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6일, 수요일, Tbilisi, Nasi Gvetadze's Homestay
(오늘의 경비 US $23: 숙소 $10, 저녁 4.25, 간식 2, 식료품 3, 택시 $2, 버스 8, 지하철 0.20, 샤워 2, 환율 US $1 = 1.8 lari)
오후 1시 반경이다. 봄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출국 수속을 마치고 다리를 하나 건너니 조지아이고 조그만 출입국 사무소 건물이 나온다. 입국 수속이 너무나 간단하다. Lonely Planet에는 국경에서 비자를 받아야하고 수수료도 $40이라고 나와 있는데 비자가 아예 없다. 여권을 주니 컴퓨터에 무언가 기재만 하고 돌려준다. 비자 신청서, 사진, 수수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여권을 보니 입국 날짜 스탬프만 있을 뿐 비자 스탬프는 없다. 비자 넘버도 기간도 없는 것이다. 이런 나라는 처음 본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택시로 국경에서 첫 도시인 Lagodekhi로 갔다. 택시 요금은 $2인데 아제르바이잔 돈으로 냈다. 그리고 남은 아제르바이잔 돈을 택시 기사에게 바꿨다. 230 manat을 내고 80 lari를 받았으니 약 $50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미화 환율은 1.6대 1로 받은 것인데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필요 없는 아제르바이잔 돈을 아제르바이잔의 Saki에 있는 은행에서 바꿨어야 하는데 깜박했다.
이 도시에서 Tbilisi 가는 차편이 있는지는 Lonely Planet에 아무 언급이 없어서 몰랐는데 나를 태운 택시 기사가 한 미니버스 앞으로 가더니 Tbilisi 행 미니버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Tbilisi로 쉽게 갈 수 있었다. Tbilisi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어서 물어서 찾아갔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메트로?” 하니까 저쪽이라고 하며 가리켜준다.
Tbilisi에서 어디에 숙소를 정할까하고 고민을 하다가 Nasi Gvetadze's Homestay로 우선 가 보기로 했다. Tbilisi에서 제일 싼 곳이고 외국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간다는 곳이다. 여름에는 꽉꽉 찬다고 한다. 주인 여자가 독일어를 하고 영어도 조금 한단다. 그 곳에 가봐서 마음에 안 들면 근처에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호텔이 또 한 군데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된다. Old City 근처이고 지하철역에서 아주 가까운 편리한 위치다.
Lonely Planet에 있는 Tbilisi 지도를 보니 Marjanashvilli 지하철역 근처다. 종이에 “MARJANASHVILLE"라고 크게 써서 지하철 매표원에게 보여주고 표를 샀다. 지하철 타는 곳으로 내려가긴 했는데 어느 쪽 방향 차를 타야 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지도 같은 것이 있나하고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고 무어라고 쓰여 있는 표시판이 있긴 한데 이 나라 글로만 쓰여 있어서 완전히 까막눈이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에게 “MARJANASHVILLE"라고 쓴 것을 보여주니 방향을 잡아준다. 이 여자는 영어는 못해도 영어로 된 지하철역 이름은 이해했는데 이 여자 전에 보여준 남자는 한참 들여다 볼뿐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이 나라 글로 된 이름을 이해 못 하듯이 영어로 된 이름을 이해 못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하철에 올랐다. 이제는 내릴 곳을 알아내야 하는데 차안에 노선 지도가 있긴 했으나 역시 이 나라 글로만 되어 있어서 도움이 안 된다. 그리나 차안에 탄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Marjanashvilli 역에 제대로 내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울 지하철만큼 표지판이 잘 되어있는 곳도 드물다. 한국은 이런 면에서도 선진국이다.
지하철역을 나와서 Nasi Gvetadze's Homestay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조그만 민박집이라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주소만 가지고 찾으려니 쉽지 않다. 숙소 근처라고 생각되는 곳에 가서 두리번거리니까 누가 손짓을 하면서 저기라고 가리킨다. 외국 사람들만 상대로 하는 숙소라 외국 배낭 여행객이 두리번거리면 주위 사람들이 찾아주는 모양이다.
