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立大學과 私立大學 간의 差別의 違憲性*
대상판결: 헌법재판소 2003. 6. 26. 선고 2002헌마312 국립대학 재정지원 위헌확인
김동훈**
Ⅰ. 들어가는 말 Ⅱ. 國立大學과 私立大學의 差別의 實態 Ⅲ. 國․私立간 差別을 正當化하는 견해와 그에 대한 批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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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國立稅務大學 廢校에 대한 憲法裁判所 決定과의 比較 Ⅴ. 國․私立二元體制의 問題點과 代案 Ⅵ. ‘自己關聯性’의 문제 Ⅶ. 맺는말 |
【헌법소원 심판청구취지】
청 구 인 : ooo(사립대학교 재학생), ooo(사립대학교 교수)
피청구인 : 1. 교육인적자원부장관
2. 재정경제부 장관
3. 기획예산처장관
청구취지 : “피청구인들의 국립대학(교)에 대한 2002년도 재정지원은 국립대학(교) 재학생과 사립대학(교) 재학생의 2002학년도 제1학기 등록금납부액에 있어 현저한 불평등을 초래하였고, 그에 따라 사립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들의 학생지도에 있어서 국립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들의 학생지도에 비교하여 현저한 불평등을 초래하며 이러한 불평등은 추후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므로 위헌이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이 사건에서 만약 헌법재판소가 “국립대학에 대하여 사립대학에 대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의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확인하는 결정을 내리면,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박탈되거나 감축되는 방향으로 평등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증가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비록 공권력행사의 직접 상대방은 아니지만 자기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평등권침해와 관련하여 사립대학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적으로 사립대학의 경영주체인 학교법인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사립대학의 관계자 모두에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식상 공권력작용의 직접 대상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 공권력작용에 의하여 직접적 효과를 받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공권력작용의 대상자와의 생활관계로 인하여 단지 간접적, 반사적 영향을 받는 경우에 불과한 경우라면, 자기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바, 이 사건에서 공권력행사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려면, 그들이 이 사건 공권력행사 즉, 국가의 재정지원에 대하여 학교법인과 유사한 정도의 법률적 밀접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의 계약관계에 의하여 대학에 재학하거나 근무하는 재학생 또는 교수일 뿐, 학교법인의 구성원도 아니고 학교법인에 대한 법률적 규율의 영향으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관계에 직접 영향이 미칠 만큼 밀접한 관계에 있지도 않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증가할 경우 청구인들의 입장에서 납입해야 할 등록금이 줄어든다거나 교육환경이 좋아지는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간접적․반사적 이해관계인 것이지 법률적 이해관계는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청구는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여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평 석】
I. 들어가는 말
2005년도 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4년제 일반대학은 173개교가 있는데 그중 국․공립이 26개교, 사립이 147개교이다. 학생수 기준으로는 국립이 22%, 사립이 78%를 차지하고 있는바, 사립이 양적인 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국립과 사립이 혼재하여 있는 상황이다.
국립과 사립은 설립주체의 차이이다.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국립대학과 학교법인이 설립하는 사립대학으로 구분된다. 일단 민간이 학교법인의 설립허가를 받아 대학을 설립․경영하게되면(고등교육법 제4조, 사립학교법 제10조) 그 역할에 있어서는 국가가 설립한 국립대학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사립학교법도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동법 제55조)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평균적으로 사립대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국립대학의 교육여건이 사립대학들보다 더 나은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등록금의 차이가 가능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국립대학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래에는 국립대학은 국가가 설립한 것이니 이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국립대학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과 그로 인해 사립대학이 받는 차별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고 있다.
위 헌법소원 사건은 이러한 차별의 직접적 대상자인 사립대학의 재학생과 교수가 국가의 재정지원의 차등으로 인한 등록금의 차이를 매개로 하여 국가의 이러한 차별적 지원정책이 헌법상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하면서 이를 각하하였다. 위 사건의 진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필자는 이 사건의 경과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재음미하면서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립과 사립대학의 이원체제가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를 논구해보고자 한다. 다만 위 사건의 결정문의 주된 논점이었던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의 문제는 또 하나의 어려운 헌법재판의 주제인바, 필자가 민사법을 전공하는 관계로 심도있게 논하지 못하였음을 밝힌다.
