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에 행복했고 신께 감사한다!
35km를 지나서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나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마라톤은 힘으로 뛰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중에 그냥 가는 것이다! 다리를 하나 하나 놓는 것이다. 리듬을 타야한다. 뛰는 리듬을 절대 잃지 말아야한다. 멈추면 끝이다. 설마 죽기야 하랴! 죽는 한이 있어도 리듬을 타야한다면서...”
每年 풀코스의 마라톤에 참가하였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비가 내리고 신발이 젖었지만... 지칠만 하면 내리는 빗물을 입에 조금씩 적시면서 우중주..아! 진짜 우중주의 맛을 누가 알까?)를 주신 신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올해 아홉수(만49세)인 나는 올해 유난히도 사건들이 많은 해였다. 이제 2개월만 지나면 아홉수를 벗어나는데...
그런데 누군가는 토끼띠(63) 아홉수는 잘 받아들이면 오히려 좋은 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우여곡절의 사건들이 많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反面敎師로 삼았고 난생처음으로 그 동안 살았던 아파트도 분양 받고 작지만 분위기 있는 7080카페의 호프집을 아내에게 차려주었다(물론 은행빗을 졌지만...^^)
어찌되었던 난 올해 마라톤동호회 훈련과정에 참가하질 못하여 장거리훈련을 제대로 하질 못하였다.
다만 대회 한달전(2011.10.9) 준택형님께서 경인아라뱃길 물길연결 기념 마라톤을 추천하였기에 장거리 연습겸 32.195km를 뛴 것이 전부였다.
그때 죽어라 뛰어(ㅎㅎ 매번 죽어라 뛰지만)서 권용태팀장님,준택형과 시소게임을 벌이다 결국은 2시간 52분 56초로 세 번째로 골인하였다.
그전에도 메이저대회전 스피드 및 장거리 훈련차 32.195km를 뛰었지만 그때의 기록은 2시간 10분 안쪽이었는데...(^^ 그때는 sub-3를 목표를 하였기에) 훈련안된 몸은 32.195km가 얼마나 멀고 힘든지.....
아무튼 한달전에 장거리 훈련을 한셈이였다.
그래서 장거리 훈련을 한 근육을 계속유지해야 해서 그 다음주 토요일날 내가 발견(개발?)한 코스(오정동~ 논두렁길~공항뒷길~ 개화산 미타사~ 약사사~ 방화그린공원)로 2시간(실제3시간 코스)을 뛰었다.
[ 내가 발견한 코스지만 정말 괜찮았다. 들도 뛰고 산도 뛰고 더욱 좋은 것은 뛰는데 사람과 차가 없어서 거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뛰고 나서 오곡농장에서 오리고기는 그야말로......]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장거리 훈련 및 스피드훈련도 부족하였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월,수,금은 수영을 하고 화,목은 개인적으로 새로운 공부?가 있어 마라톤스피드 훈련을 못하였다.
그렇지만 3시간30분(일명 330)을 목표로 뛴다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대회4일전에 런닝머신에서 13놓고 스피드훈련을 하였다. 그리고 걱정반 우려반으로 쉬었다.
대회전날 직장모임인 임꺽정에서 북한산에 단풍구경 가자는 권유를 뿌리치기가 넘 힘들었다.
월요일 출근하여 배신자라는 오명을 들어야했지만, 만약 대회전날 북한산을 산행하였다면 330은 고사하고 포기를 하였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마라톤은 훈련이기도 하지만 과학이다.
몸을 혹사하고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은 우물에서 슝늉을 찾는것과 같다.
대회전날
전에처럼 sub-3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닌데 역시 일찍 잠을 청해도 오지 않는다.
지금부터 3년전 2008년 11월4일 중앙마라톤을 뛰고 담배를 끊어야만 하는 동기가 있어 (물론 나의 결심이 중요하지만 : 이것도 못 끊고 사나이가 뭘하나?) 2008년 11월 6일 담배를 끊은 이후 꼭 3년이 지난 오늘이다.
사실 나는 2004년~2006년까지 동아마라톤에서만 sub-3를 3연패하였다.
그 후 2008년 11월6일 담배를 끊은 후에는 sub-3를 못하였다.
(3시간 3분 세 번) 물론 이번대회에도 못하는 것은 당연하였지만.....
그렇지만 비록 sub-3를 못한다고 하여도 담배를 다시 필 수는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직까지 입에서 침이 고인다.
하지만 담배의 유혹은 더 이상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담배의 유혹보다 아직 더 부딫혀야 하는 세상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뒤척이다 새벽5시에 잠을 깼다.
