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작가의 상상일 뿐, 실제 의사생활이 아닙니다. ※
《 부제 :: 흉부외과는 365일 응급 》
오랜만에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숙소에 왔다. (숙소는 병원 안에 있다.) 항상 호출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를 켰는데 호출이 왔다. 받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소리에 호출을 받았다. 다른 선생님들은 수술 하러 들어갔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응급실로 뛰어갔다.
“선생님, 저번에 튜버큘러스플루러시로 항결핵 약 처방한 환잔데 호전되지가 않습니다.”
“아아, 기구 좀 준비해주세요. 불독, 언제 수술 들어갔어요?”
“두 시간 정도 되셨는데 곧 나오실 것 같습니다.”
* tuberculous pleurisy(튜버큘러스플루러시) : 결핵성 흉막염. 흉막에 물이 차는 병
기구를 들고 이걸 어떻게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쪽 손으로는 튜브 관을 들고 다른 쪽 손으로는 메스(칼)로 옆구리를 쨌다. 옆구리에 큐브 관을 넣고 흉막에 있는 물을 빼고 있는데 수술이 끝났는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불독이 놀란 눈을 하고 내게 뛰어왔다.
“김선생, 제가 오늘 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어떻게 쉬어요……선생님랑 동료들은 다 어시스턴트로 수술 들어가셨고 남은 레지던트는 저밖에 없는 걸요.”
*assistant(어시스턴트): 같이 수술하는 사람
내 말에 불독은 환자의 상태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마무리 할 테니 나보고 가라는 말을 하였지만 나는 하던 일은 마무리 짓고 가고 싶어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불독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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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머리라도 말리고 오시지 물이 뚝뚝 떨어지네요.”
“응급상황에 누가 머리 말리겠어요. 제가 머리 말릴 시간에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요. 참 열심히 하십니다. 김 선생. 우리 TS에 없으면 안 될 선생이네.”
*TS(Thoracy Surgery) : 흉부외과
수고하라는 듯이 내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데 말투부터 기분이 나빠 인상을 찌푸렸다. 한시가 급한데 머리를 왜 안 말렸냐니.
곧 병원 근처에서 버스가 사고가 나 우리 병원으로 환자가 밀어닥치는 바람에 열심히 뛰어다녀 머리가 다 말라버렸다. 불독도 오랜만에 잠깐 눈 붙이러 방에 갔다가 급하게 호출을 받고 나왔다.
“김 선생! 블리딩! A형 펙드셀 가져와!”
“어? A형 펙드셀 다 떨어졌는데요?”
“무슨 A형이 제일 많은데 그게 다 떨어져! 간호과에 전화해봐 얼른!”
“가져 오는 시간에 환자 죽겠어요!”
*bleeding(블리딩): 출혈
*packed cell(펙드 셀): 수혈용 혈액
지금 이 응급상황에서 간호과에 갔다 오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A형이라 급한 대로 수혈을 했다. 수혈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빈혈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 뿐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수혈을 하고 일을 했다. 급한 상황이 다 끝나고 의자에 털썩 앉았는데 오세훈이 내 팔을 보더니 기겁을 했다.
“야 너 피멍들었다.”
“아……아까 급해서 핏줄 급하게 찾느라.”
“너 수혈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야, 뭐라도 먹어야 돼. 오빠가 초코파이 사줄게.”
“매점까지 갈 힘도 없거든?”
오세훈은 자기가 사오겠다면서 매점으로 뛰어갔다. 의자에 축 늘어져 쉬고 있는데 불독이 내 앞을 지나갔다. 불독의 상태는 참 가관이었다. 가운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고 살에도 피가 튀겨있었다. 그냥 지나치길 바랬지만, 불독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이게 뭡니까?”
“아까 A형 펙드셀이 부족해서 제가 대신 수혈했거든요. 급해서 핏줄을 막 찾느라…….”
“아무리 급해도 이게 뭡니까.”