Ⅱ. 國立大學과 私立大學의 差別의 實態
1. 등록금납부액의 현저한 차이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사립대학에 비하여 대략 1/2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의 국ㆍ사립대학 등록금의 현황은 다음의 표와 같다.
[표 1] 국립대 및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 비교
구분 |
국립대 |
사립대 |
비율(국/사) |
2000년 |
264만 4천원 |
549만 8천원 |
48.0% |
2001년 |
277만 6천원 |
577만 2춴원 |
48.0% |
2006년 |
321만 3천원 |
643만 7천원 |
49.9% |
※ 입학금은 제외한 액수
※ 자료 : 교육인적자원부
2. 국고의 자동적인 지원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예산에서 매년 자동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2001년도에는 사립대학과 동일한 성격의 25개 일반국립대학에 1.2조원이 지급되었으나 136개의 사립대학에는 0.2조원이 지원되었다. 연도별로 차이가 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국립대학의 재원은 국고보조 60%, 등록금 34%, 기타 수입 6%인데 비하여,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하고 국고보조는 1%대에 머물고 있다.
[표 2] 전국 사립대 운영수입 구조 (2004년도)
구분 |
금액 |
비율 |
등록금 |
7조 899억 |
70.0% |
기부금 |
1조 578억 |
10.4% |
재단전입금 |
8595억 |
8.5% |
수강료 |
2235억 |
2.2% |
국고보조금 |
1862억 |
1.8% |
교육부대․외 수입 |
7175억 |
7.1% |
※ 2004년 국고보조금 산학협력분 포함땐 4%대.
※ 자료 : 교육인적자원부
또한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므로 조세부담이 전무하지만 사립대학에는 각종 조세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교육용 토지, 건물, 기자재 등의 구매, 기증, 보유, 처분 등의 경우에 토지세, 취득세, 부가가치세, 관세, 특별부가세, 법인세, 납입금의 예치 등에 대한 이자소득세 등이 있다. 또한 국립대학에 대한 기부금은 출연자에 대하여 전액 손비처리되고 증여세도 없지만, 사립대학에 대하여는 손비인정이 제한되고 증여세도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사립대학들은 교육용 토지를 소유주들로부터 시세 이상의 가격을 주고 매입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재정부담과 함께 공간부족을 겪어야 하지만 국립대학은 유리한 장소의 국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3. 사립대학생의 손실
따라서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국립대학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배우지만, 단지 사립대에 다니기 때문에 등록금으로 국립대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만 하며 이는 저소득층도 예외가 아니다. 또 국고지원이 국립대학에만 편중되어 있으므로 동일한 납세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국고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게 된다. 또한 교육예산의 출처인 교육세가 간접세로 징수되고 있다는 점, 즉 특별소비세액의 30%, 교통세액의 15%, 주세액의 30% 등이 교육세원이 되고 있어 조세부담율은 저소득층에게 역진적으로 더욱 크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Ⅲ. 國․私立간 差別을 正當化하는
견해와 그에 대한 批判
1. 차별의 정당화 논거들
1) 국립대학의 공공성
위의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인 교육부는 답변서에서 이러한 취지로 말하고 있다.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경제적,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고등교육을 받기 어려운 자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 및 평등권을 보장하여 교육에 있어서의 사회계급의 완화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행정행위이다. 또한 국립대학에 대한 입학 및 재직기회 역시 당해 학교에서 제시하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자에게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교육의 기회균등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즉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로서 행해지는 ‘助成的 행정행위’이므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2) 사립대학의 자율성
또한 피청구인은 사립대학교의 자율성을 들고 있다. 즉 사립학교는 국가가 아닌 자가 특별한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私財로서 설립한 학교로서 국립대학에 비하여 재정, 인사, 교육과정 등에 있어서 보다 많은 자율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초ㆍ중등교육의 경우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 실시되고 있고 국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을 키우는 보통교육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공공성으로 인해 사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고등교육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고등교육의 경우 수익자 부담이 기본원칙이며 그 만큼 자율성이 존중된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학생등록금, 법인으로부터의 전입금, 기부금, 수익사업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의 책임이라고 한다.
