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경삼림을 처음 보았을때 이해가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어렵게 생각했다는 여명의 말과 왕감독은 글을 잘쓴다는 금성무의 말처럼. 홍콩에 과연 왕정문 같은 사람이 존재 할 것인가? 양조위는? 금성무, 임청하는?
난 중경삼림을 처음 보았을때를 기억한다.중경삼림은 곧 금발의 여배우, 다른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대며 제스춰를 구사하던 왕정문이란 배우를 기억할 지 모르겠다. 난 왕정문이란 배우보다 금발의 여배우를 기억한다. 중간 부터 나오지 않길래 주인공인데 왜 안나오지? 생각했다. 짧아서 더욱 아쉬운 임청하의 마지막 작품. 다시는 임청하를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대신 사람들은 중경삼림의 왕가위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중경삼림은 왕가위의 대표작이 되어버렸다.
중경삼림(重慶森林) 1994
제작 : 유진위/ 감독 : 왕가위/ 촬영 : 두가풍, 유위강/
편집 : 장숙평, 해걸위, 광지량/ 음악 : 진훈기, 로엘 가르시아/
미술 : 장숙평/
주제가 : 'California Dreaming'(The mamas & papas), '夢中人'(왕정문)
임청하(-마약 밀매인), 금성무(-#223), 양조위(-#663)
왕정문(-훼이), 주가령(-양조위의 옛 애인이었던 스튜어디스)
흥행성공작 <중경삼림>
왕가위의 전작 두편이 모두 흥행면에서 참패를 거듭하자, 홍콩영화계는 '마'가 낀 영화, 저주받은 걸작만을 만들어 내는 그의 영화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기 시작했고, 돈을 벌고자하는 제작자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왕가위 감독 자신도 완전히 질려버린 영화 작업에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아무런 부담없이 단순히 재미로만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중경삼림>이었다.
단 3개월의 촬영으로 완성된 <중경삼림>은 그동안 왕가위 감독이 대형 배우들만을 캐스팅하던 것과는 달리 완전 신인이라 할 수 있는 홍콩 신세대의 표상 왕정문과 금성무가 캐스팅되었다. 영화감독 출신의 라문이 모두들 외면하는 왕가위 감독의 새영화에 과감하게 투자했지만 넉넉지 못한 제작비가 신인 기용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신인을 기용한 것이 오히려 대단히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주로 밤촬영이 많았던 <중경삼림>은 홍콩에서 개봉되었고,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서는 그래도 <아비정전>이나 <동사서독>만큼 흥행 참패를 겪지는 않았다. 한국에선 삼성 나이세스가 이 영화를 15만불이라는 아주 싼 금액을 주고 수입하였다. 그리고 흥행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삼성측은 최소한의 홍보 경비를 들여 조심스럽게 이를 개봉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의 엄청난 대성공이었다. 개봉 첫날부터 메인극장이었던 코아아트홀에는 극장을 몇바퀴 둘러싼 긴 줄이 형성될 정도로 <중경삼림>의 열풍은 점차 확대되어 나갔다. 결국 <중경삼림>은 서울에서만 20만명이라는 관객이 동원되었고,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왕가위 붐'이 조성되었다
줄거리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때때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1994년 4월 28일 9시 홍콩. 경찰 번호 223인 하지무(금성무)는 사복차림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금발머리에 노란 레인코트를 입은 한 여인(임청하)과 부딪힌다. 우리는 무척 가까이 있었다. 57시간 후 난 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223은 페스트푸드점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헤어진 연인 아미에게 늘 전화를 건다. 하지만 아미는 받지 않는다. 그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이 그녀에게 데미무어 같다고 해서이다. 그러나 223이 브루스 윌리스를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헤어졌다.실연당했을 때 나는 죠깅을 한다. 그럼 수분이 빠져나와 눈물이 안나온다. 이제 울 수도 없다. 난 이미 아미에게 잊혀지고 있다. 가게 주인은 딴 여자를 찾아보라며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를 소개시켜주려 한다. 자넬 좋아해.
