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을 청해야지 하면서도
낮선곳에서는 왠지 설레임에 잠을 설치게 마련
결국 다음날 늦잠을 잤다
객실 바깥이 시끌벅적 하다
이곳 남원에서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고
옆방에는 서울 복싱팀 관계자가 단체로
여러 객실에 투수해 있어, 아마 이들 일행이
경기장을 찾아 나서는 길인가 보다
황금빛 들판을 가르며 구례를 향하는 길
저 멀리 하늘위로 솟은 지리산은
이제 산의 절반가까이 단풍이 내려오려 하고 있다
2주뒤쯤이면, 정말 가을의 중심에 서게 되지 않을까
지금 이순간 능선위에 서 있을 그 누군가가 부럽게 느껴진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가
구례를 거쳐 압록유원지에 다다르자 자그만 정자
하나가 눈에 띄인다
정자 그늘에서, 최인호의 소설 ‘해신’ 2권을 한동안 읽고 있었더니
어느새 지나가는 길손들이 옆에 와 자리잡고, 점심 식사를 준비중이다
그러고 보니 출출하군..함께 식사하자는 소리를 정중히 사양하고
인근 식당을 향하려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아저씨 혼자 다니나보다..”
남자의 계절 가을이라 그런가
약간의 허전함도 있지만, 이런 호젓한 기분을 또한 좋아한다
일정한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니
그저 마음맞는 곳이면, 한나절 쉼터를 가질수도 있고
이곳 구례에 유명한 골뱅이수제비 한그릇을 음미 해 볼수 있는
여유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 압록유원지에서 곡성쪽으로 5킬로미터 가다보면
<가정>이라는 마을이 나타나고, 이곳은 자전거전용도로를 개설하여
섬진강을 따라 하이킹을 즐길수 있도록 테마파크를 조성해 놓았다
가을 섬진강, 갈대와 코스모스, 단풍, 철길, 그리고 비교적 한적한 도로가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다
섬진강변 어느 조용한 흙집에 들러
솔잎차 한잔을 마시고 있자니,
들고있던 장편 소설 한권이 순식간에 거의 다 읽혀진다
옆자리에는 젊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순천에서 >
구례 찻집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
순천을 향한다
대구에서 순천까지는 시외버스로 약 4시간
아내의 도착예정시각에 조금 일러
미리 터미널에 도착하여, 지나는 분께 물어보니
순천에는 고속,직행터미널이 한곳 뿐이란다
(나중에 알고보니, 고속터미널과 직행시외터미널은 다른곳에 있었다)
덕분에 엉뚱한 곳에서 1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순천대학교 정문앞에서 아내.아이와 만난다
(고속터미널은 순천대 정문 바로 인근에 있었음)
대학가앞 식당골목이라 그런지
토요일 저녁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고기굽는 연기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어눌한 게임 하나에도, 그렇게 모든 웃음을 흘려 버릴수 있는
젊음이..나에게도 있었겠지
남부시장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순천대 앞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음식도 특이하게 ‘세발낚지구이’ ‘낚지가 무었을 만났을 때’..등..
다양한 먹거리 뿐 아니라, 바로 옆 순천을 가로지르는 <서천 –하천>에는
팔마축제에 따른 거리 이벤트가 한창이다
낮선땅에서 하룻밤
하지만 그 곳에는
또 다른 색다른 흥겨움이 가득하여
다시금 밤을 지세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송광사 >
이른새벽 첫차(버스)를 타고
송광사를 향한다
차를 가지고 왔지만
송광사를 기점으로 조계산을 넘어 선암사에 다다르면
다시 원점회귀하여 차를 가져오는 대중교통 노선이 불편하다
차라리 이렇게 순천에 차를 세워두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편리한 것이다
이른 새벽의 가을들판은 참 싱그러움이 넘친다
마침 순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지나는 마을에서
몇분의 주민이 함께 타고 내리신다
몇분의 아주머니와 차량 운전사의 흥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듣다보니, 1시간이 어떻게 흐른지 모르게, 송광사에 다다랐다
모두 같이 버스에서 내리다 보니
큰 배낭을 메고, 한 가족이 있으니, 단박에 산행객임을
알았나 보다
“쪼기 위에 순천식당으로 요쇼~~, 내가 징허게 채려줄꺼인께..”
