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리봉 일대 비즈니스 타운으로 >
1967년 조성된 '수출한국의 상징 - 구로공단'이 서울 디지털단지로 변신을 시작한 것은 2000년. 구로동의 1단지와 가산동의 2,3단지가 15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한 첨단 산업단지로 부활 중이다.
1단지인 구로 디지털단지는 그 중에서도 개발이 빠르다. 13만7,000평 부지에 2,343개 중소기업이 입주해있고 IT(정보기술)관련 업체가 80%에 이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3만여명 직장인들이야말로 구로상권의 발판이 되고 있다.
내년 말이면 구로 디지털단지 조성이 마무리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학협력팀 박준균 대리는 "27개 아파트형 공장 외에 삼성 IT밸리 등 3개 건물이 준공되면 입주자는 5,000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 디지털단지와 가산 디지털단지 사이 가리봉동 125일대는 균형개발촉진지구로 지정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도시개발 사업에 들어간다. 구로구청 도시개발과 김영철 과장은 "이 지역 8만4,000평에 대해 도시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해 서울시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균형개발촉진지구는 지난 2월 확장공사에 들어간 디지털단지로(옛 공단로)가 핵심지역. 구로구와 금천구는 이곳에 2011년까지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유치해 디지털단지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쪽방으로 상징되던 구로동의 주거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구로 3,4동 재개발을 통해 660가구의 두산위브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498가구의 한신 휴플러스 아파트도 내년 7월 준공예정이다. 구로구청은 구로본동과 2동 22만평에 대규모주거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2008년에는 과학고가 궁동에 개교해 교육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 맨주먹 벤처‘ 밀집 >
작년 12월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 디지털단지역을 통과하는 시흥대로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됐다. 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겼다. 하지만 역세권 상인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유동인구의 흐름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특히 시흥대로변 10여개 점포에는 악재였다.
2호선 지하철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시흥대로변의 '또순이순대보쌈' 구로점 윤병학 점장은 2개월 전 본사에서 파견됐다. 매출이 30%나 격감해 지원을 나온 것. 대로변의 3층 건물 주인 백택수씨(58)는 입주 상인들이 고전하자 300만원이던 월세를 150만원으로 낮춰 받았다.
버스중앙차선제 실시로 지역상권이 시흥대로변에서 이면도로의 먹자골목으로 옮겨가고 있다. 먹자골목은 디지털단지와 배후 아파트단지로 이어지는 출퇴근 동선상에 있다. 먹자골목엔 '유효 소비자'가 많다. 디지털단지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한잔'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
첫 번째 먹자골목의 '토방곱창구이' 이모 사장은 "오후 2시부터 12시간 영업하는데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손님이 꽤 몰립니다. 매출은 꾸준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매장은 32평, 20개 테이블에 좌석은 80개. 객단가(고객 1인당지출액)는 1만5,000원 정도로 저녁에만 테이블당 2회 이상 손님이 바뀐다. 회전율이 높다는 얘기다.
'녹차먹인 돼지'의 임정희 사장은 "먹자골목 두 번째 이면도로는 영세 여인숙이 밀집한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외식 중심으로 상권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장사가 되니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이 늘고 있다. 와바 본사의 은경환 영업이사(37)는 "디지털 단지와 지하철역 사이에 퇴근길 동선이 확실하게 형성돼 대형 점포를 낼 가치가 충분하다"며 "늦어도 여름 이전에 150석이 들어가는100평 규모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토박이 상인들은 디지털단지 직장인들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큰코 다친다'고 충고한다. 주점 체인 '해피리아'의 최민식 사장은 3년 전 강남의 40평대 아파트를 팔아 1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금은 투자금의 절반도 못 건질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신덕부동산 강태희씨는 고객들의 씀씀이가 작다고 말했다. "벤처타운이라고 해도 여기는 돈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창업한 벤처인들이 많아요."
