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희망과 기적을 만드는 적십자 회비
지난 3월, 포항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구호품을 가득 실은 차량과 봉사원들이 경북적십자사에서 급파되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이재민과 복구지원을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구조대원에게 3일 밤낮으로 식사를 제공하였습니다. 한순간에 집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 전문교육을 수료한 적십자봉사원이 재난심리상담을 해주었고, 전화도 하고 식사를 제공하면서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이런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재민들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가정집에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하면 곧바로 달려가 당장 필요한 쌀, 부식 통조림, 의류, 가스렌지 등 취사용구, 세면도구와 같은 생활필수품(적십자 구호품 세트)을 무상으로 전하는 일, 호적상으로만 자식이 있어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쌀과 같은 생활필수품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찾아가 보살펴 드리는 일, 포항과 봉화 등에서와 같이 산불이 나서 졸지에 집을 잃어 이재민이 된 분들에게 달려가 구호품을 전하고 위로해 주며 상담해주는 일...... 모두 적십자가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안동 임하댐에서 헬기가 추락했을 때는 숨진 조종사와 헬리콥터를 구조하기 위하여 모인 수백, 수천명의 구조대원과 관계자에게 허허벌판의 댐 근처 공터에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요?
더욱이 이러한 모든 일은 유급직원이 아닌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화재 구호품세트도 40여명의 분들이 1년에 한번 8,000원의 적십자 회비를 내어 주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겨울입니다. 연말연시면 수많은 봉사단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나서는데 과연 적십자회비는 왜 모금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도 있고, 적십자회비를 내면 북한에 보내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다른 모금단체와는 달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라는 법률에 의거한 공공기관으로,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법정기구로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적 지원을 하도록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 조직입니다. 100여년전 고종황제는 일본이 합방하려는 의도를 막고, 대한민국이 자주 독립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적십자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에 1903년에 가입하였고, 1905년에 칙령으로 대한적십자사를 발족시켰습니다. 한일합방으로 인하여 대한적십자사가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위기도 있었지만,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군과 재외거주동포를 위한 인도적 활동을 펼쳤고, 1948년에는 법률 제25호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 제정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대한적십자사가 법정기구로서 정부의 법적,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이 제도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경상북도의 경우 유급직원은 21명인데 반하여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2만여명의 청소년지도자와 청소년단원 등 3만여명의 적십자인들이 사랑과 봉사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풍양속인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참여하게 하여 체계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제도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부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정부로부터 예산(세금)을 지원 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번 국민 여러분께서 내주시는 적십자회비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일부 정부 위탁사업의 경우는 예산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매년 전체 적십자 사업비의 5%도 안됩니다.
반면에 법정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 정부 감사, 감사원 감사 등 각종 감사와 중앙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대의원 총회 등 의결기구의 승인을 받고, 자체 업무보고서를 통하여 투명하게 사업비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금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도입하여, 적십자에 기부한 분들의 기부 금액이 법정 기부금에 등록되어 기부금액의 투명성과 연말정산시에 자동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적십자는 194개국이 가입한 적십자 국제법에 의해, 189개국의 적십자사(적신월사)가 활동하는 범세계적인 국제기구입니다. “모든 사람은 형제다- Tutti Fratelli"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주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적 조직입니다.
가족 중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누구에게나 심폐소생술을 강습해 주고, 안전강사를 양성하여 일반인은 물론 군인, 경찰, 소방대원들에게도 인명구조 방법과 응급처치법을 보급하고 있으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국회의장, 장관 등 사회적 지도자를 배출한 바 있는 청소년 적십자 활동도 봉사해 주시는 선생님들을 통하여 전개하고 있습니다.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북한 이주민등 어렵게 사는 취약계층을 위해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적십자회비 모금이 12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년에 한번, 가정에서 8천원씩, 기업, 단체, 가게, 종교단체, 학교 등에서 일정액을 주시는 적십자 회비는 이렇게 소중하게 지역사회 곳곳에 사용됩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매달 얼마 씩의 적십자 성금을 내어 주시는 분에게 희망명패를 달아 드리고 적십자 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뜻깊은 적십자 봉사활동에 동참하시어 지역사회 곳곳이 훈훈한 정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소득 2만불 시대에 접어들었으면서도 빈부 격차가 큰 문제로 대두되어 있습니다. 생색내기식 기부나 봉사보다는 적십자의 정신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보다 효율적인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회통합을 이뤄 국민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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