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본 본토의 벵에돔낚시를 궁금해하던 나에게 모처럼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일본의 대표적 3대 조구업체중 가장큰 다이와사의 낚시대회 10회기념 일원으로 일본의 낚시대회에 처음으로 한국선수들을 참가시키기로 하여 지난 9월경 한국블럭 예선을통해 나와창원의 심용덕씨가 선발되어 일본 결승대회에 출전하게될 자격을 얻었다.
11월 29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11:30분 출발,오사카행 비행기 시간에 맞춰 아침일찍 집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도착해보니 출국 수속때문에 시간이 빠듯했다. 한국선수들과 기자들을 인솔,통역을 맡은 제로FG 민병진 회장과 심용덕 선수,FSTV의 조성제 차장과 FTV의 이윤섭 PD를 포함해 일본행 일행들은 모두 5명이 출국하게 되었다.
1시간 10여분 비행시간 끝에 물위에 띄워 만들었다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시코쿠섬내에 고찌현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 타야했다. 오후 3시 전후 비행기 출발시각이라 기다리는동안 민병진씨가 일본라면을 한그릇씩 샀다. 라면 한그릇에 한국돈으로 약 6천원이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입맛에 맞지않는 음식이다. 식후 담배 한대물고 가만히 공항건물 위를 쳐다보니 파도모양 유선형의 파이프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철구조물 계통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나로선 그들의 3차원적 미적 감각을 살린 구조물에 탄복을 하지않을수 없었다.
30여분 비행끝에 고찌현 공항에 도착하니 다이와사의 고바야시 과장이 마중나와 있었다. 고바야시씨는 다이와사에 근무한지 20여년이 되었고 필드 테스터 관리및 크고작은 대회행사를 주관하는 인물이며 한국대회 때문에 몇번 만난적이 있었다. 봉고차에 몸을 싣고 고찌현을 빠져나와 대회지인 아시즈리 미사끼로 이동중에 일본인들의 도로 교통문화에 한국과 다른점을 볼수있었다. 우선 성냥갑만한 소형차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에 소형차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국엔 중형차가 많은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대회일정동안 차량을타고 다닌시간이10시간 정도였는데 추월이나 경적소리를 거의 들을수 없었다. 우리가 보기엔 낙천적이랄까? 기본을 지키는 습관이 어렸을때부터 오랬동안 몸에 배여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처럼 속도위반 카메라나 교통경찰의 모습을 돌아오는동안 보기가 힘들었다.
꼬불길을 4시간이나 달려 저녁무렵에야 대회지인 아시즈리 미사끼 국민숙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남태평양을 마주보고 있으며 낚시명인들이 많이 배출된 도꾸시마현도 같이 속해있는 시코쿠섬 최남단 꼬리부분에 위치해있다. 시코쿠섬의 규모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쳐놓은 크기 정도이며 어업과,농업위주의 생활권을 가진곳으로 일본에서도 낙후된 편이다. 도로사정도 좋지않은 이곳은 그야말로 일본에서도 오지인것 같았다. 그런데 숙소는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 푸짐한 저녁식사중에 다음날 낚시일정을 의논했다. 때아닌 겨울태풍이 찾아와 전날까지 낚싯배가 출항하지 못했다고한다. 아마도 다음날 많은조과를 거둘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한다. 심용덕씨와 나는 숙소에 여장을 푼후 내일낚시의 기대를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11월 30일 아침7시에 기상해 곧바로 한국일행들은 포구로 내려갔다. 몸만 가다시피하여 인근낚시점에 들려 고바야시씨가 두레박이며 밑밥카타기 등을 챙겨준다. 선창가엔 집어제와 3kg짜리 크릴밑밥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야마모또 명인의 아들인 다까하시씨(32세)가 가이드를 겸해 일행들과 같이 나섰다. 포구 방파제를 나서자 바로 낚시터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낚시인들이 몰려 제각기 포인트에 내려주고 마지막으로 우리 일행들이 내렸다. 여기저기 크고작은 여들이 많아 언뜻 보기에도 벵에돔낚시터로는 손색이 없을것 같았다.