“근데 저 많이 피곤해 보여요?”
“네. 많이 아파 보이기까지 하네요. 환자분들 보다 더 환자 같습니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곤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불독은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만 보고 있었다. 요즘 흉부외과에 인턴이 부족해 탈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 흉부외관데 인턴까지 별로 없으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불독에게 말을 꺼내봤다.
“선생님, 제발 인턴 좀 뽑아주시면 안돼요?”
* intern(인턴):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받은 후 임상 실습을 받는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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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뽑는다고 들어오겠습니까.”
“네?”
“요즘 흉부외과 하락세인거 김 선생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그래, 흉부외과는 요즘 하락세인 과중에 하나다. 왜냐하면, 힘들기는 엄청나게 힘든데 보수는 다른 의사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요즘 흉부외과에 들어오는 사람은 돈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로 흉부외과가 좋아서 들어오는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찾게 힘들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한숨을 쉬니 불독이 말했다. 요즘 선생님들이 다 힘들어하니까 교수님께 말해서 뽑아보도록 하긴 하겠는데 들어올지는 모르겠네요. 불독은 그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오세훈이 오더니 내 입에 초코파이를 물려줬다.
“힘들지? 많이 먹어. 요구르트도 여기 있어.”
“너 같으면 먹고 싶겠냐? 요즘 입맛도 없어.”
“레지던트 된 지가 언젠데 우리가 인턴 같아…….”
* resident(레지던트) :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의사 면허를 얻은 사람 중에서 특정진료과목에 대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병원에서 4년 또는 5년 동안 근무하는 수련과정
[인턴생활을 한 뒤에 레지던트가 되는 겁니다.]
오세훈은 나를 부여잡고 우는 척을 하더니 내가 말했다. 불독이 인턴 뽑아줄 수도 있댔어. 세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을 잡았다. 진짜? 격양된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오세훈은 춤을 추고 난리가 났다.
“의사가 환자보다 더 환자 같다고 뽑아준댔어.”
“이토록 불독이 예뻐 보일 때는 없었는데. 나 오늘부터 불독 사랑하려고.”
오세훈이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요구르트를 들고 건배를 외쳤다. 나는 웃으며 오세훈의 장난을 받아주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09 21:15
불독쌤 말투가 굉장히 사람 설레게 하고 구러네여..?
츤데레ㅣ완전저격ㅠㅠ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19 00:04
츤데레다ㅜㅜㅜ여기 츤데레가 있어요ㅜㅜ
진심 찬열이같은 의사선생님 있었으면 좋게ㅆ다!!
그래도 계속 여주 챙겨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약간수월해졌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01 02:25
이제부터 박찬열의 매력에 빠져들면 되는건가요ㅎㅎㅎ😳
ㅎㅎㅎ츤츤
찬열이ㅠㅠㅠㅠㅠㅠㅠㅠ
츤데레다완전ㅠㅠㅠㅠㅠㅜㅠ
찬녈이ㅜㅜㅜㅜㅜㅜㅜㅜ
츤츤 찬열이가 그렇게 매력이 철철 흘러 넘친다면서요? 역시 츤츤 찬열이가.....짱이죠ㅎ
머리 안말린게 걱정되서 찬열이 툴툴 댄거규만~~ ㅎㅎㅎㅎㅎㅎ
차뇨리...츤츠느츠늧ㄴ
츤츤 ㅠㅠㅠㅠ
세훈이 귀여워ㅋㅋㅋㅋㅋㅋ
세훈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건배랰ㅋㅋㅌ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08 23: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11 01:21
둘 다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 츤츤거리는 열이도 귀엽고 잘 챙겨주는 훈이도 귀엽곻ㅎㅎ
츤데레 불독 선생님ㅠㅠ💕
열이 머싯다..
후닠ㅋㅋㅋㅋㅋㅋ카와이
재미써요ㅠㅠㅠㅠ 정주행 해용!!:)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10.06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