2. 비 판
1) 국가의 助成的 역할에 대하여
행정법학상 ‘조성적 행정행위’라는 것은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독점현상이나 국민경제의 불균형 현상에 맞서 국민의 복리를 위하여 국가가 민간의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자의 입장에서 하는 여러 급부활동을 말한다. 특히 조성행정의 대표적인 것으로 자금조성행정을 들고 있는데 이는 행정주체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구조개선을 위하여 사인 또는 사기업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자금(시설자금.운용자금) 기타 재산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한다. 예컨대 교육분야의 조성적 행정행위로서는 현행법상 장학금등의 지급(교육기본법), 도서벽지교육진흥(도서벽지교육진흥법), 특수교육진흥(특수교육진흥법), 기술교육진흥(기술교육진흥법) 및 청소년육성(청소년육성법) 등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직접 국립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국가사무의 집행일뿐 민간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 조성적 행정행위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아야 한다. 설사 국립대학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것을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조성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조성적 행정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역시 급부행정에 적용되는 기본원칙의 제한을 받아야 할 것다. 이 중 중요한 것은 평등의 원칙인데, 이는 일방에 대한 보조금 등의 지원은 통상 경쟁관계에 있는 비수급인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제3자효를 갖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 제3자는 평등원칙을 근거로 하여 경쟁자에게 주어지는 보조금 지급의 위법을 다투거나 아니면 자신에게도 보조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경쟁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위 사건의 결정문에서 헌재도 「혜택을 주는 공권력행사의 경우에는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청구인이 국가가 다른 집단에게 부여한 혜택으로부터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등원칙에 위배되게 배제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설시하고 있다. 현재 국립대학과 사립대학과는 학생의 모집기준이나 커리큘럼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어 고등교육 시장에서 완전한 경합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하에서 국가가 국립대학에만 시설비와 운영비의 압도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것은 사립학교에 대한 차별적 행위로서 평등의 원칙에 결정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나아가 국립대학이 경제적,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고등교육을 받기 어려운 자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논거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국립대학들의 대부분은 대도시에 소재하고 있으며 입학과정에 있어 지원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선발하는 것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오늘날 고등교육에 있어 국가의 조성적 역할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 재고해보아야 한다. ‘조성’(助成)이란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한 부분에 대해 국가가 이것이 잘 성장할 있도록 북돋아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이라면 모르되 고등교육은 오늘날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민간의 자원과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초중등교육은 이제 막 중학교 의무교육을 시작한 단계로서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고등교육에서 조성적 역할을 떠맡고 나서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국가가 고등교육을 위하여 할 역할은 대학간에 공정한 경쟁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판관의 역할을 다하여서 고등교육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논의될 것은 국립대학에 대한 입학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이다. 국가가 일정한 집단에게만 수혜를 주고자 할 경우에는 그러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하는 정책적 필요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타당한 정책적 목표가 없이 집단간에 차별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그 집단에 속할 기회가 균등하다는 것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사립대학의 자율성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사립대학의 경우에 등록금 외에 법인전입금, 기부금, 그 외 수익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확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의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의 재원은 압도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전입금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위의 [표 2]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소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경합관계에 있는 국립대학측에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사립대학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예컨대 사립대에 재학하고 있던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인근의 국립대학으로 편입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에 사립대학은 고도의 자율성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 사립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교육에서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사립대학들의 가장 중요한 재원인 등록금의 인상은 행정지도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다. 그 외 30여개의 관련법령에 의해 대학설립, 학과신설, 학제 및 교과, 학생정원 등의 인․허가제 등으로 통제되고 있어, 사립대학은 실제로 국가의 고등교육독점체제에 편입․관리되고 있다.
Ⅳ. 國立稅務大學 廢校에 대한
憲法裁判所 決定과의 比較
국립학교 설치령에 의하여 1980년 국립세무전문대학으로 설립된 뒤 일선 세무인력을 배출해온 국립세무대학이 1999년 세무대학설치법폐지법률에 의해 폐교되었다. 이에 대해 세무대학 재학생과 교수 등이 위의 폐지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당사자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1. 2. 22. 선고 99헌마613 판결) 이 판결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근거들은 일반국립대학의 존재의미에 대하여도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청구인들이 사관학교나 경찰대학과 같이 국비로 운영하는 다른 특수대학들은 그냥 두고 세무대학만 폐교하는 것이 차별취급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경찰대학과는 달리 「일반대학의 교육과정이 세무대학의 교육과정을 전혀 보완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세무대학의 교육기능은 이제 일반대학의 세무관련학과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본 입법자의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즉 국립대학으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필히 운영되어야만 하는 이유의 하나로서 민간이 운영하는 일반대학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인가 아니면 국가가 교육을 전담해야하는, 즉 민간에 의한 대체성이 없는 특수성이 있는가 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국립대가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내용이 민간에 의한 대체성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새삼스럽다. 국립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는 지금 사립대학들과 완전한 경합관계에 있을 뿐이다.