낚시에 앞서 다까하시씨의 밑밥과 포인트여건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내린 자리는 조류흐름이 좋을때 조과가좋으며 이곳일대에서 다섯손가락 안에드는 명포인트라고한다. 벵에돔씨알은 40cm전후이며 40~50cm급 긴꼬리벵에돔도 자주낚인다고한다. 밑밥크릴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얼려놓은 생크릴과 스팀으로 쪄나온 보일이라 부르는 크릴밑밥 이 있다고 한다. 이 크릴은 미리 물에담가 수분을 충분히 먹힌후 사용해야 물에뜨지 않으며 생크릴보다 질긴것이 특징이라 일본인들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크릴새우의 크기도 벵에돔 미끼로 사용하기에 적당할정도로 씨알이 잘아 내기호에 딱맞는 크기였다. 심용덕씨는 조류반대편 물흐름이 적은 발판이 좋은곳에 먼저 자리를잡고 나는 본류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채비는 2호원줄과 1,7호목줄에 5호봉돌 한개를 물린 전유동 채비. 지류에 밑밥을 몇주걱 던지고 본류에 채비를태워 40m쯤 흘리자 첫입질이 찾아왔다. 상당한 씨알이다. 근처까지 끌려오자 발앞으로 계속 파고들어 결국은 터트리고 1,7호 목줄이 너덜거리며 올라왔다. 목줄 묶는사이 심용덕씨가 입질을 받았다. 낚싯대 허리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을쓰는걸로 보아 굵은씨알인듯 싶었는데 역시나 발앞에서 터트리고 말았다. 내채비에 두번째 입질이왔다. 이번에는 갯바위끝으로 재빨리 내려가 대응했으나 첫번째 고기와는 힘이 약하다. 올려보니 큰 쥐고기였다. 심용덕씨도 재차 입질을 받았으나 또 터트리고 만다. 그와중에 민병진씨가 30cm급 벵에돔 한마리를 낚았다. 심용덕씨와 나는 번갈아가면서 터트리기 시합이라도 하듯 벵에돔 구경도못한채 연신 낚싯대가 뻗어 버린다.
숙소에서 준비해준 주먹밥으로 아침을 때운뒤 2호목줄 채비로 바꿨다. 심용덕씨는 1,5호에서 1,7호목줄로 교환했다. 그뒤 몇번을 터트리고 드디어 벵에돔 한마리를 올렸다. 35cm급이다. 빛깔도 한국 벵에돔과는 조금 틀린듯 하다. 카메라에 비추기도전에 바늘이 벗겨져 바위경사면 을 따라 굴러떨어져 방생아닌 방생, 옆의 다까하시씨가 아쉬운듯 탄식을 한다. 이후로 또다시 채비가 터지기시작해 원줄3호,목줄3호채비로 교환했으나 역시 발앞에서 모두 터트리고 말았다. 한번은 물속까지 들어가면서 용을쓰고 대형 긴꼬리벵에돔을 수면근처까지 띄웠으나 마지막 몸부림에 바늘위 목줄이 끊어져 버렸다. 민병진씨는 입질이없는지 " 나도 한번 터트려보자 "며 내옆자리로 이동해와 소원을 풀었다. 내가 터트린 고기만도 20여마리,심용덕씨는 10여차례,
그와중에 낚인 고기들은 쥐돔,대형복어, 그리고 이름모를 고기들 투성이다. 나중에 다까하시씨의 얘기론 터트린고기는 대형긴꼬리와 대부분 50~60cm급 황줄깜정이 일것이라고 한다. 대회명분으로 3호이상 낚싯줄을 가져가지않아 떨군고기들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벵에돔은 낚싯대길이 하나만큼 띄어서 낚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입질이 없다보니 전유동 채비로 바닥근처로 미끼를내리면 괴어들의 횡포에 시달린 하루였다. 낚시를 다니면서 이런경우는 처음겪는터라 같이간 취재진들은 타는 내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측은하게 바라보는것만 같았다. 오후 4시까지 첫날 낚시를 한후 숙소로 돌아왔다.