마약딜러인 금발의 여인은 서양남자로부터 다량의 헤로인을 건네받아 그것을 해외로 밀반입하기 위해 중경의 인도인들을 고용한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하면서도 뭔가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난 아미의 집에서 밤을 세기도 했다. 난 매번 발코니를 타고 내려왔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4월 28일 금발의 여인은 인도인들과 마약을 숨기는 작업을 한다. 마약을 운반하기 위해 공항에 온 그녀는 수속을 밟는 동안 인도인들이 헤로인을 들고 사라지자 그들을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다. 그래서 bar에서 마약을 거래했던 외국인을 찾아보지만 그 역시 없었고 그가 전해주라고 한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통조림을 받는다. 시간이 없다는 걸 이곳 날씨를 보면 안다. 인도인들을 찾지 못하면 큰일이 생긴다. 그러나 bar에서 그 서양인은 그곳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고 무언가 계획을 짜고 있었다. 우비를 입을 땐 선글라스를 낀다. 언제 비가 올지 태양이 빛날지 알 수가 없다.
금성무는 늘 아미의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우린 만우절날 헤어졌고 난 농담만 했다. 헤어지더라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그 후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았다. 파인애플은 그녀가 좋아하는 과일이고, 5월 1일은 내 생일이다. 30개의 통조림을 살 때까지 그녀가 오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도 끝날 것이다.
4월 30일. 금발의 여인은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비행기 표를 구한다. 그리고 인도인들을 찾아나선다. 단서를 얻기 위해 다른 인도인의 딸을 잡아두고 정보를 얻어낸다. 그는 돈 때문에 자식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시간 후 난 그냥 왔다.( 장난감 가게앞에서 금발의 여인과 페이가 스쳐 지나간다.)
6개월만에 처음으로 수배범을 잡은 223. 좋은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제일 먼저 아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녀의 새 애인이 전화를 받고 그는 실의에 빠진다. 부르스 윌리스 널 죽일거야! (육교위에서 223을 바라보는 633) 그 날 그는 편의점에서 통조림을 사면서 직원과 싸우고 기한 지난 물품들을 잔뜩 받아들고 나온다. 모든 것들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다. 이 세상에 기한이 지나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일까?
4월 30일. 금발의 여인은 밀매업자를 찾아나서고 그들과 마주치자 그들을 쏘아 죽인다. 더 많은 무리들이 그녀를 쫓자 그녀는 지하철로 간신히 도망친다.
드디어 30개째 통조림을 샀다. 그리고 5월 1일 난 깨달았다. 아미에게 나와 통조림은 별 상관 없음을... 그는 통조림을 모조리 먹어치운다. 개는 사람의 좋은 친구다. 그러나 지금은 아픔을 나눌 수 없다. 아미는 지금 잠들었겠지... 또 다른 아미는...? 223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는 여자를 만나려 한다. 여자는 기다리지 않아. 기다리다 초조해 짜증이 난다구. 리차드와 나갔어. 하룻밤에 두 아미를 잃었다. 아미란 여자는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하지무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그를 만나지 않는다. 통조림 때문에 속이 거북해서 술집을 찾은 그는 먹은 걸 다 토해내고 술을 마신다. 해가 뜨면 사랑이 끝난다는 노래가 있다. 내 심정이 그렇다. 어떻게 아미를 잊지? 이곳에 첫 번째로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해야지. 그런데 첫 여자는 금발의 여인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지만 그녀는 외면한다. 밤에 썬글라스를 끼는 이유는 실명했거나 그런 척 하거나 실연당한 건데 당신은 실연이네요. 전 그 심정을 알아요. 그 때 필요한 건 남자예요. 친구가 되고 싶어요. 몇살이죠? 두시간 전엔 24살이었는데 이제 25살이죠. 실연당했나요? 당신을 이해해요. 당신은 날 이해 못해요.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별개예요. 사람은 변하기 때문이죠. 둘은 술을 마시고 취한 그녀가 쉬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그녀를 호텔로 데려온다. 그녀는 깊이 잠들었고 그는 영화 두 편을 보고 샐러드 네 접시를 먹었다. 날이 밝자 그녀의 신발을 벗겨주고 그곳을 떠난다. 그녀는 잠에서 깨고 떠나는 그를 지켜본다.
