가지고 현관문을 들어섰다. 자정이라는 늦은 시간에 졸린 얼굴로 나를 기다려 준 아주머니와 딸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잠깐 늦은 이유 등을 설명하고 안내받은 방으로 짐을 옮기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방을 둘러보니 방안 생김새가 너무나 생소했다. 음… 영국 가정집 방은 이렇게 생겼구나… 드뎌 내가 영국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래층에서 딸그락거리는 인기척이 들린다. ^^아침을 준비하는 중이구나~ 오호~ 이건 토스트 냄새다… 오케이. 아침은 토스트로군. 맛있겠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볍게 아침 인사를 했다. 참 인상좋은 아주머니께서 ‘잘 잤느냐, 자기도 잘 잤다, 아침 식사는 대충 이렇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라….’하고 말씀하신다. 중간에 몇 마디 단어들로 유추한 결과다. 흠. 왜 이렇게 알아듣기가 힘들지?
식사를 거의 마칠 때 즈음, 딸 찰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원 썸 우ㅓ터?” ?? 머라구? “쏘리?” “듀 원 썸 우ㅓ터?” 그래도 못알아듣는 나를 보며 찰리가 ‘아하’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묻는다. “워러!” !!!!! 아하~, 여기는 물이 워러가 아니라 워터구나. 영국식 영어 발음은 미국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더니, 실제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로구나. 쩝. 아직 어색하기만 한 영국식 발음과의 만남은 ‘물’로 시작되었다.
<RUMBLING? – 생활 속 배움>
영국에 가면 처음으로 겪게 될 어려움은 식사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아는 형 왈, “내가 가서 처음 얻어먹는 영국식 아침식사는 토스트와 티, 오렌지 주스가 전부였다.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주저리 주저리…”
정말, 설마 빵쪼가리 하나 달랑 줄까 하는 심정으로 영국에서의 첫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음~ 웬걸? 거기엔 토스트 플러스 베이컨, 에그 프라이, 우유, 구운 콩이 깔끔하게 셋팅되어 있었다. 식탁에 앉아 열심히 먹기 시작한 나에게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맛있니?”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게 영국 정통 아침식사라고 한다. 주말 아침식사로 간단히 먹기에는 그럭저럭 좋은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시리얼과 토스트를 먹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큰 변화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등교를 막던 어머니가 조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거 조금 먹고 얼마나 버틸까? 결국 우려하던대로 11시도 되기 전부터 배에서 쉴새없이 울리는 소리 때문에 모든 반 친구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배운 첫 단어- RUMBLING.^^;
잠깐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배가 고파도 곧바로 새로운 영어단어로 연결이 되는구나. 오우, 역시 이런데서 배워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