12월 1일은 대회 전야제가 있는 날이라 낚싯배는 타지못하고 도보낚시를 하기로 했다. 먼저온 일본 낚시꾼들은 돌돔원투낚시와 찌낚시꾼들이 뒤섞여 낚시를 하고있었다. 한국돌돔낚시 성게는 작은것을 쓰는데 이곳 낚시꾼들은 밤송이만한 큰성게를 하나씩 달아 쓰는것이 달라보였다. 심용덕씨는 내일일전을 대비해 숙소에서 휴식을취하고 민병진씨와 나는 갯바위 적당한곳에 진입해 자리를잡고 낚시를 시작했으나 한두번 미끼가 없어질뿐 입질이없어 바닥근처로 미끼를 내리자 또 이름모를 고기들의 입질뿐, 벵에돔은 구경하지 못한채 두시간의 이튿날 낚시를 마쳐야했다. 이곳 벵에돔의 습성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 이틀간의 낚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지역의 벵에돔 특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야만 내일대회때 어떠한채비로 어떻게 공략할지가 결정되는데 참으로 갑갑한 심중이 아닐수없다.
오후 4:30분경 선수등록을 마친뒤 대회전야제가 진행됬다. 이미 행사장 안에는 내빈,취재진,운영진,심판진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번대회 출전선수 20명은 개별입장을 통해 경기위원장에게 대회기념패를 받은뒤 지정된 본인자리에 앉게된다. 심용덕씨 다음으로 내가입장하고 다음으로 하시모토 명인순이다. 어두운 실내에 천천히 입장하는동안 강한서치가 내게 비춰지고 여성사회자가 나에대한 소개를 한다. 대회기념패를 받은뒤 자리에앉고 얼마뒤 전년도 챔피언인 다께유찌씨가 입장해 내옆자리 에 앉아 인사를 건넨다. 저녁만찬이 시작되자 일본선수들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한국선수들에게 먼저 권한다. 대회라기보다는 축제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일본선수들은 즐기고 있다. 수많은 예선을 거쳐 이자리에 참석한것만으로도 그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는것 같다.
이어 내빈소개가 곁들여진다. 만찬중에 조립된 대형화면에 다이와 구레 마스터즈 역대 챔피언들이 소개되었다. 10회까지 오는동안 하시모토 명인은 계속 입상권에 들었으며 5연속 우승을 포함해 6~7회 우승을 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한,두번 우승하기도 힘든데 10회의 절반이상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는것이 새삼스럽게 놀랍게 했다. 챔피언 소개가 끝나자 조추첨에 들어갔다. 어떻게 된일인지 내가 제일먼저 호명되어 추첨을 하게 되었다. 한국인 최초 진출의 배려인것 같다. 조추첨이 끝난뒤 무대에나서 개인별 인터뷰와 심판관들 소개가 있었다. 사회자가 소감을 묻자 한국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많이배워 가겠노라고 답변했고 일본내 취재진들의 개별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한국측 취재진들이 전년 챔피언 다께유찌와 하시모토 명인과의 인터뷰를 마친뒤 돌아온 민병진씨는 내가속한 3조와 심용덕씨가 속한 4조엔 전부 신인들이라 수월하게 경기를 치룰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 마음은 내일 대회가 더욱 긴장될수밖에 없다. 명인들낚시는 우리가 익히들어 알고있지만 신인들은 전 일본에서 수많은 예선을 거쳐 결선까지 오른 숨은 실력파들이라 더욱 경계해야할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와 지급해준 2호원줄을 바꿔감고 소품정리를 끝낸뒤 잠자리에 들었으나 웬지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일본인들 입장에서 볼땐 우리가 한국대표라고 생각하기에 내일 경기에서 한국낚시가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자존심은 지킬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을 떨쳐 버릴수 없다.
