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과정을 통해 살펴 본 우리 사회의 이혼에 대한 접근
1. 서론
법은 사회 통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혼을 비정상적인 것,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기에, 법이나 재판의 현실 역시 이혼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혼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혼을 한 이후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협의이혼에 있어 숙려제를 도입하는 문제나,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 너무나 장기간이 소요되게 되는 점 등은 이혼을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될 수 있으면 이혼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바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재산분할에 있어서 전업주부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분할비율 산정이나 양육비 확보 방법의 부재, 이혼기간 중 사전처분 등에 관한 문제 역시 이혼 과정이나 이혼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해버리는 결과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실제 재판이나 법 제도 상에서 반영되는 것들에 대하여 살펴보고,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이혼이란 쉬운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이혼과정에서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실과 관련하여
가. 우선, 이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 당사자가 이혼 자체를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홧김이혼’이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사실 오랜 기간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온 사람들이 ‘홧김이혼’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며, 이혼에 대해 결심하기 전 친인척들이나 지인들과 상담을 할 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고살지 그러냐’는 반응을 대부분 보이기에, 그런 것들을 모두 감내하고 이혼을 결심하기란, 당사자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나. 그런데 그렇게 이혼을 결심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이혼에 대하여 협의가 되지 않는 한, ‘재판상 이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재판상 이혼은 그렇게 어렵게 이혼을 결심한 당사자에게 더욱 가혹한 절차를 감내할 것을 요구합니다.
즉, 재판상 이혼을 원하는 당사자는 우선 소장을 접수한 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2개월 전후해서 ‘가사조사관 조사’를 받게 되고(물론 조사절차 자체도 1회에 끝나는 경우는 없으며, 1, 2개월의 과정을 거쳐, 2, 3회 정도의 조사를 받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이후 2개월 정도 뒤 ‘조정기일’이 잡힙니다. 그렇게 힘들게 잡힌 조정기일에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어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빨리 끝나겠지만,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2, 3개월을 거쳐 첫 재판기일이 잡히기를 기다려야 되고, 그렇게 재판기일이 잡히면 본격적인 ‘이혼재판’이 시작되게 됩니다.
그렇게 어렵게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 민법은 840조에서 나열한 이혼사유가 있어야지만,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 놓았기에, 서로 상대방에게 ‘혼인파탄의 사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 입증과정에서 서로 비난하는 서면이 오가게 되며, 이혼소송의 특성상 ‘부부의 생활을 그나마 잘 아는’ 친인척이나 자녀들이 증인으로 나와 서로에 대한 비난을 가함으로써, 사실상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깊이의 골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경우 이혼을 한 뒤 남남으로 산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자식이 있는 경우에는 서로 계속 연락을 하야하기에, 이후의 생활에서 더욱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그렇게 어렵게 6개월 혹은 길게는 2년의 기간을 거쳐 이혼을 하게 될 때, 그 기간을 서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이혼 이후의 생활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혼 이후의 생활은 더욱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다. 위와 같이, 사실상 우리 법제 하에서는 이혼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회의 통념 ‘이혼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사전처분에 대하여
가. 한편, 위와 같이 이혼소송의 경우, 1, 2개월만에 소송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법원에서는 그 긴 소송기간동안 당사자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기 위해 필요가 있는 경우 ‘사전처분’을 통해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나. 최근에는 법원에서 직권으로 사전처분을 하기도 하며, 조정절차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결정을 내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국의 가정법원에서 모든 경우에 이렇게 사전처분이 필요한 경우 결정을 내려준다고는 할 수 없고, 무엇보다 발췌문에서 지적되었다시피,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생활비사전처분의 경우, 그것은 당사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그런 사전처분에 집행력이 없다면, 소송기간동안 당사자는 계속 불안정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집행력이 있는 사전처분이 도입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할 것입니다.
다. 위와 같이 사전처분이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송기간 중에 당사자의 지위가 불안정해 짐으로써 소송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에, 이혼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이혼과정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 보여집니다.
3. 재산분할의 경우 분할비율에 대하여
가. 발췌문에서 은닉한 재산을 찾는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만, 은닉한 재산을 밝히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렇게 재산이 밝혀진 경우 재산분할의 비율 또한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나. 즉, 최근에는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재산분할 비율을 50%까지 인정해주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재산이 많거나 전문직일수록 그 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균등분할에 관한 개정안이 시행이 된다면 이와 같은 경향은 없어질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4. 양육비 확보 문제에 대하여
가. 이혼을 하며 양육비에 관한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양육비를 지급받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특히 여자들이 자녀를 양육하게 되는 경우에는 경제적인 기반이 없다면, 양육비에 대한 확보가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이혼으로 인한 자녀들의 지위 자체가 달라지는 현상이 오게 됩니다.
나. 따라서 자녀들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주기 위해서는 미지급하는 양육비를 국가에서 미리 선지급 해주고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된 법개정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 한편, 위와 같이 이혼 이후의 자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이혼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이혼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5. 결어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실상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이혼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 현상이나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이혼’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그에 대한 논의를 간과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인 약자만이 보게 되는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혼 자체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하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때라 할 것입니다.
출처 - 대한변호사협회 토론문 중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 발표문 일부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