대회당일
새벽5시에 기상한 나는 주점주점 마라톤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며칠전부터 대회전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비온다고 하였는데 배란다 창문을 통해본 하늘은 가는비가 간간히 내린다.
많은 비가 아니라면 이런 비라면 뛰기에는 그야말로 좋다.
사실 어제( 토요일)가 비가 많이 왔어야 했다.
토요일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1아시아챔피언쉽축구결승전이 8시에 전북현대와 알사이드와의 경기가 열렸는데 승부차기끝에 전북현대가 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동국선수를 좋아한다. 축구선수로써 온갖 어려움을 격으면서도 누굴 원망하지도 않고 묵묵히 이겨내는 것을 보면 나보다 어린나이지만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존경심도 갖는다.
어쨌든 이동국선수의 부상때문인지 한방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그리고 전북현대는 골대를 몇 번이나 맞히는 불운을 격고 또한 설상가상으로 비가내리면 전북이 우수하다고 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참자고 있는 막내아들 용이놈에게 뽀뽀를 하니 이놈이 자면서도 웃는다.
역시 사랑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바르게 성장시킨다는 것을 느끼면서 차에 시동을 켜고 직원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출발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마라톤동호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김현곤회장님을 비롯하여 자원봉사분들의 수고로 난 오늘도 그냥 뛰기만 한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숙여진다.
차를 타고 올림픽도로를 가는데 빗줄기가 세차다. 그렇지만 8시정도에는 강수확률이 5%~10%떨어진다는 명수형님의 말을 하늘이 들었는지 정확히 출발8시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출발전
출발선에는 형형색색의 사람의 단풍이 약 2KM에 결쳐서 장관을 이룬다. 그 단풍은 남녀노소의 단풍이 어울려진 일년에 딱 한번 여기서 볼 수 있는 건강하고 힘찬 대한민국의 얼굴들이었다.
출발10초전! 나는 회장님과 총무님,재무님과 다시한번 파이팅!을 외쳤다.
난 330을 목표로 혹! 가능하면 더 빨리 골인 할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드디어 진행자의 카운터 10.9.8.7~ 1 ! 출발!
내 시작은 기분업이나 골인할때는 거의 죽임인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왜냐면 난 신이주신 그 죽음의 그 맛을 알기때문에....
0~10KM
컨디션이 좋다. 회장님과 총무님과 함께 뛴다. 그러다가 내가
앞서 뛴다. 뛰다 보니까 왼쪽 옆에 강서구육상연합회 김광진부회장이 뛰신다.
옆으로 다가가
“ 왜? 천천히 뛰세요?”
“ ㅎㅎ 연습을 안해서!”
“ 저도 연습을 안해서 330에 맞춰서 뛰려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김광진님은 56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과거에는 뛰었다 하면 SUB-3였다.
김광진님 “ 어휴! 부담갑니다!”
나는 다시 김광진님을 앞질러 뛰어나간다. 저 앞에 홍우정재무님께서 열심히 달리신다. 다시 홍우정재무님옆으로 갔다.
“재무님! 빨리뛰시네요?”
“ 에고! 앞에서 뛰어서 그렇죠!”
“ ^^”
“ ㅎㅎ”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레이스를 하다가 난 컨디션이 더 좋은 것 같아서 다시 홍재무님을 뒤로하고 뛰어나간다.
그때 홍재무님 “ 훈련부장님! 오늘 재기하세요!!”하고 말씀하신다.
재기! ?
SUB-3하시라는 것 같은데..에고. 오늘은 330이 목표고 다시 재기하는 대회는 개인적으로 2012년 동아를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10KM까지를 좋은 컨디션으로 47분을 끊었다.
어! 이렇게 뛰다가는 3시간 10분에도? ㅎㅎ
10KM~ 25KM
가을의 단풍과 어울려 달림이들의 묵묵한 발자국 소리는 가을의 교향곡이었다. 그리고 숨이 가파올라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꿀물(빗물)을 내려준다.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줄기소리와 나의 발자국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나를 더욱 흥분시킨다.
[우중주! 그맛을 누가 아랴? 누가 우중주를 싫다고 하였던가?]
운동화에 빗물이 들어갔지만 물집만 생기지 않는다면 발바닥과 운동화의 또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것이라 생각하며 달린다.
330!을 목표로 뛰니 그 전에 sub-3를 목표로 뛸 때보다는 훨씬여유가 있고 마라톤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15km지점에서 북소리가 들린다. 매년 북으로 응원을 해주는 목동마라톤클럽!
난 개인적으로 목동마라톤클럽소속의 김기연님을 안다.