결국 우리 가족은 순천식당으로가, 거나하게 아침 밤상을
받아들고
송광사 삼나무 숲길을 걸어 오른다
이곳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예로부터 유명한 국사가 많이 배출된 명찰이다
신라말(약 1300년전) 혜란선사가 창건하고, 고려중엽
보조국사가 크게 중찬한 이래, 16국사와 많은 고승이 배출된
승보사찰, 조계종의 사찰이다
(조계산 건너 선암사는 태고종의 사찰이다)
마침 방문하는 오늘
산사체험이 있는 날인지, 많은 방문객이 대웅전에 모여앉아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장시간 석고상처럼 앉아있는 것이 불편한지
연신 바깥으로 들락날락 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이곳 송광사의 운치는
아무레도 삼나무숲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일주문과
임경당, 그리고 우화각일 듯 싶다
송광사 옆으로 흐르는 맑은 계류를 따라
다리가 놓여있고, 이곳 다리에서 바라보는 우화각은
가히 예술이고, 신들이 노니는 장소가 따로 없는 것이다
매번 올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송광사는 송광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곳이다
산사에는
절제된 충만이 있고
머리속엔 맑은 기운이 가득하여라
< 산길을 넘다 >
송광사를 출발
산길을 오른지 약 1시간여
능선(송광굴목치)에 올라선다
이곳까지 이르는 길은
옆으로 맑은 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길이 발걸음을 열어주는
훌륭한 산책길이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딸아이(8살)의 등정에 많은 산행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니, 아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다시 능선길 아래로 20여분을 내려서고
오르려는 길목에 유명한 <보리밥집>이 있다
이곳 보리밥집은 전라도 사람의 산행시 꼭 거쳐가며
한그릇씩 하는 유서깊은 밥집으로
맑은 계곡과 산에서 나오는 산채로 즉석 조제하는
말 그데로 방부제 하나없는 완전 무공해 식품인 것이다
이곳을 산행하는 이들은 꼭 한그릇 뚝딱 하시길 바란다
다시 선암굴목치 능선을 올라서고
선암사를 향하려니 내리막길이 사뭇 길다
선암사 경내에는 많은 외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우리가 올랐던 송광사와는 약간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해 듣기로는 선암사쪽의 교통이 불편하여,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하였는데, 실상 꼭 그렇치많은 않았던 것이다
산행책자를 살펴보면 산행기점을 선암사에서 잡고, 송광사를 향하는
안내서가 많은데, 실상 찾아가보면, 오늘의 나 처럼, 송광사로부터
시작하여, 선암사로 내려가는 코스가 정석으로 생각된다(산행이 쉬움)
< 다시 일상으로 >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 하다
대구에 도착하니 저녁7시
범물동에 들러 저녁을 먹고나니, 그래도 시간이 이르다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일찍 귀가한 것은 드문편이다
장거리 여행이 대부분이기에..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
구례와 송광사, 그리고 선암사로 이어지는 산길
또한, 순천에서 맛보았던 다양한 먹거리와
구경거리는 꿈 이었다
그런 꿈에서 깨어날 때
왠지 허전함과 아쉬움이 베어 나오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어디서 또 가을의 정겨움을 낚을까..
< 정보 >
구례 압록유원지 인근 <가정마을>에는 자전거테마파크가 있어 가족여행에 아주 유익함
자전거 렌트가능 – 하이킹 주변경관 참 좋음
* 흙집 기찻길옆 오막살이에서 다슬기수제비(손으로 만든 밀가루수제비) 6천원. 먹음
남원~순천까지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대구->남원->17번국도로 순천까지가 빠른 코스임)
남원~구례사이의 주유소 경유값이 저렴함 (현재 670원대 / 다른곳은 720~800원대)
순천 남부시장앞 벤츠모텔(T742-3355.3357) : 시설이 호텔급이며 킹싸이즈+스몰침대=3만원
남부시장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
* 순천대 앞에도 젊음과 다양한 실비 먹거리가 풍부함 – 대신 인근에 숙박시설은 거의 없음
순천에서 송광사는 111번 좌석버스(편도 성인 1,200원), 선암사는 일반버스(요금 790원)가
노선버스로 자주 있어 이용이 편리함
이동코스는 승주쪽으로 해서 들어감(벌교쪽이 아님)
순천교통 전화번호 744-3703 (문의사항 있으면)
순천에서 송광사,선암사는 각각 편도 1시간씩 소요됨
송광사 입장료 성인 2,500원(미취학아동 무료)
선암사 입장료 성인 1,300원(11월부터 1500원으로 오름)
산행책자에는 선암사 기점 송광사도착 안내가 많은데, 이런
입장료 차이도 연관이 있지않나 생각됨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바로는
돈 더 주더라도, 송광사를 출발 선암사로 이어지는 산행(산책)이
훨씬 더 좋은 코스라고 생각됨(분위기+ 코스 난이도 참작)
첫댓글 후기.. 잘 읽었습니당..^^v에고양.. 언제 소금님 여행 함 따라 가보려낭~~~~ㅠ^ㅜ(꺼이꺼이) 요새 뭔 꿍꿍이 속인지.. 제 자신도.. 잘 모르겠네요... 이래저래..바쁘다는 핑계루 다가...11월달엔.. 같이 여행 갈수 있겠죠?? 후훗~
*^^* 이야...가족여행가셨네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 허헛....내주위 남정네들은 가을도 안타는가벼...ㅡㅡ^ 내가 대신 다 타주는건지..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