하지무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돈다. 난 6시에 태어났고 2분후 25살이 된다. 역사적인 순간에 난 뛴다. 몸안의 수분이 모두 빠졌다. 기분니 아주 좋다. 오늘을 삐삐가 올 일이 없겠지... 그가 삐삐를 버리고 운동장을 나서려 할때 금발의 여인으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온다. 1994년 5월 1일 한 여인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난 그녀를 잊지 못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기한이 영영 지나지 않길. 만일 기한을 꼭 적어야 한다면 만년후로 적어야지.
잠시 후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서양남자를 찾아내고 그를 쏘아 죽인다. 그녀는 가발을 벗어던지고 그 곳을 빠져 나오고 그가 죽은 곳에는 5월1일이 기한인 통조림이 던져져 있다.
그날 밤 223은 페스트푸드점에 들른다. 사람 좋은 주인이 새로운 직원 페이(왕정문)를 사귀어 보라고 귀뜸을 해준다. 그러나 223은 옆에서 일하는 남자가 페이인줄 알고 싫다고 하다가 페이와 부딪힌다. 우리는 무척 가까이 있었다. 난 그녀를 모른다. 6시간 후 그녀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늘 순찰을 도는 정복경찰 633(양조위)은 지칠줄 모르고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대는 말괄량이 페이에게서 매일 밤 스튜어디스인 애인이 좋아하는 주방장 샐러드를 사간다. 어느날 주인이 매일 같은 거냐며 다른 것도 사가지고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도록 하라고 권유한다. 633은 주인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늘 한가지씩을 더 사간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떠나고 만다. 입맛을 괜히 바꾸게 했어요. 음식도 입맛대로 다양하니 남자도 많이 만나보고 싶대요... 페이는 늘 그를 지켜보며 그의 주위를 맴돈다. 스튜어디스를 유혹하고 싶어진다. 2500피트 상공에서 작년에 그녀를 유혹했다. 633은 애인과 행복하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떠날 줄은 몰랐다. 하긴 비행기도 항로를 바꿀 수 있는데...
633의 애인은 음식점 앞에서 633을 기다리지만 그날은 그가 휴가여서 오지 않았다. 그녀는 작별편지와 그의 집열쇠를 맞기고 떠난다. 이를 지켜보는 페이. 가게 사람들이 그 편지를 몰래 뜯어 돌려보고 페이도 그 편지를 보게 된다. 어느날 음식점 직원들이 일이 있다며 몽땅 가게를 뜨고 혼자 남은 페이. 633이 그녀를 찾아온다. 페이는 어제 일을 말하며 633에게 편지를 전해주지만 그는 대신 맡아달라고 하며 가져가지 않는다.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물건들을 위로한 뒤 잠이 든다. 수척해진 비누와 눈물을 흘리는 수건. 외로운 옷과 인형들에게...
페이는 장을 보고 오다가 길에서 633과 마주친다. 633이 바구니를 들어주고 그녀는 그에게 캘리포니아에 가보고 싶다는 얘길 한다. 페이는 그에게 편지를 부쳐주겠다고 하고 주소를 받아낸다. 꿈을 꾸었다. 그의 집에 들어가는... 집을 나올 때 꿈에서 깼다.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이었으면... 그녀가 올지 몰라 가끔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그는 그녀를 찾아보지만 그녀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집에 몰래 숨어 있었다. 안 들킨걸 좋아하는 페이. 둘은 시장에서 자주 마주쳤고 페이는 심부름만 보내면 온갖 엉뚱한 변명을 다 늘어놓으며 633의 집에 찾아간다. 그녀는 여기저기 둘러보고 정리하고 방도 바꿔 놓고 어항에 물고기도 채워 놓으며 그의 방에서 즐거워한다. 이것저것 그의 물건들을 뒤져보기도 하던 그녀는 그를 알고 싶어한다. 어느날 침대를 뒤지던 페이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질투심을 느낀다. 그래서 633의 애인이 남긴 연락하라는 메시지를 지워 버린다.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집에는 물만 넘쳐나고 있었다. 이방이 점점 감정이 생겨난다.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 청소를 마치고 나가던 633은 현관에서 페이와 마주친다. 그녀는 횡설수설하더니 다리가 안움직인다고 한다. 그는 페이를 방으로 데리고 와 다리를 맛사지 해준다. 그녀가 올 때마다 맛사지를 해주었다. 스튜어디스는 힘든 일이다. 여자의 다리는 섹시하다. 정말 오랜만이다. 그는 페이에게 좀 쉬었다 가라고 한다. 그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 놓는다. 놀란 그녀가 이 음악 좋아하냐고 묻자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 내가 며칠 전 두고 간 노래야... 그 날 너무 긴장해서 그만 잠이 들었다. 633은 곤히 잠든 페이를 깨우지 못하고 곁에 기대어 잠이 든다.