둘째로 헌재는 세무대학 폐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무교육환경의 변화를 들고 있다. 설치당시에는 국세행정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교육하는 학과를 설치한 대학이 한군데에 불과했으나 폐지법률 제정 당시에는 4년제 대학에 14개, 2년제 대학의 58개의 세무관련학과가 설치․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이 성장하여 충분하고 수준높은 세무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있는데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별도의 중복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국 초기의 열악한 환경에서 국립대학들이 대학교육의 발전에 견인차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70년대에 이르면 민간에서 수준있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헌재는 세무대학의 폐지는 단순한 소요예산의 절감이 아니라 「정부는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만을 수행하고 그 밖의 기능은 민간에 이양하여 가급적 정부 기능을 핵심역량위주로 축소․개편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세무대학을 폐지하여 세무대학의 교육기능을 민간부문의 일반대학으로 이전하려는 조치는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려는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바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매우 타당한 논리가 된다. 이미 대학교육이라는 영역을 민간에 개방하였으면 정부는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지원해주면 된다. 그리하여 민간의 자율과 창의와 효율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직접 대학을 운영하여야 한다면 그것은 공익상의 필요상 민간에 이양할 수 없는 특수한 목적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철저한 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사립에 대한 보완적인 관계에 서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교육에 있어서는 핵심역량을 초중등학교의 완전 무상의무교육과 공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른 우선순위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정부가 직접 24개나 되는 일반국립대학을 직영하면서 모든 예산의 지원과 집행과 학사관리까지 쥐고 있는 것은 ‘정부기능의 간소화’라는 방향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 자체의 발전을 위하여도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국립대학이 민간과 경합되는 관계에서 ‘국립’ 프리미엄으로 경쟁우위에 서게 됨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민간의 창의와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Ⅴ. 國․私立二元體制의 問題點과 代案
1. 국․사립 이원체제의 역사적 배경
사립대학위주로 발전해온 미국의 대학시스템과도 다르고 또 고등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고등교육을 이수할 기회를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보는 유럽국가들과도 달리, 우리의 대학시스템은 국립대학들이 우위를 차지한채 국립과 사립이 원칙없이 혼재하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원체제의 근원은 일본의 대학시스템을 그대로 물려받은데 있다.
우선 교육 특히 고등교육에 있어 국가가 개입하여 그 틀을 주조하는 것은 그 뿌리가 일본제국주의의 교육이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대학의 국가주의는 1886년에 제정되었던 제국대학령 제1조에 “제국대학은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학술과 기예를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선언에 잘 나타나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자치적인 조직체로서 형성되었던 유럽의 대학이나 사립위주로 출발했던 미국의 대학들과 그 근본이념을 달리하는 기초가 된다.
일본대학을 대표한다고 하는 도쿄대학의 설립(1877년)이 바로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하면서 국가의 각 분야의 관리를 양성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것이 첫 번째의 제국대학이 되고 이어서 교토제국대학(1897), 도호쿠제국대학(1907) 등의 후속 제국대학의 설립이 이어진다. 큐수, 훗카이도에 이어 여섯 번째로 일본이 설립한 제국대학이 바로 게이세이(京城)제국대학(1924)이다. 일본은 제국대학을 설립해나가면서 1918년에 대학령을 만들어 사립대학들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후로 와세다, 게이오, 도지샤, 쥬오 등 많은 사립대학들이 생겨 현재 일본대학의 80%가 사립대학들이다. 그러나 국립대학 우위의 체제아래서 많은 사립대학들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의 경성제국대학이 해방 후에 잠시 경성대학으로 바뀌었다가 이를 모체로 하고 여러 관립전문학교를 묶어 1946년 설립된 것이 바로 현재의 국립서울대학교가 되었고 그 후 각 지역별로 기존의 관립이나 도립학교 들을 기초로 하여 거점도시들에 국립대학들이 설립되었다. 한편 해방 직후에 일제시대의 사립전문학교들이 사립대학들로 정비되었고 또 새로이 많은 민간인들이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다수의 사립대학들이 설립되었다.