[김기연님은 목동마라톤클럽전에 2001년에 강서육상연합회회원이셨다. 그때 난 강서육상연합회사무국장을 역임하였다. 김기연님은 당시에 여자 선수로는 풀코스 최고였다]
이쁜 김기연님의 파이팅! 북소리에 손바닥을 부딪히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멋진 폼으로(나 멋있지! 보란 듯이 ^^)
그렇게 김기연님의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였다.
25km~ 35km
그렇게 마라톤을 즐기던 나의 뜀박질은 25km를 지나면서 서서히 페이스가 떨어진다.
그동안 달리면서 쓰고 있던 썬그라스를 벗고 뛰기 시작했다.
[난 마라톤을 하다가 힘들면 쓰고있던 썬그라스 안경을 벗어서 마라톤팬티뒤에 끼우고 땅만 보고 뛴다.(눈이 나쁘므로) 그러면 오히려 옆의 런너들을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주법과 호흡으로 달릴 수 있다.]
역시 초반에 넘 페이스가 좋은 것이 오버였나? 역시 훈련의 부족이었나? 30km지나면서 나의 호흡은 거칠어 지면서 다리가 묵직해진다. 그렇다고 걸을 수는 없다.
마라톤을 한지 10년이 넘어서 바둑으로 치면 7~8단 됐다고 자부하는 나는 걸으면 계속걷게 되고 결국에는 완주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걷고 싶어도 걸을 수 가 없다.
몇몇 런너들이 앞에서 걸으면서 [당신도 힘들면 걸어라! 그렇게 뛰다가 발병난다] 하는 것만 같았다.
[마라톤은 힘으로 뛰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누구든 뛴다. 힘이 없을때 정신력으로 뛰는 것이 진정한 마라톤이다. 옆에서 뛰는 런너들 그들도 분명 나처럼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뛰지 않는가? 정신력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난 30km 지나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둘,셋 ~~~ 백” 이렇게 숫자에 발을 맞추고 호홉을 맞춘다. 그렇게 100번하면 40km지점까지 갈 수 있다.
“하나,둘,셋~~~ "
35km지점인가에서 다시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목동마라톤클럽의 북소리다.
분명 김기연님이 있을텐데, 난 지친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벗고 있던 선그라스를 다시 쓰고 달렸다.
그리고 다시 김기연님과 파이팅!
사실 속으로는 [에고 죽겠는걸~!]이지만 것으로는 애써 태연한척 파이팅!을 외쳤다.
35km~ 42.195km
35km를 지나면서 시계를 보니 2시간 55분! 지금부터 km당 5분으로 뛰며는 330이 가능하다.
전에 sub-3할때는 km당 4분을 뛰었는데 이정도를 못 뛰겠는가? 하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다시 썬그라스를 벗고 앞만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둘,셋~ 백”
40km를 통과하는데 330에서 약 1분30초정도 늦는 것 같다.
조금만 더 힘을! 드디어 잠실운동장 입구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환영한다.
“수고했습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우리아빠! 파이팅! 여보! 사랑해! 우리 아들, 수능 대박!
42.195km의 대장정을 쉬지 않고 달려온 당신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는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경제대국의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응원소리에 다시 힘을 내며 달린다.
이제 195m만 더 달리면 골인이다. 오늘 대회에 어느나라의 누가 우승하고 어떻게 달렸는지 알수 없지만, 그것이 지금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저 마지막 피니쉬를 끊는 나의 삶의 인내에 아들셋을 둔 가장의 어깨가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골인!
언제나처럼! 마지막에는 없던 힘이 난다. 이제 마지막이기 때문에...
42.195km의 대장정 3시간33분 36초!(배번호 1677)
330달성에는 못 미쳤지만 최선을 다한 나의 레이스(삶)였다.
우리들이 이렇게 세상과 싸우며 인내하면서 레이스를 하듯이 나의 아들들도 세상이 그리 녹녹지 않다는 것을 알고 삶과 고통을 인내하는 힘을 길렀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골인 후, 철 난간을 잡고 좀 쉬면서 골인하는 당신들의 멋진 보습을 본다.
두손을 올리는 당신, 한 손을 치켜세우는 당신, 마지막레이스를 달리며, 환한 미소를 지며 멋지게 골인하는 당신들!
멋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얼른가서 막내용이 놈한데,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는 멋진 메달과 빵,음료수를 주어야지!
삶아 있음에 행복했고 신께 감사한다.
|
첫댓글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셩장에 왜 안나오시나 궁금했었는데 이런 과정을 헤쳐내고 계셨으리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날 아침 TV 생중계 시청을 하면서 몸이 근질근질했었는데...ㅋㅋㅋ (늦잠자서 안씻고 보느라...)
그곳에 계셨을거라고는...
아무쪼록 몸회복 잘하시고 셩장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