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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막근처에 위치한 횡성은 예로부터 한우가 아주 유명하다. 이 곳 도살장 내에 있는 횡성축산유통에서 본 음식에 쓰이는 고기들을 전량 구매한다고 했다. 본 국밥에 쓰이는 한우는 수소의 엉덩이 부분이며 전문용어로 '홍문위'라고 한다.
이 홍문위는 기름이 적고 담백한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버섯류, 콩나물, 파, 고기 등을 넣어 장시간 끓이는 이 국밥은 맛이 아주 깊고 담백했다. 더불어 이러한 국밥은 특히 육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시간의 연구 끝에 체계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손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육수메뉴얼은 조리실장이 자리를 비웠다하더라도 다른 조리부의 담당자가 동일한 맛을 낼 수 있게끔 해준다.
또한 제대로 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휴게소 소장이 자주 시식하고 독려하는 등의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런 한우국밥을 휴게소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돈까스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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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추천할 만한 음식을 꺼내놓으라 했더니 문막휴게소 윤성현소장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돈까스'를 가져오라 지시한다.
잉? 돈까스라 함은 가장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음식이 아닌가. 이렇듯 평범한 음식은 어디를 가나 맛이 비스무리둥글떙떙 해서 맛차이를 구분하기 힘든데... 어쩌려고 저러나? 싶었다.
근데 내어 온 돈까스. 오오~ 맛이 탁월까지는 몰라도 졸라 육질이 졸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문막휴게소에서는 이 돈까스를 만들 때 패티(돈까스공급업체에서 나오는 냉동된 반완제품)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모 전문육류업체를 통해 고기를 구매한 후 전량 현장에서 직접 썰어서 튀김옷을 입혀 만든다. 물론 소스 역시 직접 개발한 방식에 의해 제조한다고. 덕분에 원가상승률은 높지만, 훨씬 나은 맛을 제공할 수 있어서 한식과의 퀄리티 조절에 성공했다.
문막휴게소의 화장실
이곳 문막 휴게소는 모단체에서 2000년도에 실시한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수상했다. 화장실 안에 정원을 넣는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고 있으며 과거 '뒷간은 똥꾸릉내가 좀 나야 똥이 잘 나오지!' 라는 속설을 한방에 뒤집고 있다. 무쟈게 깨끗하다.
강릉휴게소 (하행선)
곤도래돌솥밥 (\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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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래라는 것은 6월경부터 강원도 정선쪽에서 생산이 되는 나물이다. 700m 이상의 고지에서만 생산되는 고랭지나물로 매년 해당월에 캐서 한 번 삶은 후 급속냉동을 해서 보관한다. 때문에 겨울에도 맛과 향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이 곤도래를 주원료로 만들어진 돌솥밥인 본 음식은 뜨거운 것을 잘 못먹기에 평소 돌솥밥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본 기자의 입을 한방에 사로잡았다.
고추장에 비벼먹는 일반적인 돌솥밥과 달리 간장에 비빈 후 김에 싸서 먹는 본 돌솥밥은 한 입 입에 떠 넣으면 곤도래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히 퍼져나간다. 게다가 이미 지어진 밥을 돌솥에 담아 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쌀을 돌솥에 얹어서 밥을 짓는 제대로 된 돌솥밥이다. 때문에 이 돌솥밥을 먹으려면 주문 후 밥이 완성되기까지 15~20분 정도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이 음식을 먹기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란 걸 본 기자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밥을 다 먹고 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어울리지 않게(?) 뜨거운 물을 돌솥에 직원이 따라준다. 숭늉 만들어 먹으라고.
물론 일반 식당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특수성은 이러한 서비스에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이게 했다. 강릉휴게소(하행) 심홍용 소장은 '원래 이 돌솥밥은 사실 간장보다는 막장에 비벼먹어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아예 커다란 파래김 한 장을 제공합니다. 툭툭 찢어서 싸 먹으면 제맛이거든요' 라며 살짝 귀뜸해 준다. 막장은 주문시 미리 말하면 준비해 준다고 했다.