그렇게 간신히 찾아들어 갔더니 거의 80세는 될 만한 할머니가 자기가 Nasi라고 하며 방을 보여준다. 영어는 조금밖에 못 한다고 하는데 통하기에는 충분히 한다. 방을 보여 주는데 여자 방과 남자 방이 따로 있다. 가정집 분위기라 괜찮다. 남자 방에는 내일 아르메니아로 떠난다는 프랑스 청년 한 명이 있었고 여자 방에는 역시 내일 터키로 떠난다는 이탈리아 여자 두 명이 있었다. 하루에 숙박료가 $10이란다. Lonely Planet에는 $6이라 나와 있는데 오른 모양이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도 대도시는 다 많이 올랐고 시골은 별로 안 오른 것 같다. $20을 선불로 내란다. 이틀 밤은 자야한다는 것이다. 우선 들기로 하고 이틀 밤 지내면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조지아는 자기네들이 아제르바이잔이나 아르메니아보다 더 유럽에 가까운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 생긴 것도 아제르바이잔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유럽 사람들에게 가깝다. 어떻게 보면 프랑스 사람들 비슷하게 생겼다. 종교도 아제르바이잔은 회교인데 이 나라는 기독교다. 인종도 아제르바이잔은 터키계이니 우랄알타이 어족 계통의 말을 쓰는 유목 이주민들의 후손인데 (흉노, 거란, 몽골) 조지아는 원래 이 지역 코카서스 지역에 살던 토박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유럽 백인들을 통 털어서 Caucasia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조지아는 경제는 석유가 펑펑 나는 아제르바이잔만 못하다.
조지아에 들어와서 Tbilisi까지 오는 동안 포도밭이 많이 보인다. 이 나라 사람들은 포도주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떠난 후 처음으로 돼지를 보았다. 철저한 회교도 신자들은 돼지라는 말만 들어도 구역질을 낼 정도로 돼지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조지아 마을에는 돼지가 활보하고 있다니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란이나 파키스탄 사람들 같이 철저히 믿지 않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기도 모른다.
2006년 4월 27일, 목요일, Tbilisi, Nasi Gvetadze's Homestay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10, 점심 3.60, 저녁 9.90, 식료품 1, 지하철 0.20, 택시 5, 인터넷 1, 환율 US $1 = 1.8 lari)
아침에 일어나니 흐린 날씨다. 주인 여자 Nasi가 비는 안 올 것이란다. 오늘은 Tbilisi 시내 구경하는 날이다. Tbilisi는 조지아의 수도로 인구 2백만 정도의 대도시이다. 조지아 총 인구가 약 600만 이니 3 분의 1이 Tbilisi에 산다는 얘기다. Tbilisi는 코카서스 3국의 수도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 한다. Tbilisi는 지하철이 있어서 편하다. 노선은 단 둘이지만 내가 필요한 곳은 다 간다. 땅속 매우 깊숙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 갈 때는 기분이 좀 섬직해진다. 에스컬레이터가 일직선으로 내려가는데 한 200m는 되는 것 같다. 1965년에 준공되었다는데 매우 낡아 보인다. 지하철 역사도 기차도 40년 전 그대로인 것 같다.
한 정류장 가서 Rustaveli 역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서울 시청 앞 광장에 해당되는 Freedom Square 광장까지 걸었다. Tbilisi에서 제일 중요한 거리다. 국회의사당, 시청, 대통령 관저, 국립박물관 등 중요한 건물들이 다 이 길에 있다. 제일 멋있는 건물은 Marriott 호텔 건물이다. Marriott 호텔은 아마 세계에서 제일 큰 호텔 체인일 것이다. Tbilisi에도 Marriott Courtyard 호텔까지 두 개나 있다.
이 호텔을 세운 Mr. Marriott에 관해서 잠깐 얘기를 해야겠다. 그의 자서전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고 가끔 생각이 나는 사람이다. 미국의 그 많은 자수성가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내가 이 사람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이 사람이 나의 제2의 고향인 미국 유타 주 Salt Lake City 출신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Salt Lake City 북쪽 약 15km 거리에 있는 Marriott 이라는 소도시가 있는데 아마 이 사람의 조상이 세운 도시가 아닌가 한다. 그가 자라날 때 많은 유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가난하게 자라났다. 그리고 대학도 간신히 나올 수 있었다. 내가 다니고 우리 집 얘들이 다닌 University of Utah이다. 이 대학 재학 중에 의사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부인을 만나고 졸업 후에는 Mormon교 선교사로 2년 동안 살았던 Washington D.C.로 옮겨가서 음식점 사업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호텔업으로 전업을 해서 아들, 아마 지금은 손자 대에 이른 것이다. 그의 자서전 외에는 특별히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Rustaveli 거리를 걸어서 Freedom Square 광장까지 갔다. 광장에 있는 Marriott Courtyard 호텔 ATM에서 한 10일 쓸 돈을 찾았다. 오전은 Old Town을 구경하면서 보냈다. 옛날에는 매우 아름다웠을 듯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말 못할 정도로 황폐해져있다. 조지아는 1960-1979년대에는 소련에서 제일 경제수준이 높은 곳 중에 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독립 후에 경제가 곤두박질을 해서 지금은 아주 어렵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황폐한 거리인데도 안전해 보인다. 남미 같았으면 길거리가 낙서투성이고 범죄가 많아서 근처에 갈 엄두도 못 낼 텐데 이곳은 그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인 것 같다. 불량해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인다.
