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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 전경. |
"우리 섬이 그야말로 돈 되는 섬. 보물섬 아이가"
'돈(錢)섬' 연대도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단어다.
섬 주변의 넉넉한 어자원은 물론 신석기 시대 패총, 왜적의 침입을 알리던 연대(烟臺)처럼 역사적 유물로도 부자 섬이다. 그뿐인가. 몸에 좋은 천연해수욕장은 물론 그 자체의 수려한 풍광에 반해 소리 소문 안내도 관광객들이 일부러 물어 찾아온다.
통영 모구리(잠수기) 역사를 쓰다.
예전부터 연대도는 뭍에서 처녀가 시집올 정도로 풍족한 섬이었다.
연대도 주변 몽돌밭과 부속섬 안부지도, 바깥부지도에는 전복과 해삼, 성게 같은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려 일제시대부터 모구리(잠수기) 어업이 발달했다. 전성기에는 20개가 넘는 모구리 선단이 바다를 누볐다.
통영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천명주 전 기선권현망수협장이 이곳에서 모구리 어업으로 사업 기반을 닦았다.
세월이 흘려, 모구리 선단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지금도 전국에서도 부자 어촌 소리를 듣는다. 전복, 해삼 채취로 어촌계에서 올리는 소득만도 '억' 소리가 난다.
신석기 사람들도 발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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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 패총에서 출토 된 '발찌'. 국내 사례로는 유일하다. |
돌고래와 수달, 너구리의 이빨 124개를 연결해 만들어, 다양한 장신구 형태(신석기인들의 패션 감각)와 함께 신분사회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어망추, 석촉, 낚시바늘과 함께 민무늬,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돼 연대도 어업의 역사가 신석기 시대(기원전 5,000~7,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증명했다.
87년 태풍 셀마 때 섬 동쪽 바닷가의 밭이 유실되면서 발견, 경상대, 경남대 등에서 발굴했다. 이 때문에 유물은 해당 대학과 진주국립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서태욱(65·산양읍 연곡리 연대마을)씨는 "우리 섬에서 발굴된 유물이 뿔뿔이 흩어져 가슴이 아프다. 통영시 등 관계기관에서 본래 출토지에 전시실을 건립해 유물을 모아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다. 또 "수산과학관과 연대도 패총, 선상관광을 연계한 신석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왜적의 침입을 감시한 연대(烟臺)
남해안은 고려시대부터 왜적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려왔다. 오죽하면 최영장군이나 이성계 같은 당대 명장이 먼 개성에서 천리가 넘는 통영 땅까지 왜적을 물리치러 왔을까? 왜구가 격퇴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시달렸을까?
이 때문에 삼도수군통제영은 연대도 최고 봉우리 연대봉(220.4m)에 봉화대를 세우고 왜적의 동태를 살리는 한편 연기와 불로써 위급을 알렸다. 여기서 섬 이름도 유래했다.
직접 올라보니, 봉화대 흔적이 역력했다. 바로 아래 당산 역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금줄이 쳐진 당산의 기단은 질서정연하면서도 콩자개덩굴로 둘러싸여 신비감을 자아낸다.
다만 웃자란 소나무와 잡목으로 인해 정상부 조망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 너무 아쉽다.
김세윤 전 문화원장은 "동으로는 오곡도 비진도 용초도 한산도가, 남쪽으로는 내·외부지도가 멀리 연화도 욕지도를 배경으로 떠있고, 석양이 지는 서쪽은 두미도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앞 학림도 뒷등 절벽은 최고의 절경인데, 가로 막혀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연대봉을 오르는 언덕에서 바라본 연대도, 만지도 풍경은 굴곡이 확연한 'S' 라인. 탄성이 절로 난다. 묵혀진 이 언덕 밭 휴경지에 유채와 작약을 심으면 노란 유채나 분홍빛 작약과 섬마을,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될 수 있을 터인 데….
몽돌해수욕장과 별자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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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전령 산자고를 연대도에서 만났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누나가 이곳 해수욕장에 반했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 해수욕장 오른편에 솟은 언덕 2곳과 그 위에 소나무가 바다를 보며 의연히 서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이 언덕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마치 동해처럼 망망대해를 연상시킨다. 오후부터 일몰까지 석양을 받아 은빛에서 다시 금빛으로 반짝이는 물결은 너무도 황홀하다.
밤이면 해수욕장 뒤편 등은 마을의 불빛을 막아, 칠흑 같은 밤하늘과 숱하게 반짝이는 별빛을 선물한다. 20여 년 전 은하수를 만났던 그 자리에서 기자는 북두칠성과 오리온(사냥꾼)자리, 사자자리, 큰곰자리 같은 별자리 여행길을 또 떠났다.