요컨대 현재의 국․사립대학 이원체제는 근대화초기에 국가의 엘리트를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일제시대의 국가주의적 교육관과 부차적으로 고등교육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정책이 무원칙하게 결합한 기형적 체제라고 할 것이다.
2. 국․사립 이원체제의 문제점
이처럼 국가가 직접 국립대학을 세우고 운영하면서 사립대학을 포함한 대학교육 전체에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중심주의가 일본의 대학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중앙집권적 교육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대학에 있어서도 대학입시방식뿐만 아니라 교육계획과 과정도 대학설치기준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여 왔다며 이러한 대학체제를 ‘문부성에 의한 호송선단’이자 ‘후진국형 또는 전제주의 국가형 국가통제교육 시스템’이라고 명명하며 그 침몰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제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사령부’인 문부성을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일본의 고등교육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가주의의 이념과 결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떤 학생을 대학에 받아들이고 어떤 내용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대학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라고 한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며 우리나라 대학교육 서비스의 독점적 공급의 주체는 국가이고 대학은 그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또한 국립과 사립이 병존하는 체제에서 서로간에 아무런 역할분담도 없이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즉 점수 더 높은 학생 끌어오기 식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합관계에 있는 국립과 사립사이에서 국립에 대해 국가가 재정적으로 책임을 지고 게다가 관존민비 또는 국가주의의 잔영을 떨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우위마저 점함에 따라 국립의 사립에 대한 우위라는 서열체제의 한 축이 확립되었다. 전국단위로는 국립서울대가 유수한 사립대위에서 군림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는 지방국립대학이 지방사립대학들 위에서 맏형노릇을 하고 있다. 지방사립대의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단지 등록금이 싸다는 이유로 이웃하는 국립대학들에게로 편입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서열체제의 고착화는 대학사회를 경쟁의 무풍지대로 만들었고 오히려 사회의 맹목적인 학벌의식의 조장, 그리고 중등교육의 황폐화 등 숱한 교육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3. 국립과 사립의 역할분담론
이러한 국립의 사립에 대한 우위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분담을 주문하는 견해가 꾸준히 있어왔다. 우선 학문분야별 분담, 예컨대 국립대학이 기초학문을 주로 담당하고 사립은 실용학문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자주 들리는데 이는 지극히 피상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다수의 사립대학들에게 인문·자연의 기초학문 분야를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다. 기초학문분야가 뒷받침되지 않는 대학이 정상적인 체제를 갖춘 대학으로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굳이 용어를 쓴다면 민간이 돌보지 않는 특수분야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호학문`이라는 용어를 쓸 수는 있겠다. 예컨대 특수어나 특수지역연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역할분담기준으로서 국립대는 사회복지적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는 특히 학생의 선발에 있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런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에서 낙후지역의 주립대학이 대체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정부 등에서 상당한 지원을 하고 지역거주자들에게는 저렴한 수업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분담이 자리를 잡으려면 국립대학이 사립보다 우위의 상태에 있어서는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상층부의 자제들이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 고액과외를 하고 실제로 신입생의 대다수를 점하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어차피 복지적 배려라고 하는 것은 잘해야 평균적 수준을 확보해주는 것인데 국립이 서열구조의 상위를 점하는 사정에서는 이러한 복지적 배려가 작동할 공간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복지적 배려의 방법도 일정한 대학을 지정하고 그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저가의 등록금을 받는다는 방법은 매우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소득의 역재분배현상을 가져온다는 연구가 많이 있다. 오히려 일정 소득 수준이하의 가정의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학자금을 보조해주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결국 국립과 사립의 역할 분담이라는 것은 그럴듯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내용을 찾기가 힘들다. 국․사립의 이원적 체제를 존치시킨 채로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아예 국공립대학을 모든 국민의 평생학습기관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한 교육학자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공립대학들은 기본적으로 납세의무를 수행한 모든 국민에게 입학과 전학의 문을 개방해야 한다. 국립대학 입학이나 교육은 국민에게 결코 특권이 아니라는 인식과 그런 교육정책적 조처가 필요하다. 국립대학은 공교육재정으로 운영되는 한, 납세하는 국민들의 실질적 평생학습을 위한 열린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로써 국립고등교육기관의 공공재적 성격은 더 한층 분명해 질 것이다”
4. 대안의 모색