633은 어느 날 그의 방에 있는 사물들이 많이 변해있음을 깨닫는다. 비누... 자포자기하지마. 너무 뚱뚱해. 살좀 빼. 수건... 많이 변했어. 넌 변치 말아야지. 반성해.
어느 날 그는 자기집에서 나오는 페이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그녀가 자신의 집을 꾸며주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가게로 페이를 찾아가 저녁 8시에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가 좋아한다던 캘리포니아 드리밍 CD를 건네준다. 부끄러워 하는 페이.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가게에서 그녀가 캘리포니아로 갔다는 말과 함께 편지를 건네받는다. 편지를 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니까. 그녀는 안 오는게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른 캘리포니아에 있을 뿐이다. 그 곳은 오전 11시. 저녁8시가 되면 기억할 수 있을까? 633은 편의점에서 옛애인을 만난다. 그녀는 이제 다른 애인이 생겼다. 633은 페이의 편지를 버린다. 비가 내리고 그는 다시 그 편지를 줍는다. 젖은 편지를 말려서 보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나에게 비행기 티켓을 한 장 주었다. 시간은 1년 후, 장소는 안보인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에 갔었어요. 7시 15분에 그날 비가 내려서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를 생각하며 비를 보고 있었는 데 갑자기 진짜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에게 1년의 시간을 주었죠... 오늘도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를 생각했어요. 그가 편지를 봤을까?
1년후 스튜어디스가 되어 돌아온 그녀는 1년전 약속대로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에서 그를 기다리지만 이번엔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반쯤 닫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그 안에는 가게를 인수한 633이 있다. 둘의 재회는 그리 길지 않다. 그녀는 비행 때문에 또 떠나야 하니까. 가면 편지해요. 싫어요. 당신은 편지 안보잖아요... 물어볼 게 있는 데... 이런 티켓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나요? 시간은 오늘이고 장소는 알 수 없어요. 그는 예전 그녀가 휴지에 적어준 비행기 티켓을 보여준다. 다시 한 장 써 드리죠. 어디 가고 싶어요? 아무데나 당신 좋은 데로...
첫번째이야기-경찰no,223 하지무(금성무)는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한다. 사랑의 슬픔을 달래기위해 눈물이 마를때까지 조깅을 하고, 블랙커피를 마시고,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사서 한꺼번에 먹어치운다. 마약밀매업자인 임청하는 항상 비옷을 입고 흐린날에도 썬글라스를 쓰고다닌다. 마약을 밀매하려던 외국인들이 마약과 함께 사라져버리자 목숨이 위태롭게된다. 한 술집에서 임청하와 경찰 하지무는 만나게 되고 하루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두번째이야기-아비(왕 비)는 새로온 패스트푸드점원이다. 경찰no.633 양조위는 스튜어디스와 사랑을 하다가 그녀가 떠나버린다. 경찰양조위는 떠나버린 연인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과 대화를 하며 실연을 달랜다. 아비는 양조위에게 호감을 갖고 스튜어디스가 남긴 양조위의 집 열쇠로 몰래 찾아가 새로운 장식으로 새롭게 꾸민다. 그러나 양조위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드디어 들켜버리지만 양조위는 아비에게 데이트신청을 하고 카페 캘리포니아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아비는 오지않는다. 사실 아비는 휴지조각에 1년뒤 다시 만날것을 예약하는 비행기 티켓을 양조위에게 전해주고, 진짜 캘리포니아에 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에 젖어 어디서 만날 것인지 장소를 읽을 수 없게 된다. 1년뒤 패스트푸드점을 인수한 양조위는 새롭게 장식을 하고, 아비는 스튜어디스가 되어 양조위를 만나기 위해 그 곳으로 온다.