12월 2일 새벽4시, FSTV 조성제씨가 우리를 깨운다.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식당에 올라가 식사를마치고 짐을챙겨 주최측이 준비한 차량으로 포구로 내려갔다. 이미 이른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쳤는지 선수별 사용할 밑밥과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예선 풀리그 3회전동안 사용할 밑밥은 3kg짜리 밑밥5개와 미끼1개,집어제12개,이외에 첨가제 두가지가 더들어있다. 일본에선 집어제를 많이 사용한다는데 심용덕씨와 나는 먼저 밑밥 2개에 집어제 두봉지를 섞고 첨가물 사용을 자제했다. 낚싯배 두척에 선수들과 취재진,운영진들이 나누어타고 출항해서 각포인트마다 나누어 내린다.
< 1회전 > 우리자리에는 FSTV조성제씨와 심판관,통역관 그리고 다이와사의 아사이부장과 또한명이 내렸다. 예선전 풀리그는 50분씩 100분간 경기시간을 가지는데 우리선단에서 맨 마지막으로 내려 경기시작 시간이 지나 전,후반 45분씩 가량밖에 시간이 없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오른쪽 포말이없는 자리를택한 나는 이틀간의낚시를 경험으로 6m이상은 절대 미끼를 내리지않기로 작정했다. 1,5호목줄 두발에 1,5m윗부분에 매듭을 묶었다. 벵에돔낚시에서 처음으로 매듭을 묶은 셈이다. 원줄은 2호, 낚싯대는 1,2호
경기시작 10분만에 큰입질을 받았으나 벵에돔은 아닌것 같다. 임의적으로 터트려버리고 50cm정도 짧아진 목줄에 5호 바늘을 다시 묶었다. 약30분 시간이 흐른뒤 매듭까지 내린찌가 맑은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챔질, 힘이약하다. 순간 벵에돔이란 생각이든다. 물위로 올려진 벵에돔은 약35cm, 갤러리들의 짧은축하가 들려온다..... 더이상의 입질은 받지못하고 자리를 바꿨다. 그런데 온바다가 포말지대 아닌가 ! 포말을피해 끝자리로 이동하려보니 심판관들이 경계라인을 그쪽으로 쳐놓았다. 조성제씨가 다가와 상대선수가 중부지역(A블럭)의 우승자라고 귀띰한다. 포말대 공백에 채비를 넣어보기도하고 멀리 포말끝을 노려보았지만 밑밥과 채비의 동조가 어려워 더이상의 조과는 없이 1회전을 마쳤다. 다행히 상대선수의 조과가 없어 1승을 올렸다. 승점3점, 1회전을 마친직후 조성제씨는 상대선수가 자리를바꿔 고기가 나온쪽으로 가지않고 포말대쪽 으로 자리잡는걸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이자리에선 유일하게 내편인셈이다.
< 2회전 > 2회전은 콧수염을 기른 인상에 남는 선수다. 결승대회에도 몇번 진출했다고 한다. 약간 긴장된다. 결선에 몇번 오른 친구라면 나름대로의 실력파이기 때문이다. 민병진씨는 심용덕씨를 따라갔는데 궁금한지 나를따라나선 통역관에게 전화를 해본모양이다. 상대선수가 먼저 입질을 밭는다. 다행히 쥐돔을 낚았다. 입질 한번없이 자리를바꿔 후반이 시작됬다. 유난히 내가 내린자리마다 포말이 거세게 울렁인다. 선장이 원망 스럽다. 수중여주변을 공략하길 20분, 입질이 없다. 할수없이 전유동채비로 바닥근처까지 내려보기로했다. 아니다 다를까. 또이름모를 고기가 한마리 낚이더니 쥐돔도 한마리낚인다. 또한번 입질을 받았으나 무슨고긴지 감당하기 어려워 터트리곤 7~8m채비 입수점에서 입질을 받았다. 벵에돔은 아닌것 같았으나 무슨 고기인지 얼굴을 한번 보고싶었다. 용을쓰고 물위에 띄워보니 50cm가까운 돌돔이다. 물위에 던지려니 통역관이 말린다. 썰어먹자고.... 2회전 종료후 상대선수와 기념으로 낚은돌돔을 들고 사진한장을 찍었다. 통역관이 몇호목줄로 돌돔을끌어냈냐고 묻길래 1,5호목줄을 사용했다고하니 모두탄성을지른다. 2회전까지의 나의승점은 4점, 상대선수도 1회전을 승리해서 나와 동점이다.