여기저기 교회 건물이 많이 보인다. 모두 오래 된 건물들이다. 아르메니아 교회도 있고 조지아 교회도 있다. 같은 기독교이지만 아르메니아 교회와 조지아 교회는 많이 다르단다. 유태교 synagogue도 한 군데 보이고 회교 사원도 한 군데 있다고 한다. 회교 사원은 많았는데 소련 정부가 하나만 남기고 다 없애버렸다고 한다. 시내 남쪽 산 위에는 4세기경에 처음 세워졌고 그 후로 여러 번 다시 세워졌다는 요새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Tbilisi의 상징이라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Mother of Georgia 상이 보인다. 시내 한 가운데로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 근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황토 물이 흘러 내려간다. 그리고 상류에서 버린 것인지 쓰레기 더미가 떠내려간다. 이 강은 아제르바이잔으로 내려가서 Caspian Sea 바다로 들어가는데 쓰레기 더미 때문에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겠다. Tbilisi의 명물이라는 유황온천엘 가 보았다. 시내 한 가운데 있는데 근처에 가니 유황냄새가 났다. Duma, Pushkin 등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곳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Ali and Nino" 책에도 나오는 곳이다. Tbilisi룰 떠나기 전에 한번 들어가서 목욕을 해봐야겠다.
점심으로 어제 맛있게 먹은 khinkali 고기만두를 먹으려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없단다. 소시지 딱 한 가지만 판단다. 손님들이 모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소시지와 빵 그리고 맥주로 점심을 하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워서 나도 시켜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는 소시지는 처음이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네 개를 시켜먹었는데 두 개는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좀 아쉬웠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먹어야겠다. 배가 고파서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숙소를 옮길까 해서 호텔 세 곳을 찾아가 봤는데 가격이 $25, $45, $55로 비쌀뿐더러 별로 마음에도 안 든다. 그냥 지금 묵는 곳에 있어야겠다. 오늘 이탈리아 두 여자들과 프랑스 젊은이가 떠나고 이스라엘 젊은이 하나가 새로 들어왔다. 이탈리아 여자들로부터 여행정보를 많이 얻었다. 이 나라에서 내가 가려는 곳을 모두 다녀왔다. 오늘 들어온 이스라엘 친구는 7개월 예정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데 중국까지 갈 계획이란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보통 여럿이서 다니는데 이 친구는 혼자 다닌다. 텐트까지 가지고 다니는 모양으로 배낭이 거대해 보인다. 젊은 친구이니 거대한 배낭이 가능한 것이다.
박물관 두 군데를 구경했다. Museum of Money 에는 이 지방의 옛날 화폐를 전시해 놓았는데 볼만했다. 세계 여러 나라 화폐도 있었는데 만 원 짜리 한국 화폐도 보여서 반가웠다. State Museum of Georgia에는 금으로 된 장신구가 전시되어 있는데 양이 많은 것에 놀랐고 정교함에 놀랐다. 기원전 4, 5세기 것도 많았는데 무슨 도구를 가지고 그렇게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 숙소 주인 Nasi는 좀 까다롭다. 전기가 비싸다고 마음대로 못 쓰게 한다. 처음에는 컴퓨터 충전도 안 된다 하다가 내가 꼭 필요하다고 하니 허락한다. 필요 없는 전기는 꼭 꺼야한다. 아니면 잔소리를 듣는다. 침대 위에는 들어는 누어도 앉으면 안 된다. 덮는 이불 위에는 들어 누우면 안 된다. 그렇지만 매우 친절하고 방이 편안하다. 그리고 말이 통하니 편리하다. 젊었을 때 독일어 선생으로 일을 해서 독일어는 유창하다고 한다. 아들 넷이 Tbilisi에 사는데 아들 하나는 며느리와 함께 부부 의사란다. 그런데 조지아에서는 의사 월급이 매우 적어서 한 달 봉급이 $100 정도란다. 아들 부부보다 이 할머니가 수입이 더 많을 것 같다. 외국 배낭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오늘 저녁 식사 때는 정말 기분이 상했다. 어제 저녁을 먹은 곳으로 다시 갔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주문 받을 생각을 안 한다. 기다리다 못해서 두 번씩이나 가서 주문을 받으라고 했는데 대꾸도 안 한고 자기네들끼리만 뭐라고 얘기를 한다. 나중에는 지나가는 웨이트리스를 붙잡고 다시 주문을 받으라고 했더니 뭐라고 한참 설교를 하고는 가버린다. 옆 테이블 나중에 들어온 손님들에게 주문은 받는데 나는 완전히 무시한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20분 동안 기다리면서 기분만 상하고 담배연기만 마시다 나왔다. 근처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니 뷔페식이라 금방 쉽게 먹을 수 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자라서 그랬을까?