참고로 밥과 함께 나오는 국은 강원도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황태국으로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해장국이 된다는 말씀~
감자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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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나 더 추천하라 했더니 대뜸 감자부침을 가져오란다. 역시 헉~
감자부침이라 함은 역시 존나 흔한 음식이 아니던가. 너무나 흔해서 여기저기 대충대충 만드는 곳도 어느 정도의 맛을 보장하는 음식이지 않은가.
때문에 별 기대없이 마주한 감자부침은 본 기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서울시내에 잘하는 곳을 못가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본 감자부침. 정말 맛있다. 쫀득쫀득한 찰기가 줄줄 흘러넘침은 물론이고 고소하고 담백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씹히는 맛이 정말 일품이다. 이런 감자부침을 휴게소에서 판다는 게 또다시 경외로운 순간이었다.
여기에 쓰이는 감자부침은 강원도 봉평, 장평에서 생산되는 고랭지 감자만을 쓰고, 주문과 동시에 현장에서 감자를 쓱쓱 갈아서 부쳐준다고 한다. 덕분에 그 찰진 맛을 듬뿍 음미할 수 있댄다. 추천하고 싶은 부침 되시겠다.
강릉휴게소의 화장실
여기가 호텔화장실인지 휴게소화장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 휴게소화장실 발전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의심스럽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곳 휴게소 역시 화장실 입구에 정원(?)이 있고 나무가 심어져 있다. 게다가 저 천장의 조명들을 좀 보시라. 휴게소화장실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강릉휴게소 (상행선)
봉평메밀묵사발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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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이 메밀로 유명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메밀꽃 필 무렵 알쟈?) 게다가 메밀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묵'. 요 메밀묵으로 만든 음식이 바로 본 봉평메밀묵사발 이라는 음식 되겠다.
숭겅숭겅 잘라진 메밀묵과 송송송 썰어진 당근, 오이 그리고 김을 넣은 후 시워언~한 육수를 부어 휘휘 저어 먹는 본 음식은 메밀묵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듬뿍 우러난다.
원래 본 음식은 봉평에서는 워낙에 유명한 음식이라 특이할 것은 없지만 휴게소에서 이 음식을 고대로 재현해서 대중화시켰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어렸을 때에 즐겨먹던 음식을 휴게소에서 발견하고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한댄다. 당근 본 음식에 쓰이는 메밀묵은 봉평 현장에서 직접 관리 생산되어 납품된다고 하니 지역적 특성에도 아주 잘 맞는 음식되겠다.
그러나 음식의 특성상 한끼 식사 라는 개념보다는 별식 혹은 간식 정도의 개념이 더 적당하겠다.
멧돼지 불고기 (\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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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내에 위치한 멧돼지농장에서 직접 공급받아서 만들어진 본 음식은 멧돼지 특유의 향이 솔깃~ 묻어난다. 멧돼지를 휴게소에서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휴게소하면 우동과 김밥밖에 몰랐던 본 기자로써는 실로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실 일반 돼지는 1년을 기른 후면 도축이 가능하지만 멧돼지는 2년을 길러야 도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해당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축(?)으로 만들어진 음시이라 지역특산물의 소비차원에서도 아주 의미가 깊다 한다. 멧돼지 불고기 밑에는 당면이 쫘라락 깔려 있는 데, 양념과 잘 우러는 요 당면이 또 일품이다.
거의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서 한때 생산을 포기하기도 했었지만 평창군의 끈질긴 요청에 의해 다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한다. 강릉하행선휴게소와 마찬가지로 밥과 함께 나오는 국은 황태해장국으로 맛이 깊기 그지 없다.
강릉휴게소의 화장실
강릉하행선휴게소와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휴게소로 모양과 구조가 완전히 똑같다. 때문에 화장실 사진은 제외토록 한다.