직장인 대상 장사라 주말 장사가 특히 어렵다. 지역 상인들은 나이트클럽이나 영화관 같은 손님을 끌어 모으는 대형 집객시설이 들어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찜질방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소비자 만족도도 떨어지는 편. 여의도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동화음향산업 조현정 주임은 "음식이 맛이 없고 종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급 음식점이 없어 외국바이어 접대 등에 불편하다고 한다. 대명그룹 전산실 진광기씨(43)도 "상권의 질이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그만큼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아파트 값 강남의 3분의 1 >
구로구 아파트의 시세는 평당 830만원으로 은평구나 서대문구 수준이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의 30%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114의 이미윤 대리는 "디지털단지 조성에 따른 영향이 아직 크진 않다"고 말했다.
구로동은 아직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많은 곳이다. 자이부동산 임오택 대표에 따르면 주택은 평당 600만~800만원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와 밀접한 삼성래미안 아파트는 22평이 평균 2억3,500만원이고 30평은 3억5,000만원 선.
2004년 입주한 신축아파트인데다 대단지라 그중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마트와 애경백화점이 가까운 것도 매력포인트. 이미윤 대리는 "디지털단지 공장 분양이 끝나고 정비되면 구로동 시세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대 겨냥 패션업종 유망 >
구로 디지털단지역 상권은 종로구 관철동, 건대입구역 등과 함께 서울에서 떠오르는 상권으로 꼽힌다. 이 상권은 대략 4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A급지는 역 1번 출구에서 시흥대로로 이어지는 시흥대로변 상권이다. 반대편 시흥동 쪽에서 대방동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로변에도 거리 상권이 형성돼 있다. 그리고 A급지 이면도로에 사각형으로 형성된 먹자골목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마트를 출발점으로 신축 아파트형 공장 건물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은 단지 내 상권을 들 수 있다.
대로변 A급지는 버스 중앙차선 개통과 함께 일부 점포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상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안양이나 시흥 쪽으로 가는 유동인구 중 일부가 이탈하기는 했지만 디지털 1단지 입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탈 인구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30~40대가 오가던 대로변에 20대 IT 인력이 대거 늘어남으로써 오래된 패션 브랜드가 최신 브랜드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최근 3년간 권리금이 지속적으로 상승, 현재 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보 창업자들이 도전하기는 힘든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장사에 자신이 있는 경험자라면 상권의 연소화에 맞춰 20대 타깃의 패션 브랜드로 진입하는 게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A급지 이면 먹자골목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재는 영등포역 앞과 비슷한 유흥상권 모습을 띠고 있다. 감자탕, 보쌈, 고깃집, 횟집 등 저녁 메뉴가 주종을 이루면서 체인점보다는 단독점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디지털 단지 입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체인점이 많아 질 것이란 예상이다. 맥주전문점 '와바'의 이효복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이 지역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투자자들의 공동 출자 형태로 점포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처럼 낡고 오래됐거나, 노원역처럼 객단가가 1만원 이하인 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와바의 구로동 출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곳은 철저하게 남성 직장인들의 저녁 수요를 겨냥해야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메뉴에서 벗어난 아류 패밀리레스토랑이나 강남에서 먹히는 캘리포니아스시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했다가는 백전백패하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여기서 성공하려면 기존 아이템을 고수하되 인테리어나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인 기존 상인들과 경쟁하려면 참신한 마케팅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단지 신축 건물 안에 점포를 여는 방안을 권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서준 팀장은 "단지 안 중심부 신축 건물의 경우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3억원, 월세 1,00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권리금이 없어 투자비용이 먹자골목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단지 안에서 창업할 경우 철저히 건물 안 상주인구의 점심 수요를 겨냥해 5,000원 안팎의 탕이나 찌개류 식당이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놀부'의 송기재 과장은 "디지털 단지 안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데다 단지 입구 이마트 고객도 주말에 늘어나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빠지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지 안에는 할리스커피, 빕스를 비롯 유명 체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들과 견줄 만한 쟁쟁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일부 건물 소유자들은 임대보증금이나 월세대신 매출의 15~17%를 수수료로 매달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은 세심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먹자골목 위협 단지 내 상가 >
구로 디지털단지의 성장세에 웃는 먹자골목 점주들은 단지 내 상가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점심시간에도 단지 내 직장인들이 먹자골목으로 나와 줘야 점심장사에 좋은데 단지 내 상가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빌딩마다 3,500원짜리 구내식당이 있고 음식점도 70여개에 이른다. 2~3년 전에 새로 생긴 상가라서 베트남 쌀국수, 돈가스, 패밀리레스토랑 등 다양한 외식업소들이 들어와 있다. 커피전문점이 7곳, 샌드위치점도 5곳이나 입주해 먹자골목에 비해 젊은 분위기를 풍긴다.