풍수지리 어느 기 맞노?
풍수지리와 얽힌 희한한 일도 있다.
연대도 마을 한쪽 바닷가엔 쌓다가 만 돌 기초가 있다. 당초 무덤의 아랫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쌓기 시작했다는데, 풍수지리에 맞춰 쌓다가 그만 두었다.
한 설에 따르면 연대도는 마을을 중심으로 섬 양쪽의 끝이 여성의 음부를 감싸는 듯한 모양이라는 것. 이 바람에 잘난 여성이 많이 나오는 반면 남성의 출세를 막아, 돌을 쌓아 여성의 기운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하늘에서 본 연대도의 모양새가 솔개 '연(鳶)'자 형태로, 그 곳이 발톱 부위에 해당돼 무거운 돌을 달면 제대로 날지를 못해 출중한 인물이 나오지 못한다는 설도 있다. 후자의 설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무덤 아래 돌 쌓기는 그렇게 중단돼 있다.
"우짜든지 다리 좀 놔주이소"
연대도 주민들의 숙원은 '다리'다. 작게는 연대도와 인근 만지도를 잇는 연도교, 크게는 육지인 산양읍 척포-학림도-연대도를 잇는 연륙교다.
마침 물때도 일곱물. 일순 지척인 만지도까지 걸어서 건널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인다. 영동철 썰물 때는 물 높이가 어른 가슴 정도밖에 되질 않는단다. 구름다리가 놓이면 환상적인 풍경이 될 것 같다.
이상도 이장은 "만지도와 다리를 놓을 기회가 2번 있었다. 한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누이가 연대도에 왔을 때, 만지도 출신 천인식 선수가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카누 3관왕에 올랐을 때, 도지사가 추진하다 중단됐다"며 "섬 사람들도 편하고 관광객들도 많이 올 수 있게 다리를 놓아 달라"고 건의했다.
<연대도>
통영시 산양읍 연곡리. 통영항에서 약 11km.
연대도와 인근 오곡도에서 한자씩 따와 행정지명 '연곡리'가 나왔다.
면적은 0.725㎢. 48세대 95명이 산다.
식생
풍란을 바지게로 져냈을 정도로 식생이 고왔던 섬, 연대도에 지금은 풍란이 없다.
해송, 돈나무, 사스레피가 우점하며, 후박나무와 섬사철나무가 많다.
주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여 갯가 식물들을 관찰하였다.
갯사초, 털머위, 갯까치수염, 갯방풍, 용가시덩굴, 찔레, 억새, 갈대, 쑥, 비쑥, 고비, 마삭줄, 송악, 고비, 연리갈퀴, 망초, 주홍서나물, 기린초, 참나리, 냉이, 민들레, 고깔제비꽃, 솜양지꽃, 으아리, 산자고, 무릇, 꽃층층이, 좀꽃마리, 광대나물, 꽃다지, 인동, 목본류로는 볼레나무, 참식나무, 까마사스레피, 돈나무, 오리나무 등이 눈이 띄었다.
산업
주변에 전복, 해삼, 성게 같은 해산물이 많아 모구리(잠수기)어업이 발달했다. 현재는 볼락과 삼치 낚시어선이 주종이다. 마을 동쪽에 논과 밭이 몰려 있으나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논 농사는 거의 짓지 않고 마늘과 시금치 정도가 주요 밭 작물이다.
세시풍속
정월 초닷새 전에 동제를 올린다. 연대봉 정상 바로 아래 당산과 마을 양쪽에 당산이 있다. 어려운 시절에도 당산 나무만은 건드리지 않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지금도 금줄을 쳐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교통
하루 2번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항한다. 한려페리호의 종점은 1회 소개한 추도. 그 전에 학림도와 연대도를 들린다. 출항 시간은 오전 7시, 오후 2시. 50분 남짓 소요된다.
숙박
마을 입구 연쇄점에서 민박을 친다. 이 집 주인이자 어촌계장을 지낸 서태욱씨는 그야말로 베테랑 연대도 해설사다. ☎642-1818 숙박비는 3~5만원(인원수에 따라 조정가능). 식대는 5천원.
매력포인트
섬 뒤편 몽돌해수욕장, 그리고 오른쪽 우뚝 솟은 바위와 바다 물결, 연대도 중턱에서 연대-만지도를 바라보는 풍광, 정상부 당산, 신석기 패총 유적(사적 제335호). 석양과 일출 그리고 별자리 여행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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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이 섬에서 난 봄나물을 다듬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일 앞 할머니는 손주가 놀려오는 바람에 웃음꽃이 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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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 지지대를 한다고 대를 지게에 얹는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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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고, 누가 왔노" 아침일찍 밭을 매던 할머니가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