< 3회전 > 2회전을 마치고 3회전 장소로 이동해 우리선단의 첫조가 자리에 내린다. 그런데 경기위원장이 갑자기 이들을 다시태우고 선단의 맨마지막조인 우리보고 내리란다. 토너먼트 경기를 많이 접해본 나로선 이해하지 못할부분이다. 경기위원장의 착각일까? 아니면.............. 한국이라면 뭤때문인지 물어보았을텐데. 말도안통하고 무엇보다 토너먼트의 촉박한 분위기속에 내릴수밖에 없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마지막 3회전이 중요하다. 3회전에서 이기지못하면 예선탈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회전은 비교적 자리가 넓은편으로 포말이 적은곳으로 먼저 자리가 잡혔다. 상대선수는 비교적 젊은편인것 같은데 포인트보느라 상대편 얼굴도 기억이나지 않는다.
밑밥 몇주걱에 잡어틈사이 잔씨알의 벵에돔들이 발앞벽면 가까이 노는것이 보인다. 철저히 발앞을 노렸으나 잡어한마리를 낚고는 벵에돔은 구경치 못했다. 조금멀리 채비를던져 노려봤으나 부시리인지 사정없이 끌고가는 입질이외엔 별다른 입질없이 자리를 바꿨다. 밑밥통을 놓고나니 조성제씨가 다가와 상대선수가 3m전방에서 두번터트리고 부시리 한마릴 잡았다고 귀띔해준다. 밀려가는 포말에 채비를 던져놓고 뒷줄을 잡으니 이내 입질이 온다. 챔질후 강한 저항력에 갯바위를따라 우측으로 이동했으나 바늘위 목줄이 끊어져 나온다. 두번째 입질도 목줄이 끊어져 나온다. 벵에돔은 아닌것 같은데 도무지 무슨고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이틀간의 경험으로선 대형긴꼬리나 황줄깜정이라고 추측할뿐이다. 다이와사의 전속 카메라맨이 3회전내내 내주위를 맴돈다. 이후엔 가끔 미끼만 씹혀올라올뿐 더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포말만 아니라면 예민한 입질도 간파해 챔질해보련만...... 아쉬움속에 3회전 종료 호각소리가 들린다. 저멀리 선수들을 실은 배가 다가온다. 우리조의 다른선수가 고기를 잡았을까? 못 잡았을까? 궁금하다. 배에타서 물어보니 고기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콧수염을 기른 선수가 5점으로 나와 승점이 같을것이고 중량으로 준준결승 진출자를 가리게 될것이다.
< 준준결승(8강) 진출 > 포구에 돌아와 계측대에선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가속한 3조에선 벵에돔 두마리가 유일한 계측 대상이다. 먼저 콧수염 선수 고기의 중량이 약600g, 내가잡은 고기는 약820g 중량이 나왔다. 심용덕씨와 한국취재진 그리고 몇몇 일본선수들이 축하악수를 권해온다. 이렇게해서 나는 조1위로 8강에 먼저 진출하고 각조1위를 제외한 예선중량이 많은순으로 3명을 더뽑게 되었는데 콧수염찬구가 8강에 합류하게 되었다.
포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후 8명이모여 추첨을 한결과 나는 심용덕씨가 속했던 4조의 한선수와 4강 진출을 가리게 되었다. 주위의 얘기론 상대선수는 이지역 출신이며 연속3회 결승대회에 진출했다고 한다. 예선점수 9점으로 8강에 오른 선수들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 한다. 40~50대 나이로 보이는 상대선수는 얼굴에서도 여유로움이 풍긴다.
