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이사 놀이 ----안노 미쓰마사(Mitsumasa Anno)

[김석진]

재미있는 이야기 글과 놀이를 통해 수를 공부하는 수학 그림동화.

수에 대한 개념이나 연산에 미숙한 아이들을 위한 그림동화. 수학의 기본 요소인 '수'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 주고, 반복되는 그림에 변화를 주는 독특한 구성은 아이들 스스로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 김성기(서울대 수학과 교수)

수를 직접 세어 보고, 큰 수는 두 묶음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수학 그림동화 첫 단계로 처음 수를 접하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학교 저학년에게 적합하다. '이사 놀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활용하고 책의 구성을 독특하게 처리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수에 대한 흥미를 준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10명의 어린이가 옆집으로 이사를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반복적인 그림에 창문의 위치를 다르게 뚫어 몇 명의 어린이들이 옆집으로 이사를 갔는지, 기존의 집에 남아 있는 어린이들은 몇 명인지를 직접 세어 볼 수 있다. 이는 수의 기본 단위인 1부터 10까지를 반복해서 세어 보고 큰 수는 두 묶음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책장을 넘기면 기존의 집 창문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3명이고 옆집 창문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7명이다. 이는 10이라는 숫자를 3과 7로 나누어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구성 형식은 그림책이 가지는 장점을 잘 활용한 것으로 아이들이 수공부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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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서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 서툴게 헤아리는 "하나...둘..셋.."에 감동을 해보지 않는 엄마는 없을 것입니다.

겨우 셋까지 헤아리는 아기를 보며 우리아이가 수학적인 천재라도 된양 어깨가 으쓱해지곤 하지요. 열까지 세게 되면 이제 아이가 숫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되고 간단하게 덧셈을 하게 되면 드디어 수학적인 머리가 트이는 거라고 기뻐합니다. 요즘은 어린 아가도 숫자나 한글은 기본이 된 세상이니만큼 수학교육,하면 엄마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과학동화에 이어 수학동화가 각광을 받고 수학놀이며 수학개념을 심어주는 교구들이 흔하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사실 수학적인 개념을 길러주기 위해 수학동화를 본다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겠지요. 이미 빤하게 의도가 짐작되는 그림책...이를 테면, "자 여기 사과가 세 개 있어요, 한번 세어볼까요? 하나,둘,셋.." 뭐 이런 식으로 숫자를 헤아리게끔 유도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라면 어린 아가들도, 아마 말은 못해도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르겠어요. "아, 지겨워. 또 세는구나. 엄마도 맨날 나한테 하나둘셋,하고 외쳐대더니, 이제 책까지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러다가 또 이런 영악을 떨른지두요..."에잇! 귀찮으니까 외워 주자...하나둘셋! 별거 아니네. 어라, 이렇게 외우니까 엄마가 되게 좋아하네? 근데 하나둘셋이 무슨 뜻이야? 아무 뜻이면 어때? 그냥 외워두지 뭐. 엄마가 좋아하니까." 그래서 서툰 발음으로 하나둘셋을 외는 아가를 보고 우리 아기가 드디어 숫자를 알기시작했다고 엄마는 박수를 쳐대겠지요...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입니다만...

이렇게 헤아리는 연습을 열심히 해서 드디어 10에 도달합니다. 10! 열까지 셀줄알아도 10을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한자리가 아닌 두자리로 넘어서는 바로 그 문턱의 숫자, 1과0으로 이루어진 그 숫자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저는 어이에게 10을 이해시키는데 가장 적절했던 책이 바로 안노 미쯔마사의 책이었습니다. <어린이가 처음 만나는 수학그림책>(한림)의 <개념수학>편에 10이 가지는 의미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책을 펴는 일은 역시 재미가 없습니다. 저는 수학그림책이라 하더래도 수를 배우는 것은 둘째문제입니다. 일단은 책에서 아이가 즐거움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이가 즐겁다면 스스로 그 책에 교묘하게 숨겨진 원리를 저혼자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제 생각에 꼭 들어맞는 책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즐거운 이사놀이>입니다. 수학그림동화 시리즈로 나온 책중의 제1권인데 반드시 수학교육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보여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굳이 이 책의 교육적인 의도를 밝히자면, 바로 숫자 10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책 두의 해설에도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수와 양의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까요? 그럼 어떻게 해서 이사놀이라는 그림책에 10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먼저 책장을 펼치면 구멍이 뻥뻥 뚫려진(창문) 집이 두채가 보입니다. 비슷해보이지만 지붕이나 집의 구조가 전혀 다른 집 두채이지요. 하나는 왼쪽장에, 나머지 하나는 오른쪽 장에 그려져 있습니다. 각각 성별과 옷차림이 다른 아이들 10명이서 왼쪽집에서 오른쪽집으로 한사람씩 이사를 가는 것이 이 이야기의 구성입니다. 10명중에서 한명이 오른쪽 집으로 가면서 왼쪽집에는 9명이 남고 가구도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갑니다. 이런 식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10+0/9+1/8+2/7+3/6+4/5+5/4+6/3+7/2+8/1+9/0+10의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모두 10을 구성하는 숫자들의 조합인 셈이지요. 수학적인 개념은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10을 구성하는 숫자들의 조합을 이해한다면 이미 그 안에서 덧셈뺄셈의 연산이 가능해지기 시작한거죠. 아이에게 5 더하기 5가 10임을 계산하게 하거나 알려주기 보다 이렇게 시각화된 숫자변화를 통해 10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숫자교육인 셈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책 한 권에 숨어있는 대단한 비밀....엄마가 애써 일러주지 않아도 아이혼자 그림책을 보며 그 비밀을 엿보았다는데서 대단한 흥분을 느낍니다. 저혼자 손가락으로 꼽으며 5 더하기 5을 계산하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 '아, 열 개라는 것에는 이런 뜻이 숨어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예닐곱의 나이에 그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굳이 교육적인 즐거움을 하나 더 더하자면, 10명의 아이들 중에 어떤 아이가 먼저 이사를 했는지 맞춰보는 것입니다. 옷차림등으로 패턴을 비교하면서 사라진 아이를 찾아보며 아이는 기억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이만하면 솔깃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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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 미쓰마사(Mitsumasa Anno) [저]

1926년 안노 미쓰마사는 시마네 현 쓰와노에서 태어났다. 교사 생활을 한 뒤, 68년 [신기한 그림]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유연한 상상력으로 예술, 과학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안노미쓰마사의 작품은 나이, 국적에 관계없이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수학 책](전 10권),[ABC의 책],[あいうえお 책],[여행 그림책 1,2,3],[세어 보자],[삼각형아, 안녕?],[들꽃과 난쟁이들],[쓰와노],[요술쟁이의 모자],[내 친구 돌머리 계산기],[아름다운 수학과 집합],[공상 공방],[사냥꾼 일기],[안노 미쓰마사 대담과 로직의 시인들],[미의 기하학],[산사어록(算私語錄)],[영국의 마을],[안운야(安雲野)],[등잔과 물대포],[수학대명신(數學大明神)],[마법사의 ABC],[영일구의 영일이],[없다 없다 있네 그림책]외 다수가 있다. 1984년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돼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