1) 대학사회의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
우리 대학사회에는 아직도 고등교육을 국가체제에 종속시키려는 일제의 제국대학설립시의 패러다임이 지금도 국립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국립우위체제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이 패러다임을 바꾸어 민간주도의 다양하고 개성있고 경쟁이 있는 고등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현재의 예각의 피라미드식 대학서열은 인위적인 외부의 힘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본래 자연적인 경쟁상태에서는 서열이 쉽게 고착화되지 못하는 법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이러한 인위적인 힘을 가하는 것을 단순히 그치는 것만으로 획기적인 개선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 외부의 힘이 바로 국가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의 여러 개혁적 주장들은 이것을 다시 더 큰 인위적인 힘을 가해 재편성하자는데 있는 듯 하다. 최근에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니 나아가 대학평준화니 하는 일련의 유럽식 모델을 본 뜬 주장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처럼 국가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체제는 엄청난 비효율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개별국가별 관리체제가 점차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교육소비자 나아가 공급자의 국경을 넘는 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오늘날 대학교육은 글로벌 경쟁체제하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쟁력의 향상은 국내 대학들 사이에서 활발한 경쟁체제가 조성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지금과 같이 경쟁의 한가운데 선수로서 직접 참가하여 경쟁질서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엄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2) 국립대학의 법인화
난공불락의 국가 중심주의 일본 대학체제도 세계화 시대에 버티지 못하고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2003.7.9.에는 ‘국립대학법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04년 4월부터는 모든 4년제, 2년제 국립대학이 89개 법인으로 민영화돼 새로 출발하고 있다. 정부 통제를 받는 대신 정부 지원 아래 안주하고 있던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과 수업료 등을 결정하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는 반면, 매년 외부기관 평가를 받아 성적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받는 등 치열한 경쟁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번 국립대학 법인화는 1886년 제국대학령 공포와 1949년 신제 국립대 발족 이래 최대의 대학 개혁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대학 개혁은 일본 대학체제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주고 있다. 그 핵심은 국가가 직접 국가 예산으로 다수의 일반 국립대학을 직영하는 체제는 그 효용을 다했다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경제계뿐만이 아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 하는 고등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국립대학이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민간 위에 군림해온 국립 우위의 대학 체제로는 우리 고등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특수 목적을 가진 대학을 제외하고는 국립대학을 국가의 후원과 통제 양면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사립대학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도 2010년까지 서울대와 울산대 등 국립대학 5곳을 특수법인으로 만드는 국립대 법인화 관련법안을 2006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립대학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 인사와 행정, 재정 등을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고, 총장 선출방식도 간선제로 바뀐다고 한다.
3) 사립대학의 경쟁력 강화
오늘날 대학에는 더 이상 국경이 없다. 대학은 우수한 교수인력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셔와야 하고 학생유치도 전세계를 상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세계를 무대로 한 경쟁의 최일선에 서야 하는 것은 민간 즉 사립대학이다. 국가는 이를 위해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 1차적인 것은 위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사립 위에 군림하는 국립’의 위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로써 고등교육의 국가독점 관리체제를 타파하고 민간의 창의와 역량을 북돋아야 한다.
흔히 사립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는 먼저 사립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사립대학들이 `경쟁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사립대에 대한 국립대 우위의 체제 자체에 있다. 매년 입학철만 되면 국가의 입시독점관리체제와 결합되어 유수한 사립대학에 합격한 상당수의 학생들이 국립서울대로 이동함으로써 사립대에게 상당한 좌절감을 안겨주는 현상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또한 ‘우리 대학의 등록금이 이웃하는 사립대와 같아만져도 잠을 못잘것이다’라는 지방국립대학교수의 실토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사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는 국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 별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시시콜콜 간섭하고 감독하고 공문이나 내려보내는 관료주의는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대학교육에 관한 지원업무는 아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떨어져나와 별도의 위원회로 구성되어야한다.