TV 타워가 보이는 Tbilisi 시내 전경
Freedom Square 광장, 서울로 말하면 시청 앞 광장이다
Tbilisi의 중심가인 Rustaveli 거리, Marriott 호텔 건물이 고색창연하게 보인다
Old Town 거리 풍경
Old Town은 옛날에는 살기 좋았던 곳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경제가 나빠져서 매우 낡아져있다
Old Town에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노점이 많다
Old Town의 일부 지역은 아름답게 단장된 건물들도 가끔 보인다
Tbilisi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Tbliisi의 심벌 “Mother of Georgia" 알루미늄 상
Tbilisi 남쪽 산 위에 있는 Narikala 요새, 4세기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한다
Tbilisi 강가에 위치한 Metekhi Church
유태 교회 synagogue
Tbilisi의 명물 유황온천
Museum of Money에 전시되어있는 6세기 은전
세계 여러 나라의 화폐도 전시되어있다
코카콜라 선전하는 알아볼 수 없는 조지아 글자
집 앞에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려 놓았다, 무엇일까?
지하 매우 깊이 있는 Tbilisi 지하철은 (1965년)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6년 4월 28일, 금요일, Tbilisi, Nasi Gvetadze's Homestay
(오늘의 경비 US $24: 숙박료 20, 점심 5.75, 저녁 2, 커피 2, 1.50, 식료품 3, 박물관 3, 기념품 5, 환율 US $1 = 1.8 lari)
오늘은 어제 다 못 다한 Tbilisi 시내 구경을 했다. 오전 10시경까지 안 나가고 있으니 숙소 주인 Nasi가 언제 나가느냐고 묻는다. 11시쯤 외출할 텐데 그 전에 나가기를 바라고 묻는 것이다. 11시전에 나갈 것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몇 시쯤 돌아오느냐고 묻는다. 오후 5시쯤 돌아온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자기가 외출에서 돌아오거나 집 보는 여자가 와 있을 것이란다. Nasi가 외출할 때는 집 보는 여자가 오는데 때로는 그 여자가 안 나타날 까봐 숙박 객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다.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구속받는 기분이라 그것 역시 불편하다.
나가서 우선 인터넷을 했다. 어제 이탈리아 여자들에게 속도가 빠른 인터넷 카페를 알아두었다. 예상외로 전송 속도가 무척 빨라서 내 여행기와 사진을 기다리고 있는 고교 동창들에게 글과 사진 20여장을 쉽게 보낼 수 있었다.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여행정보 교환하는 것이 참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여자들로부터 빠른 인터넷 카페를 알아놓지 않았더라면 느린 곳에 가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매우 푸짐하게 먹었다. 숙소 근처에 있는 허술한 음식점인데 들어가서 khinkali 찐만두가 있느냐고 물으니 있다며 몇 개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손 고락을 이용해서 여섯 개를 시켰다. 그리고 수프가 있느냐고 물으니 khasi 수프가 있다고 해서 시켰다. 나오는데 보니까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한국의 내장탕 같은 수프이다. 그래서 한국의 찐만두와 (우리 것보다 훨씬 크다) 내장탕과 빵으로 점심을 배불리 맛있게 먹었다. 어제 저녁때는 음식점에서 왜 고생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오늘 숙소 주인 Nasi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만 두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도 만났을 때 인사로 볼에 쪽쪽 소리를 내면서 입을 맞춘다. 남자들이 하는 것은 좀 그렇다. 조지아 기독교의 본부 성당이라는 Sioni Cathedral 구경을 갔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성당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십자가를 그며 지나간다. 이 성당 안에는 St. Nino가 썼었다는 월계관 비슷한 것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St. Nino는 서기 4세기경 이 나라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여자 성인이다. 성당을 나갈 때는 여자 몇 명 뒤를 따라서 걸어갔는데 갑자기 돌아서면서 십자가를 긋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설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박물관 한 곳을 구경했다. Tbilisi History Museum이라는 곳인데 제법 볼만했다.
Tbilisi 시 한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북쪽 강변은 높은 절벽이다
조지아 교회의 중심 성당이라는 Sioni Cathedral
옛날의 중심 거리였다는 Sionis 거리, 지금은 차가 안 다니는 도보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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