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편〉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반 세기가 넘었습니다. 그동안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이념과 정치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언어 교류도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남북한의 언어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 <보기>의 (나)는 (가)의 사례를 통해 학생들이 남북한의 언어 차이에 대해 모둠 토의한 내용입니다. 읽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가) 남한과 북한은 현재 각각의 수도에서 사용하는 말을 공통어로 규정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서울에서 사용하는 말을 공통어로 정하고, 이를 ‘표준어’라고 부르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평양말을 공통어로 정하고, 이를 ‘문화어’라고 부르고 있다.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① 표준어에서는 ‘ㄹ’과 ‘녀, 뇨, 뉴, 니’가 낱말의 첫소리에 나타나지 않지만, 문화어에서는 이러한 소리가 첫소리에 나타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노동 신문’을 ‘로동 신문’으로, ‘여자’를 ‘녀자’로 표기하고 발음도 그렇게 한다.
② 표준어에는 ‘심리’, ‘항로’와 같이 받침 ‘ㅁ, ㅇ’ 뒤의 ‘ㄹ’을 [ㄴ] 소리로 발음하는 데 비해, 문화어에서는 모든 모음 앞의 ‘ㄹ’을 한자음 본래 소리로 발음한다. 그래서 표준어에서는 [심니], [항노]로 발음하고, 문화어에서는 글자 그대로 [심리], [항로]로 발음한다.
③ 표준어에서는 필기구의 한 가지를 ‘볼펜’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를 ‘원주필’이라고 한다. 또, 남한에서는 ‘노크’, ‘스위치’라고 하는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데, 북한에서는 ‘손기척’, ‘전기 여닫개’ 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④ 표준어에서 ‘동무’는 ‘친한 친구’라는 뜻으로 쓰는데, 문화어에서는 ‘이념이나 사상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⑤ 표준어에서는 대체적으로 낮은 억양으로 말하는 데 비해, 문화어에서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떨어지는 억양을 반복한다. 그리고 표준어에서는 부드럽게 흘러가듯이 말을 하지만, 문화어에서는 단어나 어절을 끊어서 말을 한다. 남한에서는 이어서 말할 문장을 북한에서는 여러 개의 부분으로 짧게 나누어 말하는 경향이 있다.
(나) 다음은 (가)의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모둠 토의한 내용이다.
○인천 모둠: 북한말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순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정신은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서울 모둠: 표준어에서는 두음법칙과 자음동화를 인정하는 반면, 문화어에서는 자음동화는 인정하되 두음법칙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평양 모둠: 표준어는 서울말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하여, 문화어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발음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성 모둠: 같은 단어인데 그 의미가 달라 남북한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각기 다른 뜻으로 이해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부산 모둠: 표준어와 문화어는 억양이나 어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화어는 리듬의 단위가 짧게 나타나는 높내림조의 억양을 나타내어 표준어에 비해 발음이 명확하고 동시에 강하고 드센 인상을 준다.
(1) 남북한 언어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실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언어적 특성을 가장 적절하게 말한 사람을 고르시오.
① 하나 : 언어는 자연 발생적이다.
② 두나 : 언어는 기호의 상징적 체계다.
③ 세희 : 언어와 민족은 밀접한 관계이다.
④ 네희 : 언어는 언어 사회의 지배를 받는다.
⑤ 다희 :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2) (가)의 사례를 토대로 모둠 토의한 내용으로 잘못 말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를 쓰시오.
[예시답안]- 중3교과서 남북한의 언어 참고
지문은 중학교 생활국어 교과서(3학년 1학기)에 나온 ‘남북한의 언어’의 일부로, 지문 내용에 대한 추론 능력을 묻고 있다. 지문의 핵심 내용을 파악한 후 남북한 언어에 차이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언어의 일반적 특성에 대입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 언어 차이는 무엇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 언어 사례를 하나씩 분석하면서 그 차이점(공통어 선정기준, 발음, 문법, 어휘)을 이해한 다음, 선택지와 비교하며 추론 내용을 확인 검토한다. 남북한은 단일한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다. 그러나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과 체제가 다르고 이에 따라 언어관과 언어 정책도 달라져 문법, 발음, 어휘 철자법, 띄어쓰기, 문체 등 모든 부문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언어의 차이는 언어적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른 언어 정책의 차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언어는 언어 사회의 지배를 받는다’가 정답이다.(언어의 사회성)
(나)의 사례를 순서대로 분석해 보면, 사례 ①은 두음법칙에 대한 내용으로 남한은 인정, 북한은 불인정, 사례 ②는 자음동화에 대한 내용으로 남한은 인정하고 북한은 인정하지 않는다. 사례 ③은 외래어 사용 여부에 대한 것으로, 남한은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북한은 외래어를 대체로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국제적인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있겠지만 외래어를 주체적으로 수용해서 우리말을 살려 쓰는 정신만은 높이 살 만하다 하겠다. 사례 ④는 서로 다른 사회 제도로 인해 언어관과 언어 정책에도 차이가 생겨서 같은 단어의 뜻이 달라진 현상을 보여준다. 가령 ‘빨치산’은 원래 게릴라를 의미하지만, 북한에서는 혁명적 영웅을 가리킨다. 북한에서의 ‘어버이’는 친부모 대신 김일성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례 ⑤는 남북한의 억양과 어조상의 차이점을 말하는 내용이다. 북한은 리듬의 단위가 짧아 발음할 문장을 여러 부분으로 짧게 나누어 분명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떨어지는 높내림조의 억양을 쓰기 때문에 특이한 효과가 나타난다. 북한 사람이 쓰는 말은 발음이 명확하고, 강하며 드센 인상을 주며, 또한 전투적이고 선동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따라서 정답은 ‘서울 모둠’이다.
정답: (1) ④ (2) 서울 모둠, (가)의 사례 ②로 볼 때, 북한은 자음동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