"영화 감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영화를 만들고,
또 하나는 영화를 발명한다. 그리피스는 영화를 발명하고, 세실 B 드밀은
영화를 만든다. 에이젠슈테인은 영화를 발명하고, 푸도프킨은 영화를 만든다.
오손웰즈는 영화를 발명하고, 윌리엄 와일러는 영화를 만든다.
히치콕은 영화를 발명하고 트뤼포는 영화를 만든다.
파스빈더는 영화를 발명하고 벤더스는 영화를 만든다.
그것과 똑같은 의미로 왕가위는 영화를 발명한다.
마치 그 이전에는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단숨에 영화를 새롭게 만든다."
1. 스텝 프린팅(Step Printing)에 관해서
우선적으로 왕가위 영화의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은 '스텝 프린팅'이다.
(이러한 기법은 <중경삼림> 중 임청하의 도입부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스텝 프린팅은 찍혀진 필름의 프레임을 광학 인화기를 통해 배수로 복제,
인화하여 현상하는 기법으로, 여러 가지 기술적 조건들에 따라 매우 상이하고
다양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여기에 왕가위는 초당 12프레임의 저속 촬영을
한 뒤에 1프레임을 2배로 복제, 인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화가 초당 24프레임의 운동 속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재현의 결과에 있어서 실제 운동인 '시간'과 운동 '거리'는 같겠지만,
운동의 '과정'은 분절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왕가위는 그가 처음으로 <열혈남아>에서 사용하였던 스텝 프린팅 기법을
여전히 <중경삼림>에서도 사용한다. 그는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지던
기존의 액션 묘사 방법을 뒤집고, 빠른 스텝 프린팅을 사용하면서,
그 결과로 액션이 뭉개지는 효과를 보여준다. 즉 잔인한 폭력이나 액션을
세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분명히 알아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왕가위가 사용한 '스텝 프린팅'은 기존 영화가 강박 관념처럼 가지고 있던
연속성에 대한 집착을 지양하면서, 영화의 존재론적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불연속성'의 필연적 측면을 과감히 들추려 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새로운 인식 단계를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거리 두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현대적 감각의 거리 두기는 고다르나 브레히트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양분되어 있다. 그것은 '몰입'과 '거리 두기'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1차적 의미에서의 몰입은 왕가위 영화의 감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며
2차적 의미에서의 거리 두기는 왕가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화'라는
'기계장치에 대한 존재론, 인식론적인 성찰 과정'이다.
2. Reading 왕가위
① 시간의 다층성
왕가위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시간에 대한 부분이다.
<중경삼림>에서도 날짜 표지판이 3번에 걸쳐서 Close-Up되어 나오고,
인물들은 시간에 강박관념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금성무는 스쳐 지나가는
두 여자(임청하, 왕정문)에게 시간으로서 의미부여를 하고, 자신의 생일 날짜가
유통 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에 집착한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1997년 홍콩 반환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틀린 해석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환경과 조건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의식적이든 혹은 의식적이든
그가 영화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동인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가위 영화에서 시간은 숫자적인 의미가 아니다.
"시간이란 추억거리가 담겨있는 숫자이다. 바로 그 순간 시간에는 의미가 생겨난다.
항상 이야기를 다룰 때 나는 주인공이 회상하는 식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언제 무엇을 했다는 식으로 시간과 추억거리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KINO 1996년 1월호 왕가위 special interview)라는 interview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왕가위 영화에서의 시간은 그래서 늘 객관적 실체라기보다는 순수한 '관계들의 체계'가 된다.
그러므로 그의 영화에서 시간적 순서란 사건들 사이의 관계에 연역되고
파생되는 주관적인 관념인 것이다.
왕가위 영화에서의 사건들은 '불확정적 질서'로 편입되고 시간 계열들은
우연 속에서 교차한다. 그에게 있어서 시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구분되어지고 다층적으로 겹쳐질 수 있다는 사고 전환을 의미한다.
