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야말로 파리보다 더 아름답고 흥미진진하며, 뉴욕 다음으로 활기찬 곳이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 산책>에서 작가 빌 브라이슨이 한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런던에 대해 좀 더 과장된 표현도 어울린다. <러브 액추얼리>, <노팅 힐>, <라스트 찬스 하비> 등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무대인 런던은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서너 시면 해가 지는 런던의 겨울 거리에서 아름답게 밝히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기면서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서머셋 하우스의 아이스 스케이팅
런던 브로드게이트의 스케이트장
템스 강가에 1547년에 세워진 고풍스런 귀족 저택 서머셋 하우스 Somerset House는 옛 그림 속에서 베니스의 궁전처럼 우아하다. 엘리자베스 1세 때는 궁전으로 쓰이다가 새로 지었지만 여전히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의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지금은 런던대학교 소속의 코톨트 인스티튜트 아트 스쿨 건물이자 갤러리, 콘서트장을 겸하는 이 건물의 에드몬트 코트 광장은 여름이면 분수 광장이었다가 겨울이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스 링크로 바뀐다. 런던에는 자연사 박물관 앞, 큐 가든, 햄튼 코트 궁전, 런던 탑 앞 등에 아이스 링크가 설치되는데, 대부분 인터넷 사전예약제여서 예약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광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위치 Temple역, www.somersethouse.org
2. 트라팔가 광장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트라팔가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서 내려다 본 트라팔가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경
지난 여름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희한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유명 아티스트 안토니 곰리가 기획한 100일간의 퍼포먼스에는 일반 시민이 광장의 단상에 올라가 한 시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맘대로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다. 이런 퍼포먼스 외에도 일년 내내 볼거리가 풍부한 트라팔가 광장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더 활기가 넘친다. 올해는 12월3일부터 광장 가운데 20미터 높이의 노르웨이산 가문비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고, 6일에는 세인트-마틴-인-더-필즈 교회에서 주관하는 종교 행사가 열린다. 또 7일부터 22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 사이에는 자선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캐롤 송을 들려준다. 광장 주변에서는 공식 행사 외에도 산타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나 자선단체의 퍼포먼스도 볼 수 있다. 위치 Charing Cross역.
3. 크리스마스 파티의 특별 메뉴, 칠면조 요리
영국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음식
친구가 영국에 머물고 있다면 칠면조 요리로 근사한 크리스마스 저녁을 준비해보자. 우리에게 칠면조 요리는 익숙하지 않지만, 영국인에게는 크리스마스 요리로 빠지지 않는 메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테스코나 세인즈버리와 같은 영국의 슈퍼마켓 어디에서든 칠면조 요리용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칠면조 1마리, 레몬, 세이지 같은 재료를 세트로 팔며, 레시피가 친절하게 적혀 있어 오븐 시간만 잘 지킨다면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다.
4. 영국식 전통 홍차
해롯 백화점 외관
해롯백화점의 애프터눈 티 세트
젊은 커플이 런던에서 가고 싶은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리츠호텔의 팜 코트Palm Court. 여기서 영국식 전통 홍차를 마시는 코스는 영국인들에게도 평생에 한번은 하고 싶은 일로 꼽힌다. 전통 홍차(애프터눈 티) 코스가 2인 85파운드로 무척 비싼데도 연말에는 예약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있다. 이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전통 방식으로 홍차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리츠호텔 건너편에 있는 포트넘 앤 메이슨, 국립 초상화 박물관내 3층의 포트레이트 레스토랑, 해롯백화점 등이 있다. 정식 애프터눈 티 코스에는 샌드위치, 케이크, 빵의 일종인 스콘이 포함돼 식사를 대신해도 좋다.
5. <크리스마스 캐럴>의 배경, 캄덴 타운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을 기억하는가. 추운 날 점원에게 난롯불도 쬐지 못하게 하던 욕심 많은 스크루지가 꿈속에서 저승사자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고난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전을 나눠주는 착한 사람으로 변한다는 게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토리다. 런던 북쪽의 캄덴 타운Camden Town은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자 작가 찰스 디킨스가 명성을 얻기 전 살던 동네이기도 하다. 기괴한 고딕(gothic) 풍 패션 숍, 팝과 재즈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 아트숍과 길거리 음식점이 공존하는 거리에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희한한 차림의 젊은이들로 넘친다. 조금은 춥지만 로맨틱하게 런던을 보고 싶다면? 캄덴 타운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옛 운하를 따라 가는 여행도 근사하다. Camden Town역.
6. 런던 거리의 크리스마스 풍경… 루트마스터 여행
빨간색 이층버스를 타고 구경하는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 아름다운 옥스퍼드 스트리트
코벤트 가든 광장의 멀드와인 판매대
런던 거리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다채롭게 감상하고 싶다면, 헤리티지 루트마스터Heritage Routemaster 버스인 9번이나 15번을 탄다. 앞문과 뒷문 2개가 있는 옛날 빨간 이층버스인 헤리티지 루트마스터는 관광객을 위해 명소를 주로 다니는 특별 버스다. 장점은 일반 버스 요금으로 비싼 투어 버스와 비슷한 코스를 순례한다는 것. 트라팔가 광장의 내셔널 갤러리 세인즈버리 윙 건물 바로 앞에서 15번을 타면 세인트 폴 대성당을 거쳐 타워 힐까지 운행한다. 같은 곳에서 9번을 타면 피카딜리 서커스역을 거쳐 버킹검 궁전, 하이드 파크 코너역,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 자연사 박물관, 해롯 백화점이 있는 나이트브리지역까지 갈 수 있다. 런던 밤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을 크리마스마스 조명 장식은 11월 초 리전트 거리에서 맨 처음 시작해 내년 1월5일까지 켜질 예정이다. 센트럴 런던의 버스노선도는 지하철역 안내에서 받을 수 있다.
7. All I want for Xmas…런던 동부의 소품 시장
크리스마스 용품을 진열해놓은 가게 모습
런던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젊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을 구경하고 싶다면 런던 동부의 선데이 업 마켓Sunday up market을 추천한다. 생긴 지 몇 년 안 된 이 마켓에서는 올해 ‘All I want for Xmas'라는 주제로 근처에 작업실을 둔 디자이너들이 크리스마스 소품, 선물용품, 액세서리 등을 파는 좌판을 벌인다. 시장 한 쪽에서 여러 나라의 토속 음식 코너도 색다른 풍경이다. 11월26일부터 12월20일까지 Old Street역 근처. www.trumanbrewery.com
자료참조: 영국문화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