<준준결승전 > 오전 3회전 풀리그를 마치고 오후 준준결승 선수들이 배에 오른다. 낚시자리에 내리고나니 경기위원장을 포함해 일본의 취재진 대부분이 우리자리에 내린것같다. 일본인들은 이경기가 실질적인 결승전이 될수있다고 누군가 얘기해준다. 포인트를 선정하는 가위,바위,보가 시작되고 나는 연속 5번 바위를 냈다. 상대선수 고집도 만만치 않은지 바위를 다섯번이나 내어 갤러리들이 웅성거린다. 결국은 6번째 바위를 고집해 이긴 내가 눈여겨 봐둔 우측자리로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시작 호각소리가 울리자 발앞벽면에 밑밥 몇주걱을 흩뿌려놓고 채비는 조금멀리 던져넣었다. 두발반의 목줄이 정렬되어 원줄입수가 시작되자 마자 찌가 조류반대쪽으로 쭉 빨려들어간다. 챔질, 벵에돔인것 같다. 신중을 기해 끌어내어보니 30cm가 조금 넘는듯 하다. 첫캐스팅에 대상어 한마리, 이자리에서 가능한 많은 중량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후 계속되는 입질엔 구경도못한 고기들과 쥐돔,40cm급 황줄깜정이들이 연신 올라왔다. 이와중에 채비를 두번이나 터트리는 수난을 겪기도했다.
60분의 전반이 끝나고 자리를 바꿔보니 도무지 고기가낚일것 같지않는 자리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야겠다. 자꾸 상대선수에게 눈이 간다. 아니다 다를까. 상대선수가 벵에돔 한마릴 끌어낸다. 내가 잡은것보다 크게 보인다. 어떻게 하든 이자리에서 고기를 잡아야 하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순간적으로 아이들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종료 10분을 남기고 자리를 조금이동해 수중곶부리를 집중적으로 노려봤으나 입질이 없다. 상대선수도 한마릴 잡고나서 더이상 입질이 없는것 같다. 종료 호각소리가 울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채비를 정리하고 있는데 전년도 챔피언인 다께유찌씨가 내게 다가와 뭐라고 한다. 눈치를보니 축하의 말인것 같은데 ... 어리둥절해 있으니 민병진씨가 그런다. 이동근씨 고기가 조금 큰것 같다고... 그럴리가........ 내가보기엔 상대선수 고기가 커 보였는데.........
< 준결승(4강) 진출 > 포구에 돌아와 계측을 해보니 상대선수 고기중량이 약450g, 내가잡은 고기가 약600g, 한국에서 그토록 소망하던 4강에 올라서는 순간이다. 민병진씨가 그제서야 다가와 축하의 악수를 건넨다. 모르긴몰라도 한국일행들은 경기시간 내내 내이상 속을 태웠을것이다. 이어 각취재진들의 성화에 시달려야 했다. 작년도 입상자들과 야마모토 명인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낳은 이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일본의 큰 낚시대회에 처음 참가해 입상권에 오르게 된것은 너무나 기쁜일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속에서 민병진씨는 한국의 제로FG 서울지부장인 한경현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회 첫날 결과를 말해준다. 곧이어 전화를 바꿔 나에게도 출하의 인사를 한다.
이날 저녁 연회장에선 예선때 내가잡은 돌돔을 골고루 나눠먹을수 있었고 첫날잡은 벵에돔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이색적인 행사도 치뤄졌다. 저녁행사를 마치고 취재진들의 성화를피해 방으로 돌아와 다음날을 대비해 소품을 챙겼다. 준비해간 5호 바늘이 거의 소모되고 없었다. 심용덕씨가 일본에서 구입한 5호바늘 한봉지를 건네준다. 두사람 모두 입상권에 들기를 바랬는데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있으니 야마모토 명인이 우리방을 찾았다. 첫날 만났을때 자신과 결승에서 만나자던 야마모토 명인은 내일낚시에 대해 설명해주고 나를 응원해주겠다고 한다. 첫날보다도 잠이 더오질 않는다. 오랜만에 8시간 가까이 긴장속에 대회를 치루다보니 온몸이 욱씬거린다.