이천휴게소 (상행선)
영양인삼소머리국밥 (\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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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하면 근방에 위치한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하다. 이 곳은 예로부터 경상도지방에서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곳이었기 때문에 소머리국밥촌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워낙에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음식인지라 국물맛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깊기로 유명하다.
그러한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을 휴게소에서 재현해 놓았다. 바로 20분만 차를 타고 들어가면 소머리 국밥촌이 있는 바로 그 곳에서!
이천상행선휴게소 강지호소장은 '국물맛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3차례, 아침점심저녁으로 국물을 시식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한 때문인지 무려 8년 동안 만들어온 이 휴게소의 소머리국밥은 관광버스 기사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본 음식에 쓰이는 소머리는 마장동에서 공수해온다. 이러한 소머리뼈와 잡뼈들을 섞어 8~10시간 정도 불을 조절하며 푸욱 고아서 판매하는 본 음식은 맛의 깊이가 진하고 깊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 걸죽한 국물은 엄지손가락이 절로 후라락 치켜들려진다.
낚지덮밥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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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추천할 만한 음식을 권해달라고 하자 소장은 '메뉴를 보시고 아무꺼나 찍으십시오. 모두 다 자신있습니다.' 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호오..
메뉴를 보다가 그래도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재차 청하자 소장은 '낚지덮밥'을 내어오라고 말한다.
가락시장에서 공수해와서 만든다는 본 음식은 낚지볶음 특유의 매콤한 맛과 졸깃함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사실 본 음식이 지금까지의 취재처럼 특별한 지방색을 뛰는 것은 아니었지만 휴게소 음식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다.
이천휴게소(상행선)의 화장실
역시 깔끔하다. 중간중간에 향이 나는 방향제를 설치해두어 오히려 산뜻한 향까지도 난다. 다른 휴게소들이 새로 지은 건물이라 내부에 정원을 만들어 넣고 꾸민 것에 비하면 단조롭지만, 14년이나 된 휴게소 건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깨끗할 수는 없다란 말이 나올 정도다.
휴게소가 변하고 있다!
본 기자, 본 취재를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랬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강릉을 찍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꼬박 14시간이 걸렸다. 처음 시식을 한 문막휴게소부터 본 기자는 내내‘허어..’하는 감탄사를 입에서 떼지 못할 정도였다.
일년이면 본 기자는 수십번을 넘게 휴게소를 들락거린다. 그러하면서도 정작 먹어본 음식들이라곤 우동에 김밥이 전부다. 뭐 간혹 가다가 알감자 정도?
물론 화장실이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음식꺼정 이 정도로 변화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휴게소 음식 취재를 위해 협조를 요청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도 이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으리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 때문에 음식이 더없이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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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다음 휴게소에서 '조아요~ 저는 곤도래돌솥밥 먹을래요~' |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여행문화가 점점 고품격화되고 있으며, 또한 세련되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맛없는 음식과 지저분한 화장실로는 제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만들어 놓으면 기본 이상은 된다는 휴게소라 할지라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거다.
이제 더이상 휴게소에서는 장애인용 목발, 휠체어, 유모차를 무상대여하는 것이 새롭지 않으며, 여행정보를 얻기 위한 무료웹서핑용 PC를 쓰고 프린트를 하는 일이 놀랍지 않다. 심지어 외국인들을 위한 환전소까지도 갖추어져 있다.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라 다시 한 번 고개가 끄덕여지는 본 기자는 이제 다음 휴게소 취재를 위한 준비가 즐겁고 기대되기까지 하다. 섬진강의 재첩비빔밥, 안동의 하회마을헛제사밥, 지리산의 토종흑돼지주물럭 등을 생각하면 절로 군침이 돈다.
이젠 더 이상‘휴게소에서 대충 요기하고 쪼금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는 말은 가당치 않은 날이 다가와 버리고야 말았다. 휴게소 음식. 그대의 기대보다 훨씬 더 맛있고 깔끔함으로 중무장되어 있음을 본 기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