염려하는 사학의 부실과 부패는 경쟁무기력증의 원인이 아니라 고착된 서열구조와 국가의 과도한 통제속에서 독자적인 교육활동의 의욕을 잃고 아울러 생존도 보장됨에 따라 나타난 부정적 결과물로 보아야 한다. 진정한 경쟁체제가 조성되고 시장에서 퇴출의 압력이 있는 곳에서 사학의 부패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대학간 M&A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사학이 압도적으로 소비자인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외부의 회계감사에 의한 재정운용의 투명성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Ⅵ. ‘自己關聯性’의 문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이 되기 위해서는 청구인과 기본권의 침해 사이에 일정한 법적관련성이 있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강학상 법적관련성의 구성요소를 크게 자기관련성, 직접관련성, 현재관련성으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자기관련성(Selbstbetroffenheit)이란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가 청구인 자신을 직접 향하여 어떤 힘을 발하는 것임을 말한다. 그리하여 헌재는 공권력작용이 단지 간접적․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되어 있는 제3자, 나아가 반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자에게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헌재 1993. 3. 11. 91헌마233; 헌재 1995. 5. 25. 94헌마100)
이러한 자기관련성의 요건과 관련하여 사안에서는 두 가지 논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심판의 대상인 공권력행사가 국립대학에 관한 것임에도 사립대학의 입장에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는가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침해적 법률이 아니라 사안과 같이 「혜택을 주는 법규정이나 공권력행사의 경우에는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청구인이 국가가 다른 집단에게 부여한 혜택으로부터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등원칙에 위배되게 배제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의 평등권위반을 확인한다면, 그 결과로 혜택규정에 의하여 배제되었던 혜택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4. 6. 30. 91헌마161; 헌재 2001. 11. 29. 99헌마494)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를 사안에 적용하면, 국립대학에 대한 월등한 재정지원이 평등권침해라는 결정이 나게되면 이는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비록 공권력행사의 직접 상대방은 아니지만 자기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자기관련성과 관련한 두 번째 논점은 사립대학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립대학의 운영주체가 아닌 재학생이나 교수인 청구인들에게도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사립대학의 경영주체인 학교법인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사립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나 재직중인 교수 등은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형식상 공권력작용의 직접 대상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 공권력작용에 의하여 직접적 효과를 받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공권력작용의 대상자와의 생활관계로 인하여 단지 간접적, 반사적 영향을 받는 경우에 불과한 경우라면, 자기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바, 이 사건에서 공권력행사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려면, 그들이 이 사건 공권력행사 즉, 국가의 재정지원에 대하여 학교법인과 유사한 정도의 법률적 밀접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사립대학의 재학생이나 교수는 학교법인과의 계약관계일 뿐, 법률적 밀접성이 없으며 위헌결정시 등록금 인하 등의 혜택을 누리는 간접적․반사적 이해관계자일뿐 법률적 이해관계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재의 법리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사안에서 국가의 국립대학 편파지원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배액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재학생들이다. 이들은 단지 사립대학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 대학에 지원되는 국고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사립대학을 선택하여 계약관계에 들어선 점만으로는 이러한 기본권침해가 정당화되기 힘들다. 국가가 아무런 합리적 구별의 근거없이 단지 국립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오는 자들만 국고의 수혜자로 삼겠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따라서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재학생 등을 단지 간접적 또는 반사적 이해관계자라고 하여 자기관련성을 부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관련성을 너무 엄격하고 협소하게 인정하면 이러한 자기관련성이라는 요건에 의해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의 법리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지적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Ⅶ. 맺는말
사립대학생들이 국립대학생보다 열악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배액 이상의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은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편파적 재정지원에 기인한다. 본 헌법소원은 이 점에서 시작하여 현재 우리 사회에서 국립대학의 존재의미, 나아가 고등교육에 있어 국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헌재는 이를 각하하면서 심판청구의 요건인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이 충족되지 못하였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사립대학법인은 자기관련성이라는 형식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언급한 점이다. 물론 다음에 사립대학법인이 청구인이 되어 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통해 위 헌법소원이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 바라건대 조만간 용기있는 사학법인이 청구인으로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학법인이 자신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을 갖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를 피청구인으로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민간의 적극적인 도전과 문제제기 없이는 우리 사회의 잠재적 발전역량을 억누르고 있는 과도한 국가주의의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다.
[고황법학 제5권 2007 게재]
주제어: 사립대차별, 국립대 법인화, 대학경쟁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