< 준결승 > 12월 3일 대회 마지막 날이다. 피곤함이 누적돼 두눈이 충혈되고 쓰라린다. 선수들도,취재진들도 두곳으로 나누어져 준결승 자리에 내렸다. 포인트 규모가 작아 취재진들은 물벼락을 맞기도했다. 상대선수가 웬지 호감이 가는 얼굴이다. 전반전이 시작되자 상대선수는 쥐돔, 나는 황줄깜정이를 스타트로 고기를 낚았지만 대상어종이 나오지않는다. 멀리노려 입질을 받았으나 또무지막지한 힘이다. 이어서 한번 또터트리고는 자리이동이 있었다. 자리를 바꿔서도 벤자리,쥐돔 등의 잡어만 올라올뿐 벵에돔의 조과는 없었다. 포말이 없는곳으로 자리이동을 하고싶었지만 취재진들이 너무몰려 한자리만 고수했던것이 조과가 없는 원인이었던것 같다.
이로써 준결승이 끝나고 포구로 돌아오면서 아마모토 명인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한자리만 고수하지말고 이쪽저쪽을 옮겨다니면서 왜 노려보지 않았냐고 그런다. 상대선수는 자리를 옮겨 벵에돔 한마릴 걸었지만 터트렸다고 한다. 그리거 멀리서 입질받은 고기를 황줄깜정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터트려 버렸는데 긴꼬리도 습성이 비슷하기때문에 좀더 버텨보고 판단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운을 비쳤다.
포구에서 경기위원장이 상대선수와 나를 불러놓고 준결승에서 대상어종이 나오지않아 준준결승 성적이아닌 첫날 예선리그 점수로서 승부를 가른다고 한다. 준결승에서 대상어가 없을경우 준준결승,예선성적 순으로 가름하는 한국과는 다른 룰이다. 에선성적 점수는 5점으로 동일하기때문에 상대선수가 나보다 약500g이 앞서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 결승전 > 결승 진출자들을 가려 모든 인원들이 결승장소로 이동했다. 결승전에는 6마리의 대상어가 낚여 취재진들의 열기가 달아올랏다. 대상어가 올라오면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앞선 한국과는 달리 선수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는 갤러리들이 있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정숙하고 일사불란한 취재진과 갤러리들의 행동을 볼수 있었다. 나와 4강에 만났던선수는 결승종료직전에 두마리째 고기를 끌어냈으나 4마리를 잡은 상대선수에게 아쉽게 뒤져 2위에 그쳤다.
< 시상식 > 숙소에 마련된 시상식에서는 우승자에겐 챔피온 구명복,트로피,릴이 주어졌으며 2위에겐 트로피, 3위에겐 상장이 주어졌다. 입상자 모두에겐 신제품 낚싯대와 지역시장이 준비한 지역특산품인 귤 한박스씩이 주어졌다. 별도의 상금은 없었으며 선수,취재진 모두에게 왕복 교통비를 지급했으며 대회의 일체경비를 모두 주최측인 다이와사에서 부담했다. 한국일행들은 3일날 저녁 고찌현으로 이동해 호텔에서 1박후 4일날 귀국했다. 이로써 5박6일간의 일본 다이와 구레 마스터즈 대회 일정을 마감했다.
< 소감 > 이번대회에 참관하면서 색다른 점이라면 조구업체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의 일원으로 자체적으로 대회를 치룬다는 점과 선수들에게 별도의 부담은 주지않으며 지급품목 또한 풍족하다는것이다. 또한가지는 대회준비에서 진행, 마무리까지 완벽에 가까울정도로 철저히 준비해 걸림돌없이 매끄럽게 대회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조구업체가 낚시단체에 낚시대회를 위탁하여 돈을쓰고도 조구업체 스스로 실속을 얻지못하는 비현실성을 감안해볼때 경쟁국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한차원 높은 상업성과 장점을 받아들여 현실적으로 소외된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노력해야만 우리조구업체의 경쟁력도 조금이나마 높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수일행의 통역과 인솔을 맡은 제로FG 민병진 회장님과 국내에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