즉, 뉴톤의 '절대적 시간 개념'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다층적 분열 형태는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에서 보여지는 한 화면내의 '속도'의 차이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중경삼림>에서 양조위가 주가령의 편지를 보기 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왕정문을 기다리게 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세 가지의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① 양조위의 시간대와 ② 양조위 앞으로 펼쳐지는 사람들만의 시간대,
그리고 ③ 정지해 버린 듯한 왕정문의 시간대가 그것이다.
이것은 무엇이 느리고 무엇이 빠른지에 대한 구분을 흐리게 만든다.
다시 말해 여기서의 시간성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② 내러티브의 평행성
왕가위 영화에서 드러나는 내러티브 구조의 우선적인 특징은 기존의 고전적이며
단선적인 내러티브 구조에 대한 전복에서 드러난다. 그의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는
그의 영화적 시간성의 개념과 일치한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시간성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서 연속/불연속의 문제로 출발한다.
따라서 그의 내러티브 구조 역시 연속적인 형태를 불연속적으로
다층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기에 가장 두드러진 서술 기법은 나레이션의 꾸준한 사용이다.
나레이션을 통해 다층화된 시간을 각각의 인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지점에서는 왕가위 스스로 밝히듯이, 의 원작자인
레이먼드 카버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자신의 이야기 구조가 하나의 에피소드적 구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그리고 그럴 때만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장(Chapter)'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왕가위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궁극적으로 고전적이며 단선 진화론적인
그래서 언제나 예측 가능한 이야기 구조를 거부하고, 각각의 인물에게
서로 다른 시/공간을 부여함으로서 서로 다른 시/공간 영역을 점유하도록 한다.
이는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하나하나 분절시켜 또 다시 마름질하는 형태로 읽혀질 수 있다.
③ 영화 속 인물의 특징
왕가위 영화 속 인물들은 서사 구조를 넘어선다. 사건이나 개인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물의 '정서'이다. <중경삼림>에서의 인물들은 사랑하고
어긋나고 버림받고 상처 입는 사람이다. 왕가위 영화는 위와 같은 인물들의
정서와 심리에 더 비중을 둔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은 인물 사이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각 인물들은 영화 전반에서 어느 정도 비등한 몫을 가진다.
몫을 가진다. 주연, 조연의 경계가 무너져 가는 것이다.
<중경삼림>에서 지극히 덤덤한 표정의 663은 점점 작아지는 비누,
젖은 수건과 같은 주변 물건들을 이별의 아픔을 갖게 된 자신과 동일시하며
스스로에게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단절 속에서
도시인이 택할 수 있는 것은 나르시즘적인 자기애이다. "도시인의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다른 사라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생기는 상처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잘 알고 있다."(KINO 1995년 10월호)는
왕가위의 말처럼 그의 주인공(인물)들은 나르시즘에 중독되어 있다.
④ 경계의 모호함
왕가위 영화는 쇼트/리버스 쇼트 규칙을 따르지 않고, 고전적 문법을 따르지 않는 것,
그리고 점프컷, 핸드-헬드 카메라(금성무와 임청하가 만나는 도입 씨퀀스와 임청하가
인도인을 만나서 마약을 전하는 씨퀀스)라는 모더니즘 영화(특히 고다르 스타일)
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그러나 왕가위 스타일은
모더니스트적 영화 작가들의 위와 같은 스타일과는 의미 차이가 난다.
모더니스트들의 형식적 실험을 대개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으며
작가의 자의식이나 자기 성찰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왕가위의 영화적 형식은
음악의 사용과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 대중적인 주체로 숨겨져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이것은 인물들의 감정을 반영하며, 빠른 속도로 혹은 길게 늘어지는 스텝 프린팅으로 표현된다.
만일 우리가 왕가위 영화를 감각적으로 다가서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한 편의 CF나
감상적인 볼거리를 제공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영화를 읽으려고 한다면
왕가위의 독특한 이미지에 대한 탐험이 될 것이다. 왕가위 영화는 '상업적 정체성'과
'예술적 가능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영화의 담론화는
현대 예술관의 새로운 근거 제시일 것이다.