단지 입구의 코오롱사이언스밸리는 30여개의 지원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 빌딩 분양팀 한승조 차장은 "IT와 벤처 특성상 20~30대가 주 고객"이라며 "5,000여명의 빌딩 상주인구뿐 아니라 인근 이마트에 쇼핑 온 지역주민까지 상가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지하층의 구이전문점 '화로현'의 유한준 점주는 "2억원을 들여 오픈해 첫 달 매출 4,000만원을 올렸다"며 안정적인 수요층을 자랑했다. 실평수 27평인 이 식당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50만원. 한 차장에 의하면 단지 상가 분양가는 평당 1,200만~2,450만원에 달한다.
구로 디지털단지역에서 가까운 우림e-비즈, 대륭 2차 등 이마트 동쪽 상가가 황금지다. 부동산123단지의 김시완 과장은 그러나 "단지 내 상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법규상 단지 내 근린시설은 건물의 20% 미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림e-비즈빌딩 안 퓨전일식집 테리야키의 박관주 대표는 "5,000~6,000원짜리 점심에 줄을 선다"고 말했다. 이 점포는 저녁 9시면 문을 닫는다. 저녁술 손님은 먹자골목으로 가기 때문.
단지 안에서는 단란주점, 성인용 노래방 등 유흥업소나 숙박업이 불가능하다. 당구장 몇 군데 외에 문화나 여가시설도 없다. 먹자골목이 구로 디지털단지 상권의 중심역할을 계속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조상복 ‘초심’ 구로점 사장 >
숯불고기집 '초심'의 벽에 걸린 차림표에는 삼겹살이 없다. 대신 가브리살(목살과 등심 사이), 항정살(목살과 앞다리 사이), 갈매기살(횡경막 부위) 등 이른바 돼지고기 특수 부위 일색이다. 가격은 1인분 8,000원. "차별화로 재미를 봤죠. 돼지 한 마리당 2인분이 채 안 나오는 부위들로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호기심에 먹던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았던지 자꾸 찾더군요."초심 구로디지털점 조상복 사장(55)은 시흥대로 두 번째 이면도로에 3억원을 들여 음식점을 냈다.
매장 규모 80평에 좌석은 100개. 그로부터 1년6개월 지난 요즘 한 달 매출 5,000만원(객단가 1만원)을 웃돌아 근처 상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체 41개 체인점 중에서도 매출 기준으로 항상 5위 안에 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조 사장은 최근 저녁 일변도에서 점심 장사를 추가했다. 주력메뉴는 본사에서 제공하는 제육쌈밥과 조 사장이 반년간 개발한 김치돼지떡볶음이다. 조 사장은 성공 비결을 정갈한 음식과 친절로 꼽았다. "고기는 최상품을 쓰면서 부차적인 것이 부실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추 하나, 양파 하나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까지 가서 삽니다. 서비스도 제가 솔선수범하면서 직원을 가르칩니다. 음식점이라는 것이 초등학생이 손가락으로 불러도 친절히 응대해야 하는 곳이거든요."
오피스 상권이라 주말장사가 안 되겠다는 질문에는 노하우를 하나 알려줬다. "가족 단위 손님에게 특히 잘해야 합니다. 안쪽 편안한 자리에 앉도록 배려하고 아이들에게 음료수라도 하나 더 줘서 단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음식점을 주말의 편안한 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여기서 밥을 먹은 직장인들이 가족을 데리고 오고 싶을 만큼 노력을 해야 주말 매출이 올라간다고 충고했다.
성공창업을 위한 상권분석/업종상담
이동욱 016-9787-0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